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8
§ 157화
“비켜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인간이여, 이곳은 그대에게 허락된 공간이 아니다.〕
“그래도 지나가야겠네.”
〔어리석은 인간이구나.〕
지룡의 고개가 들리고, 아가리가 쩌억- 벌어진다. 그곳으로 방대한 마력이 맺혀 들었다.
쿠오오오······
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어마어마한 마력의 응집에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소원대로 죽여주마.〕
──────────!
지룡의 황금색 브레스가 영멸의 마인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밀려나는 대기, 다가는 마력.
그걸로 끝이었다.
쿠아아아앙──!
가공할 위력에 공동이 우르르 뒤흔들리며, 천장의 암석들이 낙하한다. 산산조각 무너져내리는 지면.
생명체라면 형체조차 남기지 못할 괴멸적인 풍경이었다.
지룡은 결과조차 보지 않고 시선을 떼어버렸다.
그런데.
“놀라워. 이게 관리자라 불리는 존재의 힘인가? 내가 온전했어도 이기는 건 불가능했겠어.”
지룡의 놀란 시선이 무너져내린 지면으로 향했다.
지면의 일각이 기둥처럼 남아있었다. 그 위에서 청년이 주위를 놀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아무런 타격조차 받지 않은 모습에 지룡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조금 전의 공격은 청년이 지닌 힘으로는 분명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막기는커녕, 형체조차 남길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간에 가진 힘의 격차가 너무도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왜 멀쩡한지 의문이란 표정이군.”
〔······.〕
“가르쳐주겠네.”
침묵하는 지룡에게 영멸의 밤이 제 검을 들어 올려 보였다.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지룡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레퀴엠!? 어떻게 그것을······! 그것들은 전부 없앴을 텐데······!〕
“복원하느라 고생을 좀 했네.”
영멸의 밤이 내보인 무기란 바로 용을 멸하기 위한 무기, 레퀴엠(Requiem)이었다.
구약의 시대와 함께 사라졌어야 할 그 무기가 지금, 영멸의 밤에게 들려 있던 것이다.
〔복원? 넌 설마 우르크의······!〕
“예상하는 것이 맞네.”
───────!
지룡에게서 찬연한 아우라가 솟구치며, 공간을 뭉개트렸다. 그 가공할 마력의 물결이 영멸의 밤에게 밀려들었다.
마력의 선상에 놓인 온갖 잡다한 것들이 모두 무(無)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그 소멸의 마력은 영멸의 밤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했다.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파직, 파직! 새하얀 스파크만 발할 뿐, 범접하지 못하는 황금의 물결. 용의 마력을 억제하는 레퀴엠의 권능이었다.
휘이이익─!
날아든 영멸의 밤이 지룡의 등을 향해 마기에 휩싸인 검을 휘둘렀다.
콰드득! 황금의 비늘이 베어지며, 용의 피가 흩뿌려졌다.
크허어어어어엉──!
고통에 찬 지룡의 포효가 공동을 위진시켰다.
거체의 몸부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었으나,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룡은 영멸의 밤에게 있어 그저 사이즈가 조금 큰 고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거대한 두 장의 날개, 상아처럼 고고한 뿔, 신전의 기둥같은 꼬리······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지룡의 몸이 해체되어 나갔다.
쿠웅─
그렇게, 목이 떨어져 나가며 이터니티에 남은 마지막 태고의 존재가 종언을 고했다.
그때, 공동의 입구 쪽에서 기함이 들려왔다.
“우, 우앗!”
지룡의 전이에 당해 최심부의 바깥까지 내쫓긴 셀로스가 공동의 참상을 보곤 기겁한 것이다.
그런 셀로스의 뒤에는 5명의 마인이 동행하고 있었다.
‘영멸의 밤’의 추종자인 십혈(十血)의 마인들이었다.
“왔느냐.”
“예!”
그들은 도륙난 지룡의 사체 중심부에 홀로 고고히 서 있는 영멸의 밤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뚜벅- 뚜벅-
그때,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는 영멸의 밤.
셀로스가 슬쩍 바라보니 그곳에는 공동에 어울리지 않는 웬 조형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문?’
쇠사슬로 굳게 봉인된 돌문이 공동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이 차원의 균열입니까?”
“아니다.”
“그럼······”
“균열로 향하는 문이지.”
영멸의 밤이 문을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마치 그 안의 누군가를 매만지듯.
그 손길이 너무도 애틋했기에 셀로스는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 안에 연인분이라도 계십니까?”
“시끄럽다. 셀로스, 생도들이 곧 도착한다. 일을 진행해라.”
“예이~ 분부대로 하지요.”
