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5
§ 184화
“······.”
한주상은 제 앞에서 마인을 박살내며 인사를 하는 마경주를 보곤 입을 다물었다.
그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와 흑해의 밀담이 바깥으로 새어나간 것까지야,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회담에 누군가가 영상장치를 몰래 반입했다면야, 그럴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경주라고?
심지어 놈의 수하로 보이는 놈들마저 연회장에 몰려와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저들은 초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설령 가문의 누군가가 초대를 했다고 해도 자신의 귀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이상했다.
‘이놈들이 어떻게 들어왔지?’
가문에 쳐진 경보마법을 해제하고 몰래 들어왔다? 그건 내부에서의 도움이 있지 않고서야······!
거기까지 생각하던 한주상은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문수! 한문수는 어디 있느냐!”
제 막내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가 사방을 둘러볼 때였다.
“죽었습니다.”
“······뭣?”
제 옆에서 들려온 말에 한주상의 고개가 세차게 돌아갔다.
뚜벅뚜벅─
그를 지나친 누군가가 마경주의 곁에서 몸을 돌렸다.
“제가 직접 죽였습니다.”
그리 말하는 이는 바로 한윤이었다. 한주상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한윤, 네놈이 배신을······!”
“배신을 한 건 가주님입니다.”
“뭐라?”
“저런 정체를 모를 놈들과 손을 잡은 것이 가문을 배신하는 행위입니다.”
마치 모두가 들으라는 듯, 가면인을 지목하며 하는 한윤의 말에 연회장에 모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인과 손을 잡는 것은 초인사회에 있어서 용납이 되지 않는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한윤도 마찬가지였다.
한윤이 손을 잡은 마경주야말로 마인들을 부린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돌고 있는 자였으니까. 그러나 중요한 건 어떻게 비추어지느냐다.
연회장에서 ‘악’으로 비추어진 것은 바로 한주상이었다.
한윤의 눈가에 은은한 탐심이 떠올랐다.
“······이,”
자신이 당했음을 깨달은 한주상의 얼굴이 시뻘겋게 익어갔다. 분노 때문인지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참을 수 없다는 듯 푸들푸들 떨리는 얼굴.
하지만 뒤이어 터져 나온 것은 분노가 아닌, 소름이 끼치는 광소였다.
“···크,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뭐, 뭐야?”
“갑자기 왜 웃어?”
갑작스레 실성한 듯 웃어대는 한주상의 반응에, 주변인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내비쳤다.
고개까지 쳐들고 끅끅대던 한주상이 이윽고 웃음을 멈추었다.
“···크, 크크. 장하다, 내 아들. 네가 드디어 오랜만에 사람 노릇을 해주는구나.”
눈가를 찍으며 하는 한주상의 말에 한윤의 눈매가 얇게 여며졌다.
“어떻게 ‘먹을지’ 고민이었는데, 덕분에 고민이 줄었다.”
먹어?
한윤이 의아한 눈을 해보일 때였다. 한주상이 돌연 제 옆에 서 있던 호위의 목을 번개처럼 낚아챘다.
“······컥!”
목이 붙들린 호위가 돌연, 몸을 바동거렸다.
이윽고, 움직임이 사라진 호위의 몸이 공기빠진 풍선처럼 줄어들기 시작했다.
“헛!”
그 충격적인 모습에 지켜보던 이들이 숨을 집어삼켰다.
미라처럼 바짝 마른 호위를 내팽개친 한주상이 얼어버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한주상의 외모는 호위의 목을 움켜쥐기 전보다 족히 5년은 젊어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한윤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자, 한주상이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눈치가 빠르구나.”
“흡주력을······”
“정답이다.”
짐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한윤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지켜보던 아멜리아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저, 저 사람, 지금 마력을······”
“어, 마력을 흡수한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인에게 있어서 마력이란, 없어서는 안되는 생명의 원천이다.
그 마력이 강대하면 강대할수록, 초인의 힘은 강해지고, 생명력 또한 왕성해진다.
마인들 또한 그런 초인의 마력을 빼앗아 제 힘을 키우는 세계가 바로 이터니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초인의 마력을 빼앗을 수 있는 존재가 오직 마인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인 또한 초인의 마력을 빼앗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성질이 서로 다른 마력끼리 충돌을 일으키기에 누구도 하지 않는 행위였다.
한주상이 사용한 흡주력은 그 서로 다른 성질의 마력을 융화시킬 수 있는 비전이었던 것이다.
한윤이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을 물었다.
“여태 실종된 사람들도 전부 가주님이 처리한 거군요.”
“그래, 내가 먹었다.”
한주상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한가장에서는 수년에 걸쳐서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이 잦았다.
필드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였기에, 누구도 그 실종에 사람이 연관되어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 실종이 마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부 자신이 벌인 짓이라는 것을 한주상이 시인한 것이다.
“그럼 세연이가 연관된 실종도 전부 가주가 벌인 일이었습니까?”
“한 사람은 아니다만, 나머지는 전부 내가 그랬다. 이용하기 편해서 좋더구나.”
한주상이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니까 한세연이 유년기 때, 그녀에게 홀린 마수에 의해 사람이 죽은 것은 단 1건이 전부였다는 이야기다.
한세연은 제 눈앞에서 호위가 죽는 충격에 스스로의 마력을 봉인해버렸었다.
