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
§ 9화
휘이이─
저녁 9시. 사위가 어둑한 공터. 단검 세 자루가 물고기처럼 밤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나는 마치 지휘자가 된 것처럼 내 의지대로 단검의 무리를 조종했다.
그람의 기프트 [분열]이었다.
게임상에서 천우진이 다루던 그람의 단검은 총 13자루.
반면 현재 내가 다룰 수 있는 단검은 3자루에 불과했다. 기프트의 일부만이 해금된 셈이었다. 하지만 이편이 내게는 오히려 좋았다.
“처음부터 13자루씩이나 나오면 다루기 힘들지.”
성능이 너무 뛰어나도 그걸 활용하는 건 별개의 영역이다.
생전 피아노 한 번 안 쳐본 사람한테 고급 피아노를 선물한다고 칠 수 있을 리 없는 것과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초심자인 내게 13자루의 단검이 주어졌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었을 거다.
당장 천우진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두 자루 이상을 다루기 어려워했으니.
그람이 찬밥신세를 당한 데에는 다 이러한 활용의 난이도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천우진조차 어려워한 3자루의 단검을 아무런 무리 없이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재능, ‘비도술의 귀재’가 작용한 결과다.
이처럼 몸에 닿지 않더라도 내 의지에 의해 비행하는 물체라면 나는 누구보다 그것을 능숙하게 다루는 게 가능했다.
“개수야 차차 늘려가면 되는 거고.”
시험 삼아 근처의 나무를 향해 단검 한 자루를 쏘아냈다. 그람의 마력에 내 기력까지 더해진 단검은 빛살처럼 날아가 나무에 자루까지 박혀 들었다.
“······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강할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다.
“이거라면 이터니티에서도 먹히겠는데.”
기력이 적어 이만한 위력을 계속 내기는 무리였지만, 비장의 수로 써먹기엔 딱이었다.
방심한 놈한테 한 방 박아버리면 누구든 당황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게다가 소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채 비도(飛刀)를 다루었습니다. 놀라운 경험으로 인해 비도술의 귀재가 특성을 체화합니다!]▶특성 : 이기어검(以氣馭劍)
─비도술의 귀재가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비도를 다루어 체화된 특성.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물체를 다루는 능력이 대폭 상승하고, 기력의 소모량은 15% 감소한다.
순간 비도를 다루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다가 떼어낸 듯한 홀가분함이었다.
거기다 기력의 소모량을 15%씩이나 줄여준다는 문구. 이게 가장 중요했다.
내 적은 기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었으니.
“비도술이 답이었네.”
만족스러운 결과에 흐뭇하게 웃으며 나는 한동안 비도를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 스마트폰을 보니 어느덧 밤 12시.
“흐아함~”
잠이 솔솔 쏟아지는 게 오늘 밤은 꿀잠을 잘 수 있겠다.
***
이터니티의 후면에 위치하는 ‘필드’라 불리는 야산이 존재한다.
이 광활한 산지에는 다양한 마수가 서식하고 있었다.
이는 체험장에서의 가상이나 인형 따위가 아닌 실제 마수였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마수가 즐비한 필드에서의 실습이 있는 날이다.
물론 이터니티에서 관리하는 마수들이니만큼 크게 위협이 될만한 요소가 없기에 가능한 실습이었지만 그래도 마수는 마수였다. 방심했다간 바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기에, 이러한 실습을 갓 입학한 신입생에게 시키는 곳은 전세계에서 오직 이터니티가 유일했다.
그도 그럴 게 이터니티의 교육방침이란 게······
[초인이란 마수를 사냥하는 존재. 따라서, 언제든 마수와 대적할 줄 알아야 한다.]······이런 실전 지향형이다.
“오늘은 첫날이니만큼 초입에서 자율적인 실습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필드의 입구에 모인 생도들에게 하진우가 은팔찌를 나눠주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 팔찌에 마력을 불어넣어라. 그러면 내게 신호가 갈 거다. 이상. 실습 시작이다.”
