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1
§ 170화
······마경의 서쪽, 연천과의 접경지에는 작은 규모의 마력석 광산이 존재한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연금제약 ‘한울’이 인수한 광산으로, 포션의 재료로 소모되는 마력석이 채굴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두 분은 저곳을 점령해주시면 돼요.”
“···광산을 점령하라고요?”
“예.”
“다 내쫓으라는 말입니까?”
“네, 그 말이에요. 어렵나요?”
채유나가 순진하게 눈을 깜빡이며 물어오자, 말을 받은 두 남성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큰 키와 작은 키를 지닌 두 남성의 정체는 채유나를 도우라는 색욕의 마녀 이리나의 명을 받고 파견된 마인들이었다.
“아니요, 어려운 건 아닌데······”
“그럼 뭐가 문제죠?”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예, 빨리 오세요.”
채유나에게서 얼마간 떨어지자, 두 사람 중 큰 키의 마인, 네이슨이 곧장 입을 열었다.
“농담으로 한 소리 같지는 않지?”
“진심인 것 같다.”
작은 키의 마인, 카터가 멀찍이 서 있는 채유나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그 둘이 당황한 이유는 광산을 점령하는 게 얼마나 큰 리스크를 지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광산을 점령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광산의 보안요원들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들에게는 아이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문제는 초인사회에서 이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광산을 소유한 단체에서 용병을 고용할 것은 물론이었으며, 협회에서도 초인들을 파견할 터였다.
광산을 점령한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철없는 아가씨같은데, 뭘 몰라서 한 소리겠지?”
“그건 아닐 거다. 설마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생도가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모를 리가 없지.”
“하긴,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인 네이슨이 채유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당당한 태도로 서 있는 것이 다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뭐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야 그저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재미있겠군.”
네이슨이 입매를 비틀자, 카터가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라. 우리는 이놈을 시험하려고 나온 것이라는 걸.”
“쯧, 알고 있어.”
카터가 제 옆에 서 있는 시꺼먼 사람의 그림자를 툭툭 쳐대자, 네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그림자의 이름은 ‘쉐도우 서번트’.
인간의 사념이 모여 탄생한 그림자 악령들을 모아 만든 인간형 크루트였다.
이리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인형으로, 그녀의 말에 따르면 ‘4세대’ 크루트. 즉 크루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한다.
두 마인은 이번 채유나의 의뢰에 이 쉐도우 서번트를 시험해 보기 위해 가지고 나온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이 돌아오자, 채유나가 주의를 주었다.
“광산의 사람들은 다치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그냥 내보내기만 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두 마인은 곧장 광산의 점령에 들어갔다.
***
[······5분을 주겠다. 다 광산을 버리고 해산하기 바란다.]난장이 마인, 카터는 마기가 담긴 우렁찬 외침을 토했다. 그 울림은 광산 인부들의 귀에 확실하게 전해졌다.
인부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채유나의 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카터의 외침에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하던 일을 멈춘 채, 광산의 입구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이들 중에는 채유나와 두 마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리는 이도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전준호. 그는 얼마 전 광산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파견된 보안팀장으로 그 정체는 색욕의 마녀, 이리나의 산하 마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상당히 당황한 상태였다.
자신이 이곳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듣지 못했으나, 이는 이리나가 명을 내린 임무였다.
그런데 지금 이 광산으로 한솥밥을 먹는 마인인 카터와 네이슨이 시험용 크루트인 ‘쉐도우 서번트’를 앞세운 채 처들어 오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전준호는 저들을 막아야 하는지, 아니면 물러나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광산을 지키라는 명을 받은 것은 무려 보름 전의 일.
카터와 네이슨이 이리나를 배신했을 리는 없으니 그들 또한 이리나의 명을 받아 처들어오고 있는 것일 터였다.
그렇게 따지면 후자가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명령이었다.
