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5
§ 134화
건물의 안으로 들어서자 펼쳐진 풍경은 살벌했다.
떨어진 액자, 깨진 창, 박살 난 탁자······
벽, 카운터, 계단 등 곳곳에 기절한 사람이 빨랫감처럼 널려 있다.
소피아가 들어가고 고작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호쾌한 방식을 선호하는 소피아라곤 하지만 다소 감정이 실린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맞았다.
“안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그녀를 따라 건너편 방을 열자 어두운 밀실에 사람들이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수용소네요.”
“···예.”
마인은 초인의 마력을 탐하는 존재다.
그러지 못하면 마기에 이성이 서서히 잠식되어가다 마수와 다를 바 없는 괴물로 전락해버리니, 마인들이 살아가기 위해 마력이란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마력을 얻으면 녀석들의 마기는 늘어나며, 더욱 강한 힘을 얻게 된다.
수용소란 마인이 강해지기 위해 초인들을 가둬놓고 마력을 갈취하는 장소였다.
‘어쩐지 보안이 제법 삼엄하다 싶더니만.’
소피아가 상대여서 약해 보인 것뿐이지, 건물을 지키던 이들은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
무엇보다 그 소피아가 대검에 묶인 채찍을 풀어내지 못했을 정도니까···
이윽고 밀실에 쓰러진 이들의 영혼이 건재한 걸 확인한 내가 입을 열었다.
“마력이 빨려 기절한 것뿐이네요. 죽은 사람은 없으니 기분 풀어요.”
“다행이군요.”
소피아가 눈에 띄게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여간 은근히 마음이 여리다니까. 작게 미소 지은 내가 말했다.
“저 사람들은 탐식의 거처로 향하는 통로를 찾으면 협회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게 하죠.”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우리가 밀실을 바져나오자, 홀에 있던 아멜리아가 벽면의 술장을 가리켰다.
“술장 뒤에 워프진이 있어요.”
소피아가 다가가 진열장을 치우자 굳게 잠긴 철문 하나가 나타났다.
보안카드가 필요한 잠금 문이었디. 저런 건 함부로 부수려 하면 위험하다.
그랬다간 문이 폭파한다거나, 마법이 날아오는 등, 함정이 발동하기 마련이었지만······
‘보안까지 씹어버리네.’
대검으로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가는 소피아를 보며 내가 혀를 내둘렀다.
문이 박살이 났는데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에 의해 보안 자체가 ‘분쇄’되었기에 함정이 발동하지 않은 것이다.
저 정도면 말이 분쇄자지 그냥 치트키 아닌가?
‘분쇄’라는 키워드는 어디다 대입하든 적용이 안 되는 곳이 없었다.
그냥 ‘분쇄’해버렸다고 하면 말이 안 되던 것도 말이 되어버리니까.
지금 내 눈앞에서 그러한 일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었다.
콰앙─!
치트키라도 쓴 듯 복도 반대편 잠금 문마저 부수고 나를 돌아보는 소피아.
“버스 죽이네.”
씨익 웃은 나는 복도를 지나 소피아가 열어준 비밀의 방에 들어섰다.
그러자 아멜리아가 말한 대로 텅 빈 방의 중앙에 워프진으로 보이는 마법진이 떡하니 자리해 있었다.
얘는 또 이런 걸 어떻게 탐지했대.
내가 찾으려 했으면 족히 반나절은 소모했을 거 같은데.
유능한 사람을 부리는 게 이렇게 편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모든 게 해결되어 있으니.
내 존재의의가 결여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뭐, 어때. 편하면 장땡이지.
“통문 게이트인가 보네요.”
나는 워프진 앞 테이블에 올려진 수화기를 보며 말했다.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는 워프진은 건너편의 워프진과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문 게이트란 건너편에서 게이트를 열어줘야지만 이용할 수 있는 워프진을 뜻했다.
즉, 이 워프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건너편 게이트에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셈.
그러니 우리가 이용하기는 어려웠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좌표는 확인했습니다. 언제라도 갈 수 있답니다.”
