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36
36
심상치 않은 기운 (3)
“도와줄 생각은 없다 이건가? 너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지. 혹시라도 이 계획 다른 곳에 입도 뻥긋하지 마라. 그랬다가는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브레디는 일으켰던 몸을 다시 눕혔다.
“말은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그런 상태로 어떻게 간수들에게 덤빈다는 겁니까? 개죽음이 뻔한데.”
“그론리드 가문이 없어진 이 상황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마법도 못 쓰는 마법사들끼리 우르르 몰려가면 이기기라도 한답니까? 시간을 가지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브레디는 눕혔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여기에 뭐가 있기에 그러는 거지?”
브레디는 호기심이 동한 듯했다.
“하아.”
엘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에서 많은 계산이 오갔다.
“말씀드렸다시피 전 누명을 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체들턴 놈들이 저를 흑마법사로 몰아간 것이죠. 급조한 탓에 증거는 빈약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권력은 재판을 몰고 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확실한 증거가 아닌 이상 에니스까지 보낼 수 없었을 텐데?”
브레디의 말이 맞았다.
통상적인 경우에라면 말이다.
“물론 이의를 제기한다면 몇 주 정도 조사받다가 풀려났겠죠. 하지만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부모님의 목숨을 가지고 거래를 해 왔거든요. 저는 이곳에서 그들의 관심 밖에서 힘을 기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소란을 일으키면 분명 에니스는 집중 관리에 들어갈 겁니다.”
“안타깝긴 하다만, 우리의 대의보다는 크지 않은 것 같군.”
브레디의 말에 엘런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어설픈 방법으로는 설득이 되지도 않겠지.’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되었든 이번 봉기는 막아야 했다.
“어쩔 수 없군요. 적당히 해서 넘어갈 것 같지 않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흑마법사의 제자입니다. 제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스승님의 유지를 온전히 잇기 위함입니다. 만약 봉기가 일어나게 된다면 그분의 뜻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브레디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흑마법사라면 여기 대부분이 흑마법사지.”
그의 말대로 에니스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사람이 흑마법사였다. 그중에서는 꽤 고위급 흑마법사도 더러 있었다.
“저의 스승은 프로뱅 님입니다.”
그 순간 브레디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이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구나. 그분의 이름은 네놈 같은 녀석이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뱅은 100년 전에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금기된 마법을 사용해서 사형당했다.
그런데 웬 꼬마가 그의 제자라고 나타났으니 브레디의 반응은 당연했다.
“프로뱅 님께 직접 마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들을 가치도 없군.”
“그분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고 있던 브레디가 멈칫했다.
“그분의 연구실은 이곳 에니스에 있습니다. 저는 그분의 제자이기 때문에 그곳들 출입할 수 있죠.”
“그게 정말인가?”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엘런은 문 앞에 서서 밖을 살피며 말했다.
“언로크, 하이드”
철문이 열리는 것을 본 브레디는 놀란 눈으로 엘런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한 거지?”
“뭐, 그렇게 됐습니다. 자세한 건 조금 있다가 설명하겠습니다. 얼른 따라오시죠.”
엘런은 당황한 브레디를 끌고 공용 세탁실로 갔다.
쿠르릉.
세탁실 바닥이 열리자 프로뱅의 연구실까지 이어지는 땅굴이 있었다.
“허어, 이건 또 무슨…….”
계속해서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자 브레디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쪽입니다.”
덜컥.
땅굴을 통과하자 나온 것은 8번 채굴장이었다. 엘런의 뒤를 따라 브레디도 땅굴을 빠져나왔다.
“자네 도대체 이런 능력을 갖추고도 어째서 이 안에 있는 것인가? 당장이라도 탈출할 수 있는…….”
쑤욱.
브레디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엘런은 벽면을 통과해 버렸다. 다시 고개를 내민 엘런은 브레디를 향해 손짓했다.
“얼른 오시죠. 여기 제가 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알겠네.”
털썩.
엘런과 함께 프로뱅의 연구실로 들어온 브레디는 갑자기 엘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조금 전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저는 프로뱅 학파의 3대 제자입니다. 연구실로 들어오는 방법부터 내부의 모습까지 제가 책에서 읽은 그대로입니다.”
“무릎 꿇을 것까지는 없습니다. 일어나세요.”
엘런은 무릎을 꿇고 있는 브레디를 일으켜 세웠다.
“프로뱅 님의 연구실에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은 그분의 제자라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70여 년 전에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뱅 님은 그날 사형장에 있는 모두를 속이는 일루전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아무리 프로뱅 님이라도 그 정도의 마법은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마법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죠. 저는 우연한 기회에 그분을 만나게 되어 마법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스승님은 얼마 전에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엘런은 급한 대로 프로뱅의 일을 지어 냈다.
리치가 됐다고 하는 것은 이 시대에 아주 위험한 내용이었다.
“그렇습니까? 아아, 얼마 전까지 그분이 살아 계셨다니. 스승님이 알았으면 아주 기뻐하셨을 텐데. 그분이 힘을 잃지 않았다면 흑마법사들의 권리도 이 정도까지 핍박받지 않았을 겁니다.”
엘런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브레디를 보았다.
‘저 마음은 내가 잘 알지. 그놈의 마법보조사라고 마법사들에게 핍박받던 것이 생생하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브레디, 제 말을 들어 주실 겁니까? 이는 제 스승 프로뱅 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브레디는 고개를 푹 숙였다.
“순수한 마나의 탐구자 프로뱅 님의 제자이신 엘런 님을 따르겠습니다. 이제부터 중립 세력은 모두 당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엘런은 처음 들어보는 극존칭에 어안이 벙벙했다.
“중립 세력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습니까? 그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서 중립 세력인 것 아니었나요?”
“사실 에니스에 중립 세력은 없습니다. 다만 그론리드가 수장으로 있는 귀족파와의 균형을 위해 흑마법파를 분할해 놓은 것입니다. 두 세력 간의 갈등이 균형을 맞춰야 간수들의 눈을 속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립 세력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엘런이었다.
중립 세력은 수감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브레디가 그의 밑에 들어온다는 것은 중립 세력을 엘런이 모두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럼 흑마법사파의 수장을 만나 볼 수 있습니까? 그들과도 협의가 필요해서요.”
중립 세력의 수장이자 흑마법파의 주요 인물인 브레디를 설득했다.
이 정도면 흑마법파의 봉기를 막기 위해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바로 에니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파벌을 두 개로 쪼개 버린 흑마법파의 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