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4
§ 153화
“이 붕어빵이란 건 정말 맛있군요.”
전통시장 거리. 가슴에 흰 봉지를 끌어안은 소피아가 붕어빵을 오물거리며 눈을 반짝였다.
“해솔님, 이 안에 든 단 건 무엇입니까?”
“단팥이에요.”
“그렇군요, 달아서 맛있습니다.”
‘설탕’ ‘사탕’ ‘메이플 시럽’ 등, 단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소피아는 처음 먹어본 붕어빵의 단맛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꼭 강아지같은 게, 꼬리라도 달려있었다면 살랑살랑 흔들었을 것 같다.
“아주머니, 한 봉투 더 주십시오.”
“외국 처자가 참 복스럽게 잘도 먹네. 어디서 왔어?”
“마경입니다.”
“하하, 농담도. 서비스야. 하나 더 줄게.”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기분 좋게 붕어빵을 하나 더 챙겨준다.
이윽고 봉투 가득 붕어빵을 담아 품에 안는 소피아.
복스럽게 먹는다며 칭찬하던 아주머니는 이미 멍하니 입을 벌린 지 오래다.
붕어빵 20개를 그 자리에서 먹더니, 또 봉투를 한 아름 가슴에 안았으니까.
붕어빵만 40개째.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소피아에게는 이게 당연한 행위였다. 그녀는 마경에서도 알아주는 ‘대식가’였으니까.
그리고 소피아는 오히려 이렇게 먹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의 강인한 육체를 유지하자면 그만큼 많은 열량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소피아는 이렇게 먹어도 그 흔한 군살 하나 찌지 않았다.
먹는 게 다 미드로 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곳만은 유난히 풍요로웠지만.
아무튼, 그래도 단 것만 보면 너무 많이 먹기는 했다.
“적당히 먹어요.”
“알겠습니다.”
웃으며 붕어빵 하나를 오물거리는 소피아. 내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러고도 돌아가면 또 저녁을 먹을 테니.
“······.”
아카데미가 2학기에 접어든 지도 3주째. 나는 그동안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낮에는 아카데미의 수업을 듣기 바빴고, 방과 후에는 길드나 협회에 ‘용병’으로 고용되어 마수나 마인을 퇴치하는 등, 대대적인 활약을 벌였다.
나뿐 아니라, 아렌, 소피아, 라우라, 최아린 등 실력이 되는 이들은 모두 곳곳에서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덕분에 마경에 대한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나날이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빠듯할 만큼 오거스트가 사라진 공백은 크나 컸다.
녀석으로 인해 눌려 지내던 마인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가 아픈 놈이 바로 ‘질투의 마인’이었다.
자신 외의 모든 것을 질투하며 사는 피곤한 녀석,
녀석은 생물의 기저에 존재하는 질투심을 자극해 친족끼리도 싸우게 만드는 아주 골 때리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질투심이 폭발한 인간들은 종국에 이지가 마비되어, ‘살아있는 좀비’로 전락해버린다.
우리는 녀석으로 인해 좀비화가 진행된 곳―데드존―을 7곳이나 찾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좀비 중에 ‘숙주’를 찾아 마기를 지우면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협회의 지부에서 그에 관한 의뢰를 수령하고 나온 차였다.
지부를 나오자마자 붕어빵을 발견한 소피아가 군것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용병 일에 언제나 소피아를 대동했다. 아니, 대동한다기보다는 내가 따라간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도 그럴 게 정도라는 걸 모르는 소피아를 혼자 보내기는 조금 걱정되었으니.
당연하지만 소피아가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걱정되지.
용병이라면 무시하고 보는 놈들이 이 바닥에는 널려 있었으니까.
그리고 소피아의 주먹은 계급을 가리지 않고 만인에게 평등했다.
그 오거스트조차도 후드려 패던 게 소피아였으니.
뭐, 최근 유명세를 떨치는 소피아 앞에서 무례하게 구는 간덩이 부은 인간이야 없겠으나, 괜히 트러블에 휘말릴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소피아를 데리고 가면 나도 편하게 실전을 치를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용병으로 활약을 하다 보니, 마경에도 드디어 인터넷이 보급되었는데, 문제는 거기서 생겼다.
“타시죠, 해솔님.”
“······.”
방탄 같은 검은 헬멧을 눌러쓰고, 은발을 늘어트린 소피아.
부르르르릉······
1,868cc의 강력한 배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가슴을 웅장하게 적신다.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 꽂혔다.
할리 데이비슨.
마경에 전기가 들어오고, 액션영화에 심취한 소피아가 최근 들어 장만한 애마였다.(온갖 보조마법이 옵션으로 들어가서 마경같은 험지주행도 가능하다.)
참고로 요즘 소피아의 꿈은 갈라져 올라가는 다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멋들어지게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올해의 버킷리스트였다.
소피아라면 정말로 가능할 것 같아서 문제였지만······
할리우드가 사람 하나 제대로 망쳐놨다.
그나마 액션에 취미를 들여 다행이지, SF였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찔했다.
이윽고,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나는 뒤늦은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걸 타고 어떻게 하게요?”
그도 그럴 게 우리가 현재 향하는 곳에는 100명 가까이 되는 좀비들이 우글거린다고 들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숙주를 찾자면 오토바이는 되려 마이너스였던 것이다.
소리에 민감히 반응하는 녀석들은 오토바이를 본 순간 우르르 몰려들 테니까.
최대한 조용히 가서 은밀하게 처리하고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내 의문에도 불구하고, 소피아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흐흥, 맡겨주세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소피아. 분명 계획이 있는 듯한데 왜 이리 불안하게 들릴까.
