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48
148
전면전 (3)
콰르르르르.
두 귀가, 그 소리는 도저히 검을 휘둘러서 난 소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휘두르는 검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천지를 가르는 검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바로 이자의 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이거 장난 아니잖아?’
그가 공격하는 순간 배리어를 5장이나 겹쳤었다.
그러나 그중 4장은 그의 칼날 앞에 처참히 찢어져 버렸다.
그나마 남은 1장 역시 겨우 그 형태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엘런이 무영창의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그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전에 놈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도 제국삼성이라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전투에 임했었다.
그러나 그는 맥이 풀릴 정도로 약했다.
저자처럼 강한 힘도 없었고 그렇다고 빠른 속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움직임이 좋은 검사 정도로 여겨졌다.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그사이에도 천양지차가 있구나.’
한 번의 발검으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면 이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도 말이야…….’
엘런은 패배를 직감하지 않았다.
분명 그가 강력한 것은 맞았다. 엘런이 지금까지 본 검사들 중 가장 강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몸은 저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뭐 그렇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툭 내뱉었다. 그런데 트로이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지?”
“그저 힘만 가득 실은 검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지? 그걸로 나를 벨 수 있기는 한가?”
엘런이 한마디를 더 붙이자, 트로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평생을 갈고닦아온 자신의 검이 웬 어린놈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구나. 다음 검을 받고도 그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타앗.
트로이는 몸을 움츠리더니 용수철처럼 튕겨 날아왔다.
우우웅.
엘런도 재빨리 서클을 따라 마나를 회전시켰다.
적을 도발하기는 했지만, 검에 한 번이라도 닿으면 치명상은 피할 수 없다.
완벽히 피하기 위해서는 마법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충분히 곁들여야 한다.
그의 검에는 붉은색의 오러가 맺혀 있었다. 워낙 농도가 짙은 탓에 검의 궤적을 따라 선명한 붉은색이 그려졌다.
‘포스 필드, 3중첩.’
그의 검이 엘런의 몸을 양단하려는 순간, 엘런은 물리 공격을 막기 위한 6서클의 방어 마법 포스 필드를 사용했다.
퍼엉.
뭔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직후, 둘은 서로 위치를 바꾼 상태로 서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이 공격을 막아 낸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한다고?’
‘활주의 속도까지도 따라온단 말인가?’
엘런은 포스 필드를 깨느라 검의 속도가 늦춰지는 틈에 활주를 이용하여 그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텅 비어 있는 그의 등 뒤를 잡고서는 승리를 확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트로이는 그 속도를 쫓았다. 얼른 검을 돌려세우며 엘런의 공격을 튕겨 냈다.
엘런은 내심 속도에 있어서만큼은 그랜드 마스터라도 속도에 치중된 형태가 아니라면,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이번 일로 완전히 깨져 버렸다.
자신과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빠른 반응 속도였다.
“그래, 네가 괜히 에프론을 죽인 녀석이 아니구나.”
트로이의 눈은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는 폭검(爆劍)이라 불리는 검사였다.
이는 그가 검을 휘두르면 폭발이 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폭검을 막아 낸 이는 제국삼성의 일인자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두 번째 인물이 추가된 것이다.
그의 가슴 속에 불꽃이 타올랐다.
처음에는 제국민과 에프론에 대한 복수심이었지만, 지금은 강적과의 결투에 대한 흥미가 우선이었다. 강한 자와 싸워 이기고 싶다는 무인의 본능. 그 본능이 자신을 휩쌌다.
“이 검이 뭔지 아는가?”
갑자기 트로이가 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이 검은 기존의 강철보다 30배는 더 강하다는 아오리올 강철로만 만들어진 검이다. 내 검술의 문제인지 검이 금방 깨지던데, 이 녀석 만큼은 아니더군.”
“전투 중에 갑자기 무슨 소리지?”
엘런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는 활주를 쫓을 정도의 검사. 언제 무슨 짓을 할지 안심할 수 없었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나의 애검을 소개해 준 상대는 지금까지 몇 명 없었거든. 그리고 그중 살아 있는 자는 단 한 명밖에 없지.”
그 말을 끝으로 트로이의 신형이 사라졌다. 엘런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후웅.
그의 검은 공기마저 폭발시키며 엘런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었다.
이번에 엘런은 반격을 배제한 채 회피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다.
방금 했던 공격보다 몇 배는 힘이 더 실린 공격이 분명했다.
검에서 터져 나오는 충격파조차도 치명적일 것이다. 게다가 이미 자신의 속도에 반응할 수 있는 자이기까지 했다.
공간을 종단해 버린 트로이는 곧바로 검을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다시 상단 사선을 노리고 휘둘렀다.
다음은 하단 찌르기. 검의 절정에 다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매끄러운 움직임이었다.
‘마법사 주제에 움직임이 저토록 좋다니.’
그의 검로 하나하나가 충격파만으로도 상대를 찢어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엘런은 희한한 방법을 이용하여 생채기 하나도 없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방어막을 뚫었다 싶으면 엄청난 속도로 어디론가 빠져나가 버렸다.
그것까지 쫓아가면 기이한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해 냈다.
아무리 공격해도 닿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 이 기분은 어디선가 느껴 본 적이 있던 것이었다.
‘그럼 1위와 비슷한 실력이라는 건가?’
자신에게 이런 답답함을 준 자는 그 사람밖에 없었다.
한편, 트로이의 생각과는 별개로 엘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막아내고는 있지만, 충격파 때문에 따로 쳐야 하는 배리어의 수가 많다.’
상대도 공격할 때 오러를 사용하고 있겠지만, 엘런의 회피가 효율 면에서 떨어졌다.