설마 같은 팀끼리 치고 박고 싸우라 할리는 없을 테니, 보름 사이에 이리나의 방침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옳으리라.
‘말씀하시는 걸 잊으셨나 보군.’
이리나는 요즘 이래저래 바빠 보였으니, 자신에게 말을 전달하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
판단을 마친 전준호가 광산의 입구에 모인 인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광산을 버리고 도망친다.”
“예? 팀장님, 그게 무슨······?”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자는 보안팀장의 말에 당황한 요원이 되묻자, 전준호가 앞을 가리켰다.
“그럼 저 놈과 싸우겠나?”
─그어어어······
“헙!”
강시처럼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저벅저벅 걸어오는 불길한 그림자를 본 인부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일단 나갑시다.”
“이건 위험합니다.”
인부들이 웅성거리자 요원들 또한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장 팀장인 전준호마저 후퇴를 선택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전준호를 필두로 한 광산의 인부들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광산을 빠져나가는 인부들의 행렬을 지켜보던 네이슨과 카터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왜 마궁이 여기에······?’
행렬의 선두에서 그들을 향해 눈인사를 해오는 남성은 그들도 익히 잘 아는 인물이었으니까.
마궁(魔弓) 전준호.
활을 귀신같이 잘 다루기로 유명한 그는 그들과 같은 단체 소속의 마인이었다.
─수고해라.
‘?’
입모양으로 수고하라며 떠나는 전준호를 보며 네이슨과 카터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얼른 들어가요!”
“···아, 네.”
채유나의 재촉에 두 사람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광산으로 들어섰다.
***
“광산을 빼앗겼다고요?”
─···예, 마인들이 광산을 점거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포션의 재료조달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마경의 마력석을 지원해줄 테니, 그것으로 작업을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해솔님.
“조만간 한 번 들릴 게요.”
─하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세울과의 통화를 끊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광산을 점거했는지 짐작이 가지를 않았던 것이다.
‘경쟁업체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광산을 빼앗는데 마인까지 고용하는 건 좀 오바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던 것이다.
뭐, 직접 가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소피아를 찾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오늘은 쉬게 내버려 둬야지.’
사실상 마경에서 가장 바쁜 이를 꼽자면 바로 소피아였다.
그녀는 마경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초인협회의 일감을 받아 이래저래 용병으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모처럼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일로 데리고 나가자니 조금 미안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얘도 곧 올 시간이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불현듯 한세연에 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금쯤이면 도서관도 끝났겠다, 나는 곧장 한세연에게 연락을 걸었다.
***
“기다렸냐?”
“으응, 방금 왔어.”
······가을의 단풍이 살랑이는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한세연이 고개를 저으며 일어난다.
약속시간에서 10분이나 지난 시점이었기에,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미안, 이거 사느라 조금 늦었다.”
나는 한세연에게 동그란 계란빵을 건넸다.
오는 길에 길거리 음식이 보여서 저녁을 먹기 전이라는 게 떠올라 사온 것이다.
“고마워, 잘 먹을게.”
기쁜 얼굴로 계란빵을 받아드는 한세연을 보던 나는 벤치에 앉았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공원은 마경 인근의 도심가였다.
어차피 광산으로 이동하려면 밖으로 나와야 했기에 이곳에서 만난 것이다.
“다 먹었으면 가자.”
그렇게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때였다.
느닷없이 목이 휙- 끌어당겨졌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니, 한세연의 양손에 초록 목도리가 들려 있었다.
내 목을 목도리로 낚아채 끌어당긴 것이다······.
달짝지근한 계란빵 냄새가 섞인 숨결이 입술을 간질였다.
움직이지 못하는 내 목에 목도리를 감아, 겉옷 안으로 넣어준 한세연이 일어났다.
“갈까?”
“······.”
***
······우리는 마력석 광산까지 ‘한가’의 벤츠를 타고 이동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며 한세연이 미리 준비해놓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가도 꽤 유명하지.’
