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41
41
참전 (2)
마법 부대의 대다수는 마법보조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지휘관으로 편성된다. 엘런은 마법보조사들로 이루어진 소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되었다.
-그 호전적인 녀석들을 잘 다룰 수 있겠나? 마법사들한테는 특히 더 그럴 텐데?
막사에 도착할 때쯤 프로뱅이 말했다.
‘제가 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마법보조사들을 다루는 건 자신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저에게 도움이 되겠죠.’
-자신감이 넘치는군. 생전에도 그들과의 갈등을 줄이는 것이 골칫거리 중 하나였지.
‘아마 이런 구조면 영원히 안 풀릴 겁니다.’
엘런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말했다. 레오나드를 포함한 마법사들의 횡포를 떠올리면 치가 떨렸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다는 마법사 이야기 들었습니까?”
그때 엘런의 귀에 마법보조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저번에 사람 죽는 거 보고 소대장이 내뺀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놈이 들어오는 거야?”
“보나 마나 저번처럼 실전경험도 없는 놈 아니겠습니까?”
“어휴. 그러면서 또 우리를 얼마나 개무시할지.”
-벌써 쉽지 않을 것 같군.
프로뱅 또한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제자가 그들을 잘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예상했던 바입니다.’
덜컹.
엘런이 막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순간적으로 말소리가 멈췄다. 그가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이는 3명이었다.
“내가 그 소대장이다만.”
“예……. 예?”
한 부대원이 사레가 들린 듯했다. 뒤에서는 욕할지라도 엄연히 직속상관이고 마법사였다.
“쿨럭. 아직 식사 시간이어서 다들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침을 몇 번 하고는 간신히 말을 이어 갔다.
“그렇군. 그럼 식사를 마치고 오면 나에게 알려 주겠나?”
“예, 알겠습니다.”
부대원의 대답을 들은 엘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한 말 들었겠지?”
“처음 인사말부터가 저희 말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어떡합니까? 앞으로 골치 아파지겠습니다.”
“하여튼 마법사 놈들 재수 없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붙어 보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3명의 부대원은 목소리를 더 낮추고 엘런에 대해 쑥덕거렸다. 얼마 후 막사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즈 님이 분위기를 잡아 줘야 합니다. 마법사 놈들은 처음에 안 잡으면 안 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글쎄 헛소리 말고 새로 오신 소대장님께 깍듯이 대하란 말이야.”
덜컹.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온 제5군 마법 부대 3소대 인원들이었다.
“다즈 님, 오셨습니까?”
막사에 남아 있던 부대원 중 가장 높은 자네트가 다즈에게 경례했다.
“어, 그래. 무슨 일인데 다들 그렇게 얼이 나가 있어?”
“그, 그게 소대장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지금 방에 계십니다.”
자네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소대장님이 벌써 오셨어? 자네트, 자네 또 무례하게 행동한 건가?”
자네트는 특히 마법사에 대한 열등감이 강한 이였다.
저번 소대장 때도 그를 가장 못마땅하게 여긴 이가 자네트였다.
“처음부터 대놓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운이 안 좋긴 했습니다만.”
자네트의 말에 다즈는 한숨을 내쉬고 엘런의 방문 앞에 섰다.
똑똑.
“3소대 부관 다즈입니다.”
“내가 나가지.”
그 역시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더 앳된 목소린데?’
끼익.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막 20살이 된 것으로 보이는 얼굴의 소대장이었다.
“아, 드디어 다들 왔군. 3소대 소대장을 맡게 된 레미다.”
엘런의 인사에 부대원들은 역시나 적개심을 드러냈다.
개중에는 재수 없는 놈이라고 중얼거리는 이도 있었다. 일부러 들으라고 한 것인지 그 소리는 엘런의 귀에 정확하게 들렸다.
‘그 마음 이해하지. 마법사란 단어에 얼마나 민감한지.’
마법사라는 단어가 그들에게 주는 열등감과 적개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보조사들은 평생을 마법사들의 탄압과 무시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을 벌레 보듯이 보는 마법사가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벽 앞에 몇 번이고 무릎을 꿇는다.
엘런 또한 과거의 인생에서 수도 없이 겪었던 감정이었다. 좋은 마법사를 몇 번 겪었다고 결코 사그라들 감정이 아니었다.
“현재까지 고센 제국의 병사들과 몇 번의 작은 전투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멋지게 승리를 거두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그것이 다 여러분들의 능력 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엘런의 말에 부대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다. 마법사인 소대장의 입에서 나올 말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표정을 살핀 엘런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이렇게 우수한 부대를 지휘하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함께 잘해 봤으면 좋겠다.”
엘런의 인사에 대해 부대원들의 반응은 결국 처음과 똑같았다.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틈이 가슴 속에 있었다.
-반응이 영 좋지 않군.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한 번의 인사로 그들의 반발심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즈, 내 방에서 3소대 전력에 관한 설명을 해 주겠나?”
엘런은 보조사들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적개심을 없애는 것보다 우선적인 것이 전력의 파악과 진영의 고안이었다.
“예.”
다즈 또한 마법사에 대해 반감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부관이었고 그 임무를 다해야만 했다.
