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0
§ 159화
“그 대신이지만, 자네들은 여기서 살아나가게 해주겠네.”
지극히 오만하지만 너무도 자연스러웠기에, 전혀 오만하게 들리지가 않는 말.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듯, 영멸의 밤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들쯤은 언제든지 치울 수 있다고.
“그러니,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게.”
영멸의 밤의 말이 끝났을 때였다.
“···뭐, 뭐야?”
“몸이······!”
여기저기서 당황한 음성들이 터져 나왔다.
동상이라도 된 듯, 갑자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린 것이다.
하지만 영멸의 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기도, 마력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바라보고 ‘말했을 뿐’이다.
기다려달라고.
그 가벼운 말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는 정신이나 감정을 조종하는 따위의 일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언령(言靈).’
말 자체가 하나의 울림이 되어 영적인 간섭을 일으키는 권능.
영멸의 밤은 우리들의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한 것이다.
“위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편히 있어 주게.”
모두를 가벼이 제압한 영멸의 밤은 굳게 닫힌 돌문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후아앙──!
거센 바람이 불었다. 소피아가 그의 머리 위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를 두동강 내 버릴 듯 위협적으로 내리쳐지는 대검.
눈을 슬쩍 뜬 영멸의 밤이 읊조렸다.
“모여라.”
스스스스.
순간, 대기 중의 마력이 대검의 진로에 파랗게 뭉쳐 들었다.
그것은 대검의 위력으로는 결코 깰 수 없을 만큼 높은 밀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
대검을 가로막던 마력은 거짓말처럼 흩어져버렸다.
마력을 모이게 하던 주체인 언령이 깨져나간 것이다.
“이형을 없애는 권능인가?”
드물게 놀란 표정이 된 영멸의 밤이 다가드는 대검을 손으로 쳐냈다.
도로 튕겨 나가는 소피아. 우리를 돌아본 영멸의 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왜, 놀랍나 보지?”
내가 뻣뻣이 굳어졌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어떻게 한 건가?”
“별로 대단한 힘을 쓴 것도 아니잖아.”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어서 서하린을 비롯한 1팀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
“몸이···!”
굳어져 있던 1팀원들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영혼에 들러 붙어있던 언령의 잔재를 내가 항마력을 이용해 지워버린 것이다.
기실, 영멸의 밤이 건 금제란 그리 강한 것이 아니었다.
대응할 수단만 있다면 풀어내기란 어렵지 않았으니.
영혼을 볼 수 없다면 그 수단의 폭이 현저히 좁아질 뿐이지.
참고로, 소피아는 스스로 풀어냈다. 분쇄자를 통해 언령 자체를 물리력으로 치환해버린 것이다.
언령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음에도 대응할 수가 있다니, 참 속 편한 능력이었다.
“그렇군, 영혼이 보이는 건가.”
영멸의 밤이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그그그그그─
돌연 돌문이 떨리기 시작했다. 문고리에 휘감긴 쇠사슬이 요동친다.
‘시작했네.’
내가 표정을 굳혔다. 수련관에 쳐진 결계가 1학년생도 200명의 기운을 빨아들여 이곳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200인분의 마력이 집중되는 주체란 바로, ‘영멸의 밤’이었다.
***
······한편 그 시각, 결계가 쳐진 수련관.
“조금 어지러운데?”
“어, 나도···”
생도들이 미약한 어지러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 현상을 정해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결계에 마력이 빨려 나가기 시작했네.”
“빨리 범인을 찾아야겠군요.”
“그렇네.”
이본느의 말에 정해준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생도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마력을 빼앗기고 있는 탓이었다.
이대로 계속 지속된다면 생지옥이 펼쳐질 것은 자명한 사실.
정해준은 굳은 표정으로 수련관에 있는 이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이 결계는 ‘안’과 ‘내부’에 각각 축이 되는 인물이 존재해야지만 성립이 되는 결계였으니.
그러나 처음 보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
‘···누군가 우리들 속에 섞여들었다.’
결계의 시전자가 생도 중 하나로 섞여들었다는 말이었다. 혹은 생도 본인이거나.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다들, 오른손에 마력을 일으켜 봐라!”
도열해 있던 200명의 생도들은 정해준의 뜬금없는 요구에 갸웃거리면서도 마력을 일으켰다. 이윽고, 생도들의 손이 푸른 마력에 휩싸인다.
