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61
61
마탑의 초대 (4)
“똑똑히 보여 주지, 전투 마법사의 전투를.”
츠팟.
‘사라졌다?’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곧바로 머리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격하라, 매직 미사일.”
10개의 매직 미사일이 공중에서 쏘아졌다. 그것들은 엘런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스톤.’
엘런은 당황하지 않고 공격을 막아 냈다. 그는 각 서클에 맞는 마법으로 응수하고 있었다.
“꿰뚫어라, 아이스 스피어.”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엘런의 눈에 4개의 아이스 스피어가 보였다.
‘생각보다 빠른데?’
엘런은 얼음의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프로텍트.’
마나로 된 반투명한 벽은 날카로운 창을 남김없이 막아 주었다.
하지만 그 얼음이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그의 목소리가 대련장에 울렸다.
“성장하라, 인탱글.”
‘윈드 커터.’
서걱.
엘런의 발밑에서 자라난 덩굴은 윈드 커터에 의해 끊어져 버렸다.
잘려 나간 덩굴들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꿈틀꿈틀.
잘려나간 덩굴들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엘런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티터미르의 공격을 막을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사이 덩굴들은 엘런의 발밑까지 도달했다.
‘잡았다.’
티터미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태양과 같이 불타오르리라, 플레어.”
티터미르는 애초에 엘런이 윈드 커터로 막을 것을 예상했다.
미끼로 던진 인탱글이 잘려 나가면 그제야 진짜 공격이 나오는 것이었다.
덩굴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 5서클의 공격 마법이 그를 흔적도 없이 태워 버릴 예정이었다.
엘런은 그때 서야 발밑까지 온 덩굴들을 알아차렸다.
‘젠장, 파이어볼.’
그는 서둘러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생겨난 불덩이는 그의 발목을 노리고 들어오던 인탱글을 태워 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가 덩굴을 불태우는 사이, 플레어의 불꽃이 엘런을 집어삼키려 했다.
콰아앙.
불꽃이 엘런과 충돌하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이 대련장 전체를 울렸다. 거기서 피어난 연기가 관중들의 시야를 방해했다.
“고위 전투 마법사의 연속 공격에서 어느 정도 버티다니 실력이 그저 거품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도 곧 무너지겠군요.”
“괜히 전투 마법사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않겠나?”
“저자는 티터미르 님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관중들은 엘런이 티터미르의 공격을 막는 것에만 급급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버틴 거로도 칭찬 받을 만하지.”
“건방진 녀석! 꼴좋구나. 이제 마탑의 힘을 알겠느냐?”
“전쟁에서 운이 좋아 공을 조금 세운 것 가지고 우쭐해져서는.”
관중들은 티터미르의 승리를 확신했다. 여기저기서 엘런에 대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네놈이 마탑의 시험에 떨어진 이유를 알란 말이다.”
릭 체들턴의 조롱은 대련을 보고 있던 로미우의 귀까지 들어왔다.
“베리타티 경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한 것이야?”
로미우는 아너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걱정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가 보기에는 엘런은 마탑의 마법사에게 흠씬 두들겨 맞다가 끝나 버린 것 같았다.
아너의 대답은 그런 로미우의 눈을 커다랗게 만들었다.
“아닙니다, 왕자님. 저희 생각보다 그는 훨씬 더 대단한 실력자였나 봅니다.”
“그 말은 베리타티 경이 아직 지지 않았단 말이야?”
그는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너의 확신을 바라는 눈치였다.
“지지 않았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은 그가 이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마법사의 전투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투 자체에 대한 감은 누구보다 기민했다. 그의 감각이 엘런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대련장에 피어올랐던 먼지도 그사이 대부분 가라앉았다.
“마탑의 시험에 떨어진 이유라 했나?”
꿀꺽.
그 소리에 관중들은 침을 삼켰다. 쓰러졌을 거라 생각했던 그의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시험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나?”
그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 같나?”
이제 먼지는 모두 내려앉았다. 엘런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몸에는 흠집 하나 나 있지 않았다.
‘괴물인가?’
급기야 티터미르는 엘런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체술을 이용한 고속 이동과 하위 서클 마법들의 연계 공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애초에 대인전을 위해 고안한 방식이었다. 7서클의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긴장할만한 전술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인탱글을 이용한 공격은 완벽히 상대의 허를 찔렀다고 생각했다.
그가 주문을 외우지 않는 것을 생각해 일부러 고위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그 공격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5서클의 플레어를 막았다는 말은 5서클의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법을 사용할 주문을 외울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고위 마법도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티터미르는 엘런의 눈을 피했다. 자신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파이어볼.’
엘런의 양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동시에 그가 입고 있는 침묵의 로브도 살짝 빛을 발했다.
둥둥.
10개가 넘는 파이어볼이 엘런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프로뱅에게서 배운 흑마법 수식이 들어간 마법이었다.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순간적으로 그에게 겁을 먹은 티터미르는 파이어볼을 보고 내심 안심했다.
10개 정도의 파이어볼은 그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수호해라, 프로텍트.”
콰아앙!