우리에게는 공간이동 마법의 대가인 이본느가 있었으니까.
그녀는 어렵지 않게 워프진에 감춰진 좌표를 알아냈다.
이내 협회에 연락해 밀실에 갇힌 사람들의 구조를 요청한 내가 말했다.
“가죠.”
“예.”
이본느가 워프진에 박혀있는 마력석을 뚝 뽑더니, 마력석이 푸르게 빛나며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다들 서로 손을 잡아주세요.”
이본느가 내민 손을 아멜리아가 잡는다. 이어서 소피아, 나, 한세연 순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자 마법진이 빛을 뿜었다.
붕 뜨는 감각이 들더니 뒤이어 악취가 코를 찔러왔다.
“···윽.”
아멜리아가 코를 움켜쥔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웬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잔뜩 버려진 창고였다.
“뭐냐, 너희들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들어오던 남자가 우리를 발견하곤 소리쳤다.
“여기 워프게이트 맞아요?”
“맞다만 사용하지 않은 지 5년이 넘어가는 루트다.”
그래도 그렇지 워프지점을 쓰레기 창고로 쓰는 건 좀 너무하네.
남자는 우리가 사용되지 않는 워프진에서 나온 걸 보곤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일단 자신들의 워프진에서 나왔으니 적은 아니라 여긴 판단한 모양이지만 처음 보는 이들이기에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남자가 팔에 찬 스마트워치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쓰레기장 게이트를 누가 타고 온 거지?〕
“그게······”
말끝을 흐린 남자가 우리를 돌아보며 말하라는 눈을 했다.
“탐식,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
그렇게 말한 것은 바로 나였다.
〔물어볼 게 있는데 허락도 없이 내 게이트를 타고 왔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탐식의 마인, 최아린이었다.
“좌표만 빌렸을 뿐이야.”
〔좌표를 얻으려면 건너편 아이들을 정리해야 할 텐데.〕
“맞아.”
〔뻔뻔하네. 그러고도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넌 누구······〕
콰직─!
나는 빛을 발출해 녀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스마트워치를 부쉈다. 덤으로 남자도 쓰러트렸다.
“이거 편리하네.”
내가 검지 끝을 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검지에서 피잉, 피잉. 두 줄기 빛이 발출되니 끝이었던 것이다.
최근 사용할 수 있게 된 아나스타샤의 힘이었다. 빛속성이라 그런지 공격의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나름 대비하고 있던 마인이 반응조차 못해보고 쓰러질 정도였으니······.
그렇게 쓰레기장을 빠져나오니, 화단과 분수대,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그 정원의 너머에 존재하는 어둠에 감싸인 저택. 저 저택이야말로, 탐식이 자리해 있는 거처이리라.
그건 그렇고.
“환영식 한번 거창하게 열어주는군.”
크르르······.
정원을 가득 메우고 나타난 수십의 크루트를 보며 내가 픽 웃었다.
***
커튼이 늘어진 어두운 방. 늘어진 흰 티로도 가리어지지 않는 굴곡진 몸매의 여성이 쇼파에 늘어져 쇼파에 늘어져 뚜- 뚜- 통화가 끊어진 스마트폰을 올려다본다.
“어떤 놈일까.”
무언가를 유추하듯 큰 눈을 깜빡이던 여성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뭐, 냅두면 알아서 죽겠지.”
스마트폰을 대충 집어 던지곤 옆에 있던 피자를 입에 머금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침입자에 대한 기억은 이미 지워진 뒤였다.
여지껏 그녀의 거처에 침입했던 이 중 멀쩡히 살아 돌아간 녀석은 아무도 없었으니. 그러니 알려 할 필요도, 기억할 이유도 없었다.
“치워드릴까요?”
“응, 그래죠.”
“예.”
테이블에 잔뜩 늘어져 있던 비워진 접시가 치워진다.
이내 손에 쥔 피자를 천천히, 그러나 한 점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여자.
