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42
142
올란도 체들턴 (2)
* * *
“부유하라, 레비테이션.”
엘런의 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자마자 올란도 역시 움직였다.
그의 말도 안 되는 속도는 어디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체술을 배워 온 덕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쏟아져라, 워터폴.”
쏴아아.
떠오른 올란도의 주위로 물벼락이 쏟아졌다.
그러자 그의 눈이 쫓지 못했던 엘런의 모습이 드러났다.
“칫.”
엘런은 갑작스럽게 쏟아진 물 때문에 자칫 미끄러질 뻔했다.
겨우 중심을 잡은 그에게 올란도의 다음 공격이 날아왔다.
길쭉한 창 모양의 불꽃이 엘런의 가슴팍으로 쇄도했다.
올란도가 사용한 마법들은 4서클의 마법이었지만, 하나하나가 충분히 치명상을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배리어 2중첩.’
엘런은 배리어 2개를 사용하여 파이어 랜스를 막아 냈다. 그러나 올란도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치솟아라, 파이어 월.”
화르륵.
그의 이동 반경에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성인의 키를 훌쩍 넘겨 버리는 화염벽 때문에 엘런의 움직임은 차단되었다.
“그의 자유를 박탈할지어다. 프로즌 패터.”
6서클의 구속마법 프로즌 패터가 엘런의 몸을 단숨에 얼려 버렸다.
프로즌 패터는 다른 구속 마법과는 달리 즉발성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피할 수 없다.
엘런의 속도라면 회피가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올란도가 파이어 월로 발을 묶어 버린 후였다.
“그대의 날카로움은 공간마저 절단할지어다. 윈드 블레이드.”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올란도의 모습이 일렁거리는 것만 봐도 그의 앞에 고도로 압축된 공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란도는 그 무형의 검을 엘런을 향해 내리쳤다.
콰아앙.
누구라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기적이며 신속한 연계 공격.
게다가 엘런의 빠른 속도에 대비한 맞춤 전략까지.
‘최소한 팔 하나는 묶어 두고 싸울 수 있겠구나.’
올란도는 흠잡을 곳 없는 자신의 공격에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그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분명 적중했을 텐데?”
올란도의 목소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 정도 기습이라면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큰 부상은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바닥에 서 있는 엘런의 모습은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다.
“약간 위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군요.”
엘런은 자신의 옷깃을 툭툭 털어냈다.
올란도의 공격이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는 연계 공격이었던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바로 엘런이 그 누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엘런의 양손 위에는 제피로스와 이시스가 각각 바람과 얼음의 형태로 떠다니고 있었다.
이시스는 엘프의 숲을 얼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얼음의 정령이었으며 제피로스 또한 바람의 고대 정령이었다.
프로즌 패터나 윈드 블레이드가 6서클의 공격 마법이긴 했으나, 그들 앞에서는 그저 자신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올란도는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위 마법을 쏟아 내느라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기습이 허무할 정도로 가볍게 막히니 싸울 의지조차 없어지는 것 같았다.
“이제 기습도 끝나셨으니 제가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대가 명문 마법사 가문의 가주이시니 저도 정통 마법만 사용해드리지요.”
엘런의 웃음이 올란도에게는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필라 오브 파이어.’
콰앙.
어떤 영창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조용한 마법사.
그것은 엘런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리고 올란도의 밑에서 터져 나오는 불기둥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 주고 있었다.
올란도는 급하게 레비테이션을 해제하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동속도가 느린 레비테이션 상태로 있다가는 저 불기둥에 통구이가 되기 딱 좋았다.
‘기가 라이데인, 3중첩.’
쿠르릉.
올란도가 있는 곳으로 무수히 많은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앞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이것도 막아 낼 줄은 몰랐습니다.”
엘런만큼은 번개가 내리치는 곳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안티매직 쉘 안쪽으로 계속해서 배리어를 치고 있는 올란도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엘런의 공격을 막아 낼 수도 있었겠으나 그는 전투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인페르노.’
7서클의 화염 계열 마법 인페르노가 번개의 낙하 지점을 집어삼켰다.
강철도 녹여 버릴 수 있는 초고온 탓에 건물 안의 온도가 급등했다.
“인페르노다.”
“정말 7서클 마법이야?”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던 이들도 현재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마법에 시선이 빼앗겨 버렸다.
푸스스.
번개와 화염의 여파로 인한 연기가 걷히자, 탄내와 함께 올란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몸은 이곳저곳이 검게 그을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는 스태프로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했다.
속까지 익어 버린 것인지 그의 입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슨 수를 쓴 것이냐?”
그는 쥐어 짜낸 목소리로 엘런에게 외쳤다.
