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4
§ 133화
서리의 영역에서 돌아온 나는 회의장에 수뇌부를 소집했다.
이본느, 아렌, 라우라, 소피아, 나오미······
갑작스러운 소집에 의아해하는 이들의 앞에서 나는 이리 말했다.
“오거스트를 없애겠습니다.”
“······.”
회의장의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거스트를 없애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지배에서 벗어난 그들이었지만, 오거스트란 존재는 그들에게 아직도 ‘족쇄’처럼 작용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오거스트를 죽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아렌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너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알고 있어.”
“아니, 너는 몰라.”
아렌의 언사에 언제나 제동을 걸었던 소피아조차 이번만큼은 입을 열지 않았다.
데몬스폰이라는 존재를 처음 세상에 풀어놓은 장본인이자, 오마(五魔)라 불리는 초인사회의 대적(大敵)인 규격 외의 존재가 바로 데몬메이커 오거스트다.
사실상 오마란, 협회에서조차 손을 놓아버린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아렌은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녀석을 죽인다는 것은 단순히 오마 하나를 없앤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야.”
“그러니까 그걸 안다고 말했다.”
“······뭐?”
“오거스트를 없애겠다는 것은, ‘섬’을 무너트리겠다는 이야기지.”
““!””
모두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너, 그걸 어떻게······”
떠듬거리며 어렵사리 입을 여는 아렌.
이터니티 시나리오의 진행과 추후 퀘스트를 꿰고 있는 내가 오거스트에 대해 아는 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되겠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비밀이야. 협회에서 안다면 나도 안다.”
“······.”
회의장에 침묵이 맴돌았다. 이를 깬 것은 이본느의 물음이었다.
“해솔님은 오거스트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시죠?”
“자기가 신인 줄 아는 미치광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죠.”
이본느의 눈에 살짝 놀람이 담겼다.
“그걸 알고 있으면, ‘섬’의 비밀도 알고 있습니까?”
“어느 정도는요. 이본느도 그걸 알아차려서 나온 거잖아요?”
“······.”
이본느의 눈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흔들린다.
차마 털어놓지 못한 고민이 밝혀졌으니 그 마음이 어련할까.
이터니티에서 가장 미치광이를 뽑자면 나는 오거스트라 단언할 수 있었다.
마인인 주제에 평화, 반전을 지향하며, 구조활동이랍시고 멀쩡한 인간을 데몬스폰으로 만들어버리는 미치광이.
녀석의 꿈은 우습게도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
놈은 그런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켰다. 가장 뒤틀린 방식인, ‘섬’이라는 형태로···.
그리고, 이 섬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끔찍한 일이 자행되는 지옥이었다.
“그러니까 부수자고요. 섬을.”
내가 모두를 보며 웃어 보였다.
***
······커다란 시계탑, 성당으로 빙 둘러싸인 거대한 광장.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중앙의 분수대에서 나는 누군가와 만남을 가졌다.
“허가증입니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이지적인 미인이 내게 검은 카드를 넘긴다.
“협회가 블랙마켓에서 만나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업무 외적인 일은 상관없습니다.”
그리 대답하는 여자는 차시우의 부관, ‘소진’이었다.
제 상사인 협회장이 시킨 일을 ‘업무 외적’인 일이라 당당히 말해버리신다.
하긴, 되지 않는 걸 차시우가 억지로 밀어붙인 것이었으니······.
이리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거래를 해도 되나 싶지만, 우리의 대화를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면 소진이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다.
내가 마력을 감지하지 못하는 체질이라곤 하지만, 나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마법을 펼친 걸 보면, ‘무영창’이었다.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다니. 역시 협회장의 부관이라 이건가.
“허가증은 전달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정중히 인사를 해보인 소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국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일어나려던 소진의 움직임이 우뚝 멎었다.
날 바라보는 눈에 순간적으로 날이 섰다가 사라졌다.
“그런 이름의 책이 있다고는 들어봤습니다.”
무감하게 대답하는 소진.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입가가 비틀렸다.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을 텐데.”
“······.”
내 말에는 설명이란 게 빠져 있었으나, 똑똑한 여자이니 알아들었을 거다.
이런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것부터가 그녀가 화국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렇기에 나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당신, 거기 출신이잖아.”
***
화국이란 데빌메이커 오거스트가 마인들을 다스리는 영역이었다.