끊임없이 먹어도 언제나 완벽한 몸매가 유지되는 그녀는 바로 칠악의 일좌, 탐식의 마녀 최아린이었다.
나른함에 취한 그녀는 쇼파에 늘어져 장난스레 발을 까딱였다.
운세를 보고,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쳇바퀴가 굴러가는 듯한 사이클을 그녀는 10년째 유지해오고 있었다.
“아린님, 정원이 돌파당했습니다.”
“그래? 대단하네.”
약간의 비틀림이 생길지라도 그 사이클에 변함은 없을 터였다.
그녀가 머무는 거처는 그 누구의 침입도 불허할 만큼 삼엄한 방비가 깔려 있었다.
그랬기에 최아린은 상대를 칭찬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정원을 돌파한 거면, 내 크루트들이 당한 건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쯧, 아쉽네. 오래 길러온 아이들인데.”
수년을 길러온 크루트들의 죽음에 최아린이 짤막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최아린은 다시금 나른함에 젖어들었다.
오래간만의 균열이었으나 그것이 그녀의 일상에 변화를 주지는 못할 테니.
그때, 수하의 스마트폰 너머로 다급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지, 지금 2층이··· 크악!
“······.”
나른했던 최아린의 눈이 동그레졌다.
“2층?”
정원이 뚫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2층까지 올라왔다는 말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잠깐 사이에 저택의 결계를 부수고, 1층을 넘어 2층까지 올라왔다기에는 그 시간의 간격이 너무도 짧았다.
하물며 본관에 펼쳐진 검은 안개는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결계였다.
허락을 맡지 않은 이가 흑무에 들어오게 되면, 평생 그 흑무 속을 헤매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상격초인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전례가 있는 금단의 마법. 그 마법이 뚫렸다는 사실에 최아린은 오래간만의 놀람을 느꼈다.
그때,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수하, 이든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아린님.”
“그놈이 그새 3층에 올라오기라도 했어?”
“···예, 지금 3층이 뚫리고, 4층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최아린이 놀라 반문했을 때다.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콰아앙─!
이든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들이 있는 곳은 현재 5층이었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아니야, 됐어. 여기 있어.”
그녀가 거부할 줄 몰랐는지, 이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 하지만···”
“이미 늦었어.”
최아린이 픽 웃는다.
“!”
그녀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든이 눈을 부릅 떴을 때였다.
끼이이─
방의 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열리며 들어오는 다섯 사람.
“꽤나 난폭한 손님들이네.”
최아린이 키득거리며 누워있던 쇼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
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적의를 표출하는 우람한 덩치의 남자.
쇼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여자.
누가 탐식의 마녀인지는 자명했다. 내가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최아린?”
“맞아.”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장발의 미녀.
이 여자가 바로 칠악의 일좌. 탐식의 마녀, 최아린이었다.
“뭐 좀 물어보러 왔다.”
“알려주지 않으면?”
“패서라도 알아내겠지.”
“건방진 놈이···!”
덩치의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녀석의 몸에서 줄기줄기 발산되는 시꺼먼 마기.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눈을 흘낏 일별한 내가 다시 최아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시를 당한 남자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듯한 어마어마한 위압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쪽을 아예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내 머리를 날려버릴 듯 휘둘러지던 주먹은 지척에 이르러 막혀버렸다.
“···뭣!”
대검에 막혀버린 자신의 주먹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남자.
“마스터가 이야기 중입니다.”
남자의 주먹을 막아선 것은 소피아였다.
그때, 나를 향해 어둠이 채찍처럼 날아들었다. 소피아가 남자를 막아서는 그 순간의 빈틈을 노린 절묘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 공격 또한 내게는 닿지 못했다.
화르르. 불길에 녹아 사라져버리는 어둠. 어느새 이본느의 부채가 불길에 휘감겨 있었다.
“···이본느?”
갸웃거리며 이본느를 쳐다보던 최아린이 그제야 기억이 났는지 눈에 이채를 띈다.
“말해라.”
그런 최아린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화국으로 가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