그는 얼른 대답하고 엘런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엘런은 다즈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소대는 현재 20명의 마법보조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마법 부대에서 주로 척후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다즈는 막힘없이 부대 전력에 관해 설명했다.
“그렇군. 그럼 부대원들 개인 전력도 알고 있나?”
“예. 현재 부대원들은 15명이 3서클 유저이며 저를 포함한 5명이 3서클 마스터입니다. 그리고…….”
그 후 다즈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다즈는 놀라울 정도로 부대에 대한 파악이 완벽했다.
‘완벽한 부관이야.’
그 덕분에 엘런은 부대에 관한 대부분 사항을 숙지할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 다즈의 덕을 많이 보게 될 것을 직감했다.
“그럼 자네트를 포함한 이 3명을 척후 임무 시에 전후방에 나눠서 배치하는 것이 좋겠군. 마나량이 많으니 하루 마법 사용 가능 횟수가 많겠지. 지금까지보다 전후방으로 경계 범위가 넓어질 거야.”
“예. 아주 좋은 방법 같습니다.”
다즈는 매우 놀라고 있었다. 눈앞의 소대장은 자신의 설명을 단 한 번만 듣고 즉석에서 전술을 만들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짰음에도 확실히 좋은 전술이다.’
지금까지 만나 온 소대장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과거에 20년이 넘도록 용병일을 해 온 엘런이었다.
수많은 던전 탐험에서 효율적인 전술을 짜기 위해 공부했다. 그는 진영과 전술에 관한 책을 몇십 권이나 독파했다.
단 한 명의 파티원이라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그런 그가 함께한 파티는 생존율이 극도로 높은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그가 공부한 전술은 지금보다 20년은 진보된 전술이었다.
다즈가 보기에는 20살짜리 애송이 마법사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몇십 년은 구른 사람 같다.’
엘런은 자신이 하는 말 전부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도저히 처음 부임한 소대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맙군. 덕분에 전술을 짜는 데 훨씬 수월해졌어.”
다즈는 엘런의 인사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분, 다른 마법사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처음에 가지고 있던 그 반감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평소 마법사들은 특히 초임 마법사들은 능력도 경험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오직 권위만을 가지고 그에게 명령했다. 마법사라는 놈들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 소대장은 그들과는 달랐다.
“아닙니다. 새로 부임한 소대장님께 당연히 드려야 할 설명이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지.”
* * *
엘런이 부대에 부임한 후로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부대원들의 태도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엘런도 거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적개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오늘도 훈련입니까? 어떻게 하루도 쉬지를 않습니까.”
부대원 하나가 자네트에게 투덜거렸다.
“그러게 정말 지독하다. 그런데 저거 봐라. 저러는데 우리가 어떻게 배 째고 있겠냐?”
“예. 정말 지독합니다. 저희 보라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닙니까?”
부대원들은 연병장에 미리 나와서 마나를 수집하고 있는 엘런을 보았다.
“뭐 저게 도움이 되는 건 맞으니까.”
자네트는 한숨을 내쉬고는 연병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매일 아침, 그들이 연병장에 모이는 것은 마나 수집 때문이었다.
소대장으로 부임한 다음 날부터 엘런은 그들에게 하메론 호흡법에 대해 알려 주었다.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보조사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마나량이었다.
그들은 마나 수집력이 약해 평소 많은 마나를 모아 놓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친화력이 강해 효율적으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그들에게 하메론 호흡법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마나가 수집되는 양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에 따라 마법 사용 가능 횟수도 크게 늘었다.
“저 마법사, 능력은 있는 것 같지 않아?”
“제일 먼저 와서 준비하고는 제일 오랫동안 있잖아.”
“지금까지 놈들이랑은 다른 점이 있긴 해.”
하메론 호흡법에 지친 부대원 몇 명이 엘런을 보았다.
그는 몇 시간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부대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 후에는 바로 전술 훈련이 있었다. 엘런은 각각의 부대원들에게 맞는 전술과 진영을 짰다. 그리고 그에 맞게 훈련을 시켰다.
“게일, 네 자리는 거기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 거기선 뒤쪽으로 빠지란 말이야.”
이 훈련을 할 때면 엘런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 부대원들은 익숙하지 않은 진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중간에 훈련을 하기 싫다며 내빼는 이도 있었다.
“어이, 농땡이 부리지 말고 빨리 자세 잡아라.”
하지만 그럴 때면 다즈가 나서 주었다.
그는 이미 엘런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꾼 상태였다. 다즈가 말하는 것은 보조사들에게 가히 절대적이었다.
“고맙군. 자네 덕분에 훈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어.”
“아닙니다. 저 또한 소대장님께 전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때 전령이 훈련장으로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
“소대장님, 다즈 부관님, 본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출정이랍니다.”
그의 말에 훈련하고 있던 보조사들도 행동을 멈췄다. 훈련장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세히 말해 보게.”
엘런의 말에 전령은 숨을 한번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오늘 저녁, 각 소대장과 부관들 전부 본부로 모이랍니다. 제트 자작님께서 자세한 내용은 그때 말씀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알겠네.”
그러면서 엘런은 자신의 첫 번째 전투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