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8
§ 177화
······아멜리아를 피해 강연장을 빠져나온 나와 소피아는 피말리는 도주극을 벌여야 했다.
“소피아, 왼쪽, 왼쪽!”
부아아앙──!
뒤를 돌아본 내가 다급히 소리치기 무섭게 바이크가 거칠게 방향을 틀었다.
“우,엇!”
급격하게 쏠리는 몸과 함께 우리가 있던 자리가 그대로 반파된다.
콰아앙─!
“계단으로 가요!”
소피아의 몸을 꽉 잡아 가까스로 추락을 면한 내가 뒤를 흘낏 돌아보며 소리쳤다.
쿠구구구구궁─!
바이크가 계단을 밟고 내려가며 내 몸이 미친 듯이 튀어 오른다.
“오,른,쪽!”
부아아앙─!
“멈춰요! 브레이크!”
끼이이익─!
나는 뒤를 보며 쉴 틈 없이 상황을 브리핑해야 했다.
파란 하늘에 둥실 뜬 아멜리아가 우리를 쫓아오며 폭격기처럼 마력을 펑펑 쏘아대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아멜리아를 피해 바이크를 타고 협회의 지부를 계속해서 뺑뺑이 돌아야했던 것이다.
인간 폭격기로 변해버린 아멜리아를 끌고 도심가로 나갔다간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터였으니까.
그렇게 포격을 피해 방향을 이리저리 틀며 경사진 내리막길을 질주할 때였다.
“으어어어엇- 소피아, 앞! 앞!”
앞에 세워진 벽을 본 내가 기겁해 소리쳤다.
“예!”
부아앙──!
“아니, 넘지 말고 틀라고요!”
“늦었습니다!”
이미 앞바퀴를 들어버린 소피아가 지면을 향해 대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어, 우, 우와아앗!”
분쇄자가 지면을 과자처럼 부숴버리며, 튕겨나가듯 떠오른 바이크가 허공에서 두바퀴 반을 회전한다.
······파란하늘과 지면이 숨 가쁘게 교차하며 지면이 순식간에 다가들었다.
쿠우우웅──!
거칠게 땅에 안착하며 다시 튀어 나가는 바이크.
나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가누며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포격에 맞아 죽기 전에 소피아의 운전으로 인해 먼저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아 보였던 것이다.
난 지금 1분, 1초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으니까.
차라리 아멜리아를 정면에서 상대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놓였다.
“······.”
저 인간 폭격기를 상대하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니.
진짜 어마어마한 운전실력이었다.
“저기, 소피아.”
“예, 해솔님. 따돌렸으니 당분간 안전합니다.”
아니, 내가 안전하지가 않아요.
나는 올라오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
“잠깐 멈추죠.”
“예? 지금 멈추면 위험······흐앗!”
소피아의 옆구리를 잡은 내가 손가락 끝을 슬금슬금 움직였다.
“아앗! 자, 잠깐-! 아항, 가, 갑자기 그러시면, 위험, 흐앗···!”
핸들을 가속하던 소피아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자, 내가 그 손등을 잽싸게 포개어 쥐곤 브레이크를 돌렸다.
끼이이익──!
질주하던 바이크가 멈추자, 그제야 내릴 수 있게 된 내가 나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소피아가 작게 볼을 부풀렸지만 어째.
일단 살고 봐야지.
그나저나 소피아가 간지럼에 이리 약할 줄은 미처 몰랐다.
내가 내리고도 소피아는 간지럼 해소에 한참이나 시간을 들여야 했던 것이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는 듯한 소피아를 보며 내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도 써먹어야겠네.’
오늘처럼 소피아가 다이나믹한 묘기를 부리면 나도 구명수단 하나쯤은 필요했으니.
그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삶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소피아의 경직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솔님.”
“알고 있어요.”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따돌렸던 아멜리아가 우리의 머리 위까지 날아와 있었다.
이어서 가차없이 푸른 마력의 다발이 지상으로 내리꽂혀왔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
휘리릭.
그람의 단검 11자루가 내 위에 방패처럼 둥글게 포진했다. 나는 그 위에 기력을 덧대었다.
내 가슴에서 폴짝 뛰어내린 아나스타샤가 고사리 같은 양손을 더한다.
“끼아악─”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파랑이의 불길까지 더해지기 무섭게, 마력의 포격이 단검을 두들겨왔다.
콰과과광──!
무릎이 자연스레 굽혀지고, 이가 악물렸으나, 다행히 포격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크으, 무식하게 쌔네.”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멜리아가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서고 있었다.
휘리리리릭──
방진을 이루었던 그람의 비도 11자루가 아멜리아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하지만 아멜리아가 손을 뿌리치자 비도는 장난감 마냥 모조리 튕겨 나갔다.
“미친.”
내가 혀를 내둘렀다.
아멜리아는 지금 단순히 순수마력을 휘둘러 비도를 전부 튕겨버린 것이다.
마력의 밀도가 그람을 간단히 튕겨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이야기였다.
파스스슥······
시험 삼아 파랑이의 불길에 항마력을 섞어 날려보았으나 마력을 뚫지 못하고 포말처럼 부서져 내렸다.
“역시 안 뚫리네.”
나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멜리아를 향해 계속해서 항마력을 발출했다.
정확히는 그녀의 술식이 자리한 왼쪽 복부를 향해서였다.
우우웅······.
나를 향해 들어 올린 아멜리아의 손이 파랗게 물들었다.
계속해서 집적되는 마력에 공기가 서늘히 내려앉으며 피부에 우수수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나는 아멜리아가 마력을 모아감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멜리아의 마력은 이제 신체 가속을 사용한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우웅우웅.
