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55
55
재회 (1)
과거 킨버는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일찍부터 상단의 일을 맡았다.
그는 제대로 일을 배우고 싶다며 아버지의 상단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상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상단은 계속해서 성장하여 20년 후 아버지의 상단까지 합병했다.
3층짜리 건물 나무 간판에 킨버 상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건물의 규모며 직원의 숫자며 현재의 킨버 상단은 중소규모 상단인 듯 보였다. 이 모습만으로는 그 누구도 킨버 상단이 미래에 거대 상단이 된다는 것을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아티팩트 거래량이 얼마지?”
“오늘 물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티팩트 쪽은 대형 상단에서 가져가는 것이 많습니다.”
비서의 말에 킨버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아무래도 그렇지. 하지만 아티팩트를 잡아야 돈이 될 텐데 말이야. 일단 그 베르다 상단과의 특산품 거래는? 오늘 예정된 거래량이 모두 들어오지 않은 것 같던데?
“아무래도 이스코 상단 놈들이 훼방을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을 듣자 킨버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또 그놈들인가? 우리 상단에서 다친 사람은?”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물건 손해만 본 것으로 파악됩니다.”
킨버는 사상자가 없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안 다쳤다고 해도 이 자식들 아직 옛 버릇을 못 고쳤군. 아직도 자기들이 불량배인 줄 아는 건가? 내가 한번 손 봐 주고 와야겠어.”
“조심하십시오. 이스코 놈들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혼자서 가시면 위험합니다.”
“세라, 이 근방에서 날 이길 수 있는 녀석은 그리 많지 않아.”
킨버가 자신만만하게 사무실을 나서려 할 때였다.
덜컹.
상단의 문이 큰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그곳에는 30여 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상이 험악했다.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제 발로 찾아오셨군.”
킨버가 계단에 서서 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우리 구역 넘보지 말라고?”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잔뜩 흥분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동네 불량배 같은 소리를 하는군. 너는 이제 상인이지 양아치가 아닐 텐데 말이야?”
반면에 킨버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3서클의 마법보조사였다. 경비 용병들이 주문 외울 시간만 벌어 준다면 어중이떠중이 몇십 명은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아니지 옛날 양아치 버릇을 어떻게 고치겠냐? 우르르 몰려와서 내 구역이니 네 구역이니 한심하군.”
“이 자식이!”
콰앙.
그가 탁자를 엎자 이스코 상단 무리가 킨버에게 달려들었다.
“매섭게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려라, 파이어볼.”
화르륵.
킨버의 파이어볼이 그들에게 날아갔다. 닿기만 해도 모두 불타 버리는 고온의 불덩이에 그들은 겁을 먹었다.
“만물을 품은 생명의 물이 되어 온 세상을 적셔 버려라, 아쿠아볼.”
그때 이스코 상단 무리에서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파이어볼과 상극인 아쿠아볼의 주문이었다.
치이익.
아쿠아볼에 의해 파이어볼의 불덩이는 모든 식어 버렸다.
“마법?”
킨버는 당황했다. 설마 상대 쪽에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리 마법보조사라고 해도 중소 상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흐흐, 그럼 너에게 마법으로 당한 이력이 있는데 그냥 왔겠냐?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왔지.”
이스코의 기분 나쁜 웃음이 상단 내에 퍼졌다.
‘저 녀석과 일대일로 붙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쪽수가 문제야.’
킨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 쪽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자가 있다는 것은 큰 변수였다.
“공격해. 우리 쪽에도 마법이 있다고.”
킨버의 상황을 눈치챈 이스코는 다시 공격 지시를 내렸다. 파이어볼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그들은 이제 자신감이 붙었다.
퍼억.
“크헉.”
경비원 한 명이 그들의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적을 향해 쏘아져라, 매직 미사일.”
“적을 향해 쏘아져라, 매직 미사일.”
킨버의 마법은 상대 마법보조사에 의해 무마되었다.
퍼억. 퍼억.
그동안 이스코 무리는 킨버 상단의 경비원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여러 명이 한 번에 달려드니 그들로서는 당해 낼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킨버는 막막함을 느꼈다.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아버지는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너무 무모해지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그의 마법을 제압할 만한 상대는 없었다. 거기서 생긴 자만심이 지금의 결과를 불러왔다.
“컥.”
경비원들이 모두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상단 직원 몇 명과 세라 그리고 킨버밖에 없었다.
“분명히 내가 나대지 말라고 했었지? 이제 그 대가를 치러 줘야겠어.”
마침내 이스코가 킨버가 있는 층까지 올라왔다.
그때였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이스코가 열어 놓은 문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놈이야? 한 번 봐줄 테니까 얼른 꺼져라.”
킨버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들떠 있던 이스코는 불청객이 달갑지 않았다.
