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9
9
첫 던전 공략 (2)
퍼엉! 퍼엉!
쿠구궁!
폭발음과 함께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피어오르는 먼지 사이로 갈색 머리의 앳된 소년이 보였다.
그 소년의 주위에는 푸른색 마나 덩어리 3개가 떠다니고 있었다.
마나 덩어리는 소년의 손짓에 따라 커다란 바위를 향해 날아갔다.
슈수숭.
콰앙!
커다란 바위가 네 조각으로 나누어졌다. 저렇게 조그만 소년이 했다고는 믿기 힘든 결과였다.
“하아, 하아!”
소년도 힘에 부쳤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몸 하나 지키기에는 문제없겠어.’
그 소년은 하메론의 던전을 정복하기 전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엘런이었다.
유진을 만나고 던전을 정복하기로 결심한 지 거의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아카데미 입학까지는 한 달이 조금 안 남은 상황이었다.
그동안 엘런은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수련에 쏟아부었다.
회귀 전의 기억이 고스란히 있는 엘런은 하메론 호흡법 말고도 마법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에 1서클 마스터의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과거에도 처절하게 느꼈지만 정말로 저주받은 재능이다.’
만약 엘런이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었더라면 2서클은 거뜬히 넘겼을 것이다.
못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진짜다.’
사실 1서클 정도의 실력으로는 던전을 정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서 여행을 다닐 수조차 없었다.
엘런의 경우에는 영창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지난 30년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과거에 엘런은 매직 미사일을 쏘려면 한 문장 이상의 주문을 영창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나량의 한계만큼의 매직 미사일을 동시에 쏠 수 있었다.
1서클의 마법이라도 여러 개를 한 번에 맞으면 커다란 바위나 나무는 거뜬히 부술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을 발휘했다.
‘시간 내에 돌아오려면 이제 출발해야겠어.’
엘런은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 * *
“아버지, 어머니,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할 일이 있는데 이주일 정도 집을 비워야 할 것 같아요.”
엘런의 말에 시엔과 마리아의 포크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니?”
“죄송해요. 그게 이유를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려워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말썽을 피운 적 없었던 아들의 선언에 당황했던 그들이지만, 이내 마음이 진정되었다.
아직 어리긴 했지만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휴우, 우리 아들이 그렇다는데 엄마는 응원해 줘야겠지?”
마리아의 말에 엘런은 싱긋 미소를 내비쳤다.
“역시 나의 아들이구나. 무릇 남자라면 모험을 다녀와야 하는 법이지. 아, 잠시만 기다리거라.”
가슴을 탕탕 치던 시엔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포크를 내려놓고 창고로 뛰어갔다.
“아직 쓸 만하구먼.”
잠시 후 시엔은 양손 한가득 경갑 옷과 부츠,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그게 뭐예요?”
“이 아빠가 왕년에 모험을 다닐 때 쓰던 것들이란다. 아빠의 목숨을 지켜 준 소중한 녀석들이지! 네 엄마도 이걸 끼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 반해서 아빠와 결혼했을 정도지.”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요?”
마리아는 시엔을 나무랐다.
하지만 마리아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워요. 잘 쓸게요.”
“그래, 넌 마탑에서도 인정한 천재가 아니냐. 그 전에 이 아빠의 아들이니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시엔이 건네주는 장비를 보며 엘런은 문득 빚을 갚기 위해 이 장비를 걸치고 용병 일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그런 과거 따위에 슬퍼하지 말자. 미래는 내가 바꾼다.’
* * *
하메론의 던전은 엘런이 살고 있는 로스에서 말을 타고 3일 정도 떨어진 도시인 브레다의 북쪽 지역에 있었다.
엘런은 던전에 입성하기 전에 브레다에 들렀다.
히이잉!
말을 마구간에 맡긴 엘런은 곧장 용병 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런은 하메론의 던전에 관한 지식도 있었고, 과거의 생에서 던전 탐험의 전문가이기도 했다.
또한 상식적이지 않는 능력도 있었고 수련을 통해 마나량도 수집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1서클 15살짜리 소년에 불과했다.
혼자서 하메론의 던전을 클리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이 그에게는 어느 정도의 돈이 있었다.
검정단이 마탑으로 돌아가기 전, 유진이 집으로 찾아왔었다.
그는 생활비로 쓰라며 부모님에게 5골드를 주고 갔었다.
엘런의 집의 두 달 치 생활비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시엔은 그 돈을 여행을 떠나는 엘런에게 준 것이다.
‘말을 빌리는 것과 식비 외에는 최대한 아꼈으니까 용병을 구하기에는 충분하겠군.’
딸랑.
엘런이 길드의 문을 열자 문에 달려 있던 종이 울렸다.
종소리에 길드 안에 있던 용병들이 문을 쳐다보았지만, 엘런의 모습에 흥미를 잃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버렸다.
엘런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의뢰 종이가 붙어 있는 게시판으로 걸어갔다.
비밀 유지를 위해 의뢰 보수만이 기재된 의뢰서를 자유롭게 붙여 놓을 수 있는 곳으로, 그 의뢰를 본 용병들 중 관심 있는 용병들이 찾아와 의뢰에 대해 듣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턱.
의뢰서를 붙인 엘런은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금방 몰려들 텐데.’
아니나 다를까, 금세 엘런의 주위로 용병들이 몰려들었다.
“꼬마야, 의뢰서로는 장난치는 게 아니란다.”
험상궂게 생긴 용병이 엘런을 위협했다.
코웃음을 친 엘런은 금화 3개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에 용병들은 잠시 넋을 놓았다. 자신들의 한 달 생활비가 탁자에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의심한 것에 대해 사과하오. 그럼 의뢰에 대해서 들어 볼 수 있겠소?”
이내 정신을 차린 용병 하나가 정중하게 말했다.
혹시 고용주가 될 수도 있는 자에게 하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용병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엘런은 그들을 한번 훑었다.
“브레다 북쪽에 있는 던전을 갈 것입니다.”
엘런의 말에 용병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에이, 3골드에 목숨을 바치라는 것이오?”
“젠장할,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꼬마야, 괜한 객기 부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엘런 주위에 바글바글 거리던 용병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엘런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너희 같은 어중이떠중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그러면서 엘런은 턱을 괸 채 누군가를 기다렸다.
엘런이 슬슬 지겨움을 느낄 때쯤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몇 걸음 떨어져 있음에도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옷도 여기저기 해진 것이 누가 봐도 거지의 행색이었다.
‘왔구나.’
엘런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