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235
235
최후의 전쟁 (2)
“으아아아악!”
“죽어! 제발 좀 죽어.”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
공포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족과의 전투에 익숙해진 프로드군을 제외하고, 다른 군들은 마족과의 전투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끔찍한 모습에 두려움에 떠는 이가 있는가 하면, 괴성을 지르며 난도질을 하는 이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전략적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3중대! 전원 즉시 뒤로 물러서라. 다른 이들과 진영을 맞춰!”
그런 그들의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은 지휘관들이었다.
정확하게는 실시간으로 전황을 파악해 다시 전술 지시를 내려 주고 있는 프로드의 전략관들이 있었다.
그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 덕에 지휘관이 있는 마족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면서 병사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씩 자신감이 싹트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섭기만 했던 마족들이 이제 상대가 된다고 여겨졌다.
오히려 자신들이 책 속에 나온 영웅같이 느껴지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다 죽여 주마, 이 마족 놈들아.”
그러다 보면 게 중 공(功)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잡아라. 저 잔악한 마족 무리들을 한 놈이라도 더 잡으란 말이다!”
그들 중 하나가 에다인 왕국군 지휘자 디보레였다.
에다인 왕국은 병력의 숫자가 적었기에 독립적인 한 군으로 분류하기보다는 고센 제국군과 프로드 군에 골고루 나눠서 배치했다.
디보레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세운 공적마저도 프로드와 제국이 나눠 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라도 돋보이면 전쟁이 끝나고 제국이든 프로드든 한 곳이라도 장군 자리를 하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자 그만 무리한 명령을 내리고 만 것이다.
지금은 마법적 지원을 받기 위해 전 부대가 뒤로 빠져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귓가로 전해지는 로미우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했다.
“마족 놈들이 우리에게 겁을 먹었다. 이제는 너희가 보여 줄 때이다.”
“병력들 뒤로 빼라는 말 안 들리나!”
전장의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란 로미우가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디보레는 그 말을 무시했다.
아예 귀에 꽂힌 구슬을 뽑는 행위까지 감행했다.
“저 새끼가…….”
로미우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저렇게 돌출 부위가 생기면 마족들을 그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저들이 그것을 버텨 낼 수 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저들은 에다인 왕국군, 그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부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함께 있던 프로드 군을 더욱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었다.
“으아아아악!”
“크헉!”
“컥.”
그 증거로 마족들에게 둘러싸인 에다인군의 비명이 구슬 너머로 들려왔다.
“젠장.”
오랫동안 끔찍한 전장에서 굴러서였을까.
로미우의 입은 꽤 거칠어져 있었다.
적어도 전장에서만큼은 고귀한 왕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듀크 경.”
“저런 놈들까지 살려야 하는 것입니까 ”
듀크는 혀를 차며 로미우에게 반문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아닙니까 그리고 부하들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모두 탐욕스러운 지휘관의 문제이지. 그들만이라도 구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듀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다인 병사들의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내려갔다.
“작전 변경. 각 부대의 돌격대장들이 앞으로 나선다. 마법사들은 마족 진영의 뒤쪽으로만 마법을 발사하되 보조에 중점을 맞춰라.”
그것을 본 로미우는 곧바로 명령 수정에 들어갔다.
이 작전에 핵심은 모든 부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
일단, 이곳에서 어떤 행동을 했으면 모든 부대에서 똑같은 행동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에다인 왕국의 저 지휘관이 한 행동에 그토록 화를 냈던 것이다.
그를 위해서 전략을 바꾸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것이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전군, 돌격대장을 중심으로 돌파 진영을 구축하라.”
예상보다 빠르기는 했지만, 드디어 최종 명령이 떨어졌다.
“에레네의 군사들이여, 모두 에레네의 검, 한센을 따르라. 그가 가는 길은 바다가 갈라지듯 길이 트일 것이다.”
“제국 최강의 검, 데이브 경이 출전하셨다. 그를 따라서 단숨에 올비아 산맥까지 치고 올라간다.”
“듀크 경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듀크 경과 함께 올비아 산맥 정상으로 가자!”
각 군에서 돌격대장들이 나섰고 그 뒤를 각국의 병사들이 따랐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그들의 뒤를 쫓는 이들이 있었다.
슈슝
콱.
퍼걱.
뒤를 쫓는 이들에게서 무엇인가가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격대장들의 측면을 노리고 들어오는 마족들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저, 저게 엘프구나.”
“내가 엘프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기세 좋게 돌격대장들을 따르던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엘프였다.
그 신비의 종족이 자신들을 돕고 나선 것이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엘프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일전에 엘런이 말해 준 대로 로미우의 명령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그대들이 있으니 달려가기가 훨씬 수월하군.”
