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2
§ 111화
언데몬 마을에 있어서 아나스타샤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백야와 아나스타샤의 거래로 인해 언데몬 마을에 정기적인 수입이 생겨난 것이다.
그 수입을 위해서라며 아멜리아가 멀쩡한 애 머리에 나뭇잎을 따와 붙이고, 옷까지 골라주는데 표정이 상당히 위험해 보였기에 접근 금지령을 내렸다.
결과야 좋았다지만 계속 곁에 두면 또 무슨 이상한 지식을 주입 시킬지 몰랐으니까.
‘이미 늦었지만.’
나는 빛을 휘광처럼 두르고 들어오는 아나스타샤를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근 아나스타샤는 본인을 진짜 숲의 요정이라고 믿는지 날아다닐 때마다 빛을 인위적으로 발산하지를 않나, 숲의 관리까지 시작했다.
비오는 날에는 개미집이 빗물에 떠내려가지 말라고 나뭇잎을 씌워준다.
쳐져 있는 꽃을 발견하면 빛의 마력으로 회복시켜주며 활짝 웃었다.
리디아가 빌려준 화분통을 들고 날아가서 물도 뿌려준다.
죽어가는 꽃을 살리곤 활짝 웃는 게, 표정이 없는 아나스타샤로서는 정말 보기 드문 해맑은 웃음이라 좋기야 한데······
나는 아나스타샤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문구를 읽어보았다.
“······.”
얘는 누가 봐도 숲하고는 관계가 없는 아이다.
“·········마력석.”
“잘했어.”
아나스타샤가 받아온 마력석을 테이블에 내려두며 나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나스타샤.”
음, 이걸 뭐라 말해야 최대한 상처받지 않게 정체성을 고쳐줄 수 있을까.
“네가 빛의 정령인 건 알고 있지?”
끄덕끄덕.
“빛의 정령은 숲의 정령과는 조금 달라.”
“·········달라?”
순간, 아나스타샤의 눈이 커진다.
마치 길러준 부모가 실은 친부모가 아니라는 비밀을 듣기 직전의 아이처럼 충격적인 표정을 일발 장전한다.
“연관은 있는데, 다른 정령이야.”
살짝 마음이 약해진 나는 대충 연관만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려 했다.
그게 실수였다.
“·········빛의 정령은 숲의 정령과 연관이 있음.”
“어? 어. 연관이야 있겠지.”
같은 정령이니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아예 연관이 없다곤 할 수 없다.
그런데.
“·········친척.”
“···응? 아니 친척······은.”
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나? 어쨌든 같은 정령이니까···
안심한 표정으로 미미하게 웃어 보이는 아나스타샤.
···뭔가 이상한데.
“·········마수, 잡으러 가겠음.”
“어, 그래.”
괜히 말을 꺼낸 것 같아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지만, 사냥을 하러 간다기에 보내주었다.
뒤이어 아나스타샤와 교차하듯이 들어서던 아멜리아가 나를 보더니 멈칫거린다.
“어, 어맛?”
나를 보며 충격적인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멜리아. 얘는 또 왜 이러나 싶어서 내가 의아해할 때였다.
“어, 없어? 마력이······!”
“아.”
나는 그제야 아멜리아가 놀란 이유를 깨달았다.
‘기프트 썼구나.’
아멜리아의 기프트는 .
상대의 마력을 꿰뚫어 보는 마안이다.
이본느와의 과외에서 신나게 깨지더니 드디어 기프트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나 보다.
그런데 기프트를 썼음에도 내 마력이 보이지를 않으니 당황할 수밖에.
내가 마력이 없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아멜리아였다.
이미 예상한 바기도 했기에 그에 대한 변명은 준비해둔 차였다.
내 마력은 상시 보구인 그람에 담겨 있다는 식으로.
그람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증명해 보일 생각이었다.
이런 내 준비가 무색하게도 증명할 필요따위는 없었지만.
“마력이 없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개미도 마력이 있는데······”
고개를 휘휘 저으며 나를 개미 이하로 매도해버리는 아멜리아.
“실례했어요. 저도 모르게 마력 탐지를 해보았다가, 조금 당황했네요.”
그야 당황할 만도 하지.
마력 ‘0’의 인간을 보기는 처음일 테니까.
그런데.
“당신의 마력을 간단히 꿰뚫어 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에요.”
“······.”
망상이 너무 풍부해서 그런가.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착각을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
“저는 방학이 되면 가문에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래.”
“길드 업무도 봐야되고요.”
