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23
23
충돌 (2)
“신성한 배움의 전당에서 폭력이라니요.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학생들끼리 일어난 작은 소동 같은 것입니다. 괜히 일을 크게 키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허어, 그것이 교사로서 할 말입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마법 아카데미 교사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자리.
이번 징계의 대상인 엘런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났던 날, 레오나드는 양호실로 옮겨졌다.
양호실 담당자인 플라는 그의 상태를 보자마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여태까지 치열한 대련 직후에 양호실로 실려 온 학생들을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얼굴이 엉망인 학생은 없었다.
눈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부어 있었고 콧대는 주저앉아 있었다.
이빨 3개가 빠진 탓에 발음도 새는 상황이었다.
플라는 응급처리를 한 후에 교사들에게 레오나드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의 상태를 본 교사들도 고개를 젓기는 마찬가지였다.
사태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엘런을 징계 위원회로 소환했다.
“다들 정숙하세요. 징계 위원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소란스럽단 말입니까?”
아카데미의 교장이자 징계 위원장인 도어가 주위를 진정시켰다.
그런데도 교사들은 여전히 으르렁거렸다.
엘런이라는 이름은 이미 아카데미에 이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었다.
“엘런, 자네는 직접 해명할 것이 있는가?”
도어가 엘런에게 물었다.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레오나드 사건은 엘런도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었다.
사전에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이렇게 노골적인 잘못에서 그가 빠져나갈 변명은 없었다.
“크흠, 자네가 저지른 일은 명백히 교칙에 어긋나는 일이네. 알고 있는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하루 꼬박 회복 마법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폭력을 가한 것도 말인가?”
“면목이 없습니다.”
엘런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도어는 의자를 쭉 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정상 참작할 만한 사항이 있기도 하더군. 다른 학생들도 자네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말이야. 결정하겠네.”
그 말에 교사들의 시선이 도어의 입술로 집중되었다.
위원회라고는 하나 위원장의 말이 거의 절대적이었기 때문.
지금 떨어지는 저 말에 아카데미 최고의 유망주의 미래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2주 동안 정학 처분을 내리도록 하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퇴학을 고려해도 모자랄 사건에 2주 정학이라니요?”
한 교사가 책상을 탁 치며 반론했다.
“교장님께서 결정하신 것이네. 막말로 지금 엘런은 체스터와 더불어 아카데미의 신성들이야. 우리가 장차 대마법사가 될 인재를 두 명이나 배출할 수 있단 말일세.”
타악.
도어는 책상을 가볍게 치는 것으로 주의를 집중시켰다.
“이것으로 엘런에 관한 징계 건은 마치도록 하겠네. 다음 킨버 학생을 불러오게.”
‘어찌어찌 위기는 넘겼구나. 앞으로는 감정에 휩쓸리는 건 주의해야겠어.’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온 엘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자칫 계획을 그르칠 뻔했다.
대업을 위해서는 아직은 몸을 사리고 있을 때였다.
‘일단 유진에게 가 봐야겠군. 어쨌거나 신세를 지긴 했으니까.’
엘런은 이번 사태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진에게 도움을 청했다.
유진이 간헐적 마법사라며 무시받는 시기는 이후에 있는 정기 검정을 간신히 통과한 이후였다.
아직은 그가 아카데미에 손을 쓸 수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입김이 징계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스승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연락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엘런은 인사도 하기 전에 일단 사과부터 했다.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다툴 수도 있지. 그래, 징계 결과는 어떻게 나왔지?”
‘오늘따라 더 듣기 싫은 말투인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평소 같았으면 이게 다 자신의 덕이라며 자랑을 할 놈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온화하고 친절한 어조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가 그대로 행동에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엘런은 그의 말투가 더욱 신경 쓰였다.
“2주 정학이라고 합니다. 한창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오. 아니야, 아니야. 2주 정학이라고 하면 학교 밖에서 생활해야 하지 않나? 돈이 좀 필요하겠군.”
그러면서 유진은 짤랑거리는 돈주머니를 엘런에게 건네주었다.
건네받은 주머니는 꽤 묵직했다.
‘이놈, 도대체 무슨 목적인 거지?’
엘런의 촉이 유진의 행동을 경고하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말자. 저런 덜떨어진 놈이 무슨 일을 꾸민다 한들 감당할 자신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요즘 내가 연구 때문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너 때문에 이렇게 찾아오는 거야. 정학이라고 기죽지 말고 더 열심히 하란 말이야.”
유진은 호들갑 떨며 인사를 하고는 급히 응접실을 나갔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허둥대고 서두르는 것 같았다.
‘또 무슨 속셈인 거야? 정학이 끝나면 알아봐야겠군. 그나저나 이 정도 돈이면 귀한 마법 서적을 구할 수 있겠지?’
엘런은 돈주머니를 보며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 킨버! 그 녀석의 아버지가 마탑과 거래하는 상인이었지?’
저번에 킨버에게 자신의 집에 마법 관련 서적이 많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이 마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아버지가 마탑에서 받아 온 귀한 것이라고 했다.
‘킨버랑 다른 애들도 징계 위원회를 나간다고 했으니 돌아오면 물어봐야겠군.’
* * *
징계 위원회를 다녀온 학생들은 모두 엘런의 방으로 모였다.
5명의 학생이 들어오자 좁은 방이 꽉 차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전부 2주 정학이라는 거야?”
엘런이 재차 확인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맞기만 한 너희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정학이라는 거야?”
엘런은 폭력을 가한 가해자였으니 징계를 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옆에서 보고만 있던 학생들이 징계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중에는 일방적으로 맞기만 한 로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린 그렇다 치고 로크는 무슨 죄야?”
한 학생이 바닥을 쿵 치며 말했다.
“정작 때린 놈들은 징계 위원회조차 열리지도 않았어.”
“야, 조용히 말해. 어디서 또 들을지도 몰라.”
그 말에 방금 말을 한 학생은 얼른 자신의 입을 막아 버렸다.
“어쨌든 이건 말이 안 돼.”
“어쩔 수 없지, 뭐.”
로크는 그때의 충격으로 말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내가 돈이 좀 있으니까 정학 기간에 너희들이 살 만한 숙소를 구해 줄게.”
“아니야. 매번 너희에게 도움 받을 필요는 없지. 우리 집이 여기에 있으니까 다들 거기서 지내면 돼.”
킨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알겠어. 일단 다들 내일 바로 나가야 하니까 짐 챙겨. 다시 한 번 나 때문에 미안하다.”
엘런은 이 상황이 자신이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징계는 그 결과가 달랐다.
징계 이력은 앞으로 있을 마탑 시험에서도 불이익을 끼칠 것이었다.
“절대 그렇지 않아, 엘런. 다 네가 책임지려 하지 않아도 돼.”
킨버는 엘런의 어깨에 손을 가져다 얹었다.
“적당히 하라고.”
툭.
그는 엘런의 가슴을 가볍게 치며 웃어 보였다.
“알겠다. 다들 내일 봐.”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엘런은 침대에 누워 2주간의 계획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뜻밖이긴 하지만 부모님께 연락을 취할 수도 있겠군.’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정학 동안 수도에서 생활하려면 평민의 자금으로는 무리였다.
그 때문에 아카데미에서도 평민 반에게 자주 쓰는 징계였다.
하지만 유진이 준 큰돈이 있으니 정학은 마치 방학과도 같이 느껴졌다.
‘아카데미에 있으면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