외부와의 단절이 일상이 된 그곳에서 사람들은 바깥에서의 일을 잊고 살아간다.
데몬스폰이 아이를 나으면 그 자식은 인간이며, 오거스트가 거두어들인 인간들 또한 화국으로 유입된다.
그렇기에 화국에는 사람들이 제법 거주하고 있었다. 소진은 그 화국의 태생이었다.
내가 이를 꿰고 있는 이유는 소진이 화국의 퀘스트를 위해 설계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진은 내가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다는 것에 크게 의문을 품지 않았다.
마경의 주민은 모두가 화국에 한 번쯤은 머물러보았으니, 사진을 통해 그녀를 알아보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여긴 것이다.
“미리 말해두겠으나 제가 화국을 떠나온 건 꽤나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제와서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남아있지 않습니다.”
“화국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소진이 미간을 좁힌다. 나는 그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의문을 가진 적이 없는 얼굴이군. 그 거대한 땅덩어리가 하늘에 떠다니는데 말이야.”
내가 검지를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화국의 정체는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땅덩어리였다.
오거스트가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무리하게 지어낸 하늘 위의 성체인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유지되느냐는 내 질문에 소진은 막연한 대답을 늘어놓았다.
“···마력석을 연료로 삼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틀렸어.”
“······.”
“그만한 섬을 계속 띄울 만큼의 마력석이 지속적으로 소모되면 소문이 돌 수밖에 없어. 돈도 어마어마하게 깨지니 아무도 그 짓을 하지 않지.”
공중 위의 낙원이라니. 그러한 것이 평범하게 가능했다면 이미 국가들이 죄다 공중에 땅덩어리 하나씩은 띄워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단체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
“사람을 연료로 쓰고 있는 거다.”
“······뭔”
소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까?”
“마력도 많고, 생명력도 풍부한 게 사람이야. 마수처럼 오염된 에너지원도 아니지. 그게 아니면 화국에 다른 자원이 있던가?”
화국이란 거대한 땅이 하늘을 부유해 다닐 수 있는 이유. 거기에는 사람의 희생이 바탕이 되어있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인원이 줄어들면 오거스트는 지상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보충해온다.
99%를 위한 1% 희생. 그게 바로 화국이 지금껏 유지되어올 수 있던 비밀이었다.
소진의 심각해진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내가 말했다.
“난 섬을 부술 거다.”
“!”
“그러니, 당신이 도왔으면 좋겠어.”
물론 내가 바라는 것은 소진이 아니었다.
그녀가 뛰어난 초인이라는 것은 확실했으나, 그녀 하나가 더해진다고 오거스트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다만, 소진이 움직이면 차시우가 움직인다.
신검(神劍)이라 불리는 남자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소진을 끌어들일 이유로는 차고 넘쳤다.
소진은 본인이 그만큼이나 차시우에게 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나······
“그쪽이 도와주면 분명 도움이 될 것 같거든.”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화국(華國)은 바람에 떠밀려 하늘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방람섬’이다.
그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오직 바람만이 알며, 마력에 가리워진 섬은 세간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화국으로 향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고 그 소수의 존재를 아는 이조차 오거스트가 유일하다. 나를 제외하면.
“위험하니 안 따라와도 되는데.”
“그러면 더더욱 따라가야겠는걸.”
나는 나를 따라온 한세연과 아멜리아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나는 화국으로의 길을 아는 자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아는 자는 무척이나 위험한 인물이었다. 무려 칠악(七惡)의 일좌를 차지한 대악인이었으니.
식욕의 마인, 최아린.
그 대악인의 거처를 찾아가는 길에 한세연과 아멜리아가 동행한 것이다.
한세연은 순전히 내 걱정으로 떨어지지를 않았고, 아멜리아는 자신만 혼자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따라왔다.
“이런 인원이 가는데 위험할 리가 있겠어요?”
“뭐, 그건 그렇지.”
아멜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곁에는 한세연과 아멜리아 외에도 소피아와 이본느가 함께하고 있었다.
소피아의 무력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이본느는 칠악과 동등한 무력을 보유했다고 봐도 좋았다.
직접 붙어본 게 아니라 모르겠으나 나태의 게오르그를 잡았던 내 판단이기에 확실할 것이다.
게오르그보단 오히려 이본느 쪽이 더 강해보였으니.
그런데 이 둘만 해도 굉장한데, 한세연의 사격 솜씨마저 보통이 아니었다.
