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46
46
참전 (7)
부스스.
새소리만이 잔뜩 들려오는 숲속에서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샅샅이 뒤지면서 가란 말이다.”
“예.”
프로드군의 정찰대는 5시간 전 르와투르 협곡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기척을 최대한 죽인 후 수색 작전에 들어갔다.
“마나의 흐름을 느끼나니 나의 오감이 되어 반응하라, 디텍트.”
마법 부대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가 디텍트 마법을 사용했다.
“느껴지는 것이 있소?”
1중대 3소대장이자 이번 정찰대의 책임자인 유세르가 물었다.
“생물 반응이 몇 개 잡히기는 하는데, 이건 그냥 동물들 같소.”
분명 직책상 마법사보다 유세르가 더 높긴 했다. 하지만 그는 마법 부대에서 파견을 나온 인물이었다. 게다가 마법사이기까지 한 그였기에 그들은 서로 경어를 사용했다.
“그럼 일단 생물 반응이 보인 곳을 위주로 조사해 보도록 해야겠군.”
그들은 대열을 유지한 채 조심스럽게 마법사가 말해 준 위치로 이동했다.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물 반응이 나타난 곳을 전부 조사했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없었다.
‘분명히 뭔가 있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는데.’
유세르는 토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마치 이 협곡에 매복이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더 자세히 봐. 동물의 흔적이라도 놓치지 말고 보고 해.”
유세르는 눈치가 빨랐다. 그의 상관은 이번 정찰조가 매복을 발견해서 공을 세우길 원하는 것이었다.
병사들은 유세르의 말에 예라고 대답한 후, 이미 수색했던 곳을 재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에는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니, 생물 반응이 일어난 곳에서 아무런 흔적도 없다고 하지 않았소?”
마법사가 유세르에게 툴툴거렸다.
“그래도 이곳은 매복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한 번 더 수색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나 원, 지금 내 탐지 마법을 못 믿겠다는 것이오? 내 마법은 하찮은 마법보조사들과는 다르단 말이오.”
마법사의 얼굴에서는 자만심이 묻어 나왔다.
“물론 알고 있소. 하지만 더 자세히 보려는 것이니 협조해 주시오.”
어찌 됐든 이번 정찰조의 대표는 유세르였다. 마법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휙 돌아섰다.
“여기까지 끌려온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마법사는 일부러 그가 들으라는 듯 말을 남긴 채 가 버렸다.
‘하여튼 마법사 놈들은 성질이 더럽단 말이야.’
유세르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 버렸다.
그러고는 병사들이 수색하고 있는 현장에 같이 참여했다.
하지만 몇 시간의 걸친 자세한 수색에도 매복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좋은 자리에서 매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
유세르는 실망감과 허탈함이 뒤엉킨 표정이었다.
“매복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부대로 복귀한다.”
* * *
“제트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엘런은 제트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말했다.
“무슨 일인가?”
“혹시 정찰대가 매복을 발견했습니까?”
제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발견하지 못했다더군. 나도 의문이었네. 그토록 좋은 자리에 왜 매복이 없었는지. 디텍트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더군.”
“그들이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우리 중대원의 실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옆에 있던 험프리가 엘런을 노려보며 말했다.
‘분명 마법사인데 이상하게 보조사 놈들 같단 말이야.’
험프리는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의 무위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전략이며 마법은 어딘지 모르게 마법보조사 같이 느껴졌다.
같은 마법사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험프리는 혼란스러웠다.
“일단 말해 보게.”
제트의 반응은 험프리와는 달랐다.
“1중대에서 마법사들을 파견했지만, 그들도 정찰 임무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혀 없다시피 볼 수 있습니다.”
엘런의 말에 험프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는 따로 엘런의 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괜히 제트의 미움을 사기 싫었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알겠네. 그런데 그들이 사용하는 탐지 마법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은가? 협곡 전체를 돌아다니며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고 하더군.”
“물론 그들의 탐지 마법은 확실히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역 탐지 마법만 사용했다면 땅 밑에 숨겨 놓은 것까지는 찾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엘런의 말에 제트와 험프리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땅 밑에 숨겨놓은 것이라니?”
“르와투르 협곡에는 개미굴 던전이 있고 제국이 그것을 비밀 통로로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평범한 탐지 마법으로는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엘런의 말을 들은 험프리가 코웃음을 쳤다.
“자네 지금 소문이라고 했나? 소문 따위로 매복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건가?”
“지금까지 제국은 수없이 많은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들은 전투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 번의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그대로 물러날 것 같습니까?”
제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엘런은 말을 이어 갔다.
“분명 무슨 수든 쓸 것입니다. 그리고 지도에서 봤을 때, 르와투르 협곡을 제외하고는 여기서부터 로슈까지 모두 평지입니다.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협곡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건가?”
제트는 엘런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는 엘런이 자신의 부관들보다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저곳이 아니면 그들은 전면전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면전은 마법 화력이 강한 우리가 반기는 일입니다. 제국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습니다.”
