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39
39
5년 후 (2)
“저거 본 아니야?”
“어휴, 또 왔구먼.”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근방에선 유명한 사람 같았다.
“너희들 뭐 구경났어?”
본이 여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소란했던 여관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야, 저리 꺼져.”
본은 옆에 있던 테이블에 다가가며 말했다.
그는 보통 사람보다 족히 머리가 2개는 차이 나는 거구였다. 그런 그가 위협하니 사람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슬금슬금 일어나 자리를 피하자 그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터억.
“주인장, 이 녀석들이 먹던 거로 줘. 맛있어 보이는군.”
그는 테이블에 다리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엘런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럼 열쇠를 줄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뭐?”
쿵.
본이 엘런의 머리만 한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당장이라도 때릴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 그 모습에 먹던 음식을 내려놓고 여관을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네가 오줌이라도 지려 봐야 정신 차리겠냐?”
본은 옆에 있던 접시를 집어 들어 엘런에게 던졌다.
‘실드’
쨍그랑.
엘런에게 날아든 접시는 무형의 벽에 부딪혀 깨졌다.
“마법?”
그 모습을 본 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너 마법보조사였구나? 어쩐지 꼬마 녀석이 내 앞에서도 자신만만하더라니. 하지만 말이다, 꼬마야.”
후웅.
그는 갑작스레 주먹을 휘둘렀다.
“내 앞에서 얻어터진 마법보조사가 몇 명인 줄 알고 그러냐?”
그의 주먹은 엘런이 주문을 외울 시간 따위를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마법보조사와 싸울 때는 주문을 외울 시간을 주지 않고 한 방에 기절시켜 버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본의 주먹은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실드’
하지만 엘런은 보통의 마법보조사가 아니었다.
퍽.
사람을 때렸을 때 나는 느낌이 아니었다.
주먹을 통해 방금의 그 실드를 때린 느낌이 전해졌다.
“아직 실드가 남아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라.”
본은 그것이 방금 사용했던 실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주문을 외우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그 면상에 제대로 먹여 주마.”
이번에 본은 엘런의 몸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그 거구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리스.’
그때 엘런의 손이 살짝 움직였다.
“어?”
본은 순간 눈앞의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진다고 생각했다.
쿠당탕.
그의 몸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가 넘어짐과 동시에 엘런의 손이 움직였다.
‘스트라이크.’
빠악.
“윽!”
볼썽사납게 넘어져 있던 본은 갑자기 머리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엘런은 스트라이크 마법을 세 번 연속으로 사용했다.
빠악. 빠악. 빠악.
엘런의 마나가 본의 머리를 강타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너, 어떻게 마법을…….”
본은 연속적으로 전해져 오는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욱 믿을 수가 없는 것은 그의 마법이었다.
본은 지금까지 마법보조사를 몇 번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문도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확실히 맷집만큼은 대단하군. 일부러 약하게 했다지만, 스트라이크를 네 번이나 맞고도 정신을 차리고 있다니.”
그러면서 엘런은 넘어져 있는 본에게 다가갔다. 그는 머리에 받은 충격 때문인지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빠악.
“끄륵.”
본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의식을 잃었다.
엘런은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열쇠를 챙겼다.
“방은 제가 쓰도록 할게요. 그리고 따듯한 수프 하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짐만 풀어 놓고 바로 내려올게요.”
엘런은 열쇠를 품에 넣으며 여관 주인에게 말했다.
“아, 예. 그, 그러시죠.”
여관 주인은 당황한 탓에 말을 더듬었다. 엘런은 그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이미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혹시 저 녀석 누군지 알아?”
“처음 보는 친군데?”
“그 유명한 본을 박살내 버렸어.”
“저 친구도 병사로 지원할 건가?”
잠시 조용해졌던 여관은 엘런의 이야기로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은 이 근방에서 유명한 불량배였다. 그런 그를 어린 소년 하나가 손쉽게 제압해 버린 것이다.
“저 친구 덕분에 오늘은 경비대를 안 불러도 되겠어.”
여관 주인은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본이 행패를 부려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항상 경비대를 부르곤 했는데,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나저나 대단하단 말이야. 나이도 어려 보이던데 본을 제압해 버리다니. 마법사인가?”
주인은 다른 직원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는 본을 질질 끌고 나가며 말했다.
“그러게요. 혹시 이번 병사 모집 때문에 온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어. 어쨌든 덕분에 당분간 본은 얼씬도 하지 않겠어.”
주인이 쓰러진 본을 치우고 수프를 준비했을 때쯤 엘런이 내려왔다.
그가 내려오자 주변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모두가 그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까 일은 감사했습니다.”
여관 주인은 방금 만든 따뜻한 수프를 내주었다.
“아닙니다. 제가 방이 필요했던 건데요.”
“혹시 이번에 있는 병사 모집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손님들도 귀를 기울였다.
“네. 종군마법사로 참여하려고 합니다.”
“아. 그럼 마법사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마법사님도 몰라뵀습니다.”
여관 주인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물론 마법을 쓴다고 다 마법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법보조사일 확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마법사는 귀족에 준하는 지위였다.
평민에 불과한 그가 혹시나 마법사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라면 큰 무례였다.
평민인 여관 주인은 혹시나 그런 무례를 범할까 봐 얼른 고개를 숙인 것이다.
엘런도 역시 이런 일이 익숙했다. 그가 마법을 사용할 때면 마법사인지 마법보조사인지 구별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혹시 종군마법사 모집에 대해 들리는 이야기가 있나요?”
“들리는 이야기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
“뭐든지 좋습니다.”
여관 주인은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기억을 떠올렸다.
“아. 시험 감독관이 바뀌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뀐 감독관은 항상 출신 성분부터 따진다며 마법보조사들이 불만을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말에 엘런은 미소를 지었다.
종군마법사 모집 감독관이 바뀐 것은 자신이 알고 있던 미래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