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44
144
두 개의 성 (2)
* * *
“병력들의 구성은 마법사와 귀족들의 사병으로 되어 있습니다. 숫자는 4,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총지휘관은 누구지?”
“고위 마법사 베오브가 총지휘관으로 있으며, 그밖에도 기사 빈츠와 마법사 릭 체들턴이 있습니다.”
릭이 있다는 말에 엘런의 표정이 변했다.
“왕실군 전원.”
보고를 모두 들은 엘런이 뒤를 돌아 병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에게 똑똑히 들렸다.
“예.”
군기가 바짝 든 병사들은 절도 있게 대답했다.
“잠시 후부터 아웨일 성을 돌파하도록 하겠다. 모두 자신의 병장기를 정비하고 마나를 충분히 회복하도록 하라.”
병사들의 대답을 들은 엘런은 다시 성을 올려다보았다.
‘기껏 온 제국의 지원군까지 써서 길목을 막고 버틴다. 시간을 끌겠다는 건가?’
제국의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은 아르곤을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곧바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은 길목을 틀어막고 버티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경사가 있어 마법 공격이 유리한 곳에는 프로드의 병사를, 좁은 길목에 있어 공성전을 하게 되는 곳에는 제국군을 둔다.’
자신들이 어느 쪽으로 오든 방어를 하겠다는 뜻을 잔뜩 품고 있는 병력배치였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
제국군까지 합세했으면 분명 병력 면에서는 앞설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합류와 동시에 공격을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지금에서 더 기다리는 것. 그것도 루베푸를 열어 놓고.’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수많은 가능성들이 지워지고 몇 가지만 남게 되었다. 그중 가장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위협적인 것.
‘제국에서 지원군을 더 보내기로 했다면?’
내전이 발발하던 순간부터 제국으로 향하는 이동진이 작동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목숨을 담보 잡혀 있던 황태자가 이동진을 열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엘런은 그것이 탑주 쪽에서 해결해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국의 무제한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위험하다.’
왕정파 귀족들의 병력들이 소집되어 해리포드로 오고 있긴 했다.
엘런과 마법사들 그리고 마법 보조사들까지 합친다면, 제국의 추가 병력이 오더라도 겨룰 만은 했다.
‘내전이 커질수록 좋지 않다.’
엘런이 우려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제국의 추가군이 오게 된다면 그야말로 전면전이었다.
그때부터는 웬만한 규모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전이 커질수록 그 후유증도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끝낸다.’
엘런은 앞에 있는 아웨일 성을 보았다.
험준한 산속에서 홀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웨일 성.
반란군들의 근거지인 루베푸로 향하는 두 가지 길목을 지키고 있는 성 중 하나였다.
또 다른 길목에 있는 그웨타 성이나 이곳 아웨일 성이나 그렇게 큰 규모의 성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국에서 루베푸를 지나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곳.
그 때문에 산세가 험한 곳에 만들어져 그들이 해리포드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주요한 요충지인 만큼 마법이나 오러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지.’
산세가 험한 만큼 성을 포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효율을 생각하여 제국 쪽으로만 성이 증축되고 방어 마법이 강화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성을 빼앗겼을 때를 생각한 프로드는 해리포드 쪽으로는 비교적으로 허술하게 만들어 두었다.
‘다들 정비를 마친 것 같군.’
엘런이 체들턴의 의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 병력들은 정비를 모두 마쳤다.
“마법사들은 내 명령에 맞춰 한 곳만 집중적으로 타격한다. 방어 마법에 구멍이 생기는 순간. 모든 병력은 그곳으로 돌입한다. 지휘관만 처리한다면 나머지는 금방 고개를 숙일 것이다.”
마법사들은 각자 자신의 몸에 마나를 회전시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병사들도 자신의 검을 꼬나 쥐었다.
공격하는 쪽과 수비하는 쪽의 병력이 비슷한 공성전.
일반적인 경우라면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한탄했겠지만, 저 앞에 서 있는 엘런, 그가 있었기에 이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척.
엘런의 손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공격의 명령.
그들이 동시에 움직이자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땅은 마치 울리는 것 같았다.
그 맨 앞에는 엘런이 걸어가고 있었다.
“저게 뭐야?”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아웨일 성에 있던 병사들은 그제야 그들의 접근을 알아차리고는 깜짝 놀라며 경종을 울렸다.
성 내부의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져서일까.
아웨일 성으로 향하는 병사들은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스캔. 20중첩.’
엘런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비쳤다.
스무 번이나 중첩된 엘런의 스캔은 성벽의 마나를 읽기에 충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보호 마법도 동시에 사용된 스캔 마법에서는 그 속을 훤히 드러냈다.
“마법사 오른쪽 성곽 맨 윗부분을 집중적으로 타격한다.”
후우웅.
마법사들이 엘런의 지시에 맞춰 집중 타격을 가했다.
약점을 공격당한 보호막은 눈에 띄게 출렁거렸다.
보호막은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재빨리 구성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엘런의 눈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른쪽 중간 지점.”
후우웅.
두 번이나 공격당한 보호 마법은 이제 일렁거리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자신의 존재를 말살시켜 버리려는 저승귀 앞에서 보호막은 한낱 사냥감이 되었다.
