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5
15
아카데미로 (1)
“너, 너 뭐야……?”
바이샤는 검사가 죽는 것을 보자마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엘런은 그런 그에게 다가갔다.
“그건 네가 잘 알 텐데? 그러게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왜 건드려?”
퍼억!
엘런은 바이샤의 얼굴을 발로 차 버렸다.
“이 새끼가!”
죽음의 순간에도 자존심만큼은 남아 있는 녀석이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건가? 그럼 내가 파악하게 도와줘야지.”
퍼억! 퍼억! 퍼억!
엘런은 바이샤의 뒷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운 다음 그의 얼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 내가 누군지, 으어억! 알고 이러는, 크헉! 거냐?”
맞는 순간에도 입을 놀리는 바이샤를 보며 엘런은 혀를 내둘렀다.
“너 악덕 고리대금업자 바이샤잖아. 곧 죽을 놈.”
죽을 놈이라는 말에 바이샤는 흠칫했다.
하지만 이 애송이 따위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귀족들만 나서 준다면 거뜬히 처리할 수 있었다.
“내 뒤에 있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너 같은 새끼는 당장에라도 처리할 수 있을 거다!”
얼굴이 퉁퉁 붓고 코피를 흘리면서까지 외치는 모습에 엘런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가 내 성격을 건드린다, 이거지?”
엘런은 바이샤의 손가락 마디 하나에 매직 미사일을 쏘았다.
콰드득!
“으아악!”
“닥쳐,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한 손가락에 3개씩 있으니까 서른 번이면 끝나니까 참아.”
콰득!
“살려 주세요.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열 번째를 넘기지 못하고 바이샤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제 마음이 바뀐 건가? 그런데 난 아직 안 바뀌었는데.”
콰드득!
“으아아아악! 제발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저 사람 얼굴을 봐. 네가 저렇게 만든 거잖아. 나도 너 저렇게 만들어 주려고 그러는 거야.”
“안 그러겠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살려만 주세요.”
바이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도저히 방금 전의 모습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다시는 그렇게 살지 마.”
“네! 네! 이제 착하게 살겠습니다.”
바이샤는 그 자리에서 복종의 의미로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었다.
“오해했나 보네? 살려 준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퍼걱.
그리고 그 머리는 두 번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돌덩이로 된 창이 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간 것이다.
엘런은 피투성이가 된 제리에게 다가갔다.
“으어버어버.”
제리는 두려움에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꿈틀거렸다.
‘힐링’
위이잉.
엘런이 손을 가져다 대자 제리의 상처들이 낫기 시작했다.
“간단한 치료 마법이라서 완전히 낫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움직이는 데는 문제없을 테니까 얼른 집으로 돌아가 보세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제리는 엘런의 행동을 보고 눈을 끔뻑거렸다.
“가,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얼른 가 보세요.”
제리는 그 후 몇 번이나 더 감사를 하고 나서야 바이샤의 사업장을 떠났다.
‘이제 마무리해 볼까?’
엘런은 사업장 구석구석을 뒤지며 바이샤의 서류와 현금을 챙겼다.
따악.
화르륵.
사업장을 나온 엘런이 손가락을 튕기자 파이어볼 2개가 사업장을 몽땅 태워 버렸다.
일부러 사업장을 불태운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엘런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나중에 조사를 나왔을 때 마법으로 엉망이 된 이곳을 보면 그 누구도 엘런을 떠올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엘런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 바이샤의 서류를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생각보다 썩어빠진 귀족 녀석들이 더 많았군. 이러니 바이샤가 인신매매 사업을 할 수 있었지.’
혀를 쯧 하고 찬 엘런은 방금 전 있었던 전투를 떠올렸다.
‘노력이 부족했어.’
모든 것을 자신의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버릇은 여전했다.
‘앞으로 훈련 강도를 더 높여야겠어. 그리고 체술도 추가하고 말이야.’
* * *
그 후 일주일 동안 엘런은 모든 시간을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이제 2서클이 되었기 때문에 마나를 모으는 일에 더욱 신경 썼다.
1서클의 마법이 라이트나 클린과 같이 실생활 위주의 마법이라면 2서클부터는 원소 마법이나 보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화염계나 전격계의 마법인 파이어볼, 라이트닝은 강력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어 공격형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땅 계열 마법인 스톤 엣지는 방어용이나 견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수 계열 마법 아이스 포그는 전술적으로 아주 유용한 마법이었다.
그 밖에도 디텍트, 실드, 힐링과 같이 전투 시에 사용할 수 있는 보조 마법들도 있었다.
물론 2서클이 되었다고 해서 이 마법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클은 최소한의 기준이고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법의 원리와 복잡한 수식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 이해도에 따라 마법의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간혹 레오나드와 같이 원리에 대한 이해와 수식을 모른다고 해도 엄청난 마나량과 마나 친화력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엘런은 과거의 삶에서 마법보조사로 있는 동안 3서클까지의 마법에 대한 이론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공부했다.
뿐만 아니라 7서클까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마법들에 대한 이론은 완전히 이해했었다.
그 피나는 노력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은 기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 지금은, 서클만 올라가면 해당 서클의 마법을 100퍼센트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 전투를 계기로 엘런은 마법뿐만 아니라 체술 훈련도 병행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과거의 경험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어떤 형태의 싸움이 있을지 모른다.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얼른 체화시켜야 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꽤 돌아온 것 같기는 해.’
근력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감각 자체는 과거에 비해 반 정도 돌아와 있는 상황이었다.
‘입학 전까지는 최대한 강해져야 한다.’
* * *
아카데미 입학 5일 전, 유진과 그의 제자 한 명이 엘런의 집에 찾아왔다.
“스승님, 오셨습니까?”
엘런은 유진의 얼굴을 보는 것도 역겨웠지만 이용해 먹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런 일은 그의 장기 중 하나였다.
“오오! 그래, 엘런, 그동안 잘 지냈느냐? 입학 준비는 다 되었고?”
유진은 엘런을 진심으로 반가워했다.
이제 마탑에 이 천재를 자신의 제자라고 증명할 수 있었다.
“네.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얼른 출발하자꾸나. 수도에 도착해서 아카데미 용품을 사려면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엘런, 조심히 갔다 오너라.”
마리아는 엘런을 꼭 안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엄마. 꼭 마법사가 돼서 돌아올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오너라.”
시엔도 엘런을 껴안았다.
“너무 걱정들 말게나. 내가 잘 챙겨 줄 테니.”
유진은 서둘러 마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감사합니다. 저희 아들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자 출발하지.”
히이잉!
유진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부는 힘차게 말을 몰았다.
‘이제 마법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기필코 저번과는 다를 것이다. 레오나드, 네놈도 그곳에 있겠지?’
엘런은 멀어져 가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결심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