장난스레 한쪽 팔을 가슴에 붙여 보이는 셀로스에게, 영멸의 밤이 충고했다.
“방심하지 마라. 불순분자가 끼어들었으니.”
“불순분자 말입니까?”
“피에르를 죽인 녀석들이다.”
“!”
셀로스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광대의 악마, 피에르.
기운을 봉인하는 녀석은 셀로스로서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녀석이었으니까.
녀석을 죽인 이들이 오고 있다는 것에 셀로스는 놀랐으나, 이내 입매를 비틀어 보였다.
“철저히 죽이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물론이지요. 방심 따위는 없습니다.”
그리 확언한 셀로스가 당당히 공동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오혈.”
““예, 주인이시여.””
다섯의 마인이 고개를 숙였다.
“셀로스를 도와라. 녀석 혼자 이번 일을 처리하기는 무리다.”
“알겠습니다.”
그리 말한 오혈이 셀로스를 뒤따라 공동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모두가 사라진 공동.
“······.”
영멸의 마인. ‘유진’은 쇠사슬에 굳건히 잠긴 문을 쓰다듬었다. 조용히, 오래도록.
***
”······2시간 20분. 최단기록이다.“
정해준은 제 타이머에 새겨진 숫자를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필드의 최심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통상 5시간을 나아가야 하건만, 그들은 무려 그것을 배 이상을 단축시키는 신기록을 세워버린 것이다.
정해준은 그 원인이 되는 존재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검이 휘둘러지면 통로가 박살이 나 있고, 불길이 지나가면 검게 탄 숯덩이만이 남아버린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었다.
“저런 이들이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니, 놀랍군.”
“······.”
나는 조용히 침묵했다. 도중에 소피아와 눈이 마주쳤지만, 모른 척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튼, 그렇게 소피아와 이본느의 유감없는 활약으로 지하터널을 빠져나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광활한 지하세계였다.
“아으······, 조금 어지럽네요.”
아멜리아가 이마를 매만지며 멀미를 호소했다. 괜찮아보이던 천우진조차 아까부터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일레인은 곰 인형 티니에게 부축을 받고 있었으며, 은가예는 속이 메스껍다는 표정으로 한세연의 토닥임을 받고 있었다.
“우욱!”
저런 걸 아무렇지 않게 토닥여주다니··· 하여간 비위도 좋다.
아무튼, 주조연들이 이 모양이니 다른 이들의 상황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반이나 떨어져나갔네.’
500명으로 출발했던 1학년 생도들은 어느새 200명가량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조차도 여기저기 토를 하고, 바닥을 기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
최심부의 마력은 아직 여물지 않은 생도들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던 것이다.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성장을 한다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계속 이대로 버티기는 무리였으나, 아카데미에서도 이를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들 그만 엎어져 있고 일어나라. 강당으로 들어가서 쉰다!”
마력만이 가득 들어찬 휑한 지하. 거대한 강당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매년 신입생들이 최심부에 오면은 휴식을 취하는 ‘요람의 관’이었다.
“와- 좀 살 것 같네요.”
“···우욱, 죽는 줄 알았어.”
요람의 관에 들어선 생도들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강당의 안은 마력의 밀도가 일정 수치로 유지되는 듯했으니.
“후후, 고생했어.”
반 시체가 된 표정으로 퍼질러지는 은가예를 한세연이 옅게 웃으며 위로했다.
“야, 근데 너희는 안 어지럽냐? 난 완전 죽을 맛인데. 하여튼 괴물- 우욱!”
나와 한세연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은가예가 돌연 입을 틀어막는다.
“주목!”
짝짝 박수를 친 정해준이 생도들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다들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편히 쉬어두어라. 30분 뒤 나가서 움직인다.”
자리를 잡고 기대누운 나는 챙겨온 물을 따 마셨다. 그때, 내 입가로 내밀어지는 기다란 빼빼로.
말없이 이를 깨문 내가 빼빼로가 들린 하얀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웬 빼빼로?”
“학기데이잖아.”
내 시선이 문득, 방긋 웃는 한세연의 입가에 닿았다.
‘저거 내가 먹은 건데···’
내가 깨문 빼빼로를 한세연이 아무렇지 않게 마저 먹고 있던 것이다.
하얀 이에 툭, 잘려 나가는 빼빼로.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화제를 돌렸다.
“학기데이?”
“응, 서로 선물 주고 받는 날.”
“별 게 다 있네.”
내가 빼빼로를 하나 집어 한세연의 입에 쏘옥- 물려주었다. 무슨 의미냐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 한세연.
“서로 선물이라며.”
눈을 깜빡이던 한세연이 이내 기쁘게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이거 내 빼빼로 아닌데. 이러면 서로 선물이 아닌 건가?
