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47
47
첫 승리
2중대원들은 엘런의 명령에 맞춰 반격을 시작했다.
그들의 공격은 산발적이지 않았다.
사전에 엘런이 일러 준 몇 군데의 지점을 향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과거의 협곡 전투에서 제국군은 기습 마법 공격을 성공시킨 후, 패더폴 마법으로 병사들을 협곡 아래로 내려 보냈다.
협곡 위에서부터 저속 낙하한 제국군은 프로드군을 학살했다. 엘런도 그때 등 뒤에 큰 검상을 입게 된 것이다.
한 번에 패더폴 마법을 받기 위해 병사들은 마법사들 주위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엘런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대의 권능은 모든 것을 움켜쥐어 정화할 것이다, 버닝 핸즈.”
화르륵.
협곡에 모여 있던 제국군에게 화염 마법은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일단 한 병사에게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까지 옮겨 붙었다.
“그래도 계속 공격해.”
“절대 멈추지 마라!”
하지만 옆에서 병사들이 불타 죽고 있음에도 제국군은 절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병사들이 죽는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건가? 이러다간 배리어가 깨져 버리겠어.’
엘런은 상황이 급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형이 불리했기 때문에 프로드 마법사들은 방어 외에 다른 마법을 쓸 여유가 없었다.
쨍그랑.
계속되는 공격에 결국 배리어가 깨져 버렸다.
‘배리어. 파이어 버스트.’
엘런은 배리어를 펼치면서 동시에 협곡 위 몇몇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 덕에 밑으로 쏟아지는 공격이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엘런의 몸에 순간적인 부담을 주었다.
‘젠장, 베르무트 녀석. 냉철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어.’
엘런은 공격을 받으면 방어 마법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랬다면 전세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다. 마법사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순식간에 협곡을 초토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들은 일부의 병사가 죽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했다.
그 때문에 오히려 프로드 마법사들이 묶여버렸다.
트라모레 평원 전투 때부터 제국군의 전술을 지휘하는 제국의 장군은 베르무트였다.
그는 과거의 전쟁에서 프로드 왕국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지휘관이었다.
그의 전술은 언제나 프로드군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 전술 자체의 강력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전술이 극도로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병사들의 목숨까지도 일종의 비용으로 계산했다.
“장군, 적들의 저항이 너무 강합니다.”
“저자가 문제이군.”
베르무트는 협곡 아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엘런을 보며 말했다.
‘저자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상황에 적합하다. 수백 번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 같군. 프로드에는 저런 마법사가 없을 텐데?’
프로드 왕국의 국력은 전적으로 마법사들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폐쇄적인 구조 탓에 마법사들의 평균적인 기량이 과거보다 너무나도 떨어졌다.
하지만 협곡 밑의 저 마법사는 지금까지 자신이 봐 오던 한심한 마법사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우리가 잃을 것이 더 많겠군. 후퇴한다.”
베르무트는 곧바로 뒤돌아섰다.
“지금 후퇴하면 저들의 공격에 뒤를 붙잡히게 될 수 있습니다.”
“제일 선봉에 있는 1개 중대를 제외하고 모두 후퇴한다. 그들이 벌어준 시간 동안 거리를 최대한 벌린다.”
“후퇴한다!”
부관은 베르무트의 명령을 전달했다.
조금 전까지 거세게 몰아치던 공격이 잦아들었다.
‘후퇴하는 건가?’
엘런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히익.”
“으아아악, 내 팔!”
하지만 협곡 아래의 모습은 매우 참담했다. 이번 매복 공격으로 프로드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과거에 비교하면, 이 정도는 경미한 수준인 건가?’
과거에는 부대가 거의 궤멸 상태가 되었다.
마법 공격 후, 협곡 아래로 내려온 제국군들에게 입은 피해도 막대했다.
협곡 밖으로 도망쳐 나온 생존자는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국군이 먼저 후퇴를 했다. 오히려 프로드군의 승리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이긴 것인가? 우리가 이긴 것인가?”
게르밀은 전투 내도록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더는 폭발음이 들리지 않자 그제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몸을 일으킨 것이다.
“예. 적들이 후퇴했습니다. 이게 다 원수님의 지휘 덕분입니다.”
부관 사베가 게르밀을 부축하며 말했다.
“그, 그렇다니 다행이네. 얼른 이 끔찍한 곳을 빠져나가지.”
“원수님, 현재 부상자들이 너무 많아 바로 이동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적들이 후퇴하자마자 전후 피해 상황을 파악한 바젤이 말했다.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
“걷지 못하는 병사들을 부상자 마차로 옮겨야 합니다. 10분 정도만 주시면 가능합니다.”
게르밀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난 이곳에 단 1분도 있기 싫네. 대충 다른 병사들이 업고 움직이면 되지 않는가. 사베, 얼른 부대를 출발시키게.”
“예.”
사베는 확성용 수정 구슬을 들었다.
“전군, 보행 대열 실시! 부상자는 다른 전우가 업고 간다.”
협곡에 울려 퍼진 목소리에 병사들의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전투가 끝난 후 잠시의 휴식도 하지 못했다.
