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5
§ 114화
이튿날, 아침.
해가 떠오른 호텔 앞 광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유수의 초인들.
그들을 포섭하기 위한 여러 길드의 스카우터, 협회의 진행요원 등으로.
“해솔생도, 오랜만이네요.”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여명의 수호자의 1팀장, 백은의 기사 서하린.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세연을 흘낏거리며 내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위그드라실의 3팀장, 마수학살자 김도준.
“다들, 본교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 또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자칭 아카데미 대표라며 참석해 거드름을 피우는 마탐과 교수 김주혁.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해솔군! 별의 성좌의 스카우터 담당, 이네시아에요!”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이며 나를 훑어보는 별의 성좌의 스카우터, 이네시아까지.
여명의 수호자, 별의 성좌, 위그드라실, 백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거대단체의 스카우터들이 죄다 모여있었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그 거대단체의 인물들이 모두 내게 모여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사람 누구야? 왜 백은의 기사가···”
“헐, 김도준이 방금 고개 숙이는 거 봤어?”
“나 저 사람 알아! 더 월드 헤드라인에서 봤어. 분명 이터니티의······”
다 들린다 이것들아.
부담스럽게 집중되는 관심.
선망, 경외, 경계, 적대감 등, 온갖 감정이 섞인 시선이 내게 쏟아진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겠다.
만약 여기서 ‘서로 싸우세요’라는 생존시험이라도 주어졌다간 가장 먼저 다구리를 당하는 것은 내가 되리라는 사실을.
시험 시작 전부터 제거대상 1순위 등극이라니, 끔찍하네.
“···보는 눈이 많네. 나중에 이야기해요. 해솔 생도.”
멋쩍게 웃으며 퇴장하는 서하린.
“흠, 아흠, 저는 일이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해솔군, 인사는 끝나고······”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네시아와 김도준도 눈치껏 물러났다.
물론 그런다고 한번 쏠린 시선이 사라질 일은 없었다.
“여러분, 다들 다시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때, 광장에 화사한 목소리가 울렸다.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중앙단상.
굴곡진 몸을 백색 로브로 가린 천연스러운 미녀가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그레이스 로마노였다.
이젠 저 여자가 어디에 어떻게 나타나더라도 하나도 이상하지가 않았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할 뿐.
그런데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시험의 진행을 맡은 그레이스 로마노입니다.”
─와아아아!
그레이스의 소개에 튜토리얼 요정이 등장한 것처럼 환호하는 응시자들.
그레이스가 사방에 손을 흔들며 화답한다.
···이야, 인기 장난 아니네.
“으으.”
아멜리아는 그 모습을 이를 갈면서 지켜보았다.
“우선, 바쁘신 일상에 시간을 내어 이번 시험에 참가해주신 응시자 여러분에게 협회를 대신해 감사를 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보이는 그레이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번 서울에는 오마, 데몬메이커 오거스트가 나타나는 일이 발생했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는 그런 마인의 방해가 들어오지 않도록, 이번 시험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먼저, 이번 시험의 보안을 책임져 줄 분들이십니다. 그레이스가 손을 들자 일련의 인물들이 앞으로 나섰다.
서하린, 이네시아, 김주혁, 김도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쟁쟁한 베테랑 초인들이 보안책임으로 섭외되어 있었다.
협회의 위용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명목이었다.
김주혁이 저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게 기가 차기는 했지만······
“그럼, 이번 시험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레이스가 리모컨을 조작했다.
위이이잉─
광장의 허공에 거대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시험의 주제는 「마수 웨이브」입니다.”
홀로그램 창은 아무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백지’상태였다.
“이 분지의 어딘가에는 마수 웨이브가 시작되는 ‘시작점’들이 존재합니다. 그곳에서 가상의 마수들이 나타나 응시생 여러분을 노릴 것입니다.”
“사냥한 마수는 개체에 따라 1포인트에서 3 포인트의 점수가 차등지급됩니다.”
“시작점에 존재하는 ‘마력석’의 작동을 해지하시면 100포인트의 점수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300포인트 이상을 달성해야지 합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을 마친 그레이스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키카드에 마력을 불어넣어 보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응시생들이 모두 자신의 키카드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허공의 것과 같은 백색의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사전에 조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나 보네.”
은가예가 응시생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 지도를 밝혀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전날에 발로 뛰어가며 지도를 밝혀놓은 이터니티 생도들은 아니었다.