말을 마친 하진우가 뒤편에 자리한 오두막 안으로 쏙 들어갔다.
자율실습을 시켜놓고 자기는 들어가서 쉬려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실습이 시작되자 생도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었다.
마물의 사체를 각자 지정된 장소에 모아 제출하는 것이 오늘의 실습과제였다.
마물이란 되다만 마수, 즉 마수 이하의 존재다. 지금의 나라도 마물 정도는 거뜬히 사냥할 수 있었다.
아니, 여타 생도들보다 잡몹처리에 있어서는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
무려 그람의 비도만 3자루다. 거기다 내 경험이 어우러지면 마물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였다.
분명 그럴 터였는데······
“저기다! 마물이야!”
타다다닥!
마물이 발견되기 무섭게 날듯이 달려가는 생도들. 나는 그 모습을 손 놓고 지켜만 보았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암만 흑등고래의 정수를 얻었다고 해봤자 어려서부터 10년이 넘도록 육체를 단련해온 생도들의 달리기를 따라갈 수는 없던 것이다.
가봤자, 이미 사냥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잡혀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필드의 초입에 마물이 넉넉한 것도 아니라서 먼저 달려간 놈이 임자였다.
그렇다고 마물을 직접 찾자니 코빼기도 안 보인다.
“이거 진짜 이러다 한 마리도 못 잡겠네.”
마물을 잡을 수 있으면 뭐하나. 정작 그 마물을 잡을 기회가 없는데.
빼도 박도 못하고 꼴지가 확정된 상황에 내 얼굴이 휴짓조각처럼 구겨졌다.
실습이라면서 마물을 이렇게 쥐꼬리만큼 풀어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구경이라도 할 수 있게 해놓던가. 그냥 던전이라도 확 하나 털어버려?
“······던전?”
속으로 투덜거리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다, 던전! 와,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내 둔한 머리를 원망하며 재빨리 필드의 지도를 펼쳤다.
초입인 500m까지의 지형을 꼼꼼히 훑으며 내 기억과 대조시켜보았다. 그리고.
“있다!”
초입이 끝나가는 지점. 500m에 걸쳐 있는 지점이라 애매하긴 했지만, 아무튼 던전이 하나 존재했다. 마침 마물도 아주 썩어 넘쳐나는 곳이었다.
바로 육각사의 둥지.
육각의 뿔을 지닌 뱀, 5급 마수 육각사와 놈의 덜자란 새끼들이 떼거지로 몰려있는 곳이었다.
물론 육각사라는 마수가 존재하는 만큼 위험한 장소였다.
나 또한 육각사까지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놈의 새끼 마물만 대충 몇 마리 털어먹다 나올 계획이었다.
처음의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게 끝이 없다.
마물 몇 마리 잡자니 육각사가 생각나고, 육각사가 생각나니 놈의 뿔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아, 그거 달여 먹으면 성능 죽이는데.’
흑등고래의 정수같이 육체를 증진 시켜주는 효력은 없지만, 육각사의 뿔은 그 이상으로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독의 내성을 올려주는 것이다.
독을 쓰는 마수나 초인도 존재하는 세상이니만큼 독의 내성은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선 필수로 갖춰야 하는 능력이었다.
‘저주를 튕겨내는 능력도 있었지 아마?’
물론 육각사는 독사이니만큼 놈의 뿔을 날로 먹었다간 그날부로 이승 하직이다.
안전하게 독기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값비싼 재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지금 당장 내 능력으로는 구할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쩝, 잡는 건 둘째치고 재료가 문제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자니 내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이.”
먼지 한 올 달라붙지 않은 새하얀 교복을 구석구석 다리미질로 각을 세워놓은 생도. 니콜라이였다.
‘아, 맞다. 얘가 있었지.’
보나 마나 시비를 걸러 온 거였지만 웃음이 지어졌다. 곤란하던 차에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랄까.