‘뭐, 어때.’
좋으면 그걸로 된 거지.
***
강당에서의 30분은 잠깐 쉬는 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휴식 종료다! 그만 다들 일어나라!”
강당을 돌아다니며 소리친 정해준이 생도들을 집합시켰다.
“지금부터, 1시간 동안 최심부의 탐사를 진행한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은 강당에 남아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열외를 할 사람은 지금 말해라.”
말을 멈춘 정해준이 강당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도 없군.”
죽는다고 난리를 치던 이들이 조금 정신을 차렸다고 다들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최심부의 마력밀도를 경험하는 것은 다시 없을 기연이었다.
성장기에 이러한 마력 밀도를 경험하면 근밀도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마력의 증가또한 경험할 수 있었으니.
“좋다, 그럼 지금부터 탐사를 진행하겠다.”
그때였다.
“어? 밖이······”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던 생도 하나가 눈을 깜빡였다. 농밀한 푸른 막이 창밖을 뒤덮고 있던 것이다.
눈매를 좁힌 정해준이 급히 달려가 강당의 문을 활짝 열여재쳤다.
“음······!”
나타난 광경에 정해준의 눈이 흔들렸다. 강당의 밖. 농밀한 푸른 마력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대체 누가······”
자신조차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마력의 결계에 정해준이 침음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이거 뭐야!”
“마력이······!”
수준이 낮은 생도부터 시작해 몸 안의 마력이 결계로 빨려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선배, 비켜보세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해준이 얼른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새하얀 백염에 휘감긴 검이 마력장을 향해 휘둘러졌다.
콰앙─!
백은의 기사, 서하린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이 닿았음에도 결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만둬라, 소용없다.”
서하린이 재차 검을 휘두르려 하자, 정해준이 그녀를 막아섰다.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면 넘어갈 수 없는 흡력장이다. 안과 밖의 시전자를 처리해야지만 없앨 수 있다.”
“정말로······”
서하린의 표정에 살짝 놀람이 서렸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소피아와 이본느에게 닿았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미리 예견했던 것이다.
“정말로? 그게 무슨 말이냐.”
“아니에요.”
갸웃거리는 정해준에게 고개를 저은 서하린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밖으로 나가서 시전자를 처리하고 오겠어요.”
“부탁하마.”
“알겠습니다.”
정해준은 생도들을 책임져야 하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하린은 마력장의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해준의 말대로 잠시 푸른 스파크가 튀기는 듯하더니, 넘어가지는 결계. 그녀를 뒤따라 여명의 수호자의 1팀과 소피아가 결계를 넘었다. 다만 이본느는 결계의 안쪽에 홀로 남았다.
그녀에게는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질투의 마인 셀로스.’
이 강당의 어딘가에 숨어있을 녀석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본느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멀리서 내 쪽을 보며 여유롭게 부채를 펼쳐보이는 이본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기척 차단을 이용해, 조용히 강당을 빠져나왔다.
‘역시 난 넘어가지네.’
무마력자라는 게 이럴 때 편하다. 마력의 결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 수 있으니.
그렇게 결계를 빠져나온 내 인상착의는 어느새 바뀌어져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스터.”
밖에는 소피아와 서하린이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솔 생도가 정말 마경의 주인이었다니······”
서하린의 놀란 시선이 내게 닿는다. 인상착의가 바뀌었다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다.
속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그녀에게만은 내 정체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럼 가죠.”
챙겨온 의장인 검은 코트를 걸쳐 입은 내가 멀리 기다리고 있는 1팀을 향해 먼저 움직였다.
***
한편, 멀리서 마력장에 휩싸인 강당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갔군.”
“이걸 이렇게 넘겨도 되는 건가?”
“주군의 명이다.”
칠악의 바로 아래라는 십혈(十血)에 속하는 5인의 마인들.
그들은 영멸의 밤의 추종자들이었다.
마경의 주민들이 이번 사건에 끼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영멸의 밤’이 셀로스를 도와주라며 그들을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다만, 결계를 나와 최심부로 향하는 이들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있었기에, 관조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해솔을 비롯한 여명의 수호자 팀이 최심부를 향해 사라지자 오혈이 천천히 움직였다.
“생도들은 죽이지 마라, 문을 여는데 사용 될 재료라 하니.”
“알고 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혈이 강당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음?”
오혈의 머리를 맡은 마인, 풍마 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나올 사람은 다 나왔을 터인데, 강당에서 또 한 명의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던 것이다.
“······생도?”
상대를 확인한 보리스가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생도복을 입은 청순해 보이는 여자였다. 그런데 우연인지, 그녀의 고개가 오혈에게로 돌아갔다.
보리스는 마주친 그 검은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아득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