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8
§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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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력(S)]─융합력에 등록된 대상의 능력을 빌려올 수 있습니다. (융합력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깊은 유대감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빌려올 수 있는 대상의 능력은 1개에 한정됩니다.
현재 융합 대상
◆ 소피아 포코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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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순진하게 눈만 깜빡였다.
맞잡은 손을 통해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그녀도 느낀 것이다.
“됐네요.”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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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기프트 : 이상의 투영자, 어느 필멸자의 고민, 신체 가속, 융합력 + 【분쇄자】]===
기프트란에 분쇄자가 추가되어 있었다. 소피아와 나의 유대감이 융합력을 빌릴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우리는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그 유대감이 높은 것은 당연했다.
“소피아, 내게 혼마력을 날려봐요.”
“예? 하지만 해솔님을 공격할 수는······”
소피아는 혼마력을 날리기를 망설였다. 힘 조절에 서툰 그녀이기에 자칫 내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괜한 걱정에 내가 픽 웃었다.
“설마 조절해서 날리는 데 별일이야 있겠어요?”
“그, 자주 있어서······”
음, 이거 상대를 바꿔야 하나?
돌이켜보면 소피아의 대련에는 항상 피해자가 속출했었다.
천우진과 아렌은 물론이고, 마경의 주민 상당수가 한 번씩 치료를 받은 전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나는 잠시 뺨을 긁적였지만 그냥 소피아로 하기로 했다. 이제와서 새로 사람을 구해오기도 뭐했으니.
“괜찮으니까 날려봐요.”
“그럼, 최대한 조절해서 날려보겠습니다.”
거리를 저만치 벌린 소피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실수를 할까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그렇게 소피아의 손에서 발출되는 잿빛의 혼마력.
생각보다 크게 발출되었는지 소피아가 아앗, 당황한 음성을 발한다.
‘음, 제법 크네.’
날아드는 혼마력을 보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소피아가 힘 조절에 자신이 없어하는 지 알겠다. 확실히 이건 일반적인 레벨을 넘어섰으니까.
어른 머리통만한 혼마력은 어지간한 초인이라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간 몸이 날아갈 법한 어마어마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이것조차 소피아 딴에는 최대한 조절한다고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후우.”
눈을 좁힌 나는 하나로 합쳐진 그람의 장검을 거머쥐었다.
모든 의식을 장검에 집중했다. 이내, 그람의 마력과 기력이 씌워진 검이 울음을 터트렸다.
다가드는 혼마력을 향해 내가 검을 힘껏 내리그었다.
【분쇄자】
파아아아─
혼마력의 덩어리가 검이 닿은 부분부터 파편이 되어 흩날린다.
하지만 혼마력을 부수던 검은 도중에 막혀버렸다. 분쇄자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뒤로 밀리면서 어렵사리 혼마력을 흘려냈다.
“아직 어렵네.”
처음이라 그런지, 분쇄자를 다루는 법이 영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이는 내 기프트가 아닌 소피아의 기프트이기에 생겨나는 괴리였다.
한편,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지켜보던 소피아의 눈은 동그랗게 떠져 있었다.
“해솔님, 이건···”
“예, 분쇄자예요.”
내 긍정에 소피아의 만면 가득 기쁨이 맺혔다.
“해솔님도 분쇄자를 터득하신 거군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터득한 게 아니에요. 소피아에게 빌려온 거지.”
“예?”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피아에게 나는 융합력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소피아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그럼, 해솔님은 모든 능력을 다룰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유대감만 있다면 이론상으로는 그렇죠.”
다만, 한 번에 하나 이상의 능력은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능력의 매커니즘에 대해서도 확실히 파악을 해두고 있어야 했다.
능력은 빌려왔는데, 막상 다룰 줄 모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었으니까.
당장 소피아의 분쇄자만 해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혼마력을 반절도 부수지 못했던 것이다.
즉, 나는 능력이란 겉껍데기만 빌릴 수 있을 뿐이지, 그 능력의 숙련도에 관해서는 전무한 상태라는 이야기였다.
이건 해당 능력의 주인에게 도움을 받는 편이 가장 빨랐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요.”
“예, 알겠습니다.”
소피아가 방긋 웃었다.
***
소피아의 [분쇄자]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마인드다.
물리력이건, 혼마력이건, 혹은 상대가 대단한 사람이건 신이건 간에······
그런 걸 따지지 않고, 부술 수 있다는 강한 ‘마음가짐’이 분쇄자를 발동시키는 매커니즘이었다.
