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
§ 12화
“오늘 실습은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너희들은 빨리 의무반에 가보도록.”
필드에서의 실습이 끝나자 나와 천우진, 은가예는 바로 의무반으로 이동했다.
육각사를 잡으며 입은 부상도 부상이지만 녀석의 독에 노출이 되었기 때문이다.
“으, 어질어질해.”
은가예가 힘없는 걸음을 옮기며 앓는 소리를 냈다.
육각사의 마력을 정면에서 맞닥뜨린 그녀의 안색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일각사의 가죽이 육각사의 마력이 직접적으로 닿는 것을 막아주기는 했으나, 미미하게 흘러드는 독기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던 것이다.
“천우진, 너는 멀쩡해 보인다?”
“이런 쪽으로 내성이 좀 있거든.”
하여간 이놈은 사기가 아닌 게 없네.
고개를 내젓던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고고, 죽겠다.”
비도에 정신력을 너무 빨린 탓인지 아직도 머리가 띵하게 울렸다.
다음에는 적당히 하던가 해야지, 항마고 뭐고 그 전에 내가 먼저 죽어버리겠다.
한편 머리를 부여잡은 나를 천우진이 놀랍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해솔이가 항마력자였다니, 대단하잖아?”
내가 육각사의 마력을 억누른 일 때문에 은가예와 천우진은 나를 완전히 항마력자라고 오인해버렸다.
엄밀히 따지면 내가 아니라, 이카루스의 반지가 지닌 능력이었으나 반지의 주인이 나였으니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항마’는 이터니티에서도 희귀한 속성이다 보니 천우진과 은가예는 내가 항마력자라는 것에 연신 놀라워했다.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으며 의무반에 들른 우리는 즉시 해독제를 투여받았다.
참고로 이터니티의 의무반은 이름만 의무반이지, 어지간한 대학병원 저리가라 할 시설을 갖춘 병동이다.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나오자 하진우와의 면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느낌이 면담이라기보단 안위를 확인하는 것에 가까워 보였지만.
“다들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다음부터 던전에 들어가게 되면 꼭 미리 나에게 먼저 말을 하도록 해라.”
““예.””
“그래, 알았으면 나가봐라.”
하진우는 우리가 육각사를 잡았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기색이었으나, 던전에 들어간 것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용히 덮자는 기색을 은근히 내보였다.
하긴, 우리가 던전에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아버리면 교관인 하진우까지 덩달아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
‘덮어주면 나야 땡큐지.’
그렇게 면담 아닌 면담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자 실습의 결과가 칠판에 걸려있었다.
===
【1등 이해솔 143점】
===
‘육각사가 100점인가 보네.’
마물 1마리당 1점을 매기는 식이고, 육각사는 던전을 발견한 내 몫이라고 천우진과 은가예와 합의를 보았으니, 1등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 아래로 각각 등수들이 매겨져 있었다.
【2등 천우진 58점】
【3등 니콜라이 52점】
【4등 은가예 46점】
【5등 아멜리아 38점】
.
.
.
.
.
대충 예상한 대로의 결과였다. 하지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놈도 있었다.
“···나도 마수를 봤다면 잡을 수 있었다.”
니콜라이의 입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하루 종일 필드에서 눈에 불을 켜고 마물을 잡아댔는데 누구는 던전 하나 잘 찾아서 마수까지 잡고 나왔으니 제 딴에는 배가 아픈가 보다.
저게 다 저 새끼가 육각사를 못 봤으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죽기 살기로 싸우고 왔더니만 필드에서 잡몹이나 잡던 놈이 저런 소리라니······
“잡기는 개뿔, 너 육각사 잡아봤냐?”
“너가 잡았다면 나도 잡을 수 있다.”
“못 잡아봤다는 소리네.”
“······.”
니콜라이가 입을 오물거렸다. 하지만 변명을 하기는 자존심이 상하는지 의외로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던전을 찾은 것도 네 능력이겠지. 이번에는 내가 졌다.”
“내기는?”
“원하는 걸 말해라.”
“시원시원해서 좋네.”