“그대로 계속 발현하고 있어라.”
그리 말한 정해준은 생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수련관을 막은 ‘흡력장’은 마인들이 사용하는 결계였으니. 그러니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방법 또한 간단했다.
마인이라면 멀쩡한 마력을 뿜어낼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도들을 모두 둘러본 정해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멀쩡하군.”
생도들의 마력을 모두 확인해 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던 것이다.
이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상대가 위장의 재주가 뛰어난 녀석이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마인들은 장시간은 무릴 지라도 반나절 정도는 완벽한 초인의 흉내를 내는 게 가능했다.
제 몸에 흐르는 기운조차도 위장이 가능한 부류였으니. 그러나 이런 결계 속에서 반나절을 버티기란 무리였다.
30분도 안 지났건만, 벌써 비틀거리는 생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옆에서 돌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멜리아양. 이 사람이 가진 마력의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흐름이 느려서 급박한 상황에 대응하기는 어려워 보여요. 또 순도가 떨어지는 게 질보다 양을 늘리는데 주력한 듯 보이네요. 그리고 ······”
“으윽.”
지적을 받은 생도가 어깨를 늘어트린다. 생도의 단점을 무심코 늘어놓던 아멜리아가 뒤늦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질문을 던졌던 이본느는 이번엔 그 옆의 생도를 가리키며 단점을 묻는다······
‘지적이 무섭도록 정확하긴 한데······’
생도기록부를 열람하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생도들의 단점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아멜리아.
정해준은 살짝 놀랐지만, 상황과 어긋나는 광경이었기에 인상을 구겼다.
“지금 뭐를 하고 있는 건가.”
“색출을 하고 있답니다.”
“색출?”
이본느의 대답에 미간을 좁힌 정해준이 아멜리아를 돌아보았다.
“마력기관이 너무 약해요. 평소에 불량식품을 많이 먹나보네요.”
“가끔···”
“몸에 마력이 잘 안 돌죠? 살이 껴서 그래요. 좀 걸으세요.”
“으, 응······”
이제는 단점을 지적하는데 주저함이 사라졌는지,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아멜리아.
저것의 도대체 어디가 색출이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정해준이 눈을 얇게 여몄다.
그러곤 이본느에게 다시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그만그만그만그만그만!”
돌연 터져 나온 고성에 흠칫 놀란 정해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멜리아에게 한참 지적을 받고 있던 생도의 얼굴이 찰흙을 빚어놓은 것마냥 기형적으로 뒤틀려져 있었다.
“부럽다아─너는 재능이 뛰어나서 맨날 1등만 했겠지이?”
“아니, 저는 5위도······”
“재능이뛰어나면좋겠어어, 열등감따위한번도느껴본적이없겠네.그거좋겠다.좋겠어.부럽다.”
“아니, 그니까 저는 5위도······”
“그만, 그만, 그만! 듣기 싫어, 그만해!”
귀를 막고, 고개를 마구 휘젓는 생도의 몸에서 시꺼먼 마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느닷없는 마기의 분출에 놀란 생도들이 경악하며 우르르 물러난다.
“우, 우앗-”
항변을 하던 아멜리아는 이본느에게 옷깃을 붙잡혀 뒤로 확 끌려갔다.
“하아아아아-”
새까만 마기가 분출된 중심. 생도, 아니. 이제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마인, 셀로스가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잘 속였는데, 별 재수 없는 년이 꼬이고 난리냐.”
아멜리아를 노려보며 투덜거리던 셀로스가 혀를 찼다.
“뭐, 좋아.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이니. 살아남는 게 승자지. ······어?”
찰나, 투덜거리던 셀로스의 얼굴에 화광이 어렸다.
고개를 돌린 그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시뻘건 불길이 면전까지 치달아 있었다.
화르르륵──!
이내 순식간에 불기둥에 잡아먹혀 버리는 셀로스. 불길 속에서 그의 신영이 녹아내렸다.
“······주, 죽은 건가?”
너무도 허무한 퇴장에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릴 때였다.
“이봐,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뭐 하는 짓이야.”
“으헛!”
죽은 거냐 중얼거리던 생도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본느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수련관의 기둥.
멀쩡한 모습의 셀로스가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고 있었다.
불길에 전혀 데이지 않은 모습으로.
화르르륵──!
