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8
§ 117화
이터니티 검성전기의 초인 자격시험에는 갑작스러운 마력석의 폭주가 일어난다.
내버려 두면 시험 데이터는 소실, 자격시험은 중단된다.
플레이어는 제어실로 들어가 폭주하는 마력석을 안정시키고 남은 시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시나리오 퀘스트 : 마력석의 폭주를 막아 자격시험이 속행되게 하세요!] [위치 : 10층 마력제어실]상태창의 퀘스트 메시지. 우측하단으로 마력제어실로 향하는 맵이 표시되었다.
‘시나리오 퀘스트라.’
게임에서 마력석 폭주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 않는다.
플레이어들 또한 마냥 자격증 시험만 치르면 재미가 없으니 곁다리로 끼워 넣는 ‘돌발성 이벤트’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던 스토리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퀘스트에 ‘돌발성’이라는 문구가 붙어야지, ‘시나리오’라는 문구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충 뭐 때문에 시나리오 퀘스트로 분류되었는지는 짐작이 갔으나 그걸 밝히는 것은 나중 일이다.
우선은 마력석의 폭주부터 안정시키는 게 순서였다.
내버려 뒀다간 기껏 치른 시험의 데이터가 전부 날아가 버리니.
Lv.3
3레벨이 된 기척 차단을 이용해 나는 손쉽게 마력에 잠식된 구간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도중에 서하린을 비롯한 이들을 지나치긴 했으나 어쩔 수 없다.
엘리베이터는 폭주한 마력으로 인해 먹통이 되어버렸고, 올라가는 입구는 하나뿐이 없었으니까.
“······.”
나는 마력에 잠식된 비상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폭주한 마력은 아무런 제약도 되지 못했다.
내게는 뒤틀릴 마력도 없을뿐더러, 신수(神獸)인 불사조의 그릇인 탓에 폭주한 마력이 되려 뒤로 밀려나는 듯했으니.
퍼엉─!
잠겨진 10층의 문고리를 기력으로 박살 낸 나는 안으로 들어섰다.
“구조대인가!”
“드디어···!”
로비 라운지. 푸른 막의 안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라운지의 비상 결계를 가동시킨 모양이었다.
그들은 입구가 박살 나는 소리에 일제히 내 쪽을 돌아보았다.
“금방 끝날 테니 거기 있으면 됩니다.”
그리 말한 나는 맵에 표시된 마력제어실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
“기다려주세요!”
소리를 친 건 협회의 푸른 정복을 입은 여자였다.
“제어실은 지금 위험합니다. 가까이 가시면 안 돼요!”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러면 마력석이 폭발하게 내버려 두라는 말입니까?”
“아니요, 다른 분들이 오시면 함께 가시는 편이 안전할 듯합니다.”
“그러면 늦습니다.”
나는 멈췄던 발을 옮겼다.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여자가 복도를 막아섰다.
“비켜.”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왜, 조금만 더 기다리면 터지니까?”
“그게 무슨······”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여자.
내가 픽 웃었다.
“마력석이 안정되면 누가 저질렀는지 증거가 남겠지. 우연히 일어난 거면 그걸로 된 거고.”
“······.”
“그러니 비켜.”
여전히 비키지 않는 여자.
그제야 로비의 사람들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곤 여자를 경계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알았으면 모른 척 조용히 있지, 무슨 정의감이야.”
짜증이 난다는 듯 인상을 구긴 여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 하나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어야 되잖아. 이게 무슨 민폐니?”
“······.”
나를 경멸하듯 쳐다보던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너. 마도구도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너 같은 것보다 특별하니까.”
“······짜증 나는 애네. 일단 미쳐버려.”
여자가 손을 휘저었다.
라운지 밖을 메우고 있던 뒤틀린 마력이 나를 향해 밀어닥쳤다.
닿는 것만으로도 초인의 마력을 뒤틀어 미쳐버리게 만드는 오염된 탁류였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한 종류의 공격은 내게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니까.
과연, 탁류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바람처럼 흘러갔다.
“······뭐?”
놀란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재차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뒤틀린 마력은 나를 통과해 지나쳐버렸다.
“······너, 뭐 하는 놈이야?”
당황한 여자는 내게서 말이 없자 이를 악물었다.
스스스스스스.
대기 중의 뒤틀린 마력이 말뚝처럼 뭉치더니 난사된다.
조금 전의 탁류보다도 훨씬 짙으면서 위협적인 형상. 초인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닿는 즉시, 마력이 뒤틀리며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까.