씨익 웃은 나는 당초의 계획대로 육각사의 뿔에 깃든 독을 중화시킬 재료들을 요구했다.
벼락 맞은 나무의 묘목이라던가, 사형수의 피를 먹은 꽃 등 내가 생각해도 이딴 걸 구할 수 있긴 하나 싶을 정도로 양심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니콜라이는 이 정도야 별거 아닌지, 오히려 다른 부분을 걸고넘어졌다.
“꽤 많군.”
“아직 더 남았는데?”
“······.”
남은 재료들을 마저 열거한 나는 말이 없어진 니콜라이를 보며 짐짓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좀 많긴 한데 그래도 명색이 ‘오볼렌가’에서 이 정도도 못 구할 리가. 에이, 아니겠지.”
“······.”
“설마 못 구해?”
“아니다. 아버지에게 말하면 그 정도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그럼 부탁한다.”
“다음에는······”
“알아알아. 너 쉬운 놈 아니라는 거.”
“흠.”
니콜라이가 못내 언짢은 척을 했다. 그래봤자 얼굴 풀어진 게 다 보였지만.
다른 건 몰라도 구슬리는 거 하나는 정말 쉬운 놈이었다.
***
이튿날의 첫 수업은 ‘마력 훈련’이었다.
“반갑습니다, 마력 훈련 교관을 맡게 된 협회소속의 마법사, 김주혁라고 합니다.”
백색 로브를 걸친 남자가 나긋하게 웃자, 생도들이 수군거렸다.
“와, 저 버클 5서클 표식 아니야?”
“역시 이터니티네. 저런 분이 교관으로 오다니.”
김주혁의 로브 가슴께에는 지팡이와 책이 교차하는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협회에서 공인받은 5서클 마법사라는 표식이었다. 그리고 5서클부터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위 마법사에 속했다.
‘저 인간은 턱걸이지만.’
김주혁의 서클은 5서클이지만 실상은 4서클이라 보는 편이 맞았다.
심지어 4서클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하는 마법사였다.
그러니까 각 단계들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오로지 경지만을 높인 ‘거품’의 전형적인 표본이 바로 김주혁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툭 치면 허물어지는 ‘모래성’이었다. 그런 주제에 콧대만 높아서 자기보다 뛰어난 생도를 보면 질투하는 추악함까지 겸비한 전형적인 소인배이기도 했다.
뭐 이리 못 낫나 싶겠지만 빌런이란 게 애초에 다 이렇다.
김주혁은 학기 말에 마인으로 타락해 생도들을 위협하게 되는 빌런이었으니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지만.’
고위마법사란 감투에 생도들이 감탄하자 김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곳에 모인 생도들은 각자 특기가 다를 겁니다. 마법사, 정령사, 검사, 사격수······ 여러 가지 특기가 있죠.”
김주혁이 말한 특기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기프트가 천차만별이다보니 그 기프트의 수만큼 특기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당장 내 이기어검이나 은가예의 중력만 봐도 보기 어려운 특기였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특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마력이요.”
한 생도의 말에 김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마다 지닌 마력의 성질과 성향이 다르니 마력을 공통점이라 하는 건 정확히는 틀린 말입니다. 그보다는 마력을 ‘운용’한다는 게 공통점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
그게 그 말이잖아?
뭐가 다른지 모를 개소리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김주혁이 재수 없게 웃어 보였다.
“오늘은 그 마력의 운용을 간단하게 배워볼 겁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김주혁이 교탁에 놓인 비커를 가리켰다.
“비커의 물을 마력으로 움직이는데 성공하면 됩니다.”
“물을 움직이는 거야 쉽지 않나요?”
생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자신의 비커를 만진 생도 하나가 놀라 소리쳤다.
“어? 이거 뭐야? 물이 안 움직이는데?”
“뭐야, 정말이네.”
뒤늦게 비커에 마력을 불어넣은 생도들 또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즐거이 구경하던 김주혁이 말했다.
“특수 가공된 마력수입니다. 마력의 흐름이 일정해야지만 움직일 수 있지요.”
