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33
33
내가 무릎을 꿇었던 이유 (3)
“브레디, 너도 요즘 눈에 거슬려. 아무리 너라도 계속 이런 식이면 못 봐준다.”
그론리드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방장, 브레디를 노려보았다.
“그게 아니고, 요즘 왕실 감찰이 돌 시기라고 합니다. 그론리드 님도 조심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쳇. 그놈의 감찰은 아주 밥 먹듯이 오는 거냐?”
그론리드는 휙 몸을 돌려 버렸다.
“자네도 너무 눈에 띄지 말게나.”
“아, 예! 죄송합니다.”
어쩐 일인지 그는 브레디의 말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휴식 시간 끝이다. 다들 채굴장으로 움직여.”
엘런이 레브에게 흑마법사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려 할 때 간수의 명령이 떨어졌다.
“꿀 같은 시간도 이제 끝이구먼. 어서 움직이자고 저 자식들이 꼬투리 잡기 전에.”
레브가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나자 엘런도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구역별로 모여.”
간수의 말에 수감자들은 자신이 배정받은 조에 맞춰 섰다.
“그대로 이동한다.”
까앙. 까앙.
컴컴한 광산 안에서 곡괭이질 소리가 들려왔다. 10명 정도의 수감자가 마정석을 캐고 있었다.
까앙. 까앙. 까앙.
그중 다른 소리보다 훨씬 빠르면서도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곡괭이 소리가 있었다.
“저 녀석은 아침에 빵을 하나씩 더 먹는 건가?”
“아니, 저 친구 자세는 영 별로인데 어떻게 저렇게 잘 치는 거지?”
“5년쯤 있었던 수감자보다도 생산량이 좋더군요.”
“쯧쯧. 여기서 저렇게 잘해 봤자 뭐 얻을 게 있다고.”
“덕분에 저희야 할당량 빨리 채워서 일찍 끝나니 좋지 않습니까?”
수감자들이 하나같이 보고 있는 소년은 엘런이었다.
“후욱. 후욱.”
엘런이 숨을 내쉴 때 푸른색의 마나가 보였다. 너무나도 미세해서 자세히 보아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온종일 이 짓만 해서 그런지 효과가 빠른데? 그자에게 배웠을 때만큼은 되찾은 것 같군.’
엘런은 마나를 온몸에 순환시켜 신체의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기사들의 신체 강화 능력과도 흡사한 이것은 마법사를 위해 만들어진 체술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자도 살아 있겠군. 내가 안 구해 주면 그 전투에서 죽게 되는 걸까?’
엘런은 이전의 생에서 기사 출신 용병 한 명을 구해 준 적이 있었다.
중간에 마을이 전혀 없는 경로였고, 그의 부상이 심했던 탓에 목적지까지 그를 데리고 있었다.
그에게서 지금 엘런이 사용한 체술을 배울 수 있었다.
기사들은 자신만의 특성이 든 마나를 정제하여 신체를 강화한다.
마법사들은 체내의 마나를 정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화 능력을 사용하려면 따로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신체 강화 마법은 계속해서 주문을 외워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르쳐 준 체술은 마나를 정제시키지 않고도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마법보조사였던 엘런도 신체 강화를 할 수 있었다.
신체 강화는 단순히 체내의 마나를 순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주문을 외우거나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마법사의 마법을 예방하고자 만든 속박의 팔찌의 감지도 피해 나갈 수 있었다.
‘그때 기간이 조금만 길었다면 제대로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엘런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채굴을 계속했다.
예상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작업을 끝내면 그 시간만큼은 휴식 시간이다.
수감자들의 채굴 효율을 올리려는 방법이었다.
“오늘도 일찍 끝냈군. 휴식을 취하되 채굴 구역 안에서만 있어라.”
간수의 말에 수감자들은 모두 곡괭이를 내려놓았다.
“오늘도 네 덕분에 조금 쉬고 가겠다.”
“고맙다, 엘런.”
엘런과 같은 조의 수감자들은 항상 이렇게 휴식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아니에요. 다 같이 쉬면 좋죠.”
엘런은 채굴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채굴장은 개미굴처럼 이리저리 뚫려 있었다. 그에 반해 간수의 인원은 턱없이 부족해 한 조에 한 명이 투입되었다.
간수들은 하나같이 기사 출신이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 여러 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인지 그들은 채굴장 앞에 앉아서는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다.
엘런은 그들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앉았다.
“그럼 이어서 계속하시죠?”
엘런이 입을 열자 프로뱅이 말하기 시작했다.
-좋다. 네가 사용하는 수식은 너무 비효율적인 계산이 많더군. 요즘 것들은 수식에 필요 없는 걸 왜 그렇게 넣어 놓은 것이냐?
모든 것이 공동체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이 시간에는 프로뱅에게 마법 이론을 배울 수 있었다.
그가 가르쳐 주는 마법들은 항상 기존의 마법들과는 달랐다.
그는 마법의 수식을 과감하게 줄여 버렸다. 또 어쩔 땐 수식을 조금 추가하는 것으로 훨씬 더 강력한 마법을 구현했다.
-마나는 그런 식으로 끌어 올리지 말라니까. 이론 부분은 그토록 이해를 잘 하면서 이런 것은 아무리 말해도 듣질 않는구나.
마나를 끌어 올리는 방식도 어딘가 달랐다.
기존의 마법은 마나 하트로부터 끌어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프로뱅의 방법은 마나 하트를 압박해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거 몸에 무리가 가는 거 아닙니까?”
엘런은 심장을 쿡쿡 찌르는 듯한 고통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네가 아직 마나를 그런 식으로 뽑아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훨씬 효율적으로 마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네놈은 워낙 마법적 재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야.
“후우, 어쨌든 내일이면 연구실이 있다는 채굴장으로 가는 날입니다. 그곳에 가면 지성의 탑으로 들어갈 표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죠?”
200여 명의 수감자들은 10명씩 20개의 채굴장을 순환한다.
내일부터는 엘런이 프로뱅의 연구실이 있는 곳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전에도 그 채굴장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넉넉한 여유 시간을 갖지 못해서 연구실을 조사해 볼 기회가 없었다.
“이제 1시간 정도는 일찍 끝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유로운 활동도 확보됩니다. 내일부터는 조사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연구실부터 찾아라. 거기에 가면 표식뿐만 아니라 너의 그 성가신 팔찌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엘런은 자신의 팔에 채워져 있는 팔찌를 보았다. 이 팔찌 때문에 자신은 물론 여기 있는 모두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 정도의 간수들만으로 에니스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