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24
24
상회 (1)
프로드 왕국은 대륙에서 마탑의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였다.
왕국 어디를 가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웬만한 도시에서는 그들을 위한 마법 용품을 판매하는 곳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수도 해리포드는 마법의 도시라고 불렸다.
주변국에서도 마법 용품을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심지어 적대국인 고센 제국도 마법 용품의 거래를 위해서 이곳을 이용했다.
킨버의 집은 해리포드에서 주로 마법 용품 거래를 하는 보르단 상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5년 전부터는 마탑과 정기적으로 거래를 할 만큼 유망한 상회였다.
“여기가 킨버네 집이야?”
“엄청 크다.”
던스와 로크는 입을 떡 벌리며 킨버의 집에 감탄했다.
두 명 모두 과거의 엘런과 같이 빚을 내 아카데미에 입학한 평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수도에서 잘나가는 상회의 건물은 귀족들의 저택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킨버의 집은 처음이구나.’
엘런은 이전 생에서도 킨버와 친했었다.
하지만 자신은 낙제했고 킨버는 졸업을 했다.
그 후 둘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니까 너희들 다 재워 줄 수 있는 거야. 들어가자.”
킨버도 오랜만에 집에 오는 것인 만큼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오오, 킨버 왔구나. 어서 오렴.”
“여러분들도 반가워요.”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킨버의 부모님이 그들을 반겨 주었다.
킨버도 미리 연락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대문까지 달려올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킨버의 친구인 로크입니다.”
로크는 최대한 정중한 말투로 그들의 인사에 답했다.
“그래,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세요.”
킨버의 어머니인 세나는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킨버의 룸메이트인 엘런입니다.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런의 소개에 보르돈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마탑과 거래를 하는 상인이었다.
그러니 그쪽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유망주의 이름을 듣게 되자 흥미가 동한 것이었다.
“네가 그 유명한 엘런인가 보구나. 모두 반갑다. 학교 다니면서 정학도 한 번씩 받아 보고 하는 거지. 다 경험이라 생각하렴, 하하하.”
보르돈은 킨버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외모만큼이나 호탕하게 웃었다.
“아 참, 다들 괜찮다면 식사하기 전에 상회를 한 번 둘러볼래? 마법사를 꿈꾸는 학생들인 만큼 흥미로운 것들이 많을 거다.”
보르돈의 말에 던스와 로크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네! 꼭 보고 싶습니다.”
던스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세나와 보르돈은 미소가 절로 나왔다.
“가서 밀퍼드를 불러와 주게.”
“예.”
상회의 직원은 얼른 밀퍼드를 불러왔다.
그의 뒤에는 보르돈과 동년배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마법보조사?’
엘런은 그것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나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세기가 미약했다.
회귀 후에는 마법보조사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긴 마법보조사라면 상회의 간부나 용병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무슨 일이야?”
“아아, 이 아이들은 킨버의 친구들인데 자네가 상회 견학을 시켜 줬으면 해서 말이야.”
“그렇군. 하긴 아카데미 학생이라면 마법 용품이라는 말에 껌뻑 넘어가겠지. 따라오너라. 내가 잘 소개해 줄 테니.”
밀퍼드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는지 반가움과 씁쓸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자신도 아카데미 시절에는 열정이 넘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막혀 마법보조사로 활동하게 됐다.
이 아이들도 자신과 똑같은 절차를 밟을 것을 생각했다.
“이쪽이란다.”
밀퍼드는 커다란 창고로 엘런 일행을 안내했다.
그 창고 안에는 수많은 마법 용품들이 있었다.
“이 반지에는 2서클의 마법 파이어볼의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 마나만 주입하면 주문을 영창 하는 것보다 빠르게 파이어볼을 구현할 수 있지.”
밀퍼드의 소개에 로크와 던스는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하나같이 신기한 물건들밖에 없었다.
“밀퍼드 아저씨가 일부로 최상급들만 골라서 말해 주는 거야.”
그들의 반응을 보고 있던 킨버가 쿡쿡거리며 엘런에게 귓속말했다.
물론 엘런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좋은 용품들이 많은데? 상회 규모가 엄청나구나.”
엘런의 칭찬에 킨버는 턱을 치켜들었다.
“마탑과 거래를 하면서부터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 거야.”
“마탑이랑 거래를 하는 것부터가 원래 잘나갔다는 거지.”
