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38
138
마탑 밖의 마법사 (1)
* * *
엘런은 페링턴에 있는 동안에도 아르곤과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비밀리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체들턴이라면 또 어떤 술수를 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카빈은 그들의 작전이 성공하기 전까지 체들턴의 저택을 살펴야만 했다.
그리고 카빈의 감시에 걸린 것은 바로 제국의 비밀 전령이었다.
몇 주 동안이나 잠복한 그에게 체들턴의 저택에 출입하는 인원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눈에 상인의 모습으로 위장한 전령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그 당시 가빈은 체들턴의 세력권에 있는 고위 귀족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작은 낌새라도 그 진위를 파악하고자 했다.
가히, 프로드 정보계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그는 곧 그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잡아 낼 수 있었다.
병사들의 무장 상태가 달라지는 것은 전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아르곤은 그 사실을 곧바로 엘런에게 알렸다.
그랬기에 그는 적절한 시기에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라타티 경. 경의 지원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다. 하지만 저들은 대부분의 마탑 마법사를 데리고 나갔다. 또한, 동부 귀족이 보유한 병사의 수도 만만치 않지.”
알베르토는 엘런의 등장에도 여전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엘런의 합류는 왕실에 그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군대였다. 그것도 마도 왕국 프로드의 마법사 군단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론리드 가문을 중심으로 한 왕정파 마법사가 남기는 했지만, 그들의 수는 체들턴파의 수보다 훨씬 적었다.
차라리 제국군이었으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으나, 프로드군은 엘런이 혼자서 상대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그것은 실력보다는 상성의 문제였다.
“폐하, 저들은 오래전부터 물밑에서 내전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것은 마탑의 마법사들이며 귀족들이 모이는 속도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짜여 있는 상황에서 기폭제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 또한, 꽤 오래 전부터 준비해 놓은 게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아마도 지금 폐하께 가장 필요한 세력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세력.
그것은 마법사였다. 프로드의 모든 방어와 전투 체계는 마법사가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져 있었다.
현재 왕실은 그 전제인 마법사들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바로 마법사 세력입니다.”
엘런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미 프로드 마탑 마법사의 대부분은 체들턴을 따르고 있었다.
그 많은 수의 마법사에 대항할 만한 마법사 집단이 어디 있단 말인가.
“프로드 왕국의 마탑 밖에는 충분히 많은 수의 마법사가 있습니다.”
“마탑 밖의 마법사라면…….”
로미우는 엘런의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마법 보조사가 있었구나!”
마탑에 들어가지 못한 마법사인 마법 보조사.
그들은 마나를 다룰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드 체계를 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수는 마법사의 수보다 훨씬 많았다.
엘런이 마탑에 들어가는 조건이었던 마법 보조사의 마탑 진입 허용.
그 덕분에 그는 마법 보조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엘런은 지금 당장이라도 해리포드에 있는 마법 보조사의 6할을 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법 보조사만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거냐?”
장군인 아카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아무리 마탑이 고여서 썩은 물이라고 해도 그들 개개인의 위력은 보조사들보다 뛰어난 것이 사실이었다.
“당연히 그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한 마탑 밖의 마법사는 마법 보조사만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있단 말인가.”
마법사와 마법 보조사를 제외한 다른 마법사.
그게 누구인지 도저히 유추할 수 없었던 그들은 그저 엘런의 입술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들은 에니스에 있습니다.”
“에니스? 에니스라면…….”
로미우의 머릿속에 유배지 에니스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렸다.
“베리타티 경, 그대의 마음은 잘 알겠다. 비록 그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곳에 간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은 사악한 흑마법을 연구하던 마법사들이다. 나의 안위를 위해 대륙의 안위를 해칠 수 있는 일을 저지를 수는 없다.”
알베르토의 말에 엘런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에 대한 인식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흑마법에 대한 문서가 정말 확실하게 지워진 모양이다. 고작 2세대를 내려왔는데 저토록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네트가 준 충격은 그만큼 컸으니까요.’
엘런은 페링턴에서 달려올 때, 현재 왕실의 상황을 듣고는 에니스에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레디와 정기적으로 접촉하면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항상 전투를 준비했던 것.
그것이 빛을 발할 때가 왔었다.
“폐하, 흑마법에 대한 심려가 깊은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마법의 금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경도 미치광이 네트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내전으로 혼란스러워질 세상에 흑마법사들을 풀어 놓을 수는 없다.”
백날 말로 해서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이미 만들어진 틀이 너무나 강력했다.
“그럼 이대로 저들에게 프로드를 내주실 것입니까? 제가 있음에도 승산이 적다는 사실은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엘런의 말에 알베르토는 고민에 빠졌다.
그의 말대로 체들턴에게 프로드를 빼앗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그래도 도리를 저버리는 일은 아니 된다.”
알베르토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순식간에 일어난 내전인 탓에 백성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심지어 외국조차도 아직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곳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전이 커지게 되고 모두에게 알려지게 된다.
그때 찾아온 혼란 속에서 흑마법사들이 활개를 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체들턴에게 나라를 빼앗기느니만 못했다.
-아니, 그러니까 흑마법이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그러네.
“폐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엘런은 프로뱅의 외침을 뒤로하고는 일어섰다.
“경에게는 미안하다. 나를 위해 기껏 생각해 온 방법일 텐데 말이야.”
