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39
139
마탑 밖의 마법사 (2)
* * *
커다란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때 아닌 난리에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그러나 그 진동은 도통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동의 원인인 파이어 볼이 계속해서 배리어와 충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제 발로 찾아오다니. 죽으려고 마음을 먹은 것인가?”
노라드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저들의 전력은 뻔히 알고 있었다.
해리포드에 남은 모든 병력을 끌고 와야 겨우 상대할 수 있는 전력. 정신이 나간 게 아닌 이상에야 수도 내 병력을 전부 투입할 리 없었다.
자신들에게 어떻게든 승리를 거둔다 하더라도 뒤이어 오는 본대가 있었다.
여기서 자신들과 싸우며 힘을 빼놓게 되면 본대와는 제대로 된 전투를 해 보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여차하면 본대가 곧바로 해리포드로 방향을 돌리는 날에는 단숨에 수도가 함락되어 버릴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막아 낸다.’
해리포드에는 자신들의 정보원이 있었다.
수도에서 모든 병력을 빼 왔다면 그들이 본대에 보고했을 것이다.
이 공격만 막으면 손쉽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왼쪽에 곧 균열이 생길 것 같으니 메로, 자네가 맡게나.”
콰아앙.
노라드는 구멍이 뚫린 곳에 얼른 배리어를 채워 넣었다.
다른 마법사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침착하게 이 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병사들 또한 이미 마법사와의 전투를 겪은 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떨어질 불똥에 대비해 간격을 조절하고 머리를 보호했다.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이대로 간다면 저들은 곧 마나가 모두 고갈되어 공격이 멈출 것이다. 그때가 바로 자신들의 반격이 시작되는 때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저들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 것이냐?’
하지만 그들의 파이어볼은 도통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의 공격보다 불덩이의 숫자가 준 것은 사실이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숫자가 날아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치 무한정의 마나가 있는 자들인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자신들의 마나가 더 먼저 고갈되어 버릴 것 같았다.
‘조이기인가?’
상대의 배리어가 끝날 때까지 공격하는 것으로, 상대보다 절대적인 마나량에서 압도적일 때나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끝이다.’
숲이라는 곳의 특성상 조그만 불꽃이라도 커다란 불로 이어진다.
이대로 자신들의 마나가 모두 고갈되어 버린다면 말 그대로 전멸을 맞을 수도 있었다.
‘엘런, 그 녀석인가?’
희대의 마법 천재 엘런 베리타티.
그자가 돌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미친 듯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하나 이것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라드가 아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도 이토록 많은 마나량이 나올 수는 없었다.
콰앙.
중간중간 뚫려 버린 배리어 틈으로 파이어볼이 들어왔다.
다행히 대처를 잘 하고 있었던 탓에 병사들에게 큰 피해는 없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들은 기사들이 오러를 사용해서 막아 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희의 마나가 먼저 고갈되겠습니다. 방금은 한두 개였지만 조금 더 지나면 수십 개가 머리 위로 떨어질 것입니다.”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마커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적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일단, 저들의 상태부터 파악해야겠네.”
노라드는 배리어 하나를 새로 펴면서 말했다.
“이보게, 오보에! 마법사 2명을 붙여 주겠네. 그리고 자네가 5명의 기사를 골라서 이곳에서 벗어나 상황을 확인하고 오게나.”
그는 지금까지 참가한 전투에서 모두 승리한 무패의 전투 마법사였다.
부하들도 그 신화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었다.
“예,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오보에는 그의 말을 듣는 즉시 움직였다.
‘만약 저들이 무리하고 있는 거라면 우리 쪽에서도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나가 넘치는 거라면 어떡하지?’
그는 그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신화에 흠집을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노라드는 조금 전 생각했던 최악의 가정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툭.
배리어 앞으로 시체가 하나 던져졌다. 순간적으로 노라드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얼굴을 자세히 볼 여유는 없었다.
배리어를 시전하면서 동시에 전장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집중력 소모가 컸다.
하지만 그는 익숙한 얼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체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 정찰을 보냈던 오보에였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그는 혼란에 빠졌다.
이래 봬도 오보에는 초급 소드마스터였다.
검으로서는 꽤 높은 경지에 오른 강자였다. 그런 그가 단 10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시체로 돌아온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노라드의 귀에는 그것이 사신의 소리처럼 느껴졌다.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인물인 엘런이었다.
실제로 그의 등장과 동시에 떨어지는 불꽃의 수가 눈에 띄게 줄기도 했다.
자신의 부하들은 이 시간만큼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마나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엘런이 파이어볼 공격에서 빠지고 등장했다.
“엘런, 반갑군. 자네라면 국왕의 편에 서 있을 줄 알았네. 그들이 만들어 준 영웅의 자리는 버리기에 매우 매혹적이기는 하겠지.”
그가 일부러 어쭙잖은 도발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반갑습니다, 노라드 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그 두 명을 감쌌다.
바로 옆에서는 배리어 튕겨져 나온 불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위로는 조금의 불꽃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도발이라면 별로 안 통할 겁니다. 그동안 우리도 마나를 재정비할 거고, 무엇보다 우리가 병력 수에서 훨씬 앞서거든요.”
노라드는 크게 웃어 보였다.
