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42
42
참전 (3)
“다들 모였습니다.”
제트의 집무실에는 꽤 많은 인원이 모였다. 마법 부대의 각 소대장과 부관급까지 모든 인원이 모인 것이었다.
“다들 고생이 많군. 전령을 통해 들었다시피 곧 있으면 출정이 있을 것이네. 우리 부대는 대부분이 후방 마법 지원을 맡을 걸세. 그중 2중대만 최전방에서 병사 지원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네.”
마법사들로 구성된 1중대와 달리 2중대는 마법보조사로 구성된 부대였다. 그들의 의도는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
“적들은 마법보다는 백병전을 선호한다. 그러니 우리 부대가 적들과 충돌하기 전에 최대한 큰 피해를 줘야 할 것이야.”
‘저번에도 이런 회의가 이어졌겠지.’
제트와 그의 부관들의 전술 설명을 듣고 있던 엘런은 그들의 전술에 불만을 가졌다.
“1중대 1, 2소대가 초반에 화력을 집중해 배리어에 구멍을 낸다. 그 후 광역마법에 특화된 3소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다.”
제트는 전쟁에서 수많은 전투에서 생존한 우수한 지휘관이었다. 그런 그의 전술은 딱히 흠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말이야, 마법전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는 게 문제지. 무인을 마법부대장 자리에 앉혀 놓은 윗대가리들은 무슨 생각인 건지.’
과거의 첫 전투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다. 엘런은 이 전투의 미래를 뻔히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끔찍했던 날을 떠올렸다.
화르륵.
쨍그랑.
쾅!
광역 배리어 마법이 깨지면서 병사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졌다. 병사들은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었다.
“끄아악.”
“물! 물을 줘!”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불구덩이 속에서 발버둥을 치던 그들은 이내 까만 재가 되어버렸다.
“히이익!”
거기서 엘런은 혹시나 불덩이가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마법 공격이 끝나자마자 고센 제국의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이미 진영이 무너진 프로드 왕국의 병사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스걱.
기사의 검 놀림 한 번에 두 명의 보조사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 그대의 강인한 힘은 위……협으로부터 나를 수호할지어다. 실드!”
엘런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실드 마법을 펼쳤다. 고센 제국 기사들의 눈에 자신이 띄질 않길 바랐다.
당시의 엘런은 아무런 경험도 없는 일개 마법보조사에 불과했다. 이제야 첫 실전을 나선 그에게 전쟁은 너무나 참혹했다.
그 지옥 속에서 엘런이 살아남은 것은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그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었다.
‘고센 제국의 마법사 배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지. 그들의 극단적인 전술을 예상하지도 못했고 말이야.’
그렇다고 엘런이 고센제국의 마법사 전력과 배치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들 들을 사람도 없었다.
그는 고작 초임 마법사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척후 임무도 아니니 이렇다 할 명분도 없어. 전투에서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엘런의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제트의 목소리가 그의 귀로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몇 번의 작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이 다 우리 마법 부대원들의 공이 크다. 우리의 압도적인 화력은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고센 제국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마법사들 때문이었다. 제트의 말에 그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출정으로 많은 부대원이 동요하고 있을 것이다. 자네들이 잘 이끌어 전투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 이상 회의를 마치지.”
“예!”
모든 간부가 제트를 향해 경례했다. 제트가 경례를 받는 것으로 그날 회의는 모두 끝이 났다.
“어이, 2중대는 다 모여 봐.”
회의장을 빠져나오자마자 2중대장인 헥터가 엘런과 다른 소대장들을 불렀다.
“다들 제트 자작님 말 들었지? 안 그래도 최전방에 배치되는 것도 짜증나니까 알아서들 잘해라. 이번에 공을 세워서 여길 뜨든가 해야지.”
그는 다른 이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휙 돌아서 가 버렸다.
‘저놈도 여전하네.’
엘런이 보조사였을 때도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그때와 전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소대장님께서 보시기에 어떤 것 같습니까?”
막사로 돌아가는 길에 다즈가 넌지시 물었다.
“무엇을 말하는 거지?”
“전술을 짤 때 상대의 마법사 배치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들도 몇 번을 당했는데 마법사의 배치를 똑같이 하겠습니까?”
다즈는 회의 내내 드는 생각을 그에게 꺼냈다. 엘런이라면 자신과 같은 의심을 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즈, 전에는 다른 소대여서 몰랐지만 보면 볼수록 뛰어난데?’
“당연히 그러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우리는 그저 평소 훈련한 대로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을 생각만 하자고.”
* * *
트라모레 평원은 곡창지대이자 광활한 평야였다.
원래는 고센 제국의 소유였지만, 과거에 있었던 전쟁에서 프로드 왕국이 가지게 된 것이었다.
고센 제국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식량 수급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은 뼈아픈 패배의 상징이기도 했다.
현재 그 평원에는 긴장감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길게 늘어뜨려 있는 양측 군대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야,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이번 전투에서 무조건 공을 세워야 하니까. 초반부터 밀고 나간다. 부대원들이 잡은 놈들 숫자 다 기억해 놔.”