“너 같은 평민의 핏줄이 이런 힘을 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단 말이다!”
그 말은 분명 억지였다.
그러나 적어도 올란도에게 있어서만큼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맞았다.
자신이 그토록 주장했던 혈통주의가 이렇게 무너지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쓰긴 썼지.”
엘런의 입술도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자신에게 이 원인 모를 회귀가 없었다면 이토록 떠받들어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탄압만 받는 이들이 없어져야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것을 없앨 수 있는 힘도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혈통이고 뭐고 그런 거 따질 시간에 어떻게 하면 마법을 발전시킬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것이 힘을 가진 자들의 의무가 아니던가.
자신의 발전, 국가의 발전 나아가 인류의 발전까지.
엘런은 선구자라면 그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긴, 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털썩.
엘런의 마지막 말을 들은 올란도는 뭔가 반박하려 했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나머지도 얼른 체포하도록 하지요.”
안드레스는 이미 체포당해 있는 상태였고 노라드도 엘런이 참전하자 곧바로 사로잡혔다.
“심판은 폐하께서 직접 내려 주신다고 하셨으니 모두 폐하께 데려갈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엘런은 그들과 함께 가는 길에 바닥에 종이 하나를 던져 두었다.
올란도와 안드레스, 노라드를 체포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는 종이였다.
* * *
쾅.
“이런 젠장!”
언제나 평정심을 잃지 않던 탑주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주위에 있는 그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 잡혀 갔다는 소리를 듣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의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이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답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었다.
“엘런, 그놈이 이렇게 크기 전에 싹을 잘라 버렸어야 했는데.”
인제 와서 하기에는 너무나 늦은 후회였다.
“그곳의 상황을 더 자세히 묘사해 보아라.”
“예, 당시 경계 마법이 처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올란도 님은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건물 안에서는 수십 명의 마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탑주로서도 당최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마법 보조사와 엘런만으로 이런 전력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곳에는 가주 말고도 안드레스와 노라드가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분명 마법 보조사만으로는 안 됐을 터인데…….’
엘런이 제국의 그랜드마스터를 혼자서 처리한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올란도 역시 7서클에 근접해 있었고 그의 전투 센스를 생각하면,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즉 다른 두 명을 묶어둘 만한 실력을 갖춘 지원군이 있다는 말이다.
찾아지지 않는 답을 가지고 앓고 있으니 괜히 짜증만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자신은 내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이들의 수장. 감정이 가는 대로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다.
“방향을 바꾸도록 하겠다. 예정되어 있던 수도 진격은 다시 연기한다.”
원래 그들의 전략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수도로 진격해 속전속결로 내전을 끝내려 했었다.
내전은 이기든 지든 국력에 큰 손실을 가지고 온다.
그 때문에 안정적인 마탑의 왕국을 위해서라도 전쟁 기간이 길어지면 안 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했고 수도로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한 남자로 인해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반란에 참가한 귀족들도 모두 엘런을 걱정하긴 했으나 대업의 걸림돌 정도로 봤다.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이 모두 이곳으로 온 시점에서 승패는 이미 기울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살 계획도 없어지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그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국왕을 암살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엘런이 계획을 방해하러 다니고 있는 동안 아카드는 국왕의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당하는 것입니까?”
한 귀족이 우려를 표하자 그 불안감은 삽시간에 주위 귀족들에게 전염됐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들은 모두 죽고 말 것입니다.”
“탑주님, 방법이 없겠습니까?”
자신들이 세운 계획은 엘런이 모조리 깨뜨려 버리고 있으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기어 올라왔다.
“그의 힘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우리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확실하다. 자칫하면 그대들의 말대로 우리의 대업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
탑주는 최후의 계획을 쓰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제국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방법이었다.
내란에 있어서 가장 좋지 않은 형태.
그러나 마탑은 이미 2명의 고위 마법사를 잃은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전력의 큰 공백이 생겼다.
이대로 고위 마법사를 한 명이라도 더 잃으면 수도 점령 후 주변국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었다.
“저들이 지날 수 있는 기점 성에 모여 버티면서 제국을 기다린다.”
어떤 수를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메론 덕에 현재의 제국은 자신들을 돕는 상황.
판이 커지더라도 마탑 마법사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포드, 자네는 제국 측에 삼성을 파견할 수 있는지 문의해 주게. 현 상황을 설명해 주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삼성을 파견받는다면 물론 그들의 참견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비대칭전력의 수가 적은 쪽은 많은 쪽보다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것은 본인이 비대칭전력인 탑주가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제국의 지원에 따라 내전의 승패가 좌우되겠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