손에 집적된 마력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위태로이 흔들렸다.
그렇게 내게 시선을 고정한 아멜리아가 마력을 발출하려던 순간이었다.
퍼억──!
아멜리아의 고개가 앞으로 홱 꺾여졌다. 그녀의 손에 어렸던 마력이 순식간에 꺼져버리며 몸이 땅으로 엎어졌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휘유~ 아슬아슬했네.”
기절하듯 쓰러져버린 아멜리아를 보며 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휘이익─
단검 한 자루가 날아와 내게로 회수되었다.
조금 전 튕겨 나갔던 그람의 단검 중 한 자루가 허공을 선회해 아멜리아의 뒤통수를 손잡이로 가격해버린 것이다.
내가 통하지 않는 줄 알면서도 아멜리아를 계속해서 공격하면서 시선을 내게 집중시킨 이유도 바로 이 한 수를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술식의 인격은 단순했기에 이런 간단한 전법도 먹혀들었다.
물론, 심장은 아직도 쫄깃했지만.
“소피아 괜찮아요?”
“예, 다행히 직격은 피했습니다.”
바이크를 만지고 있던 소피아가 대답했다.
“···아니, 바이크 말고 소피아말이에요.”
“예. 무사합니다.”
그리 말하는 소피아는 정말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경황 중이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떨어져 내리는 마력폭격을 대검으로 쳐내거나 피한 모양이었다. 과연 운동신경이 뛰어난 소피아다웠다.
그나저나.
“제어법 가르쳐두길 잘했네.”
기절한 아멜리아의 술식이 완전히 가동을 멈춘 것을 확인한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멜리아에게 술식의 제어법을 가르쳐주었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아니었다면 지금쯤 다시 일어나서 나를 공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확실히 그랬겠지.’
아멜리아가 지닌 술식은 마법 명가 로마노의 정수가 담긴 집약체였으니까. 이리 간단히 끝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저는 돌아가서 사람들 좀 깨울게요. 소피아는 협회에 연락 좀 취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걸어가시려는 겁니까?”
“오늘은요.”
······더 이상 바이크를 탈 기력이 없었다.
***
······강연장에서 벌어진 소동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정리가 되었다.
소피아가 협회에 연락을 취하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협회의 사람들이 달려와 뒷수습을 시작한 것이다.
원로원에서 사건을 은폐시키기 위해 준비한 인력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예상과 다른 현장의 상황에 강연장의 사람들을 설문하듯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아무런 기억도 하지를 못했고, 나 또한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간 내게도 불똥이 튈 수가 있었으니까.
‘원로원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오늘의 일은 모두 원로원에서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이를 내가 훼방을 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게 하나도 없던 것이다.
뭐, 뒷수습은 철저히 해놨다.
몽마의 영핵을 부수어 나에 대한 기억을 싹 다 지워놓았으니까.
내가 한 일이 새어나갈 염려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이튿날. 강연장에서 있던 사건은 아침뉴스에 속보로 소개되었다.
“···씁, 내가 깨어있었으면 다 때려잡는 건데.”
우유에 시리얼을 타 먹으며 은가예가 입맛을 다신다.
코까지 골며 자던 애가 때려잡긴 뭘 때려잡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그나저나 저 곰 인형 누구지? 개 멋있네.”
나는 은가예가 보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스마트폰 액정 너머.
누군가 촬영한 영상에서 곰 인형 옷을 입은 알바생이 마인들을 무작위로 때려눕히며 날뛰고 있었다.
“······.”
정황 설명을 듣지 않고 보면 곰 인형이 악당처럼 보일 만큼 일방적인 폭력이다.
뉴스는 저 곰 인형을 이번 사건을 해결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몽마마저 곰에게 당했다고 진술을 해버렸다고······.
그렇게 이번 사건은 곰 인형 알바생이 해결한 것으로 종결이 되었다.
그 알바생이 누구인지는 결국 미궁에 빠져버렸지만.
“아으으.”
“너는 왜 그래?”
아멜리아가 인상을 찌푸린 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깨작이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서요.”
“···잠을 잘못 잤나 보지.”
“그러기엔, 뒤가 부었어요.”
“······.”
“이상하죠? 분명 어디에 부딪힌 적도 없는데.”
울상을 지은 아멜리아가 머리를 매만졌다. 전날 내가 그람의 단검으로 가격한 부위였다.
기절시킨다고 있는 힘껏 후려쳤는데, 충격이 상당했나 보다. 꽤나 부어 오른 걸 보면······
“큼.”
헛기침을 한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살았네.’
뉴스를 보며 내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로원의 표적 중 한 사람이었을 손정호의원이 뉴스에 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탄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들에게도······]“어제 연설하던 사람 맞지, 이 사람? 왜 갑자기 마인 옹호한대?”
“그러게.”
은가예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지?’
내가 강연장에서 벌인 일 때문에, 이 사람한테도 변화가 생긴 건가?
그렇게 의문을 품으며 손정호의 주장을 듣고 있을 때였다.
“먹어.”
“아, 고마워.”
한세연이 사과를 깎아왔다. 사과를 한입 베어 문 내가 한세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제 친구랑 카페는 잘 갔다 왔어?”
“응.”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세연.
전날 사건이 끝나고 먼저 가더니, 카페를 들렸다 왔다고 한다.
그나저나.
“의외네.”
“뭐가?”
“그런 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어서.”
나는 여지껏 한세연이 은가예밖에 친구가 없는 줄 알았다.
얘는 겉으로는 모두하고 사이좋게 지내지만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은 없다시피 하니까. 이런 내 의문에 한세연이 싱긋 웃어 보였다.
“나중에 소개시켜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