알베르토도 엘런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미안함이 앞섰다.
“혹시 이걸 알고 계십니까?”
엘런은 자신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검푸른색의 로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침묵의 로브가 아닌가?”
“맞습니다. 제가 폐하를 처음 뵈었을 때, 폐하께서 제게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저를 상징하는 로브가 되었습니다.”
“그때 그것을 준 덕분에 이곳에 경이 있는 것이겠지.”
알베르토는 추억을 떠올렸다.
엘런이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그를 잡아 두기 위해 했던 선택.
그 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프로드를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는 이 로브의 덕을 정말로 많이 봤습니다. 이게 아니었다면 제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겁니다.”
펄럭.
엘런은 그 로브를 벗어서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마나를 끌어 올렸다.
우웅.
그의 안에 있던 강대한 기운이 몸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기세에 아카드가 본능적으로 움찔했을 정도였다.
츠츠츠.
잠시 후, 푸른색으로 일렁거리던 엘런의 마나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그것은!”
치켜 든 손끝에서 전해지는 떨림이 지금 알베르토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맑고 청아했던 푸른색의 마나가 점차 탁하게 변해 가더니 이내 완전한 검은색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마나가 있는 곳은 마치 공간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짙은 검은색이었다.
검은 마나는 바로 흑마법의 상징.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면 흘러나오는 그 검은 마나가 엘런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일단 그 마나부터 집어넣어라.”
철컥.
아카드가 검에 손을 올려놓았다.
흑마법사는 대륙에서도 1급 위험인물로 지정되어 있는 존재였다.
아카드는 심지어 자신의 앞에 있는 저자가 엘런으로 변장한 흑마법사라는 생각까지도 했다.
사르르.
엘런은 즉시 아카드의 지시에 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힘 싸움을 하자고 이 검은 마나를 보여 준 것이 아니었다.
“저는 이렇게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였습니다. 그리고 침묵의 로브는 흑마법의 현상인 검은 마나를 가려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로브였습니다.”
엘런은 옆에 놓여 있던 침묵의 로브를 다시 입었다.
“폐하께서 우려하시는 마법은 흑마법이 아니라 바로 혈마법이라는 것입니다. 미치광이 네트 역시 혈마법사였지요. 그 후, 혈마법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그 상위학문인 흑마법까지도 같이 탄압받는 것입니다. 실제로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흑마법은 하나의 학문으로 연구되기까지 했습니다.”
알베르토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렇다면 그들의 힘을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엘런이 처음 에니스에 대해 언급했을 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갈등의 불씨가 켜졌었다.
그런데 그들이 사실은 그토록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 불씨가 더 커져 버렸다.
그들이 자신의 통제 속에 있을 수만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 내전이 끝난 후, 마탑에 생길 마법사의 공백을 그들이 채워 줄 수도 있었다.
그밖의 여러 상황과 사실들이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시켜 주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알베르토가 그 눈을 떴다.
“그렇다면 경이 그 흑마법사들의 수장인가?”
“실질적인 수장이 따로 있습니다. 그는 브레디라는 이름의 에니스 수감자입니다. 하지만 그가 제 지시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 말은 알베르토가 우려했던 통제 불능의 상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었으나 그는 그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모든 걱정거리를 지니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정하겠다.”
* * *
해리포드 근처에 있는 텔라 숲.
그곳은 해리포드에서 동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숲이었다.
수도 주변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도로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숲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히이잉.
“이곳에 진을 펼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본대로 전령도 보내도록 하고.”
그런 텔라 숲에 수백 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검과 갑옷을 착용하고 있거나 긴 로브와 스태프를 착용하고 있었다.
“주위로 경계 병력을 펼쳐라. 마법사들 따라붙어서 경계 마법도 같이 설치해.”
그들의 지휘관은 마탑의 고위 마법사 노라드였다. 그는 체들턴파의 마법사이자 선발대로서 이곳에 온 것이었다.
“노라드 님, 텔라 숲이 생각보다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며칠 정도 보내실 계획입니까? 날짜에 따라 시야 확보를 위한 나무 정리를 하겠습니다.”
선발대의 부대장으로는 소드 마스터 마커가 함께하고 있었다.
“본대가 여기까지 오려면 적어도 3일은 걸릴 것이네. 그전까지는 이곳에 머물러야겠지. 그리고 시야 확보는 신경 쓰지 말게. 비록 숫자는 적다고 하나 여기 있는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5서클이 넘는 이들이니. 해리포드에 남은 마법사가 모두 투입되어야 우리를 잡을 수 있을 걸세.”
노라드는 턱을 한껏 위로 치켜들었다.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도록 나무를 정리하는 것.
그런 것은 기습의 여지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그런 대담한 일을 벌일 수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경계 마법을 넓게 펼친다면 굳이 시야를 확보할 필요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마커도 태도와는 별개로 그들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라드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미 수도에 남은 병사와 마법사들의 숫자도 알고 있었다.
“그럼 우리도 쉼 없이 달려왔으니 조금은 쉬도록 하지.”
노라드가 그렇게 말하며 말에서 내리려 할 때였다.
후우우웅.
수백 개의 불꽃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하늘이 새빨간 불에 삼켜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모두 배리어 펼쳐!”
노라드와 다른 마법사들은 급히 배리어를 펼쳤다.
콰아아앙.
반투명한 배리어와 파이어 볼이 부딪히며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