엘런의 칭찬에 킨버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문질렀다.
“그런데 저건 왜 하급 쪽에 분류되어 있지?”
엘런의 손가락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지팡이 하나를 가리켰다.
“그건 아직 미감정된 것이라서 그렇단다. 감정하려면 감정사들에게 꽤 큰돈을 줘야 하거든. 하지만 저 지팡이에서 나오는 마나량이 작아서 감정할 가치가 없는 것이지.”
엘런의 질문에 답한 것은 밀퍼드였다.
분명 그는 로크들에게 마법 용품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언제 엘런의 말을 들었는지도 몰라도 그는 안내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제가 마법 아티팩트 감정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저렇게 생긴 지팡이를 본 적이 있어요. 괜찮으시면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밀퍼드는 아리송한 눈으로 엘런을 보았다.
아티팩트의 감정도 마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감정 쪽으로 특화된 마법을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런 것을 아카데미 1학년인 학생이 감정을 하겠다고 한다.
밀퍼드의 반응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한번 해 봐라.”
밀퍼드는 엘런이 감정에 관한 책을 읽어 보고 호기심이 동해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
“본질에 스며들어 그 속에 숨겨진 것을 말해다오, 벨류에이션.”
엘런의 손에서 나온 마나가 지팡이에 스며드는 것을 보고 밀퍼드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진짜로 감정 마법을 사용했다고?”
보르돈에게 엘런에 대한 정보를 듣긴 했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유망주라고.
하지만 책을 읽은 것만으로 마법을 사용한다니.
이것은 유망주의 틀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던가.
“이건 가린의 노래라는 지팡이로 수속성 마법을 증폭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요. 이 정도면 중상급에서 상급 아티팩트는 될 것 같은 걸요?”
“그, 그게 정말이냐?”
엘런의 분석을 들은 밀퍼드는 당장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그대의 힘은 생명의 근원이 되어 세상을 적실 것이다, 아쿠아.”
쏴아아아.
양동이에 담은 물을 부어 버린 것처럼 바닥에 물이 쏟아졌다.
그 양은 평소에 밀퍼드가 구현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았다.
“정말 수속성 증폭 효과가 있잖아.”
아티팩트의 효과를 사용하려면 시전자는 그 효과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했다.
그 아티팩트의 원리를 수식에 추가시켜 마법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해 본 결과 엘런의 감정은 성공이었다.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구나. 미안하다. 상회의 물건들을 더 보여 주고 싶지만, 일단 보르돈에게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다른 친구를 붙여 줄 테니 그 친구를 따라 조금 더 구경하다 와라.”
밀퍼드는 엘런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한 후 급히 보르돈의 방으로 갔다.
“엘런, 너 감정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어?”
“그냥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저 지팡이에 대해서도 책에 적혀 있어서 감정하기 쉬웠던 거야.”
“천재라고 불러 댔지만 정말로 천재였잖아, 이 녀석?”
킨버와 로크, 던스는 엘런을 보며 감탄을 했다.
비록 마법보조사이긴 했어도 20년 이상을 마법에 종사한 밀퍼드에게 극찬을 받은 것이다.
* * *
“보르돈, 자네 아들의 친구 말일세.”
밀퍼드는 보르돈의 방에 오자마자 엘런 이야기를 꺼냈다.
“엘런 말인가? 그 친구 마탑에서도 소문이 돌 정도더군.”
보르돈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은, 자네가 어떤 소문을 들었든 그 이상이라는 것이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보르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 엘런이 미감정품으로 분류되어 있던 지팡이를 감정했네.”
“뭐라고? 감정 마법은 그 분야를 따로 공부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네. 하지만 그 친구는 감정 마법에 관한 책을 읽었다고 하더군.”
“허허, 킨버 녀석, 생각보다 더 대단한 녀석을 친구로 뒀군. 역시 내 아들이야. 인복이 좋단 말이지. 그놈이 말이지.”
보르돈은 자신의 가슴을 치며 아들에 대한 칭찬을 이어 가려 했다.
쿵!
밀퍼드는 보르돈의 책상을 내리쳤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자네, 저 친구 꼭 잡아 두게나.”
보르돈의 눈빛도 진지하게 변해 있었다.
“당연하지. 이래 봬도 상인이야. 사람을 보는 안목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