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3
13
바이샤의 수작 (2)
“야, 그 새끼 털어 주고 와라.”
“예!”
바이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하들은 각자 연장을 챙기기 시작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애송이 녀석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을 잡았을 때 자신들에게 떨어질 보수도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였다.
사업장을 나온 십여 명의 남자들은 엘런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손에는 둔기류뿐만 아니라 검도 들려 있었다.
꼬마라고는 하지만 여차하면 목숨을 끊어 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바이샤의 사업장은 로스 시내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시내로 가는 길에 인적이 드물어지는 구간이 있으니 그곳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사업장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앞서 걸어가고 있던 엘런을 발견했다.
“흐흐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걸어가고 있구나.”
바이샤에게 소문을 전해 준 사내가 엘런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런 꼬마 녀석에게 연장까지 챙겨올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얼른 끝내자고. 그 금화 딱 봐도 귀해 보였어. 사업장으로 들고 가기 전에 우리가 몇 개 챙기자고.”
사내들은 엘런을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사실 엘런은 이미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그의 감각에 수상한 인기척들이 잡혔기 때문이다.
‘뭐야?’
따로 디텍트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언제 몬스터나 함정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던전을 수십 년간 돌아다니며 생긴 일종의 생존 본능 같은 것이었다.
‘인적이 드물기는 하지만 산적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닌데.’
그는 디텍트 마법을 사용했다.
하메론의 던전에서 엘릭서를 복용한 그는 이제 2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1서클에서 2서클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지만 그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마나량만 따져 보아도 기존에 10개 정도의 매직 미사일을 만들 수 있었다면, 2서클이 된 지금은 적어도 2배가량은 더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1서클의 마법은 라이트나 디그와 같은 일상적인 마법이 주류였고, 전투 마법이라고 해 봤자 매직 미사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2서클부터는 파이어볼이나 디텍트와 같은 전투 마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위잉.
엘런을 중심으로 마나가 퍼져 나갔고 그 마나는 수상한 인기척을 정확히 포착해 냈다.
‘각목, 몽둥이, 뭐야, 검까지 들고 있는 걸 보니 동네 양아치들은 아닌 것 같고. 일단은 먼저 공격하지는 않으니 조금 기다려 볼까?’
먼저 공격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들이 내뿜는 살기는 명백히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엘런은 조금 더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숲길이 좁아질 때쯤 괴한들의 살기가 더욱 강해졌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태세였다.
‘저렇게 살기도 숨기지 못해서야. 던전 안의 몬스터보다 나은 게 뭐야?’
괴한들은 그런 엘런을 더욱 실망시켰다.
“어이, 거기 꼬마!”
괴한들은 엘런이 지나가는 나무 길목 앞에 떡하니 서 있었던 것이다.
‘나 원, 기습도 아니네.’
놀라울 정도로 당당한 그들의 태도에 엘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말로 할 때 가지고 있는 거 다 꺼내 놔라.”
괴한 한 명이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내려치며 위협했다.
“니들 뭐야?”
엘런은 귀찮다는 듯 툭 내뱉었다.
“이 새끼가 어디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다른 괴한이 들고 있던 각목을 다짜고짜 엘런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퍼억.
하지만 그는 자신의 힘껏 들어 올린 각목을 채 휘두르지도 못하고 뒤로 멀리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이 자식이!”
다른 괴한 2명이 엘런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퍼억.
그들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때서야 괴한들은 엘런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먼저 공격한 니들이 할 소리는 아니지?”
엘런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괴한들을 가리켰다.
퍼퍼퍽.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자마자 가슴에 커다란 충격이 느껴지더니 2명의 괴한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마, 마, 마법?”
일전에 마법보조사를 본 적이 있는 괴한은 그것이 매직 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쿠당탕.
괴한의 얼굴에 충격이 전해짐과 동시에 땅을 구르고 있었다.
엘런의 손짓은 멈추지 않았다.
나무나 땅에 처박히고도 기절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몇 번이고 다시 공격해 기필코 기절시켜 버렸다.
괴한들의 눈에 그 손짓은 자신의 죽음을 명령하는 마왕의 손짓으로 보였다.
“살려 주세요! 제발!”
나무에 처박히고도 기절하지 않은 괴한 하나가 엘런을 향해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닥쳐.”
퍼억.
‘차라리 이게 나아.’
괴한은 기절을 하는 순간까지도 저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안도했다.
* * *
‘윽!’
갈비뼈가 부서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여기가 어디지?’
잭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시야가 흐릿한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키가 작은데…….’
눈을 찌푸리고 몇 번을 깜빡이자 점차 시야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덩달아 그 사람의 얼굴도 확인할 수 있었다.
“흐읍!”
얼굴을 확인한 잭슨은 숨이 넘어갈 뻔했다.
“사, 살려 주세요.”
양손을 비비려고 했던 그는 이내 자신이 어딘가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놈들은 다 죽었고 너만 살아 있어.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살 수도, 아니면 다른 놈들을 따라갈 수도 있지.”
섬뜩한 그의 목소리에 잭슨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잭슨에게 눈앞의 소년은 그만큼 커다란 두려움이었다.
콰득.
“으아악!”
엘런은 매직 미사일로 잭슨의 팔을 부러뜨렸다.
“이건 선빵을 날린 값이야.”
“으윽.”
“왜? 네가 먼저 공격할 때는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 못 해 봤었어?”
“아, 아닙니다.”
콰드득.
“크아아악!”
잭슨의 말과 상관없이 엘런은 다른 쪽 팔도 부러뜨려 버렸다.
“그래서 누가 보낸 거야?”
“으으, 바, 바이샤가 보냈습니다.”
잭슨은 양팔이 부서지는 고통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확인을 해 주니 고맙군.”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잭슨은 양팔이 묶여 있는 채로 머리를 숙여 댔다.
그의 그런 모습이 엘런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날 공격했을 때부터 니들은 죽은 목숨이었어. 너 같은 놈들은 살려 줘 봤자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말이야.’
화르륵.
엘런이 뒤돌아서며 손짓하자 파이어볼이 잭슨을 불태워 버렸다.
잭슨은 그렇게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자신의 동료들이 죽은 방식대로 죽어 버렸다.
‘그나저나 바이샤 이 녀석, 이전 생에 저지른 죄는 묻어 두고 그냥 넘어가 주려 했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군.’
엘런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로 고개를 돌렸다. 바이샤의 사업장이 있는 방향이었다.
‘날 건드린 대가, 네가 이전 생에 저지른 잘못까지 쳐서 제대로 치르게 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