아멜리아의 마력을 탐지하는 능력은 세계관에서도 손에 꼽는 수준이었고.
말하고 나니 이건 뭐, 걸어 다니는 군단 수준이네.
“후후, 공기가 좋네요.”
“···도시인데요?”
이본느는 골목의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상쾌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바깥에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셨네요.”
“예. 오랜만의 나들이랍니다.”
마경에 들어서고 처음 나오는 외출에 이본느는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이 자연에 오래 있다 보면 도시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나 보다.
“이곳이 탐욕의 거처로 통하는 곳입니다.”
앞장선 이본느가 탐욕의 마인의 거처로 향하는 장소에 우리를 데려왔다.
과거, 오거스트의 간부였던 그녀였기에, 칠악오마의 거처로 향하는 루트 한둘쯤은 꿰고 있던 것이다.
“어이, 건물 잘못 찾았나 본데, 여기는 아니니까 가라.”
그때 건물의 입구에서 나온 양복을 입은 남자가 손을 휘휘- 젓는다.
“아니, 제대로 찾아왔어.”
“약속은 잡았나?”
“아니.”
“그런데 들어가겠다고?”
“어, 뭐 좀 물어보게.”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뻐억─!
둔탁한 소리가 나며, 남자가 고꾸라졌다.
대검의 면으로 남자의 머리를 내려친 소피아가 앞장선다.
콰아앙─!
대검이 휘둘리자, 단단한 철문이 폭음을 내며 날아갔다.
“앞장서겠습니다.”
“예.”
······이미 앞장서셨는데요. 그보다 벌써 문짝까지 날려버렸다.
그나저나 저거 철문이었네. 나는 무슨 송판지 날아가는 줄 알았다.
휘이이익─!
그때, 문턱을 넘어서던 소피아를 향해 채찍이 날아들었다.
소피아가 대검으로 이를 쳐내려 했으나, 채찍은 튕겨 나가지 않고, 뱀처럼 소피아의 대검을 휘감았다.
“어디서 온 놈들인진 모르겠지만, 여기는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채찍을 쥔 남자가 음산하게 말했다.
소피아가 대검을 이리저리 움직였으나, 채찍은 풀리기는커녕, 대검을 더욱 꽉 틀어 쥐었다. 이를 본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어이, 소용없어. 이건 힘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확실히 채찍은 소피아가 아무리 대검을 움직여도 떨어질 기미를 안 보였다.
“쯧, 무식하게 힘이 쎈 년이군. 오우거 가죽이 늘어나다니. 어이, 빨리 해.”
남자가 혀를 찼다. 그의 양옆으로 완드를 든 마법사 둘이 술식을 외웠다.
“홀드.”
마력의 기류가 소피아의 전신을 옭아맨다.
뒤이어, 쩌적, 쩍. 얼음의 송곳 수십 개가 생성되어 그녀를 겨냥했다.
“대검을 놓고 물러나려면 미리 물러났어야지.”
채찍과 마력에 묶인 소피아를 보며 남자가 비아냥댔다.
하지만 소피아의 반응은 담담하기만 했다.
“조금 성가시긴 하지만 이게 뭐 어쨌다는 거지?”
“입만 살았군. 쏴!”
코웃음을 친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얼음의 송곳 다발이 소피아를 난도질할 듯 날아들었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소피아는 대검을 옆으로 눕혔다. 그리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파아아앙─!
얼음의 송곳들이 부서져 나갔다. 그녀를 감쌌던 마력의 기류가 깨져나갔다.
마법이 깨지는 반동에 두 마법사는 피를 토하며 허물어졌다.
“어, 어···?”
홀로 남은 남자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저벅저벅.
소피아가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채찍은 여전히 대검에 감겨 있는 채였다.
“······뭔.”
당황한 남자가 뒷걸음치며 채찍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채찍의 길이가 늘어나 대검과 함께 소피아의 팔이며 어깨를 휘어 감았다. 그러건 말건, 소피아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뻐억─!
복부에 욱여넣어지는 주먹. 남자가 허물어지자 대검을 휘감았던 채찍이 툭, 떨어졌다.
앞장서 건물로 들어서는 소피아.
─누구······!
─죽어···컥!
안에서 몇 번의 투닥거림과 비명이 들리더니 곧 잠잠해졌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소피아가 나왔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해솔님.”
“가죠.”
픽 웃은 내가 일행에게 말하곤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