상대가 누구이건, 진심으로 본인이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는 것이다.
지극히 소피아다운 기프트였다. 그리고 그러한 훈련으로 소피아가 권한 것은 상당히 무시무시했다.
“소피아. 여긴···”
“해솔님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믿어주는 건 너무 고마우나, 그 믿음이 지금 나를 사지로 내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소피아가 나를 데리고 온 곳은 마인들의 거점이었다.
오거스트를 처리한 뒤, 우리는 녀석의 휘하에 있던 데몬스폰으로부터 방대한 양의 정보를 넘겨 받을 수 있었다.
이 거점의 위치도 그렇게 알게 된 곳이었다.
칠악의 일좌, ‘교만’의 간부인 상격 마인이 머리로 있는 곳으로, 수십이 넘어가는 마인들이 상주해 있는 거점이었다.
즉, 무지하게 빡쎈 곳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소피아와 나는 녀석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 쳐들어오고 말았다.
······야산의 외진 건물. 우리를 확인한 50명이 넘어가는 마인이 몰려 나왔다.
“뭐하는 놈들이냐!”
소피아를 바라보는 놈들의 얼굴에는 경계의 기색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게 소피아는 이곳까지 방해되는 장애물들을 부수며 어거지로 밀고 들어왔으니.
다만 외양을 바꾸고 왔기에 녀석들이 우리를 알아볼 일은 없었다.
“송장이 되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앞으로 나선 마인이 경고하듯 으르렁거렸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에 조금 떨떠름했던 내가 그 말에 반색하며 얼른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였다.
“알겠-”
“마스터가 네놈들 따위에게 도망칠 것 같으냐.”
소피아의 대답이 먼저 튀어나왔다.
“아니, 소피아, 잠깐만······”
“해솔님, 처리하시면 됩니다.”
그리 말한 소피아는 정중히 뒤로 물러났다.
자연스레 마인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이건 웬 듣보잡인가 하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피식피식 쪼개는 마인들.
“어이, 아가씨. 이놈 뒤져도 모른다?”
소피아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런 일 따위 하늘이 무너져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늘은 원래 무너지지 않아요, 소피아.
“만에 하나 마스터에게 상처라도 입힐 수 있다면 내가 네놈들의 것이 되어도 좋다.”
······어?
지그시 소피아의 얼굴과 몸매를 뜯어보는 마인들.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정말이냐?”
“물론이다.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안 그렇습니까, 마스터?”
호언장담을 한 소피아가 나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한다. 그 눈에서 나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엿보였다.
‘하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상처 하나라도 입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으니.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휘리리릭──
내 전신을 보호하며 그람의 비도가 모두 날아올랐다.
***
결과적으로 소피아의 믿음은 보답받았다.
운이 좋게도 거점의 상급마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였고, 분쇄자까지 얻은 내 능력은 중격에서 하격인 마인들이 어찌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 정리한 뒤에는 소피아의 이마에 강한 꿀밤을 먹였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울상을 짓는 소피아에게 나는 확실하게 일러두었다. 다음에도 이러면 정말 곤란했으니······
나날이 높아만 가는 내 위상의 절반 이상은 소피아가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버려두었다간, 언제 또 칭호가 갱신될지 모르는 것이다.
거기다 누구의 것이 되겠다는 둥 그런 이야기는 장난으로라도 흘려넘기기가 어려웠다. 내용도 그렇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빴으니까.
아무튼, 소피아의 훈련은 이런 식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방향이었고, 덕분에 분쇄자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소피아를 시작으로 한세연, 이본느, 아멜리아 등, 나와 제법 유대감이 쌓였다 생각되는 이들을 융합력 리스트에 추가해갔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능력을 숙달해가면서 알게 된 사실은 꽤 여러 가지였다.
첫째로, 빌린 능력의 지속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봐야 5분에서 10분 내외. 그 이상이 지나면 능력이 증발해버리고,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배에 해당하는 쿨타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지속 시간이라는 게, 아무래도 유대감의 깊이에 따라 해당 능력의 지속 시간이 달라지는 듯했다.
한세연의 능력을 빌렸을 때는 30분이 지나도 능력이 사라지지를 않아 살짝 무섭기까지 했으니까······
참고로 한세연의 기프트인 [천리안]은 동체시력을 비약적으로 증폭시켜주는 능력이었다.