하지만 그러한 공격조차 내게는 일절 통용되지 않았다.
공기처럼 나를 투과해버리는 말뚝들.
“······이런 미친!”
욕설을 내뱉은 여자가 손을 뿌리치자, 수십(數十)의 말뚝이 하나로 뭉치며 나를 꿰뚫어 버릴 듯이 쇄도해왔다.
물론 결과는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마력이 아무리 뒤틀리고 폭주한다 한들, 물리적인 공격을 지닌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내게 지나가는 산들바람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
여자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알기로 뒤틀린 마력을 견딜 수 있는 존재는 초인사회에서도 몇 없었기에.
하물며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흘려넘길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딱 한 명 생겼다.
“다 끝났어?”
따분함이 들어찬 검은 눈동자. 머릿속의 무언가가 툭 끊겨 나갔다.
“죽어버려!”
정도 이상으로 뒤틀린 마력이 요동치더니,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파아아아아아!
라운지의 결계가 유리조각처럼 깨져나가며, 폭주한 마력이 해일처럼 밀어닥친다.
“꺄아아아악-!”
결계에 보호받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천장이 붕괴하고 지반이 주저앉는 거대한 폭발. 돌덩이가 요란하게 떨어지고, 사람들이 짓뭉개지며 피와 살점이 난무한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마력의 폭발은 아무런 현상도 일으키지 못했다.
폭발을 일으켰어야 할 마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기에······
“학습 능력이 없는 거냐.”
내 오른손에 찬 이카루스의 반지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여자가 일으킨 마력은 전부 이카루스의 반지의 항마력에 의해 지워져 버린 것이다.
저벅저벅······
라운지의 결계를 넘어 여자에게 다가갔다.
“으, 으어···”
뒷걸음질 치던 여자는 돌연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뒤로 넘어가 버렸다.
그 추태에 내가 혀를 찼다.
“제 마력이 뒤틀려 버린 건가.”
여자가 지닌 기프트는 대기 중의 ‘마력 제어’.
평소에는 유용한 정도지만, 이처럼 주변의 마력이 심하게 뒤틀린 특수한 환경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다만 기프트를 너무 남발한 탓에 본인이 뒤틀린 마력에 잡아 먹혀버렸다.
“그냥 평범하게 싸웠으면 승산이 있었을 텐데.”
나는 기절한 여자를 지나쳐 마력제어실로 걸어 들어갔다.
양질의 마력석이 보관된 수많은 유리관이 나를 반겼다.
문제의 마력석은 제어실 중심에 솟아난 기둥의 홈에 끼워져 있었다.
투명해야 할 마력석은 거멓게 변질이 되어 있었고, 그것에 공명한 유리관의 마력석들이 탁하게 물들어 있었다.
“파랑아.”
“까악!”
내 어깨의 문양이 푸르게 빛나며 불사조, 파랑이가 소환되었다.
화르륵─
주변을 둘러보던 녀석의 전신이 푸른 불길에 휩싸였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신비한 모습. 이것이 바로 신수, 불사조의 본모습이었다.
“정화해.”
─끼아악!
울부짖은 녀석이 날개짓을 시작한다.
화륵, 화륵.
날개짓에 따라 제어실에 퍼져나가는 푸른 불길.
불길이 치솟았지만, 신기하게도 무엇 하나 타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것에 반응한 것은 오로지 변질된 마력석 뿐이었다.
검게 물들어 있던 마력석은 불길에 닿자 차츰 색이 연해지더니, 투명한 푸른색을 되찾아갔다.
***
이해솔이 비상구로 들어간 뒤로, 그레이스는 요원들을 시켜 입구를 철저하게 막아섰다.
멀쩡한 이해솔의 모습에 괜찮다 착각을 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섰다간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시험이 중단되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응시생들은 마력이 걷히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왜 안 들어가고 막아서기만 하는 거죠?”
“위기대응반이 도착하는 게 순서입니다.”
은가예는 직원의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갔으나,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뭐 하는 시늉은 해야지.”
협회의 꽉 막힌 대응에 은가예가 투덜거릴 때였다.
돌연, 세상이 흔들렸다. 아니, 뒤틀린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었다.
“다들 물러나세요! 최대한 떨어지세요!”
요원들이 소리치고, 놀란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며 비상구에서 멀어졌다.
그만큼, 마력의 요동이 심상치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밖으로 번질 듯만 했던 뒤틀린 마력은 아무런 현상도 일으키지 않고,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사람들이 비상구를 주시할 때였다.
“어? 마력이 걷힌다!”