그도 그럴 게 니콜라이라면 내가 원하는 재료들을 조달해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핵수저였다.
무려 아버지가 초인협회의 간부를 하고 계시는 녀석이었으니까.
물론 니콜라이가 해달란다고 해줄 정도로 협조적인 놈은 아니었지만, 녀석을 다루는 거야 어린애 사탕 뺏기보다 쉬웠다.
이 녀석의 용건이야 안 봐도 뻔했으니까.
“누가 마물을 많이 잡나 승부하자고?”
“······그래.”
내가 먼저 용건을 말하자 선수를 빼앗긴 니콜라이가 당황했다. 나는 거기에 아랑곳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뺄 줄 알았더니 의외로 배짱이 있군.”
만약 니콜라이가 1분만 더 일찍 왔더라도 뺏을 것이다.
하지만 육각사의 둥지를 발견한 이상 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내가 무조건 이기는 승부인데 뭐 하러? 최대한 털어먹어야지.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원하는 거 하나 들어주기 어때?”
“흥, 좋다.”
즉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니콜라이가 당당하게 마물을 잡으러 떠나갔다. 그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니 살짝 미안해졌다.
이건 니콜라이가 암만 초입의 마물을 쓸어 담아봐야 절대 이길 수 없는 승부였으니까.
다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다르게 보였나 보다.
“니콜라이는 승부욕이 강해서 엮이면 피곤한 사람이에요.”
어느새 다가온 아멜리아의 말이었다. 니콜라이를 보는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은 게 그녀도 데인 적이 있는 듯했다.
뭐, 나야 니콜라이가 저렇게 나와주면 오히려 고맙다.
‘대놓고 뽑아먹기 편하니까.’
내기만큼 형편 좋은 구실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괜찮겠어요?”
“뭐가?”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았잖아요.”
아멜리아가 푸른 동그라미가 처진 내 섹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에는 단 한 마리의 마물의 사체도 쌓여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아직 마물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으니까.
반면 니콜라이의 섹터에는 얼추 잡아도 열 마리가 넘어가는 마물의 사체가 쌓여있었다.
마물이 쥐꼬리만치 적은 초입에서 그 열 마리란 간극을 좁히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남은 시간 동안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될까 말까다. 그러니 아멜리아가 괜찮겠냐 물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널널하지.”
내 여유로운 모습에 아멜리아가 이해를 포기한 듯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내 여유에는 근거가 차고 넘쳤다.
육각사의 새끼들만 대충 털어도 내기쯤이야 낙승이었으니까.
‘그나저나 파티를 좀 짜야겠는데.’
육각사의 새끼들이야 그렇다 치고, 육각사까지 잡으려면 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내가 아무리 공략법에 빠삭하다 해도 육각사는 엄연한 5급 마수였으니까.
적어도 파티는 꾸려가야 잡을 수 있다. 아니, 솔직히 꾸려가도 못 잡는다.
일전에 보았던 2급 다이어울프하고는 차원이 다른 게 바로 5급마수 육각사였다.
2급 마수 50마리가 덤벼들어야 3급마수 한 마리와 비례하고 또 그 3급마수 50마리가 4급마수와 비례하고······
5급마수는 아예 하위 마수들이 싸그리 다 덤벼들어도 못 잡는 괴수다.
육각사란 놈이 바로 그 5급 마수였다.
그런 녀석을 고작 1학년 생도끼리 파티를 짰다고 잡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말이 되는 반이 바로 우리 반이었다.
여기에는 1학년 생도지만, 1학년 수준이 아닌 생도가 수두룩하고, 또 이를 이끌어줄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5급마수는 여전히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나, 여기가 필드인 이상 어찌 비벼볼만 했다.
필드에 존재하는 마수들은 이터니티에서 관리한답시고, 제약이 걸려있었으니까.
그중 육각사는 아예 반신만 움직일 수 있게끔 결박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육각사라면 나도 나름 일가견이 있다.