이대로 간다면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전투에 참전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이걸 이렇게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엘런은 그를 상대할 만한 방법들을 떠올렸다. 마법을 사용할 시간도 주지 않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치는 트로이였다.
어떻게 7서클짜리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는 한 걸음의 수 미터는 움직일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
그의 마법 정도는 가볍게 피할 것이 분명했다.
‘피할 공간도 없이 넓게 공격하는 건?’
그것도 곧바로 기각했다. 마법을 넓게 쓰면 당연히 좁은 곳에 쓰는 것보다 위력이 약했다.
저 녀석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안 그래도 마나를 아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은 좋지 않았다.
‘빠르면서도 강력한 마법.’
그것은 가히 꿈의 마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엘런에게는 그 꿈의 마법이 있긴 했다.
‘아직 조준이 잘 안 되기는 하지만, 뭐 어쩔 수 없겠지.’
지금은 최대한 빨리 이 전투를 끝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 순간에도 탑주에 의해 왕실군 진형이 크게 흐트러지고 있었다.
일단 한쪽이 밀린다면, 그들은 왕실군을 감싸는 형태로 들어올 것이다.
왕실군은 양쪽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타앗.
엘런은 재빠르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레비테이션.’
뛰어오르는 속도에 레비테이션까지 사용하니 순식간에 까마득한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걸로 최소 몇 초는 벌었다.’
지금은 생각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몇 초밖에 남지 않은 시간.
‘블리자드 5중첩. 소닉 버스터. 압축.’
이시스와 제피로스의 힘이 깃든 블리자드와 소닉 붐이 엘런의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그 형태가 조금 이상했다.
본디 블리자드란 얼음 폭풍을 소환하는 마법으로 광역에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날아다니게 된다.
그런데 엘런이 사용한 블리자드는 고작 얼음 조각 5개만 소환되어 있었다.
우우우웅.
그 얼음 조각을 자세히 보면 안쪽에 수많은 얼음 조각들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광역 마법 블리자드가 얼음 한 조각에 모두 압축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소닉 버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군.”
트로이는 엘런이 공중으로 치솟자마자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랜드 마스터의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잡는데 몇 초 이상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엘런은 얼음 조각 몇 개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곳으로 올라올 때, 트로이는 분명 강한 마나의 파동을 느꼈다.
그 파동의 정체가 저 얼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보잘것없어 보였다.
처억.
엘런이 스태프를 일자로 세워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자세는 마치 엘런이 개량형 매직 미사일을 쏘기 전에 겨냥하는 모습 같았다.
퓻.
특별한 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다.
그저 귀에 거슬리는 정도의 소리였다.
그리고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트로이는 왼쪽 팔이 시려 오기 시작했다.
“뭣이?”
트로이는 깜짝 놀란 눈으로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그의 팔에는 얼음 조각 하나가 박혀 있었다. 분명 엘런의 앞에 있던 그 조각이었다.
사아아아.
트로이는 웬만한 마법에 대해서는 저항을 가지고 있었다.
전장에 블리자드가 휘몰아친다고 하더라도 오러를 두른다면 한동안은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왜 내몰아지지 않는 것이지?’
얼음 조각에서부터 자신의 팔로 들어오는 냉기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냉기는 자신의 팔에 엉겨 붙었다.
“머리를 노린 거였는데 말이야.”
정작 이 일을 저지른 엘런은 아깝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퓻.
똑같은 소리, 그리고 똑같은 결과.
이번에는 오른쪽 어깻죽지였다. 얼음 조각이 박힌 곳 주변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피부가 괴사하기 시작했다.
“젠장!”
괴성을 지르는 트로이를 무시한 채 엘런은 남은 3개의 얼음 조각을 마저 발사했다.
발사와 동시에 트로이의 몸에 박혀있는 얼음 조각.
“크헉.”
추진력을 잃은 트로이의 몸이 진행 방향을 하늘에서 땅으로 바꿔 버렸다.
그의 몸에는 총 3개의 얼음 조각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배꼽 아래쪽을 파고들어 갔다.
쿠웅.
트로이의 몸이 떨어지자 제국군들은 일제히 전투를 멈췄다.
“트로이 님의 신변부터 확보한다.”
커다란 방패들이 트로이의 앞에 세워졌다.
그러고는 병사들이 들어와 그를 자신들의 진형 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 일사불란한 모습에 왕실군은 잠깐 넋을 놓을 정도였다.
탓.
다시 바닥으로 내려온 엘런은 곧바로 트로이부터 처리하려고 했다.
그의 죽음을 알림으로써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쪽에서 보이는 푸른색의 구체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워터 스피어?’
성체보다도 커다란 구체였다.
‘저런 게 떨어지면 저쪽은 모두 쓸려 내려간다.’
당장 떨어지지 않고 구체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몇 번이고 마법을 중첩시키는 것이 분명했다.
단숨에 진형의 한 축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구체.
‘일단 저기부터 간다.’
엘런은 트로이의 처리보다도 탑주 쪽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얼음 조각이 트로이의 단전에 박힌 것을 보았다.
마법사로 치면 마나 하트에 박힌 것과 같다.
그리고 탑주 정도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진행되고 있는 자신의 마법을 해제시킬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면 트로이는 영원히 오러를 사용할 수 없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위험인물이 아니었다.
결론을 내린 엘런은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는 제국삼성 중 2위 트로이와의 결투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어떤 여운도 즐길 틈 없이 다음 전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모든 일의 원흉이자 이 지긋지긋한 싸움의 종점 마탑주 루이스 체들턴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