그들의 지도는 몇 군데만 하얗게 칠해져 있을 뿐, 대부분이 밝혀져 있는 상태였으니까.
자신의 지도가 다른 응시생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 생도들은 눈치껏 창을 껐다.
“미리 조사한 분들도 보이네요.”
우리를 보며 작게 미소 지어보인 그레이스가 지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것은 이 분지의 지도입니다.”
그녀가 리모컨의 붉은 레이저 포인트로 허공의 홀로그램 창을 가리켰다.
레이저 포인트의 이동에 따라 아무것도 없던 백색의 창에 지도가 나타난다.
물론, 예시를 들은 것이기에 이 분지가 아닌 서울의 전도였다.
“지도가 밝혀진 곳에서는 어떤 개체의 마수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설명이 이어지자, 사전에 분지를 조사하지 않은 응시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은 시작점이 어디인지, 무슨 마수가 나타나는지,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한 번 웨이브가 시작되면 지도를 밝히기도 어려웠다.
키카드에 어그로가 끌리는 마수들을 피해다니면서 지도를 밝혀야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전날에 지도를 밝혀놓길 잘했네요.”
아멜리아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우리의 지도에는 모든 시작점과 더불어 어느 시작점에서 어떤 마수가 출몰하는지에 관해서까지 상세히 표기되어 있었다.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그레이스의 말에 수많은 사람이 우르르 손을 들었다.
그녀가 한 사람을 지목해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남성이 마이크를 넘겨받기 무섭게 물었다.
“웨이브가 시작되고나서 지도를 밝히는 것은 무리지 않습니까?”
“협회에서는 지도를 밝힐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드렸습니다.”
웃으며 팩트를 꽂아버리는 그레이스.
전날에 안 밝히고 뭐했냐는 소리였다.
애초에 협회에서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된다는 힌트를 계속해서 주었던 것이다.
남자가 이렇다 할 반박도 못하고 우물거리다 자리에 앉자, 질문의 차례가 돌아갔다.
“아멜리아 로마노입니다.”
“예, 아멜리아양. 말씀하세요.”
“가상의 마수라면 저희에게 타격이 없을 텐데 의미가 없지 않나요?”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마치 이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그레이스가 나긋하게 웃었다.
“물론 가상의 마수라 실질적인 타격은 없습니다. 그렇게 되어도 문제지만요. 그러나 타격이 없더라도, 마법을 통해 타격을 받았다는 느낌을 줄 수는 있죠.”
“·····협회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에는 분지의 범위가 너무 넓은 것 아닌가요?”
그도 그럴 게 산간분지의 ‘공간’ 전체에 영역마법을 걸자면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할 터였다. 그만한 마력을 충당하려면 대량의 마력석이 필요할 텐데, 고작 한 번의 시험에 그 정도의 마력석을 소모하는 것은 협회로서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법은 분지 전체가 아닌 여러분 개개인이 이미 지니고 있습니다.”
“예? 지니고 있다니, 그게 무슨······”
“다들 객실의 ‘키카드’를 받으셨을 겁니다. 그 키카드가 마법의 매개체입니다.”
“······!”
응시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때 떼어놓지 말라던 말이 이런 소리였구나.”
전날 그레이스가 의미심장하게 했던 말을 이제야 이해한 은가예가 중얼거렸다.
“더 하실 질문이 있습니까?”
그레이스가 좌중을 돌아보았다.
아멜리아는 입을 다물었고, 더 이상 질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없나 보군요. 그럼.”
딱─!
그레이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모두의 키카드에 붉은 불이 들어왔다.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위이이잉──
붉은 불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분지에 퍼져있는 시작점의 마력석과 키카드가 공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끼익! 끼익! 끼이익!
신경을 거스르는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어서 광장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녹색의 마수들.
“······고블린!”
“뭐야? 저거 진짜 같은데?”
바로 ‘고블린 떼’의 출몰. 그 실제성에 놀란 응시자들이 웅성거릴 때.
“여러분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레이스의 화사한 목소리가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
고블린 떼를 필두로, 다양한 마수가 출몰했다.
키에에엑─!
베이는 감각, 울려 퍼지는 비명.
먼지처럼 사라지는 사체만 아니었더라면, 실제라 착각했을 만큼 마수는 생동적이었다.
