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7
7
마나 자질 테스트 (2)
“엘런입니다.”
계속되는 검정으로 지쳐 가던 유진은 대충 손짓했다.
“여기로 와.”
위이이잉.
익숙한 손놀림으로 꼬마의 몸을 훑었다.
‘이 짓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야?’
꼬마의 뒤로 보이는 끝이 없는 줄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 한 놈 건졌다.’
꼬마의 몸에서는 어느 정도의 마나가 느껴졌다.
1서클 정도 되는 마나였다.
하지만 주위의 마나를 끌어들이는 수집력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낮았다.
이런 꼬마들이 마법 아카데미에 가면 결과는 뻔했다.
“엘런이라고 했나? 너 몸속에 마나가 있군.”
연구비 지원과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꼬마의 미래 따위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예상대로 자신이 툭 던진 한마디에 꼬마의 부모는 벌써부터 다리에 힘이 풀리려 했다.
‘이 정도 반응이면 훨씬 쉽겠는데?’
검정단으로 왕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아이들과 그의 부모들을 봐 왔다.
자신에 말에 돌아오는 반응을 보면 어느 정도로 등쳐먹을 수 있는지 견적이 나왔다.
‘그리고 이건 하라는 대로 뭐든지 할 놈들이야. 제대로 잡았군.’
그는 속으로 씨익 웃으면서 앞에 있는 꼬마를 보았다.
분명 잔뜩 기대감을 품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자기도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과분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뭐야?’
유진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꼬마 때문에 당황했다.
“아직 어려서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보군. 넌 나와 같은 마법사가 될 자질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한 가지 검정을 더 통과해야 하긴 하지만 이것만 통과하면 인생 역전이라는 거지.”
자신의 친절한 설명에도 이 꼬마는 도무지 기뻐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니까 정말 역겹다.’
엘런은 유진의 오만한 태도와 어떻게든 부모님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행동에 역겨움을 느꼈다.
과거에는 이런 속셈을 알지도 못한 채 그가 시키는 대로 다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뭐죠?”
엘런의 무미건조한 말에 유진은 당황했다.
“너의 몸속에 있는 마나를 느끼는 것이다. 마나 친화력과 관련된 것이지. 이렇게 앉아서 눈을 감고 너의 마나를 느끼려고 해 보거라.”
엘런은 바닥에 앉았다. 유진은 그런 엘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엘런이 마나를 느끼는 순간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1차 통과자가 나오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엘런의 부모도 긴장되는 눈빛으로 그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 검정만 통과하면 아들은 마법사가 되기 위한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다.
학비가 부담스럽지만, 마법사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 시작해라. 보통 10분 정도는 걸리지만, 일단 얼마가 걸리든 마나를 느끼기만 하면 통과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집중하면 된다.”
마나 친화력 검정은 마법사가 계속 대상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유진 대신에 다른 마법사가 투입되어 검증은 계속 진행되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오랜만에 등장한 1차 통과자인 엘런에게 쏠려 있었다.
‘아주 놀라서 뒤집어지게 해 주지.’
엘런은 즉시 자신의 마나를 느꼈다.
쿠당탕!
유진은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진 상태로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 어떻, 흡!”
유진은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덮으며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을 막았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몇 초가 흐른 거지? 아니, 몇 초라고 표현하기도 무색한 시간이었다. 마나 친화력이 극도로 높은 녀석이다. 그야말로 세기의 천재.’
마법사의 반응에 주변 사람들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엘런을 보았다.
정작 엘런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마법사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통과한 것인가요?”
“통과다. 마법사적 자질이 아주 우수하군. 부모님을 모시고 뒤쪽으로 오려무나.”
부모에게로 걸어가는 엘런의 뒷모습을 보며 유진의 본능이 계속해서 외치는 것이 들렸다.
유진은 어떻게든 저 세기의 천재에게 줄을 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쪽으로 오고 있는 엘런과 그의 부모를 보고 유진은 한걸음에 달려갔다.
방금까지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저희 아들이 마법사가 될 자질이 있습니까?”
엘런의 아버지 시엔은 이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지 얼떨떨한 말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물론이다. 그것도 엘런은 천재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더군.”
털썩.
그 말에 마리아는 다리가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엘런은 그런 마리아를 부축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법사의 속셈을 모르는 채 그에게 허리가 부러지도록 감사의 인사를 하는 마리아를 보며 엘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시엔도 자질이 있다고 판정되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략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잘 믿겨지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던진 말이었다.
“엘런을 아카데미에 입학시켜야 한다. 다른 어중이떠중이들이라면 이런 말을 안 하겠지만 엘런이라면 분명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장담하지. 여기 내 이름으로 된 추천장을 주겠네.”
그의 말에 엘런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학비를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올지 알았다.’
과거의 엘런은 여기서 그 추천장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니요. 아버지 전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을 거예요.”
엘런의 선언에 그의 부모님과 유진 모두가 입을 벌렸다.
“그게 무슨 소리니, 엘런. 학비 같은 건 걱정하지 마.”
마리아가 엘런을 말렸다.
“엘런, 마법 아카데미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너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마법사가 될 수 없다는 말이야.”
유진도 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는 마법사가 되지 않을 겁니다. 아카데미의 학비가 한두 푼도 아니고 그냥 고향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오순도순 살아가고 싶어요. 전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허어.”
아들의 말에 시엔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마법사들의 권유로 아카데미에 갔을 때 대부분이 마법사가 되지 못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소문일 뿐이었고 아들이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지원해 줄 생각이었다.
‘어쩌면 이게 잘된 것일 수도.’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시엔은 엘런에게 일말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돈을 더 빌리는 건 무리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유진의 머릿속은 훨씬 복잡한 상태였다.
엄청난 천재가 등장을 했고 그것이 자신의 손에서 검정되었다.
이 녀석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정도의 재능이라면 반드시 마탑의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부터라도 줄을 대고 있어야 그때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학비가 부담스럽다는 의미인가?’
유진은 엘런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고민을 시작했다.
가기 싫다는 이유는 마법사가 싫다는 것보다는, 학비가 비싸고 이대로 사는 것에 만족하겠다는 의미였다.
‘그것만 해결한다면 되는 건가?’
유진의 머릿속에서는 수십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며 계산을 맞추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카데미로 보내야 한다.’
유진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자신의 성공의 길이 보이는데 이걸 놓칠 수 없었다.
유진이 입을 떼려고 하는 그때, 그와 함께 검정단으로 온 마법사 한 명이 그들 사이로 불쑥 끼어들었다.
흰색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어딘가 상인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마법사였다.
“난 포앵이라고 하네. 듣자 하니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것 같더군. 이런 천재를 고작 돈 때문에 놓칠 수는 없지.”
포앵은 엘런의 어깨에 손을 턱 얹고는 말을 이어 갔다.
“그 아이의 학비를 내가 지원하지.”
그의 말에 시엔과 마리아는 눈이 동그래졌다.
‘저 간악한 녀석이!’
오직 유진만이 그의 속셈을 알아보고 분개했다.
‘이미 소문이 퍼진 모양이야.’
유진의 격한 반응 때문에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천재의 등장에 관한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그럴 수가 있나? 그대가 부담을 가질 필요 없네. 이 아이는 내가 발견한 아이이니 내가 지원을 하도록 하지.”
유진도 엘런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거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데?’
예상한 시나리오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엘런은 저울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