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236
236
최후의 전쟁 (3)
각자 돌격대장들의 검에서 튀어나온 정령왕들 앞에 정예 마족은 한낱 작은 강아지에 불과했다.
트로웰과 엘라임, 그리고 이프리트는 순식간에 정예 마족들을 처리해 버렸다.
병사들은 정령왕의 권능에 그저 입을 벌린 채 쳐다볼 뿐이었다.
심지어 서부 대륙 연합군 중에서는 자신들이 모시던 에레네라는 신이 사실은 정령왕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불경한 생각을 한 이도 있었다.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지요.”
“정령왕이라는 존재는 실로 대단한 것 같소. 여기도 끝이오.”
세 군데에서 튀어나왔던 정예 마족들이 거의 동시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보고는 마나의 파동을 타고 중앙 지휘실에 있는 로미우에게 전해졌다.
“모두 수고 많았소. 이제 올비아 산맥에 있는 마족들의 본거지를 전멸시킨다. 전군 산맥으로 진입하라.”
척척척.
로미우의 명령에 전 대륙 연합군은 올비아 산맥으로 진입했다.
워낙 악명이 높은 산맥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숲의 종족 엘프가 있었다.
올비아 산맥이 제아무리 변덕스러운 곳이라 하지만, 엘프의 숲 주변에 있는 숲과 비교한다면 훨씬 지조가 있는 편이었다.
세 진영의 엘프들은 정령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비미 산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물론 정령과의 소통은 정령왕들이 훨씬 원활했지만, 정령왕에게 길 안내를 부탁할 수는 없었다.
전 대륙에서 모인 연합군이 산맥을 올라가다 보니 그 넓은 산맥이 가득 차는 것 같았다.
산맥에 있는 몬스터는 이미 마족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다른 곳으로 도망쳤기 때문에 올라가는 길에 몬스터를 만날 일은 없었다.
“이곳이 마족들의 소굴.”
그리고 그들은 거의 동시에 비미 산에 있는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가르노아와 러셀이 들린 적이 있었기에 길을 헤맬 일이 없었다.
간발의 차로 가장 먼저 도착한 로미우의 군이 다른 이들을 맞이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소. 그대들의 용맹함 덕분에 인류가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소.”
“프로드군의 뛰어난 전략 덕분이오. 우리 고센 제국이 어째서 전쟁에 질 수밖에 없었는지 뼈저리게 느꼈소.”
“동부 대륙인들은 정말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투를 벌였소. 우리도 깨닫는 것이 많았소.”
서로 다른 지역에서 출발해 한 지점에 모인 그들은 아주 잠깐의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직 최종 목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의 시선은 정면에 보이는 동굴로 향했다.
검은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는 동굴은 마치 지옥의 아가리를 보는 것 같았다.
당장에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와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이제 저곳만 공략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오 ”
“그렇소. 저곳만 정리하면 끝이오.”
“그럼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내러 가 보실까 ”
“이것으로 정말 마지막이었으면 하는군.”
병사들은 산을 오르느라 다들 지쳐 있었지만, 충분한 휴식을 가질 시간은 없었다.
이곳은 적진 바로 앞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겠지만, 상대는 엘런도 어찌할 수 없었던 하메론이었다.
“입구를 봉쇄하라.”
로미우의 마지막 지휘가 시작되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면 최초의 대륙 연합군은 성공적으로 해산할 수 있었다.
꿀꺽.
그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지휘에 한층 신중을 가했다.
‘엘런, 이렇게만 하면 된다고 했지 ’
그는 엘런이 죽기 직전 남겼던 말들을 떠올렸다.
처음 들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그것들은 모두 사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엘런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로미우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병력들은 각자 위치에 가 있었다.
“제1 조.”
로미우의 지시와 함께 마법사들이 동굴 입구를 포위했다.
슈슈슈슝.
그들의 스태프에서 각종 마법들이 튀어나왔다.
어디에 부딪혔는지 몰라도 마법들이 동굴 내부에서 폭발했다.
물론 그런다고 동굴이 쉽게 무너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혹시 모를 매복에 대비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그 효과는 상당했다.
“이 새끼들이 진짜! 찢어 죽여 주마.”
우드드드득.
콰직!
동시에 그 반작용도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 하나가 들린 직후, 동굴을 포위하고 있던 마법사들의 몸이 찢어져 버렸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촤악.
붉은 선혈이 주변에 있던 병사들의 얼굴에 튀었다.
아니, 선혈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한 마법사의 장기였다.
“이, 이게…….”
갑옷이 온통 붉게 물들어 버린 병사들은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흥분 상태에 진입한 그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터져라.”
콰아아앙!
그 목소리가 신호탄이었다.
연합군 진영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어디라 할 것도 없이 모든 지점에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크아악.”
“으아아아아.”
무엇보다 커다란 소리를 동원하는 폭발이었다.
그것은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병사들은 혼비백산이라는 말이 딱 잘 어울렸다.
“멈춰라.”
우뚝.
말 한마디에 수만에 이르는 병사가 그대로 움직였다.
총 지휘관 역할을 하던 로미우조차 이 정도로 병사들을 동시에 통제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각각이 9서클에 달하는 정령왕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명령이었다.
병사들처럼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지만,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후우.”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소리와 함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저자식이었군.’