아니, 적어도 응시자들에게는 실제했다.
“여긴 우리가 먼저 자리 잡았으니 방해하지 말고 딴 데 가!”
“···뭐라는 거야, 전세 냈냐?”
끊임없이 몰려드는 마수의 웨이브에 응시자들은 광장에 원진을 틀고 자리를 잡았다.
마수들이 알아서 몰려오니 오는 것을 잡아가며 포인트를 획득하려는 것이었다.
300명에 달하는 응시생들이 앞다퉈 마수를 사냥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나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개판 났네.”
광장은 사방이 탁 트여서, 마수를 잡기에 최악의 환경이었다.
당장이야 마수가 그리 많지 않으니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마수가 계속해서 밀려들면 망하는 구조였다.
이를 눈치 챈 몇몇 발 빠른 응시생들은 팀을 이루어 광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럴 때는 광장보다는 효율적으로 마수를 독식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게 최고였으니까.
‘명당자리 차지하는 놈이 이기는 거지.’
나야 당연히 그러한 장소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사기 자리는 이미 게임에서 다 공개되어 있었으니까.
각 시작점의 마수들이 교차하면서 협소한 장소에 자리를 잡으면?
게임 끝이다.
다만 여기까지 가는 과정이 지난하다.
무엇보다 밀려드는 마수들을 피해가야 되는데, 이게 좀 많이 빡쎄다.
잘못해서 포위라도 당하면 답도 없으니까.
물론, 내게는 든든한 길잡이가 있었다.
“여기로 가자.”
홀로그램의 지도를 켠 내가 한 지점을 포인트로 찍으며 아멜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제가 택시인가요?”
“그럴 리가.”
어디 택시 따위를.
***
가상의 마수는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연히 아멜리아의 탐지에 무조건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다 왔어요.”
“수고했어.”
아멜리아는 가상의 마수들을 요리조리 따돌려가며 포인트지점까지 나를 안전하게 바래다주었다.
역시 택시하고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지.
내가 명당자리로 꼽은 곳은 11시, 12시, 9시의 시작점이 교차하는 미니 협곡이었다.
은가예, 아멜리아, 한세연. 이렇게 3명을 대동하고 언덕에 자리를 잡은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취이익.”
“키이!”
“퀴이이!”
오크, 고블린, 코볼트.
각기 3개의 시작점에서 나온 마수의 행렬이 언덕의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참고로 언덕으로 올라서는 좁은 숲길은 은가예가 막고 있었다.
“취이이······!”
은가예의 대검에 사선으로 갈리고, 배가 뚫리는 등, 먼지로 사라져가는 오크들.
하지만 은가예 혼자 계속해서 막는 것은 무리였다.
“뒤로 물러나요!”
“어? 어.”
아멜리아의 외침에 막 오크 하나를 해치운 은가예가 뒤로 물러난다.
“어스 월!”
동시에 아멜리아가 스태프를 휘두르자, 땅이 흔들리더니 거대한 암벽이 솟아나 숲길을 막아버렸다.
─카강! 강!
─취이익!
성이 난 오크 떼가 암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건너편에서 울려왔다.
놈들이 그러건 말건 아멜리아는 암벽을 계속해서 생성했다.
총 6개의 벽이 겹겹이 생성되어 길목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하아, 하아.”
“먹어.”
숨을 몰아쉬는 아멜리아에게 푸른 단약을 쥐어준 나는 암벽을 바라보았다.
“이야, 기가 막히네.”
역시, 이런 건 마법사가 최고다.
이걸로 입구는 내버려 둬도 되겠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언덕을 돌아보았다.
“취이익······!”
“키이!”
마수들은 지나가려는 놈들과 우리에게 어그로가 끌린 놈들이 뒤섞여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언덕으로 올라오고 싶어도 길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는 놈들 때문에 협로가 완전히 틀어막혀 버린 것이다.
“시작할까.”
“응.”
끄덕끄덕.
각기 한세연, 아나스타샤의 대답이었다.
내 허리춤에서 9자루의 비도가 날아올랐다.
[이상의 투영자를 강화하시겠습니까?]‘어.’
우우우웅─
500SP가 소모되며 강화되는 비도의 무리.
한세연의 베레타와 아나스타샤의 앞에도 각기 마력이 뭉쳐 든다.
그리고.
쿠과과과과광──!
언덕 아래 우글대던 마수들이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