시간이 멈춘 것도 아니건만 상대의 움직임이 또렷이 잡혀 드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상대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 모두 눈에 보여왔으니까.
그 어떤 총이나 검이 날아들어도 먼저 대처하고 피할 자신이 들었다.
아멜리아의 ‘마력지배자’의 물리 버전이라 봐도 좋을 듯싶었다.
천리안을 숙련시킨다면서 총을 무턱대고 난사하는 한세연 때문에 이를 피한다고 죽을 맛이었지만······ 덕분에 실력은 금방 늘었다.
그리고 뒤이어 두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능력의 주인이 원하는 수위까지만 능력을 빌릴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일례로 나는 아멜리아의 기프트인 [마력지배자]를 공유받을 수는 있었으나, 정작 아멜리아 본인의 마력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라는 게 참 황당했다.
“보, 보여지는 것 같아서 부끄럽잖아요.”
고개를 슬쩍 트는 아멜리아. 귓불이 붉어져 있는 모습에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마력에도 프라이버시를 부여하다니······ 참 아멜리아다운 엉뚱한 발상이었다.
그나저나.
“너가 보는 건 괜찮고?”
“···그렇네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는 듯,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이며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는 아멜리아. 내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내가 얻은 능력들은 전부 나에게 유용한 것들이었다.
사실상 마경의 주민들. ‘데몬’의 능력은 모두 공유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되었다.
융합력 자체는 제약이 많은 능력이었지만, ‘계약’으로 인한 유대감이 그 제약의 벽을 허물어 주었던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융합력에 등록할 수 있는 슬롯이 고작 3개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고심 끝에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을 한 건 소피아, 아멜리아, 한세연이었다.
이 셋의 능력은 여러모로 내가 다루기 쉬운 데다 유대감도 깊었으니까.
‘칸이야 나중에 늘 수도 있고.’
그렇게 능력의 숙련도를 늘려가는 사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
······길었던 방학이 끝나고,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교실로 돌아온 생도들의 표정은 밝았다.
해외여행이다 뭐다 말들이 많은 걸 보니, 여유로운 휴가를 한껏 즐기다 온 모양이었다.
참고로, 마경을 다녀온 일행들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은가예는 매일 서리의 영역을 드나들기 바빴으며, 아멜리아는 이본느와의 훈련으로 이래저래 고생했으니. 그래서일까?
‘확실히 빨라.’
게임에서 주연들의 성장속도를 감안하자면, 우리는 무려 2년이나 앞서가고 있었다. 이대로만 순항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수업이 시작되고 일행의 진보된 실력을 보면 다들 기겁을 하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옆을 흘낏보았다.
‘요리책이네.’
언제나 총기류와 필기노트로 가득했던 한세연의 책상에는 요리서적이 올라가 있었다.
토끼모양으로 깎인 사과, 속을 파낸 토마토에 각종 음식을 담은 사진 등······
실력을 늘리는데 열중인 주연들과 달리, 한세연은 이본느나 백건우로부터 가사일을 배웠다.
그렇게 취미가 붙자 투명하던 영혼에 즐거운 백색이 어렸다.
‘······좋은 변화인가.’
그리 힐끗거리며 쳐다보고 있자니 시선을 느낀 한세연이 나를 돌아보았다.
몰래 엿보다 들킨 기분에 나는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그때 교실의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하진우가 들어왔다.
“주목!”
책상을 탕탕 두들긴 하진우가 조례의 시작을 알렸다.
***
······개학 이후, 첫 번째로 맞이하는 수업은 특기수업이었다.
2학기부터는 반별 수업보다는 각자 개인의 적성에 맞는 전공과 특기과목의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오늘은 마수를 사냥하는 시간을 가지겠다.”
특기수업의 지도교수, 하진우가 생도들을 필드에 세워 놓곤 설명을 시작한다.
“1학기 때처럼 그저 그런 녀석들이 나온다는 생각은 버려라. 최소 3성급부터, 4성급까지의 마수를 풀어놨다. 방심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도록.”
이윽고 하진우의 구호에 따라 필드의 숲으로 들어서는 생도들.
나를 제외한 생도들은 대부분 ‘총기류’를 소지하고 있었다. 비도를 가진 나는 원거리 사수로 분류가 되었으니. 그렇다는 건······
“함께네?”
한세연이 기쁘다는 듯 방긋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