딱!
말과 함께 김주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앞에 놓인 비커의 물이 빠르게 소용돌이쳤다.
그런데 비커에 걸쳐진 종이 쪼가리는 아무런 유동도 느끼지 못했는지 잠잠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만큼 김주혁이 마력을 세밀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마력을 복잡하게 응용하면 더욱 다양한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순간 소용돌이치던 비커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는 2개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신기해하는 생도들을 보며 김주혁이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자, 그럼 오늘은 하나의 소용돌이만 움직여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아~ 못 해 먹겠네.”
은가예가 비커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비커에 담겨있던 물은 반쯤 날아가 있었다.
소용돌이는커녕, 물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다 못해 튀어 오른 것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다리에 쥐가 나도록 집중했는데 저 모양이다.
그 이유를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제어하지 못하는 걸 억지로 제어하려니까 저 꼴이 나지.’
은가예의 마력은 그 성향 자체가 난폭하다. 부글부글 끓는 물이 이를 반증한다.
애당초 제어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소리다.
억지로 제어하기보다는 풀어놓고 순응하는 게 맞았으나 은가예는 아직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터니티에서 마력이란 제어하는 도구지 순응의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계속되는 은가예의 헛짓거리에 보다 못한 내가 한마디 했다.
“힘 좀 빼라.”
“뭐? 넌 할 수 있냐?”
“당연하지.”
피식 웃은 내가 비커를 응시했다. 소용돌이를 떠올리자 기력이 스르르 일어난다. 순간 은가예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시야에 회전하는 소용돌이가 보여왔다.
“어, 어떻게 한 거야?”
“잘.”
“죽을래?”
“농담이고, 힘 좀 빼고 해라.”
사실 내게 마력수를 움직이는 것쯤이야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제어가 어려운 마력과 달리 기력은 내 손발이나 다름없기에 움직이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던 것이다.
젓가락질하는 것보다 손으로 집어먹는 게 쉬운 거랑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남들 다 비커를 들고 끙끙 앓는데 나 혼자 편해 보였나 보다.
생도들이 고생하는 걸 즐거이 구경하던 김주혁이 대뜸 시비를 걸어왔다.
“거기, 생도는 연습을 하지 않습니까?”
“다 했는데요?”
“마력은 한 번 제어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꾸준히 갈고 닦는 게 중요한 겁니다.”
마침 심심한데 너 잘 걸렸다는 듯 김주혁이 빙긋 웃어 보였다.
“그런 자세로는 제가 만들었던 두 개의 소용돌이를 만들 수 없을 겁니다.”
“만들었는데요?”
“당연히 못만······ 예?”
“만들었다고요.”
내가 비커를 내밀자 김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
김주혁 그가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 거세게 휘몰아치는 두 개의 소용돌이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잠시 말을 잃고 소용돌이를 멍하니 쳐다보던 김주혁이 이내 억지로 웃어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소용돌이는 그럴싸하군요. 하지만 정작 마력의 흐름이 거칩니다. 이래서는 오래 유지 하기가······”
아, 추하다. 추해.
***
1교시의 마력훈련 수업이 끝나고, 2교시에는 체력측정이 있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내 몸 상태는 이터니티로 치면 호러 그 자체다.
▶플레이어 이해솔
[체력 : 1.5(+2)] [근력 : 0.8(+0.5)] [민첩 : 2.8(+1.3)] [지구력 : 1(+1)] [손재주 : 3]새삼 느끼는 거지만 정말 버러지 같은 스텟이다. 이런 몸으로 이터니티의 정신 나간 체력측정을 치렀다간 죽기 딱 좋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성적순이라서 내 순번은 가장 첫 번째였다.
“이해솔, 벤치프레스다. 앞으로.”
“예.”
측정지를 든 체육교관의 호명에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기구 아래 누웠다.
‘이거, 해본 적도 없는데······’
철 덩어리가 주렁주렁 달린 바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자니 교관이 말했다.
“좋아. 가볍게 200kg부터 가지.”
······예?
200? 가볍게? 이 인간이 미치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