순간, 불의 칼날이 셀로스를 집어삼켰다.
“어이.”
다시금 뒤에서 나타나는 셀로스.
“이래도 소용 없-”
화르륵─!
“아니, 말-”
화르륵─!
“말 좀-”
화륵─!
나타날 때마다 할 말도 제대로 못 끝내고 불길에 삼켜지는 셀로스.
이본느는 마치 바퀴벌레를 박멸하듯 가차없이 부채를 휘둘렀다.
“언제까지 부활할 수 있을까요?”
죽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죽여주겠다는 듯이.
“······.”
정해준과 생도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지켜보았다.
***
······수련회관에서 셀로스가 화형을 당하고 있는 사이, 필드의 최심부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짹짹-
새의 지저귐이 귀를 간질이고, 불어온 산들바람이 살결을 어루만진다. 따스한 해가 초가의 마당을 뜨겁게 달구었다.
“공간이······”
1팀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 피 웅덩이가 펼쳐진 공동에 있었건만, 돌연 환경이 뒤바뀐 것이다.
울타리가 쳐진 너른 마당과 조그마한 초가집. 돌문은 마당의 한 가운에 덩그러니 놓여졌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것들은 현실이 아니었다.
모두 저기, 마당에서 소피아와 서하린의 검을 받아주고 있는 영멸의 밤이 일으킨 현상이었다.
“하앗!”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소피아의 발끝을 가벼이 붙잡아 날리며, 서하린의 검을 튕겨내는 영멸의 밤.
그는 공격을 하지 않은 채, 몰아치는 두 사람의 공세를 가벼이 막기만 했다.
그럼에도 소피아와 서하린은 영멸의 밤의 옷깃 하나 베어내지 못했다.
스으윽─.
엄호하듯 쏟아진 1팀의 총격은 공간에 잡아먹히듯 사라졌으며, 마법은 아예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소용없네. 이곳은 나의 공간이니.”
녀석의 말대로였다. 이곳은 영멸의 밤의 영역. 녀석이 생도들에게서 빼앗은 마력으로 구현해낸 고유한 공간이었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이곳에서 녀석을 죽이기란 불가능했다.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면, 이 공간 자체를 부숴버리는 것.
콰아앙─!
나는 기력을 이용해 마당의 울타리를 공격했다.
“쯧, 역시 안 되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울타리를 보며 내가 혀를 찼다.
하긴, 당연하긴 했다. 이터니티 의 생도 200인분의 마력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 그리 간단히 부숴질 리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나.’
나는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보유 포인트: 8300SP]오거스트의 섬을 붕괴하고, 최아린을 구하는 등, 여러 일들을 하며 쌓인 SP.
이 공간을 깨부수기에 부족함이 없는 SP였다. 보유 SP만 충분하다면 SP를 이용한 고유 결계의 파괴는 가능했으니.
기실 오늘과 같은 날을 위해 모아온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까운 것도 사실이었기에 나는 입맛을 다셨다.
기프트야 보유슬롯이 다 차서 무리라지만 마도구 정도는 충분히 여럿 뽑아낼 만한 포인트였으니······
그래도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영멸의 밤은 문을 열고, 균열에 다가설 테니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현재의 고유 결계에 간섭하기 위해서는 8000SP가 필요합니다.] [보유 SP가 충분하여 결계의 간섭이 가능합니다. SP를 사용하시겠습니까?]“어, 사용······”
입맛을 다신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
쿠우우웅──!
“?”
돌연 들려온 굉음에 나는 말을 멈추었다.
나뭇가지가 엉성하게 얼킨 결계의 울타리. 그곳의 공간에 커다란 파문이 번지고 있었다.
쿠우우웅─!
또 다시 울리는 파문.
이지러지는 공간을 보며 내가 눈을 크게 떴을 지었을 때다.
“크아아악!”
마당의 한 가운데서 영멸의 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녀석이 마당 한가운데에서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콰직-
파문이 일던 결계의 울타리에 실금같은 균열이 번지더니, 유리조각처럼 깨져나갔다.
파아아아앙─!
사기조각처럼 무너져내리는 세상. 그 뒤로 새로운 세상의 풍경이 들어찼다.
피 웅덩이로 가득한 어두운 공동. 그곳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 내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세연?”
“응.”
눈이 마주친 그녀가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돌연 내게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