“어떤 놈이긴. 여기 상단 주인 친구인데, 아무래도 내가 꺼지면 안 될 상황인 것 같지?”
“그런데 이 새끼가!”
이스코는 단단히 화가 난 채로 계단 밑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검푸른 색 로브를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매직 미사일’
피융.
“크헉.”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더니 세 명의 동료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이스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봐, 말해 봐.”
“전혀 모르겠는데.”
이스코의 물음에 마법보조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역시 아무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융.
그 소년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또다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컥.”
“크헉.”
소리와 동시에 몇 명의 동료가 또 쓰러졌다.
“저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는데?”
마법보조사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정도였다.
분명히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주문도 외우고 있지 않았다.
“누구지?”
킨버도 그가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친구라고 하는 걸 보니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목소리도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였다.
“킨버, 조금만 기다려라.”
그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아주 친근하게 생각하는 자 같았다.
“전부 달려들어.”
이스코는 두려움에 떨며 외쳤다. 다른 이들도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정체도 모를 것에 픽픽 쓰러질 게 뻔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달려드는 게 나았다.
“한 번에 달려들면 저 녀석도 별수 없을 것이다.”
“사방에서 덮쳐.”
‘인탱글.’
쿠쿠쿠.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진동했다. 이스코 무리는 원인 모를 현상에 주춤거렸다.
콰아앙.
잠시 후, 바닥을 뚫고 덩굴들이 올라왔다. 그 덩굴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끄아악.”
“싫어. 살려 줘.”
덩굴들은 이스코 무리를 모두 잡아 버렸다.
덩굴에 묶인 그들은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마침내 이스코와 마법보조사까지 덩굴에 묶였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은 내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을 베어 버릴 칼날이 되어라. 윈드 커터.”
마법보조사는 덩굴을 자르기 위해 윈드 커터 마법을 사용했다.
퍼석.
그가 사용한 윈드 커터는 덩굴에 흠집만 낼 뿐 잘라 내지는 못했다.
다른 이들은 소리만 꽥꽥 지르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전부 조용히 해라. 아니면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거야.”
“헙.”
그 소년의 말에 그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목숨은 바로 저 소년에게 달려 있었다.
“누가 대표야?”
“접니다.”
이스코가 얼른 대답했다. 그 소년이 다가오자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것은 본능적인 회피 반응이었다.
“앞으로 여기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래 줄 수 있지?”
“예. 물론입니다.”
이스코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의 위협을 느낀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타오르는 불꽃이여, 그대의 권능은 모든 것을 움켜쥐어 정화할 것이다. 버닝 핸즈.”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도 있었다.
마법보조사는 덩굴에 윈드 커터가 통하지 않자 급기야 시전자를 공격했다.
최대치로 마나를 주입한 커다란 불의 손이 소년을 움켜쥐기 위해 날아갔다.
‘워터 폴.’
쏴아아.
그 소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슬쩍 손짓했다. 손짓에 따라 허공에서 거대한 폭포수가 생겼다.
그 폭포는 불타는 손을 모두 식혀 주었다.
“어떻게 하는 거야?”
마법보조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소년은 4서클의 마법을 손짓 하나로 사용하고 있었다.
“넌 정말 안 되겠군. 웬만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매직 미사일.’
피융.
“쌔애액.”
목구멍이 뚫린 마법보조사에게서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그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 그 모습을 본 이스코 무리는 이제 숨 쉬는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했다.
“저렇게 허튼짓 하지 말고 전부 돌아가라.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고.”
소년의 손짓에 그들을 붙잡고 있던 덩굴이 풀렸다.
탁. 탁.
“으아아악.”
그들은 땅에 발이 닿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상단 밖으로 뛰쳐나갔다.
“베리타티 남작님?”
킨버는 이 압도적인 무력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어제 찾아간 레미 베리타티 남작이었다.
뒤돌아 있던 소년이 자신 쪽으로 몸을 돌렸다.
“킨버, 모르겠어?”
그렇게 말한 소년은 킨버에게 손을 건넸다. 하지만 킨버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베리타티 남작님. 제가 무지하여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킨버의 반응에 소년은 웃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엘런이라고.”
“엘런?”
킨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초점이 다시 맞춰진 그의 눈에는 7년 전 흑마법을 연구한 죄로 에니스에 수감되었던 엘런이 보였다.
“엘런, 어떻게 된 거야? 왜 네가 여길…….”
반가움을 표시하던 킨버는 그제야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잠깐, 그럼 네가 베리타티 남작이었다고?”
“그래. 내가 그 베리타티야.”
“그럼 왜 내가 알아보지 못했던 거지?
“변장 마법을 쓰고 있었거든. 어쨌든 이제 알았으니까 된 거지.”
엘런은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있는 킨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응접실로 가자, 거기서 네 이야기 좀 들려줘.”
옛날 그대로의 행동에 킨버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