험프리도 엘런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지? 제트 님도 부대의 지원을 받기에는 힘들어 보이는데?”
험프리도 부대 참모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공이 뺏길 것을 두려워하는 그들은 절대 제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게다가 매복에 대비한 작전을 보고해도 지원은커녕 그것을 승인받는 것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만큼 참모진의 견제는 도를 넘어갔다.
“어차피 저희가 작전을 준비한다 한들 참모진이 제트 님을 견제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 마법 부대가 독자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쿵.
그 말을 들은 제트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쳤다. 그것은 강한 부정의 표시였다.
“미안하지만 레미, 그것은 안 될 일이야. 그것은 명백히 지휘 체계를 어기는 것이네. 자네 말대로 비밀 통로라는 것이 발견되면 모를까 추측에 불과하다면 독자적인 작전은 불가능하네.”
“그래, 나도 자네의 생각에는 동의하네. 하지만 독자적으로 작전을 준비하는 것은 명령 불복종으로 군사재판까지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네.”
험프리도 제트의 말에 덧붙였다.
“설사 부대 전체가 아무것도 모르고 협곡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만큼은 최악의 수에 대비해야 합니다.”
엘런은 제트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2중대만 부대 곳곳에 배치받게 해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제트를 보았다. 제트는 그 눈에서 왠지 모를 신뢰감을 느꼈다.
패색이 짙었던, 아니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전투.
전술에서 완벽하게 패배하고 더는 출구를 찾을 수 없던 상황. 그리고 그 막막함 속에서 한 줄기 빛이었던 엘런.
“후우…….”
제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알겠네. 2중대를 분산 배치하는 일은 그들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을 걸세. 그 정도는 내가 꼭 들어주지. 그 후에는 자네가 알아서 하게.”
제트의 말에 엘런은 활짝 웃어 보였다.
“매복으로부터 저희 부대원들을 살리고 나아가 제5군 전체의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 * *
“전군 대형 변경.”
확성용 수정구슬이 빛나면서 게르밀의 목소리가 부대 전체로 퍼졌다.
둥. 둥. 둥. 둥.
지금까지 병사들의 발걸음을 지휘하던 북소리의 패턴도 변했다.
좁은 르와투르 협곡을 통과하기 위해 대형을 바꾸는 것이었다.
좌우로 길게 해서 나아가던 프로드군은 앞뒤로 긴 직사각형 형태가 되었다.
휘우우웅.
협곡을 통과한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졌고 깃발이 펄럭였다.
꿀꺽.
어떤 병사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쩐지 으스스한 기운이 병사들 주위로 감돌았다.
“협곡으로 진입.”
게르밀 만이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척. 척.
병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협곡으로 진입했다.
전후방으로 커다란 방패를 든 보병들이 섰다. 그 뒤로는 검병과 창병들이 자신의 무기를 꽉 쥐고 있었다. 중앙에 마법사와 궁병들이 배치되어 어느 진영이든 지원을 할 준비를 했다.
‘협곡의 정중앙. 바로 그 순간이다.’
엘런과 2중대는 제트의 도움으로 진영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자네트는 전방 방패조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중대장님, 엄청 긴장하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는 자신과 함께 배치된 다즈에게 말했다.
“본인보다는 우리들에 대한 걱정이었어.”
그들은 조금 전 엘런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는 협곡에 진입하기 전 2중대원들 모두 모았다.
갑작스러운 집합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중대원들은 그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은 일임을 느꼈다.
그는 부대원들이 전후방과 중앙, 양측에 골고루 자리 잡을 것을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호에 맞춰 어떤 전술을 수행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요?”
“글쎄, 워낙 뛰어나신 분이니 우리가 예상 못 할 뭔가가 있을 것 같군.”
다즈는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엘런을 계속 보고 있었다.
‘다 왔다.’
부대가 협곡의 중심을 지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펼쳐.”
그는 지팡이를 위로 뻗어 올리며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신호! 전원 프로텍트다.”
엘런의 신호를 본 2중대원들 모두가 프로텍트 마법을 펼쳤다.
“저 자식들이 지금 뭐…….”
참모진들이 그런 그들을 보며 호통을 치려 할 때였다.
쿠우웅.
협곡 주위에서 커다란 바위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앙.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엘런을 필두로 한 2중대원들의 방어 마법이 완성되었다.
“이게 어떻게…….”
그 광경을 본 제5군 모두가 넋이 나갔다.
“곧 공격이 쏟아질 겁니다.”
“배리어 마법 펼쳐!”
제트의 마나를 담은 목소리가 협곡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쨍그랑.
프로텍트 마법은 몇 초를 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깨져 버렸다.
쿠와아아앙.
커다란 바위와 여러 마법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위잉.
하지만 그 몇 초 정도의 여유는 프로드 마법사들이 배리어 마법을 준비하기에 충분했다.
프로텍트보다 한 단계 높은 방어마법인 배리어였다.
게다가 좁은 보호 범위에 몇 겹이나 중첩되어 있어 제국군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2중대원 정밀 타격 개시!”
그때 엘런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