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43
43
참전 (4)
“아니, 아군은 구별하면서 쏘든가!”
헥터는 말 그대로 마법을 난사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스걱.
그의 윈드커터에 제국 병사 세 명이 쓰러졌다.
아무리 실전 경험이 전혀 없고 멍청하다고 해도 4서클 마스터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법 때문에 엘런과 그의 소대원들은 더는 진영을 갖추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흩어진다. 일전에 짜 둔 조원들과 함께 움직인다. 내가 최대한 보조할 테니까 너무 멀리까지는 나가지 마라.”
“예.”
엘런의 말에 따라 부대원들은 각자 조를 유지하며 흩어졌다.
‘저 자식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지겠어. 한 명 한 명이 큰 전력이다.’
엘런은 전장을 넓게 보기 시작했다.
이미 적군과 아군이 뒤엉켜 있어 광역 마법을 더는 사용할 수 없었다.
‘스승님께 배운 마법이 가장 효율적이겠어.’
그는 지팡이를 마치 활을 잡는 것처럼 고쳐 잡았다.
“대지의 근원이여, 내 눈앞에 그 위용을 보여라. 스톤엣지.”
땅에서부터 솟아오른 돌기둥이 적군 병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자네트가 마법을 사용하고 잠시 무방비 상태가 되었을 때 다른 병사가 그를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그대의 강인함은 위협으로부터 수호할지어다. 실드.”
카앙.
그 순간에 맞게 캐릭이 바로 실드 마법을 사용해 자네트를 보호했다.
“좋았어, 캐릭.”
쨍그랑.
실드에 막힌 창을 보며 잠시 안심하던 자네트의 눈이 커다래졌다.
오러를 두른 검이 캐릭의 실드를 깨 버렸기 때문이었다.
“젠장.”
실드를 깬 검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네트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피융.
자네트가 자신의 목이 달아날 것을 직감한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크헉.”
그와 동시에 자네트는 방금까지 검을 휘두르고 있던 기사가 쓰러진 것을 보았다.
‘소, 소대장님?’
자네트는 순간적으로 보였던 섬광의 궤적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엘런이 서 있었다.
그는 쉴 틈도 없이 다른 곳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지팡이로 활을 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지팡이에서 쏘아져 나간 섬광은 기사의 두꺼운 갑옷도 뚫고 지나가 버렸다.
‘매직 미사일인가?’
느낌은 매직 미사일과 비슷했다.
하지만 타격 마법인 매직 미사일과 달리 소대장이 사용하는 것은 더 치명적이었다.
자네트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도 없는 마법이었다.
피융.
‘다들 꽤 잘 버티고 있군.’
연신 섬광을 쏘고 있는 엘런은 허리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삼켰다.
-조금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 약 후유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
머릿속에서 프로뱅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전투가 훨씬 중요하거든요.’
알약은 몸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분해됐다.
그 안에 있던 마나들이 엘런의 마나 하트로 모여들었다.
충족감을 느낀 엘런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섬광을 쏘아 대기 시작했다.
-수식이 꽤 복잡할 텐데, 빠른 속도로 잘 사용하고 있군.
‘그동안 변형한 매직 미사일 수식을 계속 연습했거든요.’
벌써 그가 쓰러뜨린 병사의 수가 30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헥터가 큰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움켜쥐어 정화할 것이다, 버닝핸즈.”
헥터의 마법이 한 번에 5명을 불태워 버렸다. 그중에는 아군 병사도 1명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로 강타하라, 스트라이크”
터엉.
히이잉.
말을 타고 오던 기사가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크하하, 모두 죽여 주마! 불살라 버려라, 파이어볼!”
헥터는 반쯤 이성을 잃고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그 마법은 아군을 구분하지 않았다.
카앙, 카앙.
그때 누군가 그의 파이어볼을 가볍게 썰어 버렸다.
“그대가 이 부대의 지휘관인가 보군. 이성을 잃은 것이 지휘관이 맞는지 의심스럽지만 나 디르크가 상대해 주겠네.”
타앗.
디르크는 단숨에 그와 거리를 좁혔다.
그는 8미터의 거리를 불과 몇 발자국으로 도달했다.
“뭐, 뭐야?”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헥터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사와 겨뤄 본 적이 없는 그였다. 그들과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보호…….”
댕겅.
그의 입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의 몸은 머리가 사라진 것도 모른 채 뒤로 물러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전투에 대한 기본적인 자질조차 가지고 있지 않군. 그대의 죽음은 예정된 것이었소.”
디르크는 쓰러진 헥터의 몸을 뒤로한 채 옆에 있던 프로드군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검에는 푸르스름한 오러가 둘려 있었다.
‘저 자식이다.’
그가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고 있는 모습이 엘런의 눈에 들어왔다.
엘런은 이 막상막하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어떤 이를 잡아야 할지 알고 있었다.
“다즈, 나 대신 자네와 호르디가 함께 소대원들을 엄호해.”
“예!”
다즈와 호르디는 즉시 뒤로 물러섰다. 그것을 확인한 엘런은 디르크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쐈다.
츠팟.
넘어져 있는 병사를 향해 검을 찌르려던 디르크는 갑자기 느껴지는 싸늘함에 잽싸게 몸을 뺐다.
그러자 그가 방금까지 있던 자리로 가는 섬광이 보였다.
