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29
29
이변 (1)
프로뱅과의 계약을 마친 엘런은 던전 밖으로 나왔다.
쿠르릉!
엘런은 해리포드 던전의 입구를 여는 기관을 부숴 버렸다.
‘이제 이 던전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겠지?’
성벽을 보수하던 경비병에 의해 발견되었던 던전이었다.
이로써 해리포드를 떠들썩하게 만든 던전의 발견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 되었다.
-오랜 시간 살았던 곳이라 그런지 괜한 아쉬움이 남는구나.
“어쩔 수 없죠. 이곳이 발견되면 왕실이 발칵 뒤집힐 겁니다.”
-그저 늙은이의 한탄이지.
엘런은 곧장 여관을 하나 잡았다.
아직 정학 기간이 일주일도 넘게 남아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엘런은 수련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7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대마법사가 있었다.
“그럼 쇼크웨이브 수식을 구성할 때, 매직 미사일의 식에서 이렇게만 변형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습니까?”
-바로 그거다! 이해력이 아주 뛰어나구나. 방금 가르쳐 준 것인데 응용까지 해내다니.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보면 엘런을 그저 미친놈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엘런은 지금 커다란 양피지에 빽빽하게 글을 쓰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위웅.
엘런이 양피지에 쓰인 마나를 흩어 버리자 마나로 된 글자들이 지워졌다.
“저도 새로운 방식의 마법 구성을 들어서 신기합니다.”
-내가 몇십 년 동안 연구한 것들이다. 다른 녀석들은 흉내도 못 낼 것들이지.
그렇게 말한 프로뱅도 내심 놀라고 있었다.
엘런의 습득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이 이론의 개념 자체도 이해하는 데 힘이 들 텐데 말이야. 엘런 이 녀석은 단번에 이해하고 응용까지 하고 있구나.’
“그럼 쇼크웨이브의 범위를 늘리려면 이 식을 고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엘런도 신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과거에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부터 독학으로만 마법을 배워 왔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그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바로 물어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적용 방법에 대해서도 프로뱅과 토론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학 기간 동안 실력이 많이 늘겠는걸?’
* * *
정학 기간이 끝나고 엘런을 비롯한 학생들은 모두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그들의 정학이 끝나자마자 교장인 도어는 1학년 학생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이상의 이유로 귀족반 릭 체들턴과, 평민반 엘런의 특별반 진급을 허락합니다.”
짝짝짝.
체들턴과 엘런의 특별반 진급식이 있었던 것이다.
“엘런, 진짜 멋있다.”
“특별반이면 정식 마법사가 된다는 말이잖아.”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평민반 학생들은 모두 엘런을 향해 선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야야, 니들이 엘런이 평소에 하는 걸 봐야 해. 저 독종같이 노력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을걸?”
킨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정학 기간 동안 엘런이 있는 여관을 한번 갔었다.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빽빽하게 채워진 양피지들과 퀭한 눈의 엘런이었다.
“건방진 놈.”
“체들턴은 언제 저놈을 박살 내 주는 거야?”
“솔직히 체들턴도 엘런한테 못 이기는 거 아니야?”
“대련 때도 체들턴이 쓴 마법 엘런이 다 막았잖아. 더 진행됐으면 아마도…….”
귀족들 사이에는 파가 갈리기 시작했다.
주로 체들턴을 따르는 고위 귀족들은 아직 엘런을 증오했다.
반대로 하위 귀족들은 엘런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번 생에서는 그토록 힘들었던 일이었는데.’
엘런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특별반 학생은 따로 시험 없이 마탑에 들어가는 것이 확정되어 있다.
30년간 번번이 마탑 앞에 무릎 꿇었던 마법보조사.
이제 그것을 이룬 것이다.
“특별반에 가서도 지금과 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도어가 체들턴에게 손을 뻗었다.
“감사합니다.”
체들턴과 악수를 한 후 도어는 엘런에게로 갔다.
“이례적인 일이지만 너에게는 충분히 그에 합당한 실력이 있다. 특별반에 가서도 열심히 하거라.”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엘런과도 악수를 마친 도어는 다시 단상으로 갔다.
“여러분도 이 두 학생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이 보여 준 노력에 나는 꼭 보답할 테니 여러분들도 나의 기대에 보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의 말에 모두 박수를 쳤다.
“잠깐만요, 도어 님.”
그때 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으로 목소리를 키운 것 같았다.
“지금 저 학생에게는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습니다.”
그의 쩌렁쩌렁한 울림 탓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자크 체들턴, 아카데미 내의 행사네만. 이게 무슨 무례인가?”
도어는 절차도 없이 무작정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자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체들턴 가문이라고 하지만 마탑에서는 마탑만의 서열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안이 시급한지라 이렇게 결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엘런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니 무슨 말인가?”
도어의 말에 자크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숨을 한 번 고른 그는 모두가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말했다.
“엘런, 저 학생은 왕국에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는 흑마법을 익혔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흑마법?”
“엘런이 흑마법을 익혔다고?”
“저게 무슨 말이야?”
“흑마법이라니!”
자크의 말로 인한 효과는 순식간에 주위로 퍼져 나갔다.
그의 예상대로 학생들이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콰앙!
“정숙!”
도어가 그들의 혼란을 종식했다.
따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엄은 상당했다.
“자크 체들턴, 엘런이 흑마법을 익혔다는 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저 녀석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사악한 흑마법에 손을 댔습니다.”
자크는 엘런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는 결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엘런은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해 논리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아카데미까지 포함해 40여 년의 마법 인생 동안 흑마법은 단 한 번도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어디 신성한 배움의 터에서 거짓을 고하느냐! 내가 네놈의 행적을 샅샅이 알고 있거늘. 들어오게.”
사람들의 눈이 자크의 뒤를 향했다.
‘저, 저 새끼가?’
그의 뒤에서 쭈뼛주뼛 서 있는 자는 바로 엘런의 스승 유진이었다.
“저의 제자가 힘에 눈이 멀어 흑마법을 익히는 것을 제가 봤습니다. 제자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점에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