‘그놈 잡는 건 내가 또 도사지.’
그거 잡는다고 무려 4차례나 트라이를 해봤으니까. 약점부터 특징, 공략법까지 싹 다 꿰고 있었다.
‘영 아니다 싶으면 튀어도 되고.’
어차피 놈은 보스룸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묶여있었다. 그나저나······
‘누구를 데려갈까.’
아멜리아를 데려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뒤에서 원거리 공격을 퍼부어줄 마법사보다야 앞에서 막아줄 전사 포지션이 훨씬 편하니까. 그래야 내가 뒤에서 마음 편히 단검으로 짤짤이도 넣지.
‘어디 보자······’
생도들은 삼삼오오 모여 마물을 사냥하러 다니기 바빴다.
이중에서 육각사의 공격에 충분히 버틸만한 실력자이면서도 던전에 들어갈 만큼 할 일 없는 생도를 찾기란 그리 쉬운 게······
“쉽네.”
마침 팀원도 없고, 할 일 없는 생도가 눈에 들어왔다.
남들 다 마물 잡는다고 바쁜데 홀로 나무 그늘 아래 기대앉아있는 여생도.
‘하긴, 따분하기도 하겠지.’
이런 마물쯤이야 한 트럭을 갖다 준다 해도 시시할 만한 레벨이니까.
솔직히 실력적인 면으로 보나 포지션으로 보나 쟤만큼 던전에 데리고 가기에 적합한 인재도 없었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쪽으로 다가갔다.
“은가예.”
“······?”
어디 마물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은가예가 나를 올려다본다.
“심심하지? 던전이나 가자.”
“······던전? 여기 던전이 어디 있다고?”
“내가 발견했는데 끄트머리에 하나 있더라.”
“흐음, 진짜? 그럼 당연히 가야지.”
의심 반, 기대 반으로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는 은가예.
‘일단 한 명 구했고.’
은가예의 ‘중력’은 미친 파괴력을 보이지만, 방어에도 뛰어나다. 내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육각사와 대적하기에 충분한 능력자다.
다만, 녀석의 친위대라 할 수 있는 마물이 넘쳐나기에, 그걸 뚫고 육각사를 잡으려면 우리 둘만으로는 무리였다.
‘한 명 더 데리고 가야지.’
물론 그 한 명이야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은가예의 부족한 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면서도, 단독으로 육각사를 상대할 수 있는 생도.
‘천우진.’
고개를 돌리니 마침 천우진이 마물을 사냥하고 있었다.
검이 휘둘러지고 푸른 마력의 꼬리가 잔상처럼 뒤따른다. 뒤이어 괴수형 마물이 사선으로 갈라진다.
“이야, 기가 막히네.”
아무리 하급 마물이라지만 저걸 단번에 베어버리다니. 역시 천우진. 재능충이라 그런지 싹부터가 다르다.
“쟤도 데려가려고?”
“응, 둘보다야 셋이 낫지.”
은가예의 물음에 답해주던 때였다. 사냥을 마친 천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누구완 달리 마주 웃어주는 천우진. 역시 좋은 녀석이다.
내가 그쪽으로 걸어가자 천우진이 나를 이채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해솔.”
“반가워. 처음 인사하네?”
“응, 반갑다.”
짤막한 인사가 끝나자 나는 곧장 용건을 꺼내 들었다.
“내가 던전을 발견했는데 같이 가자.”
“던전?”
뜻밖의 말이었는지 천우진이 눈을 크게 떴다.
“들어가도 되는 거야?”
“뭐 어때. 들어가지 말라는 소리도 없었는데.”
“갈 수만 있다면야 나는 좋아.”
천우진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 그도 그럴 게 천우진은 누구보다 규칙을 준수하는 모범생도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무력을 시험할 수 있는 일에는 규칙 따위 깡그리 무시하는 대범함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 은가예, 천우진. 이렇게 3인의 던전공략대, 아니. 버스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