“그대가 쏜 것인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디르크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주위의 전세가 확연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번 전투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건 그대 때문인 것 같군.”
예상대로 마법이 적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로 전면전에 들어갔다.
지금쯤이면 모든 곳에서 진영이 무너지고, 상대는 후퇴하고 있어야 했다.
실제로 프로드군이 혼비백산한 틈을 타 모든 곳에서 제국군이 우세를 가져갔다.
하지만 딱 한 곳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점차 안정을 찾은 프로드군이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저 소년이 서 있었다.
디르크는 전투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웅.
그의 검이 살짝 진동했다. 그러자 검신을 타고 흐르던 오러가 더욱 짙어졌다.
‘아껴 둔 마나를 다 써야겠군.’
엘런도 마나를 끌어 올렸다.
마나 하트에서부터 시작된 흐름은 그의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에 따라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타앗.
먼저 달려든 건 디르크 쪽이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엘런의 가슴팍을 향해 검을 꽂아 넣었다.
‘방어에 쓰는 마나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판단을 내린 엘런은 곧바로 몸을 틀어 그의 검을 피했다.
자신의 공격을 피할 줄은 몰랐던 디르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엘런을 쳐다보았다.
“마법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이로군.”
“그런 말할 여유는 없을 텐데?”
디르크는 아무런 낌새도 없이 자신의 발밑에서 올라오는 덩굴들을 보고 급하게 뛰어올랐다.
‘콘 오브 아이스.’
엘런은 공중에 뜬 그를 향해 날카로운 얼음을 날렸다.
“아뿔싸.”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진 그는 회피 동작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검을 꽉 움켜잡았다.
후웅.
그러고는 엘런의 공격에 맞춰 검을 크게 휘둘렀다.
“칫.”
엘런은 그가 4서클의 마법을 정면에서 막아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 동안 합을 겨뤘을 뿐이지만, 서로의 실력에 대해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주변에서 싸우고 있던 병사들조차 그 두 명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대는 엄청난 실력자 같군. 예를 갖추도록 하지.”
츠츠츠.
디르크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고요한 호수 같았다면 이제는 성난 파도 같았다.
“그렇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지.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선 능력을 숨길 필요도 없을 거고.”
‘그리스.’
선제공격은 엘런이었다. 하지만 디르크는 큰 문제없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휘청.
하지만 여러 번의 그리스가 중첩되자 그의 균형 감각이 흐트러졌다.
슈우웅.
그에 맞춰 엘런은 10개의 매직 미사일을 디르크에게 날렸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미끄러운 바닥을 이용했다.
그는 넘어지면서 매직 미사일을 피하는 동시에 엘런과의 거리를 좁혔다.
엘런은 급하게 몸을 뒤로 뺐다.
휘웅.
그의 검이 엘런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미 엘런이 피할 것을 예상하였던 그는 곧바로 검의 진로를 바꿨다.
‘실드’
캉.
피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엘런은 실드를 중첩해 그의 공격을 막았다.
‘윈드 커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식별하기 힘든 날카로운 바람이 디르크를 향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눈치 채고 몸을 틀었다.
‘인탱글’
디르크가 왼쪽으로 몸을 틀어 피하는 것에 맞춰 땅 밑에서 올라온 덩굴이 그의 왼쪽 팔을 잡았다.
‘라이트닝.’
인탱글이 그의 팔을 잡는 것을 확인한 엘런은 가장 빠른 공격인 라이트닝을 쐈다.
촤악.
디르크는 왼팔을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검으로 덩굴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앞쪽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이용해 몸을 앞으로 굴렸다.
‘스톤 엣지.’
엘런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디르크의 예상 경로를 막는 돌기둥이 튀어나왔다.
‘나의 움직임을 전부 예측한다. 기사들과 겨룬 경험이 많은 자인가?’
사실 디르크는 공격할 틈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방어만 하기에도 급급했다.
엘런은 자신의 움직임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이 되지 않는 속도로 마법이 날아오고 있었다.
투쾅!
파이어볼을 쳐 내고 나니 아이스 스피어가 날아왔다.
그것을 피하고 나면 라이트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덩굴들이 자신의 몸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몇 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지?’
디르크는 지금까지 이런 마법사를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주문을 영창하고 있긴 한 거야?”
“영창하는 건 멀어서 안 들릴 수도 있다고 쳐. 저렇게 많은 마법의 수식을 바로바로 계산하는 게 가능해?”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라면 엘런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퍼엉!
“크윽!”
4서클의 마법 에어로 밤이 디르크의 앞에서 터졌다.
극도로 압축된 공기의 폭발로 그는 가슴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가 고통에 잠시 움직임이 멈춘 순간 덩굴들이 디르크의 사지를 구속해 버렸다.
“하아…….”
엘런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마나 탈진 증세가 올 것 같았다.
‘아직 마나량이 부족하다. 결국엔 지성의 탑으로 가야 하는 건가? 뭐 일단은 끝이 나긴 했군.’
“좋은 승부였소. 이렇게까지 무력한 것은 오랜만이군.”
이미 모든 힘이 빠져 버린 디르크는 자신의 패배를 수긍했다.
“원망은 말길.”
휘우욱.
툭.
엘런은 윈드 커터로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우와아아!”
그의 승리를 본 프로드 왕국의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