듀크는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가르노아에게 말했다.
이미 마족 진영 한복판에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랬다니 다행이오. 마족의 지휘관이 있는 곳까지 거의 다 왔소. 이제는 그대 차례요.”
“거, 매몰찬 성격하고는.”
듀크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사냥감을 노리는 늑대의 그것처럼 변해 있었다.
스릉.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던 듀크가 검을 뽑아 들었다.
길이가 자신의 몸만 한 롱 소드.
그것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그의 손에 들렸다.
그리고 그가 검을 한 번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검이 아니라 마법을 사용한 것 같은 폭발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검에서 들려온 것이 확실했다.
쿠우우웅.
그가 검을 한 번 더 휘두르자 거기에 맞게 큰 폭음이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거기서부터가 제대로 된 전투의 시작이었다.
* * *
학살.
통념상 그것은 마족이 인간에게 행하는 것이라고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의 잔악한 성격으로 모든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극악한 마족의 모습.
그것이 지옥도의 일반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딘가 이상했다.
퍼걱.
촤아아악!
스겅.
푸르르.
수많은 피와 살점이 허공에 흩뿌려지고 있는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차이점은 그것이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 마족의 살점과 피였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비단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반대로 펼쳐진 지옥도를 겪고 있는 마족조차도 현재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 1명의 인간과 2~3명의 엘프들로 인해 마족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갔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인간들이 떼로 몰려와 자신들을 학살했다.
분명히 포위당한 것은 아닌데 포위당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중간에 파고든 저 인간과 엘프들 때문에 마족들은 양쪽에서 병력들을 상대하는 것과도 같았다.
이쯤 되니 마족의 지휘관들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프로드군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20분 내로 올비아 산맥으로 진입 가능합니다.”
“제국군도 반발이 거세기는 하지만 계획대로 가고 있소. 우리는 30분 정도 소요될 것 같소.”
“서부 대륙 연합군은 완전 소탕까지 얼마 남지 않았소. 5분 내로 산맥 진입이 가능하오.”
모든 방향에서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급하게 변경한 작전치고는 성공적이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예상대로 이루어져서 불안할 지경이었다.
“모든 시간은 가장 느린 제국군에게 맞추겠다. 서부 대륙 연합군과 프로드군은 속도를 조절하라.”
그의 지시에 따라 전 대륙 연합군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말도 안 되는 시간에 빨리 종결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위기라는 놈은 무엇이든지 예상대로 착착 진행될 때, 비로소 자신의 대가리를 땅 밖으로 내미는 법이다.
쿠웅.
거대한 둔기가 병사들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그 크기가 어찌나 컸던지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는 듯한 공격에 땅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겼다.
“인간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 섬뜩한 목소리였다.
생긴 것은 다른 마족 지휘관들과 비슷했다.
다만 그 크기는 차이가 있었다.
아니, 그냥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컸다.
왕궁의 기둥보다도 훨씬 굵은 둔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크기.
그 압도적인 크기에 병사들은 지레 겁을 먹고 말았다.
“그 녀석도 대단하단 말이야. 어떻게 이런 것까지 예상하는 거지 미래를 보기라도 하는 건가 ”
“그분은 성인이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겠소.”
“그런 자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니 제국이 패배하는 것도 당연하군.”
다른 병사들과 달리 돌격대장들은 거대한 마족의 등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들고 있는 검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고생해 주시오.”
“예, 저하.”
“이런 검까지 주었는데 당연히 값어치는 해야겠지.”
“그럼 시작하겠소.”
우웅.
우우웅
그들은 거대 마족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러자 지금까지 잠잠하던 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듀크는 그런 검에게 말을 걸었다.
누가 보면 거대 마족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미쳐 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우우웅.
그리고 그에 맞게 검이 그의 말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더욱 크게 진동했다.
츠츠츠츠츠.
그러더니 결국 검에서 무엇인가 빠져나왔다.
화륵.
온몸이 불로 타오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녹아 버릴 정도의 열기였다.
“나 참, 저 검 안에서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죄송합니다. 녀석이 좀 싸가지가 없기는 합니다.”
“호오, 너는 뭘 좀 아는 놈이로군. 그래, 어떻게 정령왕들을 검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는 거지 ”
화르륵.
그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라도 하듯 불꽃이 일렁거렸다.
-잔말 말고 빨리 눈앞에 마족이나 처리해.
-그래요. 엘런이 괜히 우리에게 부탁했겠어요
정신을 통해서 들려온 목소리는 다른 정령왕들의 목소리였다.
-알겠어, 알겠어.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정령왕들로부터 구박당한 이 짜증을 어딘가에 풀어야 했다.
“그게 너로군.”
그리고 이프리트의 눈이 거대 마족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