그보다도 부상자에게 응급조치를 다 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신속히 움직인다.”
그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명령은 명령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협곡 밖으로 빠져나간다.”
* * *
협곡을 빠져나온 제5군은 로슈까지 하루를 남겨 놓은 곳에 진지를 만들었다.
로슈를 점령하기 전에 전력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진지 한가운데는 참모회의장이 있었다.
“뭐? 대원수님께서 이곳에 오신다고 했나?”
그 안에서 놀람으로 가득 찬 게르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저도 방금 연락을 받았었는데, 왕명을 받아 트라모레 전투와 르와투르 협곡 전투의 공을 치하하고, 로슈 점령을 격려하는 차원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바젤은 게르밀에게 전령이 가지고 온 서신을 보여 주며 말했다.
“대원수님께서 오시면 르와투르 협곡의 매복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실 걸세. 이번 습격에서 입은 피해도 커서 피해 가기는 힘들 것이란 말이네.”
“게다가 마법 부대의 2중대의 활약이 저희와 대비될 것입니다.”
사베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르밀에게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지. 대원수님은 공과 실에 칼 같으신 분이네.”
그 말에 게르밀은 식은땀을 흘렸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오오, 그래. 그 생각이 무엇인가? 어서 말해 보게.”
“마법 부대 녀석들이 저희와 비교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놈들은 원수님께 전혀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술을 계획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원수님에 대한 도전이고 모욕입니다.”
사베의 말뜻을 이해한 게르밀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게다가 지금은 전시입니다. 전시에 상관에 대한 모독과 불복종은 즉결 사형도 가능한 사안입니다. 이를 문제 삼아 그들을 걸고넘어져 잠시 가둬 두면 대원수님께서 오셨을 때 조용히 넘길 수 있습니다.”
“사베, 자네의 두뇌는 참으로 비상하군. 내일 당장 그들을 처벌하도록 해야겠어.”
‘이것이 지휘관의 모습이 맞단 말인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바젤은 치를 떨고 있었다.
아무리 무능한 지휘관이라지만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치밀어 오르는 욕을 참으면서 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엘런은 자신들의 생명을 두 번이나 구한 이였다.
패배가 확실했던 전투를 두 번이나 역전시킨 이였다.
그런 그를 자신들의 실책이 드러날까 두려워 걸고넘어지려고 한다.
기사인 그에게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말이었다.
“자네가 그놈들 꼬투리 잡을 만한 것들을 조사해 오게나.”
“예. 군법회의만 열어 주시면 제가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역시 믿음직하군.”
터벅터벅.
더는 그 모습을 보고 있기 힘들어진 바젤은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이었다. 둥근 달을 보고 있자니 왜인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왔다.
기사가 되면서 명예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했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무능한 지휘관 밑에서 굽실거리고 있는 자신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가증스러웠다.
‘알려 줘야겠어.’
결심이 선 바젤은 마법 부대의 막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막사 앞에서 체력 단련을 하고 있던 엘런이 바젤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잠시도 쉬지 않는군.”
“마법사라고 해도 체력이 안 받쳐 주면 전투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런 엘런을 바젤은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이를 감옥에 가둬 두려고 하다니.’
바젤은 기필코 그것만큼은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사실은 자네와 제트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네.”
엘런은 고개를 갸웃했다.
참모진 중에서는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니, 큰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그러지.”
탁.
의자에 앉아서 엘런이 타 준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제트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자네가 여기까지 왔는가? 할 말이라면 회의 때 해도 될 것인데.”
제트는 그러면서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 대원수님께서 부대에 방문하기로 하셨네.”
“그래? 자네들이 고생깨나 하겠군.”
제트는 그 사실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대원수님이 오시면 저번 전투와 이번 전투에 대해 논공행상을 하실 거네. 그렇다면 당연히 모든 관심은 마법 부대로 가게 되겠지. 특히 레미 자네가 그 중심일 것이고.”
그 말에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노린 바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게르밀과 사베가 그런 자네들을 견제하고 있지. 그들은 자신들의 실책이 대원수님의 귀에 들어가는 것을 무슨 수를 써서도 막으려 하네.”
“군법회의로 저희를 묶어 두려 하는 것입니까?”
엘런은 단번에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봐 왔던 방법이었다.
“역시나 바로 알아보는군. 그렇다네. 그들은 제트와 자네를 상관 모독과 명령 불복종으로 군법회의에 회부시키려 하네.”
“그걸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을 보니 자네는 우리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군?”
그는 제트가 참모진 중에서 유일하게 기사라고 인정하는 인물이었다.
“그래, 저렇게 무능한 놈을 따랐다가는 목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더군. 그리고 나의 기사로서의 명예도 절대 허락하지 않았네.”
“바젤 님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혹시 군법회의 개시 일을 늦출 수 있습니까? 대원수님께서 부대에 도착하는 시간과 맞았으면 합니다.”
“예정대로라면 대원수님이 이틀 후에 도착할 걸세. 그리고 군법회의는 내가 사베 놈을 방해하면 가능할 것 같군.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바젤은 엘런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었다.
“그러면 제가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제 계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