‘이프리트, 움직이지 마라.’
‘엘런이 말한 게 있잖아요.’
‘제가 나서겠습니다.’
로미우는 정령왕들에게 눈짓했다.
그러고는 공중에 있는 하메론을 올려다보았다.
“이 하찮은 인간들아, 이곳이 어디라고 찾아온 것이냐.”
신이나 할 것 같은 대사였다.
그러나 그 대사를 내뱉은 이는 그들과 다를 게 없는 인간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에 가깝게 강력하다는 것뿐이었다.
‘고작 그것뿐인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것은 하메론의 말 때문이었다고 칠 수 있다.
‘그러나 이 반응은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겠지.’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호흡은 가빠지고 심장도 달리기를 한 것처럼 쿵쾅거렸다.
같은 인간일 지인데 쳐다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이런 위험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메론, 드디어 나왔군.”
로미우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마치 너희가 날 불러내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하네.”
“너도 우리를 부르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래야 한 번에 처리하기 편할 테니까. 이거야말로 서로의 요구가 딱 맞아떨어진 경우구나.”
로미우의 말에 하메론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저 무능력하게만 보았던 로미우가 자신을 앞에 두고 바락바락 대들고 있으니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다.
“엘런도 죽은 시점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 보겠다고 너희들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 잘 알잖아.”
“그거야 모르는 거 아니겠나. 엘런 없이도 우리는 결국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말이야. 네가 불러낸 마족들이라고 해도 별거 없는 것 같더군.”
“그러니까 그게…….”
한바탕 쏟아내려고 하던 그가 잠깐 입을 멈추었다.
“아니다.”
그러나 하메론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가 결정한 것일까. 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다시 로미우를 보았다.
“너 그냥 죽어라.”
주욱.
그의 입이 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아직은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신과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걸 가지고 고작 인간 한 명의 행동에 일희일비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자신이 말 한마디를 하는 것으로 로미우는 죽었어야…… 할 텐데 ”
로미우는 살아 있었다.
그것도 아무런 변화도 없이 아주 멀쩡했다.
오히려 로미우는 어떤 확신이 생긴 것인지 두려워하던 반응마저도 사라져 있었다.
“죽으라고.”
하메론은 믿을 수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우웅.
그의 의지가 퍼져 나갔고 로미우의 주변에 있던 마나가 그것에 반응했다.
이제 그 마나는 하메론의 의지를 그대로 실현시킬 차례였다.
하지만 역시 로미우에게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대로 되지 않나 보군.”
“어떻게 된 거지 ”
그는 로미우를 째려보았다.
그러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봤을 때는 이상하지 않지만, 그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이상한 것이었다.
‘등 뒤에 롱소드를 매고 있다고 ’
그의 말대로 로미우의 등 뒤에는 롱소드가 매달려 있었다.
형태는 다른 돌격대장들과 똑같은 형태였다.
그러나 그의 몸집이 작기 때문인지 검이 훨씬 더 커 보였다.
‘지휘관 인데다가 무예 쪽으로는 일반 기사나 될까 말까 한 녀석이 검을 들고 있다니. 그것도 저렇게 휘두르지도 못할 검을.’
저 검이 수상했다.
세상의 어느 아티팩트가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저게 아니면 다른 의심스러운 것도 없었다.
‘모든 게 이상하다. 무엇보다 내가 읽었던 인과율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인과율에 변수라고 할 수 있는 건 엘런밖에 없다고 했을 텐데.’
잠깐 혼란스러워하던 그는 이내 단서를 찾아냈다.
‘엘런이 죽지 않았나 ’
그 생각과 로미우의 등에 있는 롱 소드를 보니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그 검 이리 내놔.”
우웅.
그의 명령에 반응한 것은 로미우가 아니라 롱소드였다.
그 검은 검푸른 빛을 발산하며 하메론의 말에 항명했다.
“그거였군.”
츠츳.
그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곧바로 로미우의 뒤에 나타났다.
“어느 틈에……!”
로미우가 급하게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후였다.
하메론은 이미 손이 검에 닿기 직전이었다.
“너, 이런 곳에 숨…… 크아악!”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롱 소드를 챙기려던 하메론이 갑자기 비명과 함께 로미우에게서 떨어졌다.
뚝뚝.
그리고 하메론의 왼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낸 결과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로미우의 검은 빛을 뿜어냈다.
“검의 정체를 이제야 알았나 역시 마왕의 현신이라 그런지 치밀하지는 않군.”
그것은 로미우가 한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미 하메론에 의해 모든 움직임을 박탈당한 다른 이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네 생각대로 이건 검이 아니다. 이건 말하자면…… 관 같은 건가 ”
그 목소리는 검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우우우웅.
로미우의 검이 더 큰 반응을 일으켰다.
덜덜덜 떨리기 시작하던 검이 어느새 검푸른색 빛에 완전히 휩싸였다.
뚝.
검의 반응이 잠깐 멎었다.
쩌저저저적.
그러더니 검 곳곳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쨍그랑.
마치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검이 깨져 버렸다.
그리고 거기서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쏟아졌다.
“젠장.”
하메론의 욕설이 들렸고 그 직후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반갑다, 하메론.”
“엘런, 네 이놈, 나를 속였던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