이터니티에서 크게 조명된 바는 없으나, 한세연의 가문은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무엇보다 한가장의 전대 가주는 푸른 날개의 일원이었다고 하니···.
한세연이야 가문에서 ‘괴물’바라보듯이 하기에 취급이 굉장히 안 좋다는 설정이었지만.
어머니는 그녀를 낳은 산통으로 사망한데다, 보살펴주던 이마저 그녀에게 꼬인 마수로 인해 죽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지원은 해주나 보네.’
기사 딸린 벤츠까지 지원해주는 걸 보면,
뭐, 어디까지나 가문의 품위를 지키기 위함에 가까워 보였지만.
“다 왔습니다.”
사무적인 기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부우웅──
차가 돌아가고,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얕은 언덕의 위로 거대한 절벽과 광산의 입구가 뚫려 있었다.
인부들이 활발히 오가야 할 광산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며칠 전 마인들에게 장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되려 약간의 기대마저 일었다.
금갑어의 내단을 섭취하고, 올라간 내 능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였으니.
“들어가자.”
“응.”
우리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광산의 입구로 들어섰다.
광산에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으나, 천장에 박힌 마력석이 은은한 푸른 빛을 띄었기에 시야를 확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휘유, 많이도 생겨났네.”
나는 광장의 벽 곳곳을 지나다니는 어두운 그림자들을 보며 혀를 찼다.
1성 마수, 그림자 사마귀들이 동굴 안에 떼거지로 널려 있었다.
사람이 없는 동굴. 특히 마경의 인근에 이런 동굴을 방치해놓으면 얼마 안가 ‘던전화’가 되어버린다. 지금 이 광산은 던전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고작 사흘을 비었다고 벌써부터 마수들이 이리 몰리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이는 마인들이 인위적으로 광산의 던전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작 그림자 마수 따위로는 내 발길을 조금도 잡아놓을 수 없었다.
휘리리릭──
그람의 단검 11자루가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자 사마귀들을 보이는 족족 부숴버렸다.
“청소좀 하면서 가자.”
“응.”
타앙─!
달려들던 그림자 사마귀의 머리통에 바람구멍이 뚫렸다.
***
광산의 갱도에는 그림자 사마귀 이외에도 2~3성급의 마수들이 꽤 많이 출몰을 했으나, 한세연의 사격과 그람의 단검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마수란 마수는 죄다 없애며 갱도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섰을 때였다.
“해솔아.”
“응?”
문득 한세연이 걸음을 멈추자 내가 의아해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먼저 가고 있을래?”
“무슨 일 있어?”
“잠깐 마력 좀 보충하고 갈게.”
한세연이 총을 흔들어보였다. 하긴, 여기까지 거진 100발에 가까운 마력탄을 쏜 그녀였으니 마력이 여유로울 리가 없었다.
“그럼 같이 쉬었다 갈까?”
“으응, 금방 갈거니까 먼저 가고 있어.”
한세연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갸웃거린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힘들면 쉬고 있어.”
“응, 곧 갈게.”
방긋 웃어주는 한세연. 나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광산의 안으로 들어갔다.
흑요와 요호가 있는 한 한세연의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
그렇게 갱도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훼에에엑──!
천장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나를 향해 번개처럼 덮쳐들었다.
***
“······.”
이해솔을 보내고 갱도에 홀로 남은 한세연은 말없이 왔던 길을 바라보았다.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에 비치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뚜벅뚜벅─
갱도의 너머에서 적막을 깨는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나타난 것은 멀떼처럼 키가 큰 남자와, 그 허리에 올법한 작은 키의 곱추였다.
채유나를 돕기 위해 파견된 마인, 네이슨과 카터였다.
“오, 이거 제법 귀여운 먹잇감이 걸려들었네.”
“보상이 달달하군.”
한세연을 발견한 두 마인이 입매를 비틀어보였다.
“······.”
무표정하게 둘을 응시하는 한세연의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