누군가 소리쳤다. 은가예가 보니 과연 비상구를 잠식한 마력이 걷히고 있었다.
아니, 저건 걷힌다기보다는······
“정화되는 것 같은데?”
뒤틀렸던 마력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안정을 되찾은 마력의 너머로 보이는 장면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멀쩡한 모습의 사람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조금 전 홀연히 비상구 너머로 사라졌던 이해솔이었다.
······마력을 정화한 나는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왔다. 갇혀있던 사람들이 그런 나를 뒤따랐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요원들이 맞이하듯 달려왔다. 그때, 나를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중급시험의 관리자, 그레이스 로마노였다.
그녀는 안에서 벌어진 일에 몹시나 궁금해하는 눈초리였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지 그러셨습니까.”
“······.”
찰나, 그레이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무척이나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해솔아!”
그때, 한세연이 뒤늦게 다가왔다.
.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어, 아무렇지 않아.”
내 걱정을 하는 한세연. 뒤따라 온 은가예와 아멜리아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언제 들어갔던 거야?”
“설마 이것 때문에 빠지셨던 거예요?”
그렇게 내가 세 사람에게 둘러싸인 사이, 그레이스는 조용히 물러났다.
나는 현장을 지휘하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마력석 폭주’사건의 전말은 하루가 가기도 전에 밝혀졌다.
협회의 관리직, 유승아가 꾸민 일이었으며 그녀는 마인측과 끈이 닿아있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협회가 지정한 네임드 마인, 칠악오마 또한 모두가 마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악인이라고 해서 꼭 마기만을 다루지는 않는 것이다.
유승아와 같이 마력을 다루면서도 마인과 내통하는 이도 드물지만 분명 존재했다.
유승아의 이번 계획은 간단했다.
‘마력석 폭주’를 일으켜 그 죄를 전부 그레이스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리고 폭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켜 협회의 더 많은 정보에 손을 댈 수 있게 되는 것.
그레이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울 준비는 사전에 이미 끝마쳐져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력석이 폭파하지 않고 안정화되면서 유승아가 제어실에 손을 댔다는 정황이 밝혀져 버렸다.
그렇게 유승아가 붙잡힘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나는 마력석을 안정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포상을 받게 되었다.
“협회에서 했어야 할 일인데, 감사합니다.”
시험의 총진행자, 그레이스가 직접 감사패와 포상금을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초인협회의 감사패는 대단한 명예다.
어지간한 길드에는 감사패 하나만으로도 면접 없이 프리패스가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거기다 천만원이라는 거금까지. 나름 만족스러운 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용무가 끝났음에도 내가 나가지 않고 남아있자 그레이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알면서도 내버려 두었더군요.”
“예?”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레이스를 보며 내가 내심 혀를 찼다.
저 정도 시치미라면 연극배우로 활동해도 되겠다.
“마력제어실은 엄중하게 관리되죠.”
“예, 관련자가 아니라면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답니다.”
그레이스의 말처럼 마력제어실은 6서클 이상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침입조차 하기 어려운 보안시설이다.
그런 보안시설에 유승아가 들어가서 마력석을 폭주시켰다.
유승아가 암만 협회 내부인이라곤 하지만 허술하기 그지없는 일 처리였다.
당연했다.
그레이스는 유승아가 마력석을 폭주시키려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었으니까.
“협회에서는 유승아가 마인측과 내통하고 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건 확실하게 옭아매기 위해 틈을 준 것이죠.”
실제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승아와 동조했던 이들이 대거 붙잡혔다.
“잘 알고 계시네요.”
내 말에 그레이스는 더 이상 숨기는 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는 나오지 않게 조치를 취해뒀었답니다?”
그레이스가 말하는 조치란 ‘라운지의 결계’를 말함이리라.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건의 내막이 아니었다.
“응시생들이 재시험을 치르게 되는 건 별개의 일이죠.”
“별개의 일이요?”
“마력석을 폭파시키는 것이 아니더라도 유승아를 붙잡을 방법은 많죠.”
마력석을 폭파하면 시험 데이터가 날아간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 외에도 유승아와 동조자들의 꼬리를 잡는 방법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는 굳이 마력석을 폭파시켜 응시자들이 ‘재시험’을 치르게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아멜리아를 탈락시키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눈에 띄면 안되니까.”
“······.”
그레이스의 입이 다물렸다.
언제 나긋하게 웃었냐는 듯 그녀의 얼굴에서는 감정이 사라져 있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눈이 나를 응시했다.
놀라울 정도의 표정의 변화였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그레이스 로마노’란 여자의 본모습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