세상에서 제일 불안한 ‘맡겨주세요’가 있다면 그건 아마 소피아의 ‘맡겨주세요’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솔님, 꽉 붙잡아주십시오.”
“예? ···웃!”
끼이이익──!
반문할 새도 없이 오토바이가 느닷없는 수직 드리프트를 시전했다.
부아아앙──!
이어서 가파른 언덕을 제트기처럼 타고 오르는 오토바이.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한 내가 소피아의 몸을 바짝 붙잡았다.
부드러운 살결 아래 자리잡은 단단한 복근이 손을 자극했다.
이내 언덕을 오르자 아래로 광활한 바다를 접한 물류 공장이 내려다보였다.
10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은 채 멍하니 공장 부지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불현듯 ‘가까워져’왔다.
저쪽에서 오는 건 아니고, 이쪽에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부아아아앙──
소피아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절벽을 날아오른 것이다.
이건 무슨 현실판 GTA도 아니고······
정석적으로 도로를 탔다면 30분은 돌아갔을 거리를 언덕을 가로지르지를 않나, 숙주가 있는 곳까지 다이렉트로 점프까지 해버렸다.
······이게 계획?
박력이 넘치다 못해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쿠웅─!
앞바퀴를 치켜들고, 뒷바퀴에 혼마력을 담아 공장의 지붕을 튕겨서 땅에 착지하는 소피아.
실력이라기보단 약간의 운과 힘이 결합한 어거지처럼 느껴졌으나, 영화의 한 장면 같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결과가 나빠서 문제지.
그것도 지독하게.
“그어어······”
일백의 좀비 군단이 오토바이를 둘러쌌다.
우리는 녀석들의 한복판에 내려선 것이다.
“······소피아?”
눈을 깜빡이던 소피아가 혀를 샐쭉 내밀며 귀엽게 웃었다.
“착지 자리가 조금 엇나갔군요.”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어어······”
“일단 튀죠.”
“예.”
부아아앙──
***
소피아는 지하와 지상을 오가며 이리저리 좀비들을 따돌렸다.
뒤에 탑승한 내가 쫓아오는 녀석들을 향해 빛의 화살을 핑-핑- 쏘아내었고.
일반인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 제압만 하는 선에서.
그런데 소피아는 어째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숙주를 찾는 것은커녕, 공장 부지를 빙빙 도는 것 같은 게, 도주극에 맛들린 게 분명했다.
끼이이익──
굳이 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조차 드리프트를 하고 있었으니······
아무튼, 그렇게 30분간의 치열한 도주극은 내가 숙주의 마기를 지우는 것으로 끝이 나버렸다.
너무 빨리(?) 끝난 상황에 소피아에게선 진한 아쉬움이 엿보였다.
“돌아가면 적당히 보다 자요.”
“물론입니다.”
“12시에 전기 끕니다.”
“윽. 그건······”
울상을 짓는 소피아. 나는 대꾸하지 않고 뒷좌석에 올랐다.
최근 소피아는 일과가 끝나면 요리를 만들기 바빴다.
물론 먹을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반은 설탕 덩어리고 반은 태운 음식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보겠다고 노력하는 것이 기특하달까.
시식을 나한테 맡긴다는 게 좀 문제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요리 연습이 끝나면 사탕바구니를 들고 방에 들어가 액션영화에 빠져든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 같은 방식이었다. 뭘 보고 따라 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정말로 전기를 끊을 생각은 없었다. 다음에도 이러면 고려를 해봐야겠지만······
부아아아앙──
노을이 져오는 해안도로를 나와 소피아를 태운 오토바이가 질주했다.
***
······스팩타클한 오토바이 토벌을 마친 다음 날 아침.
“흐아함.”
하품을 하며 등교를 하니 복도 게시판에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뭔가하고 가서 보니, 앞으로 진행될 2학기 커리큘럼이 게재되어 있었다.
“와, 미친.”
“이걸 어떻게 해?”
족히, 1학기보다 3배는 어려워진 커리큘럼에 아이들의 입에서 기가 막힌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나도 얼굴이 찌푸려졌다. 물론 수업이 어려워져서는 아니었다. 이렇게 되리란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앞당겨졌네.’
필드 최심부.
그것은 이터니티 필드의 가장 안쪽 깊숙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바로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어둠. 차원의 균열이 존재하는 곳이자, 노아의 ‘본체’가 잠들어 있는 장소.
원래 필드의 최심부 탐사는 9월로 예정되어 있어야 했다.
나는 커리큘럼을 보며 왜 탐사일정이 앞당겨졌는지를 알아차리곤 혀를 찼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니까.’
탐사일정 전에 있어야 할 ‘김주혁’의 공통 룬어 과목이 ‘준비 미비’를 이유로 뒤로 밀려 있던 것이다.
김주혁은 원래 저 2학기 룬어수업에서 틀린 점을 지적당하는데, 그 틈을 질투의 마인이 파고들어 열등감이 폭발, 마인으로 개화되는 인물이었다.
교수가 마인이 된 저 사건으로 인해, 아카데미는 한동안 내부점검을 가지게 되고, 필드 최심부 탐사일정도 9월 말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룬어수업 개강이 밀리면서 탐사 일정이 무려 한 달씩이나 앞당겨져 버렸다.
어떻게 된 인간이 나아졌음에도 도움이 하나 안 된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탐사일정까지 남은 기간은 2주.
길다면 긴 시간이었으나, 아카데미의 대민지원, ‘데드존 제거 활동’도 나가야 하는 데다, 기존의 용병일까지 병행하며 준비하자면 나름 빠듯한 시간이었다.
최심부 탐사에서는 김주혁의 마인화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벌어질 테니.
바로 ‘영멸의 마인’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