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32
32
내가 무릎을 꿇었던 이유 (2)
“여섯, 번호 끝.”
엘런이 마지막 번호를 말했다.
“5번실 인원 이상 없습니다.”
방장의 말에 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갔다.
“6번실 보고 드리겠습니다. 하나”
“따로 특이사항은 없고 아침 먹으러 가 봐.”
모든 수감자들의 보고를 들은 간수는 귀찮다는 듯 손을 까딱거렸다.
우적우적.
“오늘은 웬일로 빵이 덜 푸석거리냐?”
“그래 봤자 머리카락 씹는 느낌인 건 마찬가지야.”
“말할 시간 있으면 빨리 먹어라. 식사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빵 하나와 물 한 컵.
그것이 수감자들의 한 끼 식사였다.
빵은 푸석함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허기는 그런 것조차 맛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분명 프로뱅이 말한 장소가…….’
엘런은 빵을 뜯어 먹으며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간수 한 명이 수감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왔다.
“시간 끝났다. 모두 일과 준비해라.”
‘이렇게나 빨리?’
엘런은 주변을 둘러봤다.
수감자들은 다 먹지도 못한 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물론 아직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한 입이라도 더 먹겠다고 입을 벌렸다가는 며칠간 굶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눈길만 한 번 더 보낼 뿐이었다.
까앙. 까앙.
채굴장으로 다가갈수록 곡괭이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오늘은 3번 갱도냐?”
“맞습니다.”
“아아, 거기는 특히나 좁고 더운 곳인데. 누구 쪄죽일 일 있냐?“
“이럴 때는 윈드 마법이면 그만인데.”
한 수감자가 자신의 팔찌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
‘이것만 끊어 버리면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까?’
까앙.
그런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곡괭이 소리가 들려왔다.
‘일이나 하러 가자.’
방장의 인솔 하에 그들은 각자 장비를 챙겼다.
마법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마정석.
때문에 아티팩트 제작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이었다. 물론 가공이 어려워 아직 널리 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인류 문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길 물질이었음에 의심은 없다.
까앙.
“좀 깨져라!”
무엇보다 이 마정석은 매우 단단했다.
엘런 역시 곡괭이와 씨름하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식사 메뉴 역시 아침과 마찬가지로 돌처럼 딱딱한 빵 하나와 물이 전부였다.
“이번에는 절대 빵 안 남기고 다 먹는다.”
아침때 어쩔 수 없이 빵을 남겨야 했던 수감자들은 허겁지겁 빵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짧은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수감자들은 저마다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아카데미를 졸업했을 때가 3서클 마스터였다니까. 뜨내기 3서클 유저 졸업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그래서 흑마법을 공부하셨나?”
한 수감자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시답잖은 이야기였지만 그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다.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곡괭이 소리가 드디어 그쳤다.
작업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수감자들의 입에서는 피로감이 가득 담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모두 신속히 갱도 밖으로 나간다.”
당장이라도 앉아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간수의 말에 수감자들은 재빨리 장비를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
저녁 식사는 아침과 달리 수프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래 봤자 질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쳤다.
드디어 수감자들에게 몸을 눕힐 시간이 생겼다.
누군가는 혼자만의 휴식을 취했다. 또 다른 이들은 낄낄거리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마법 이론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감자도 있었다.
“점호 준비하지.”
방장의 말에 수감자들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보고해라.”
곧이어 복도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뚜벅뚜벅.
간수의 걸음이 방문 앞에서 멈췄다.
“하나.”
수감자 하나가 얼른 번호를 외쳤다.
“여섯, 번호 끝.”
“5번실 이상 없습니다.”
방장의 말에 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갔다.
“지금부터 취침에 들어간다.”
수감자들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금세 잠에 빠진 것이다.
다음 날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었다.
자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편안한 시간이었다.
* * *
“야야, 이쪽으로 던지란 말이야!”
“좋았어.”
수감자들이 가죽으로 만든 공을 이리저리 던지고 있었다.
“뭘 보고 있냐? 저거 하고 싶어서?”
의자에 앉아 공놀이를 구경하고 있던 엘런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어요.”
엘런의 옆에 앉은 사람은 첫날 그에게 그릇을 던진 레브였다.
그는 첫인상이 좋지 않은 사내였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의외로 괜찮은 남자였다.
“그러고 보니 너한테는 첫 휴식 날이겠군. 얼마나 꿀맛 같은 날인데.”
“안 그래도 매일같이 곡괭이질만 하다가 이렇게 있으니 몸이 편하네요.”
엘런이 기지개를 쭉 켰다.
몸의 관절이 맞춰지며 우두둑 소리가 났다.
“그런데 원래부터 이런 날이 있었어요?”
레브는 고개를 저었다.
“2년 전이었나? 높은 강도의 일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죄수들 폭동이 있었어. 금방 진압되긴 했지만, 꽤 많은 인원수가 참가했었거든. 그때 일주일에 한 번은 이런 시간을 가지기로 합의했어. 저녁에 수프가 추가된 것도 그때부터였던가?”
둘은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이 엘런이 이곳에 대해 질문하면 레브가 답하는 식이었다.
“이 새끼가!”
그때, 운동장 중간에서 욕설이 들려왔다.
“방금 뭐라 그랬어?”
두 명의 수감자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간수들도 그 모습을 봤다. 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조치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고 있는 간수도 있었다.
퍼억!
말싸움으로 시작한 싸움은 급기야 주먹까지 쓰게 됐다.
“간수들이 말리진 않나요?”
엘런은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웃고 있는 간수들을 보며 물었다.
“그럴 필요가 있나? 어차피 마법으로 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달마다 줄줄이 들어오는데, 신경도 쓰지 않아. 대놓고 여기서 죽이려 들지만 않으면 말이야.”
레브의 말에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나 파벌들의 알력 싸움이 있구나. 인간들이란 어쩔 수 없는 건가?’
엘런은 뒤엉켜서 싸우고 있는 수감자를 보며 생각했다.
엘런이 이곳에서 파악한 파벌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 천한 새끼가! 넌 밖이었으면 나한테 죽었어.”
저 말투에서 볼 수 있듯이 귀족 출신 파벌이 있었다. 그들은 정말로 흑마법을 배웠다고 하기보다는 정치의 희생양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정적 제거로 또 그만한 게 없지.’
마법적 금기를 어긴다는 것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
그에 비해 받게 되는 형벌은 엄청났다.
에니스에 감금되는 것. 즉 몇 년 동안 완전히 정계에서 은퇴시킬 수 있었다.
‘수장이 그론리드 가문 사람이었나?’
그론리드는 체들턴 가문에 필적하는 마법사 명문가다.
에니스 귀족파의 수장은 이 그론리드가의 사람이었다.
“밖이었으면 네가 나한테 죽었다. 제물로 삼아 버렸을 텐데.”
다른 한편은 정말로 흑마법을 배워 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특히 혈마법을 자행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마지막 하나는 대부분의 평민 출신과 마법보조사들로 이루어진 중립파였다.
그 중립파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 엘런이 속한 방의 방장이었다.
“그만하시죠.”
둘의 싸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을 때 방장이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