“응.”
나한테 방학의 일정을 보고하는 아멜리아.
내 단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린다.
“그런데 여기 남으려고요.”
아멜리아가 말하는 ‘여기’란 언데몬의 마을을 말했다.
“왜?”
“그야 다음 학기 1등을 목표로 정진해야죠.”
파이팅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멜리아. 이본느와외 과외가 도움이 묺아 되고 있나 보다. 그 열의 넘치는 표정에 픽 웃었다.
아멜리아는 가끔 엉뚱하긴 하지만, 활력이 넘쳐서 옆에 놔두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길드 업무는?”
“이 마을이 가장 중요한 거 잘 알잖아요.”
아멜리아는 마수 부산물 거래에 백야만이 아니라 별의 성좌도 끼어달라고 부탁을 해왔었다.
이본느는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백야와 별의 성좌가 매입 경쟁을 하면 이쪽으로서도 좋았으니까.
“아무튼, 좋은 과외 소개시켜주셔서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게 본론이었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는 아멜리아.
그 모습을 보던 내가 말했다.
“뭐, 잘하면 1위도 노릴 수 있겠네.”
“그, 그럴까요?”
“응.”
본인이 말하고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던 아멜리아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멜리아가 1위를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1학기에는 모두가 수업을 함께 듣지만, 2학기부터는 공통수업, 특기수업 외에도 따로 전공이 나뉜다.
전사면 전사, 마법사면 마법사끼리 모여 수업을 듣는 것이다.
천우진이나 은가예, 한세연 등 주연 중 마법을 전공으로 하는 생도는 아멜리아밖에 없으니 충분히 1위도 ‘노려볼만했다’.
내가 왜 단언을 하지 않고 ‘노려볼 만 하다’고 하냐면, 게임에서 아멜리아는 단 한 번도 마법전공으로 1위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멜리아와 상성에다 실력까지 좋은 천재가 2학기에 전학을 오니까.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아멜리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가 전학을 온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1위를 하겠다는 포부를 힘차게 밝히는 건 그녀 나름대로의 파이팅이다.
물론 게임에서는 저렇게 하고도 패배해서 침울해하는 게 아멜리아라는 캐릭터였지만······
“노력하면 될 거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현실이었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할 수 있었다.
당장 아멜리아만 해도 변하고 있었다.
“조, 좋아요, 노력할게요.”
아멜리아의 머리를 묶은 붉은 리본과 윗 머리카락이 강아지 꼬리마냥 팔랑인다.
아멜리아가 기분이 좋을 때 보이는 특징인데, 마력을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버릇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마력’에 관해서는 타고는 체질이라는 뜻이었다.
“우선, 학년 1위의 첫걸음으로 초인자격증부터 당당하게 따내는 거예요.”
“아, 그게 있었네.”
“네, 1주밖에 안 남았어요.”
태백산 실기시험 상위 20명 생도에게는 방학 때 초인시험의 응시자격이 주어져 있었다.
요즘따라 아멜리아와 은가예가 묘하게 불타는 듯싶더니만 초인자격시험 때문이었네.
“그쪽은 준비 안 해요?”
“나? 열심히 하고 있지.”
지금 이 순간에도 경험치가 팍팍 오르고 있는걸?
나는 상태창을 켜보았다.
[빛의 정령, 아나스타샤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 [불사조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 [빛의 정령, 아나스타샤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 [빛의 정령, 아나스타샤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 [불사조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 [빛의 정령, 아나스타샤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 [빛의 정령, 아나스타샤가 경험치를 20을 획득했습니다.]아나스타샤와 파랑이가 사냥을 하면 그 ‘융합체’인 내 능력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자동사냥의 묘미라는 거다.
일반적인 정령계약으로는 불가능한, 오로지 융합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정령착취가 아니냐고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한세연과 함께 마수들을 몰아내고 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경험치 3배 이벤트인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개꿀이네.
***
·········7월의 중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식이 시작되었다.
“이야, 영국간다니 좋겠다.”
“하하, 초대해 줄 테니까 몸만 와.”
“오, 진짜?”
“그럼, 내가 언제 뭐 가지고 오라는 거 봤냐?”
다들 휴가를 즐길 생각에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생도들.
“이해솔, 천우진, 한세연, 니콜라이, 아멜리아 일레인 김하윤······ 이상 7명은 남도록. 초인자격 시험에 간다.”
주변에서 부럽다는 소리가 한 차례 지나가고, 하진우가 종례를 마치자 생도들이 우르르 교실을 떠나갔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와라.”