“자네야말로 속이 훤히 드러나는 도발을 하는구먼. 자네의 능력이 출중한 것이야 익히 알고 있네. 그러나 마탑에 있던 마법사들 중 대다수는 우리 쪽에 있네. 자네들이 무슨 수로 병력에 앞선다는 것인지 모르겠군.”
엘런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시는군요. 프로드에 마법사가 당신들밖에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뜻인가?”
노라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자신이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던 최악의 상황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수도에 남은 마탑 인원은 그론리드를 포함해서 3할이 겨우 될까 했네. 그 말은 외국에서 마법사를 지원받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노라드는 자신이 당황한 것을 숨기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엘런에게 그 모습은 오히려 더욱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프로드가 괜히 마도 왕국이었겠습니까? 이곳에는 많은 마법사가 있었지요. 지금까지 당신들이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
엘런이 손을 들어 올렸다.
“모든 마법사가 배리어를 치느라 여유가 없나 보네요. 저희는 아직 사람들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허풍 떠는 것도 적당히 해라!”
노라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절망감을 떨쳐내기 위해 목에 핏대를 세웠다.
저벅저벅.
하지만 그의 발악은 그 자리에서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어, 어떻게…….”
그는 엘런의 뒤에서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긴 로브와 스태프를 들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노라드가 아는 얼굴도 섞여 있었다.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추고 실력도 썩 마음에 들어 자신이 임무를 나갈 때면 자주 고용했던 자. 마법 보조사 더글라스.
마법 보조사들의 참전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마법 보조사라면 문제가 하나 생겼다.
“마법 보조사들 정도는 예상했었네. 자네는 줄곧 마법 보조사들을 지지했으니 그들은 자네를 따를 것으로 생각했었지. 그렇다면 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마법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들만으로는 이런 화력을 만들 수 없었을 텐데.”
엘런은 그의 말에 친절하게 답변해 주지 않았다.
“그런 것까지는 알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그가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저들을 불태워라. 파이어볼.”
엘런의 지시에 따라 마법보조사들이 일제히 주문을 영창했다.
화르륵.
그들의 뒤에서 불덩이들이 떠올랐다.
노라드는 배리어 뒤에 있었음에도 파이어볼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콰아앙.
한곳으로 집중된 파이어볼이 배리어를 깨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쨍그랑.
“크헉.”
배리어를 펼치고 있던 마법사 하나가 내상을 입고는 피를 토했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5서클 이상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광역 배리어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4서클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었고 보조사들의 파이어볼은 집요하게 그곳만을 노렸다. 결국, 그중 하나가 쓰러진 것이다.
더군다나 소수정예 마법사가 펼친 광역 배리어는 효율적이지만 커다란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개개인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 일단 배리어 하나가 깨진 곳에는 큰 공백이 생겨버린다.
“야, 저 녀석 쓰러진 곳부터 채워!”
그들이 그 공백을 채우려고 움직이는 순간, 그 틈으로 얼음 조각들이 들어왔다.
푸욱. 푹.
마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얼음 조각. 그것들은 마법사들의 몸 곳곳에 박혔다.
“수호할지어다. 실드.”
쨍그랑.
다급하게 실드를 펼쳐보아도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실드를 종잇장처럼 찢어 버린 조각들은 마법사의 몸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이다.’
노라드는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대로 저 얼음 조각의 희생양이 되느니 전면전이라도 펼쳐야 했다.
“최소한의 배리어만 펼치고 전투에 투입한다. 빈 곳으로 들어오는 마법은 무시해라.”
그 말과 동시에 반란군이 펼치고 있던 배리어가 거두어졌다. 검을 들고 있던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엘런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들은 능력이 없던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엘런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는 숲속에 은폐하여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이들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그들은 공유하며 발전해 나가야 할 지식을 독점하고 다른 이들은 배척해 왔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본분조차 잊은 채 폐하를 향해 검과 스태프를 겨누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 줄 때이다.”
엘런의 외침에 마법 보조사와 흑마법사들이 함성으로 답했다.
슈우웅.
콰아앙.
왕실군의 마법과 반란군의 마법이 부딪히며 밝은 빛을 내뿜었다.
잠시 후,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았던 신경전과는 달리, 전투의 결과는 금방 결정되었다.
“사, 살려 주시게.”
소드 마스터 마커와 고위 마법사 노라드 둘 다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반란은 즉각 처형인 것을 아실 텐데요? 마커, 당신은 기사라는 자가 어찌 폐하를 배신할 수가 있습니까?”
그들의 앞에는 엘런이 서 있었다.
그는 로브에 먼지 하나 묻히지 않은 채,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주군의 명령에 따를 뿐이다.”
노라드와 달리 그는 강경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과오에 대한 책임도 질 준비가 되어 있겠네요.”
“기사가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 충성심이긴 하지만 존중해 드리겠습니다.”
스걱.
바람의 칼날이 마커의 목을 단숨에 베고 지나갔다.
툭.
그의 머리는 조금 전, 결연한 의지를 담은 표정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나, 나는 그런 것이 아니었네.”
노라드는 마커와 달리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는 백전백승의 유능한 전투 마법사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반드시 이기는 전투에만 나섰고, 질 것 같은 상황에서는 아예 전투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전승 신화는 바로 그의 이런 성격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이 녀석은 활용도가 있겠어.’
탁.
“히익.”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엘런은 곧장 그의 목을 쳐서 기절시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