그중 진영의 제일 전방에 서 있던 헥터는 소대장들을 닦달했다.
‘회의 때 뭘 들은 거야? 저런 놈들이 어떻게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거지?’
엘런은 아직 전술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그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마법사들은 대게 오로지 재능만으로 마법사가 된 녀석들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도 없이 그저 친화력 같은 재능만으로 4서클 마스터까지 가셨군. 전쟁은 물론이고 던전 탐사조차 한 적이 없겠지.’
“중대장님, 저희는 백병전이 끝나기 전까지 크게 활약할 일이 없습니다.”
“아. 그, 그렇지. 어쨌든 잘들 하란 말이야. 전투가 시작되면 내가 몸소 보여 주지.”
그는 극도로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엘런은 그를 보며 오히려 불안해졌다.
화르륵.
그때 프로드 왕국의 진영에서 선제공격을 준비했다. 후방에 있던 마법사들이 각종 고위 마법들을 꺼내 들었다.
파이어스피어, 콘오브아이스, 어스브레이크 등 4서클 고위 마법들이 곳곳에서 구현되었다. 간간이 5서클의 마법까지도 보였다.
그 마법들은 고센 제국의 진영 곳곳으로 날아갔다. 광역으로 넓게 친 배리어 따위는 순식간에 깨뜨려 버릴 수 있는 화력이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고센 제국의 대응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끄아악.”
“으아아악.”
그들의 배리어는 넓게 쳐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진영의 각 지점에 중첩되어 쳐져 있었다.
배리어의 범위 밖에 있는 병사들은 정면으로 마법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배리어가 중첩되어 쳐진 곳은 마법들을 가볍게 막아 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일찍부터 주문을 영창하고 있던 고센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제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들의 병사를 희생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희생의 대가는 탁월했다.
프로드의 마법사들이 채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고센의 마법이 날아왔다.
“수호해라, 배리어.”
프로드의 마법사들은 급한 대로 배리어를 구현했다.
화르륵.
쨍그랑.
그 결과는 엘런의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광역 배리어 마법이 깨지면서 병사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엘런의 주위는 과거와 전혀 달랐다.
“수호해라, 배리어.”
엘런은 고센 진영에서 마법이 날아올 때부터 이미 부대원들 주위로 배리어 마법을 펼쳤다.
“소대장님이 친 배리어야?”
“저렇게 짧은 영창으로 5서클의 마법을 막아 낸 거야?”
“그게 가능해? 어떻게 4서클의 보호 마법이 5서클의 마법들을 막아 낸 거지?”
부대원들은 그런 엘런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엘런은 능력을 숨기기 위해 짧은 영창을 했다. 하지만 사실 순간적으로 두 번의 배리어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티잉.
엘런은 곧바로 배리어를 거둬들였다.
미리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고 배리어를 치긴 했다.
하지만 마나를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만을 보호했다.
자신의 소대원들과 다른 소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피해를 당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고센쪽에서는 전투마를 탄 기사들과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전부 정신 차리고 백병전 진영 구축해!”
엘런이 소리를 쳤다.
부대원들은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훈련한 대로 한다. 진로부터 막아!”
엘런의 지휘에 부대원들은 주문을 영창했다.
“대지의 근원인 마나여, 그대는 나로 인해 강인함을 품을지어다. 스톤.”
쿠르릉.
몇 명의 보조사들이 스톤 마법을 사용해 적들의 진로를 막아섰다.
“다음 공격조!”
“매섭게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려라. 파이어볼.”
콰아앙.
파이어볼이 진로가 막힌 적들의 위로 떨어졌다.
갑자기 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곳에 모이게 된 적들은 더욱 큰 피해를 당했다.
“다음 조!”
다음 마법이 곧바로 나오지 않자 엘런은 고개를 돌렸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끄아악.”
측면을 뚫고 들어온 적군에 의해 순간적으로 대열이 무너진 것이었다.
아직은 한 달밖에 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우수한 전술이라고 하나 그들의 몸에 완전히 익은 것은 아니었다.
“젠장.”
엘런은 무너진 측면을 향해 어스 브레이크 마법을 사용했다.
“으아악!”
한 번만 사용해도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세 번 중첩되어 일어나니 가히 지진과 다름없었다.
“얼른 재정비해.”
백병전에서는 혼란 속에서도 진영을 잡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엘런은 수많은 경험 속에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소대장님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전쟁터에서 몇십 년은 구른 거 같지 않습니까?”
부대원들은 이 혼란 속에서도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엘런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마법도 엄청난 것 같습니다. 주문을 영창하는 줄도 모를 정도로 짧게 합니다.”
“게다가 그 위력도 어마어마하고.”
자신들의 소대장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엘런은 전장의 신과도 같게 보였다.
“야, 전부 비켜! 여기서 한 놈이라도 더 잡아야 해.”
그때 뒤에서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저 새끼가 진짜.”
엘런은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부대원들이 구축하고 있는 진영으로 마법을 사용하며 달려오는 이는 바로 헥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