나를 비롯한 7명의 생도는 하진우의 인솔을 따라 영웅관으로 이동했다.
영웅관에는 미리 온 다른 반의 생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듯이, 내일부터 초인자격시험이 시작된다.”
총 20명의 생도가 모이자 대기하던 학년주임 정해준이 소리쳤다.
“충고를 주자면 오늘 미리 도착하면 주위를 익혀두는 편이 좋을 거다. 아카데미의 명예를 더럽히는 놈이 나오면 가만히 안 둘 거다.”
경고하듯 말을 한 정해준이 강당의 시계를 바라봤다.
째깍, 째깍.
시계의 시침이 정확히 12시 정각을 가리키기 무섭게.
쿠우웅─!
거대한 땅울음이 일더니, 강당의 중앙에 포효하는 호랑이의 얼굴이 양각된 거대한 돌문이 생겨났다.
“뭐, 뭐야 저게?”
“우아!”
“저게 공간 기프트라는 건가?”
놀란 생도들이 웅성이는 와중에 돌문이 열리며 정복을 입은 2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기프트 【워프 : 호문】이다. 저 문을 통하면 바로 시험장으로 갈 수 있지.”
니콜라이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호명하는 분들은 문을 통해 입장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무표정한 여성의 말이 울리고, 남성이 자격시험을 치르는 생도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티켓을 호랑이의 입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없으면 입장하지 못하시니, 잘 챙겨주시길 바랍니다.”
닫힌 문을 가리키며 말하는 여성.
“엄청 귀찮게 하네. 왜 문을 계속 열고 닫는 거야?”
한 명이 통과하면 닫히고, 다시 열리는, 열고 닫는 것을 반복하는 호문을 보며 은가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문은 마력의 문이다. 마기를 지니고 있는지 감지하기 위한 절차지. 설령 마기를 완벽히 숨기더라도 감정이나 생각을 읽어서 마인을 걸러낸다. 시험에 마인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지.”
니콜라이가 설명해주었다.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로 설령 마기를 숨기더라도 마기를 지니고 있다고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면 통과하지 못하는 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원래 시험에 쓰이지 않는 물건이지만, 오거스트가 서울에 나타난 것에 협회에서도 신경이 곤두선 모양이야.”
“그래서 한 명씩 하는 거구나.”
납득했는지 은가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내 표정은 구겨졌다.
니콜라이의 말대로 중급 초인시험에 호문이 쓰이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호문의 가동을 위해서는 상당한 마력석이 소모되기에 상급을 가리는 판별에서만 쓰였던 것이다.
예상 밖의 상황에 내가 한세연을 돌아보았다. 괜찮겠냐는 눈빛에 한세연은 말없이 웃어 보였다.
그렇게 니콜라이, 천우진 은가예······ 우리 반의 인원들이 차례로 문 안으로 들어가자 이윽고 한세연이 호명되었다.
“먼저 가 있을게.”
안심시키듯 웃어 보인 한세연이 호문으로 걸어갔다.
쩍 벌어진 아가리에 티켓을 넣자, 호랑이의 눈이 붉게 빛나며 한세연에게서 마기를 탐지한다.
그그그긍─
마기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열리기 시작하는 호문.
하지만 여기서 마기를 지니고 있다는 ‘감정’이나 ‘생각’을 품고 있다면 호문을 지나칠 수는 없다.
이윽고 한세연이 호문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저벅저벅─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한세연.
나는 내심 안도했다.
“이해솔.”
“예.”
뒤이어 나온 호명에 나는 앞으로 나섰다.
사실, 니콜라이의 말 외에도 호문에는 한 가지 기능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마력이 없는 자도 걸러낸다는 것.
마력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수상한 것이었으니까.
심지어 호문에는 블랙마켓에 들어갈 때처럼 마력을 융통해서 쓰는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긴장감 없이 호랑이의 아가리에 티켓을 집어넣었다.
이윽고 호랑이의 눈이 나를 탐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거대한 대호(大虎)가 내 정신을 덮쳐왔다.
【크어허어엉───!】
호문의 무서움은 침입자의 정신을 먹어치워 백치로 만들어버리는 것.
호문에 선 자는 기운의 사용을 제약받기에 완전한 무방비상태에 놓인다.
하지만.
‘꺼져.’
덮쳐들던 호랑이는 포말처럼 부서져 내렸다.
스아아아아아······
“이해솔생도. 안들어가십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호문이 열려져 있었다.
“예, 들어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대로 호문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