파이어볼이 그 반투명의 막과 충돌했다.
커다란 폭발음이 나긴 했지만, 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
‘고작 10개의 파이어볼로 뭘 어쩌겠다는 생각이지?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왠지 모를 기분 나쁨이 전해졌다. 이렇게까지 얕잡아보이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웅.
하지만 그 생각은 곧 후회로 돌아왔다. 다시 10개의 파이어볼이 생겨난 것이다.
‘파이어볼.’
그리고 1초도 되지 않아 10개의 파이어볼이 또 구현됐다.
‘파이어볼.’
엘런은 조금도 쉬지 않고 파이어볼을 만들어 냈다.
흑마법의 수식이 들어간 파이어볼은 극도의 효율을 자랑했다. 일반 파이어볼 5개를 만들 마나로 그 2배를 구현할 수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그 파이어볼들은 티터미르의 프로텍트와 계속해서 부딪혔다.
폭발음은 잠깐도 멎지 않았다. 이미 그의 주위는 파이어볼에서 튄 불로 인해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쨍그랑.
“수호해라, 프로텍트.”
콰앙.
티터미르는 프로텍트가 깨지는 순간 바로 새로운 프로텍트를 소환했다. 하지만 그 수가 무한하다고 착각이 들 정도의 파이어볼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새로 소환한 프로텍트 역시 얼마 못 가서 깨져 버렸다.
“히익!”
티터미르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공포심.
파이어볼은 공격 마법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효율적이고 사용 빈도가 높은 마법이다.
그리고 그만큼 익숙한 마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마법이 수없이 반복되니 8서클의 마법 헬파이어처럼 느껴졌다.
티터미르는 파이어볼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몇 번의 파이어볼이 사용되었는지조차 셀 수 없었다. 결국, 엘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그는 불덩이에 직격당했다.
“으아악.”
한 번의 직격은 곧 뒤따라오는 불덩이의 직격을 의미했다.
퍼어엉.
폭발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대련장 한가운데 시뻘건 불이 활활 타올랐다.
그때 심판이 경기장으로 올라왔다.
“티터미르 제이, 전투 불능 판정.”
그의 입술이 움직이자 관중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 * *
“대련을 보고 온 소감이 어땠느냐?”
“아바마마, 소자는 어째서 베리타티 경이 마탑의 시험에서 떨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특히 그의 당당한 태도는 너무나도 멋져 보였습니다.”
로미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대련이 끝나자마자 곧장 왕궁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보았던 엘런의 모습을 서둘러 아버지께 전해 주고 싶어서였다.
‘책을 볼 때 말고 이토록 반짝이던 눈빛을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알베르토는 아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워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가지기 무서워했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사람에게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네가 그와 가깝게 지냈으면 하는구나.”
“저 역시 베리타티 경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로미우는 엘런을 진심으로 동경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사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수고했다.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거라.”
“예, 아바마마. 소자, 물러가 보겠습니다.”
쿵.
로미우가 나갔지만, 알베르토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생각보다 더 엄청난 자였군.’
고작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미리 연을 이어 놓길 잘했군.’
알베르토는 그를 발견해 준 아카드가 고마웠다.
‘그나저나 마탑 녀석들은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
그들의 자존심은 왕족의 것과도 맞먹을 정도였다.
그런 그들의 자랑이 바로 고위 마법사들이었다.
대륙에서 가장 많은 고위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드 마탑이었다.
‘요즘 들어 마탑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에게 고마워해야겠군.’
이따금 탑주는 왕인 자신에게 도전할 때도 있었다. 그는 마탑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엘런이 그 일을 대신해 준 것이다.
‘그를 곁에 두고 마탑의 견제를 지속해야겠어.’
* * *
“후욱. 후욱.”
이른 아침, 엘런의 저택 정원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털썩.
엘런은 정원에 몸을 던지다시피 뉘었다.
‘체술은 더 이상 늘지를 않는군.’
마탑에서의 대련이 끝나고 두 달이 흘렀다. 두 번의 생을 통틀어 전투 마법사와의 대련은 처음이었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며, 효율적인 마법 사용이며, 모두 치명적이었어.’
무엇보다 엘런은 체술에서 밀리는 것을 느꼈다. 일순간이긴 했지만, 티터미르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쳤다. 그의 실력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직접 그자를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나?’
전생에 배운 완성되지 않은 체술.
그것을 모두 배워야 체술이 성장할 수 있다.
“후우.”
턱 끝까지 올라왔던 호흡이 가라앉았다. 엘런은 몸을 일으켜 저택으로 들어가려 했다.
“문 좀 열어 주지 그러나?”
엘런은 대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벤틀러, 여기는 웬일이야?”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엘런의 표정은 밝았다. 정확히 말해 기대감으로 차 있었다.
“스승님을 찾은 건가?”
그는 바로 그론리드가에서 에단을 지키고 있던 벤틀러였다.
“덕분에 스승님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왔지.”
벤틀러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택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지.”
엘런은 얼른 철문을 열었다.
‘드디어 이 미완성의 기술을 채울 수 있는 것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