아무리 약점을 숨겨도 몇 번이고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이 들어왔다.
보호막은 공성전에서 마법사의 입지를 대대적으로 좁혀 버린 원흉이었다.
그 마법이 자신들에 의해 휘청거리자 마법사들은 신이 났다.
보호막이 더는 못 버티겠다고 아우성칠 때였다.
“저들과 나 사이를 차단하라. 안티매직 쉘.”
아웨일이 공격받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헐레벌떡 뛰어온 지휘관들이 급하게 방어 마법을 펼쳤다.
콰아앙.
최후의 일격이라 생각했던 공격이 반란군이 펼친 마법에 막혀 버렸다.
“젠장. 조금만 더 하면 됐었는데.”
한 마법사가 욕을 내뱉었다.
엘런의 지시로 정밀 타격을 가하는 곳에 방어 마법이 덧대어지며 보호막은 다시금 안정을 찾아갔다.
“패턴은 대충 파악이 되는 것 같군.”
엘런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브레디는 깜짝 놀랐다.
‘보호막의 마나 고리를 찾는 것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패턴도 파악했다는 말인가?’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보호막을 이토록 쉽게 풀어 낼 수 있었다면, 어째서 마법사들이 공성전에서는 한낱 보조로 전락하였겠는가.
“왼쪽 상단 후 성문 중앙 그리고 다시 왼쪽 상단 오른쪽 하단 순으로 공격한다.”
엘런의 말에 마법사들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와 중에 정신을 차리고 있던 것은 브레디였다.
“뭣들 하고 있나? 엘런 님께서 시키신 대로 바로 실행한다.”
“예!”
그들이 다시 타격을 시작하자 반란군 쪽에서도 그것에 맞게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래 봤자 너희들의 마나만 고갈될 뿐이다.”
성벽 위에 서 있던 릭이 외쳤다.
후웅.
엘런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여전히 먼 거리에 있었지만, 릭은 그 모습을 보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엘런은 그런 릭에게 눈길도 보내지 않았다. 애초에 그의 목표는 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시스, 아이스 캐논 4중첩.’
쩌저적.
슈웅.
엘런이 사용한 아이스 캐논은 보통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그 궤를 달리했다.
그 무지막지한 얼음 덩어리는 안티매직 쉘 7개를 처참하게 부숴 버렸다.
“크헉.”
자신의 마법이 깨져 버리자 마법사들이 내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그러나 엘런이 쏜 아이스 캐논은 여전히 3개가 더 남아 있었다.
그것이 차례차례 안티매직 쉘을 부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보호막이 자신을 드러냈을 때, 브레디들이 날린 마법이 보호막에 적중했다.
쨍그랑.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던 보호막이 깨져 나가는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보호막이 깨졌다.”
“저걸 정말 우리가 깬 것인가?”
마법사들은 현실감 없는 이 광경에 넋을 놓고 말았다.
“돌입한다.”
그들의 정신을 돌아오게 한 것은 엘런의 명령이었다.
“전부 쓸어 버려라.”
“보호막도 없으니 전력은 비슷하다.”
“우리에게는 엘런 님이 계신다.”
직접 보호막을 깨 버리며 사기가 하늘을 찌르게 된 왕실군은 곧장 성문을 향해 돌격했다.
보호막이 없는 성문 따위는 그저 마법 몇 번에 부서지는 커다란 철문에 불과했다.
성문이 돌파된 후부터는 왕실군이 일방적으로 승기를 잡았다.
“마법사 1, 2분대가 오른쪽으로 퍼진다. 3, 4, 5분대는 내 뒤에 반원형으로 붙어 엄호한다.”
엘런은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병력들을 지휘했다.
‘어디에 있지?’
그러면서도 엘런의 눈은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돌입한 순간부터 그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제피로스.’
하는 수없이 엘런은 제피로스를 꺼냈다.
이미 그의 마음을 전달받은 제피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람 속에 녹아들었다.
‘거기 있었구나.’
그의 위치를 파악한 엘런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브레디 님, 남은 병력의 지휘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쥐새끼들을 잡으러 가야 해서요.”
“알겠습니다.”
엘런은 지휘권을 브레디에게 넘겨주고는 전장에서 이탈했다.
* * *
“헉헉.”
한편, 보호막이 꺼지는 순간부터 도망을 선택한 릭은 루베푸 쪽을 바라보는 성문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 괴물 같은 놈은 분명 쫓아올 텐데.’
릭은 엘런이 자신을 쫓아올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베오브 님, 제게 텔레포트 스크롤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옆에서 함께 도망가고 있던 베오브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저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같은 스크롤이지요. 이것만 쓰면 루베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을 겁니다.”
“호오, 그렇다면 얼른 써 주게나. 이러다 그놈이 올까 두렵네.”
베오브와 릭을 보고 있던 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지휘관은 기사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전투 중에 총지휘관인 베오브에게 반기를 드는 것도 기사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대들에게 미안하구나.’
그는 속으로 전장에 남겨진 병사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는 사이 릭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냈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와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 스크롤이었다.
“되었네. 이것만 있으면 우리는 살 수 있어.”
베오브의 표정이 밝아졌을 때였다.
“이곳에 있었군, 쥐새끼.”
베오브와 릭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섬뜩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엘런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