그 뒤로도 한세연의 주위에서는 실종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졌는데, 그 수십 건의 실종 모두가 한주상이 벌인 짓이었던 것이다.
사건의 더러운 전말을 알게 된 한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형님이 죽은 뒤로 망가져 버린 줄은 알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군요.”
“음? 무슨 소리냐.”
한주상이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무언가를 깨달은 한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네 형이 첫 번째였다.”
“······.”
한세연의 아버지인 한진웅은 한주상의 무한한 총애를 받고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한진웅이 전성기에 이르렀을 때, 그는 마인의 기습으로 인해 죽었고, 한주상은 이로 인해 크게 낙담을 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실상은 한진웅의 마력이 정점에 달하기를 기다렸던 한주상이 한진웅을 제거한 것이었다.
“좋더구나.”
한진웅의 마력을 떠올리는지 한주상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주상. 그는 한윤의 생각처럼 노망이 나서 한가장을 몰락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한가장을 몰락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끌고 가고 있던 것이다.
이 한가장 자체가 바로 한주상이 노리는 먹잇감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니 고맙구나.”
연회장에 모인 이들을 둘러보며 한주상이 웃음을 지었다.
***
“···엄청난 쓰레기네.”
한주상의 폭로에는 나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가장이 한주상으로 인해 망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터니티의 메인 스토리에 포함된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본인의 입을 통해 그 모든 전말을 들어버렸다.
흑해와의 관계가 들통난 마당에서까지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가주를 잡아라!”
한윤이 버럭 소리치자, 한가장의 초인들이 움직였다.
타다다다당─
사방에서 마력탄이 빗발치고, 각양각색의 술식들이 떠오른다.
떠오른 술진만 해도 그 숫자가 무려 50여 개를 넘어갔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한주상이 조용히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발이 지면을 치자, 마력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빗발치던 마력의 탄환들이 어그러지고, 술진들이 촛불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해제되었다.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술식을 해제시켜버리는 전사계열 초인의 기술인 ‘마력 웨이브’였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의 마력웨이브를 단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은 경이적인 광경이었다.
“막아라!”
발을 구름과 동시에 치유술사들을 향해 달려드는 한주상을 본 한윤이 버럭 소리쳤다.
그 또한 한주상의 앞을 막아서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달려들던 한주상이 돌연 검을 집어던졌다.
휘이이익─!
무서운 속도로 날아드는 검을 한윤이 쳐낼 때였다.
“흡!”
순식간에 옆을 파고든 한주상을 본 한윤이 다급히 검을 돌렸다.
하지만 한주상이 그의 몸을 잡아가는 것이 먼저였다.
단순히 옆구리가 손에 닿았을 뿐인데, 그곳을 통해 마력이 썰물처럼 빨려 나갔다.
한순간의 마력탈진에 휘청하는 한윤. 하지만 한주상은 한윤의 마력을 더 빨아들일 수 없었다.
“쯧.”
주위에서 달려드는 초인들을 본 한주상이 한윤을 내팽개치고,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거대한 대검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쉽사리 받아낼 수 없는 것임을 직감한 한주상이 땅을 박찼다.
그러곤, 떨어지는 대검의 등을 밟고 재차 도약한다.
“엇!”
대검을 휘둘렀던 소피아는 자신을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한주상을 보며 당황했다.
새처럼 나는 것도 놀라웠으나, 이렇게 상대조차 안 해주고 가버리는 것은 예상치도 못한 것이다. 그것은 이본느도 마찬가지였다.
불의 칼날을 뽑아내던 그녀는 이를 본 한주상이 사람들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에 공격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으아악!”
“흐엇!”
이윽고 울려 퍼지는 비명들. 치유술사 한 그룹이 순식간에 전멸당했다.
한주상은 거기서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신출귀몰하게 치유술사들을 사냥했다.
소피아가 그런 한주상을 추격하려 했으나······
“게임이 안 되네.”
소피아의 어깨를 밟곤, 지나쳐버리는 한주상을 본 내가 혀를 내둘렀다.
기본적인 임기응변부터, 마력응용, 몸놀림까지.
완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한주상은 소피아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던 것이다.
저 정도라면 마경의 핵심 인원들이 전부 달려든다고 해도 이기기 어려웠다.
적어도 최아린 정도는 데려와야 그나마 승부를 걸어 볼만 할 정도.
하물며 이렇게 사람이 많이 꼬인 연회장에서는 그조차도 무리였다.
“진짜 괴물 같은 영감탱이네.”
소피아와 이본느를 가볍게 농락해버리는 한주상을 보며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히 초인협회의 원로원주씩이나 해먹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차시우 급은 아니지만, 얼추 그에 근접해 있는 실력자가 바로 한주상이었다.
‘거기다 머리까지 탑제했으니, 이기지 못할 수밖에.’
한주상은 실력뿐 아니라, 전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달려드는 전사들을 거르고 치유술사들만 집요하게 노리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주상이 소모하는 마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발을 구를 때마다 지면이 펑펑 터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저런 식이라면 아무리 한주상이라도 마력이 금방 동이 나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주상의 마력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흡주력.’
한주상이 상대한 이들이 머리를 부여쥐며 휘청이거나 쓰러지고 있었다. 한주상에게 마력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한주상은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연회장에 모인 이들의 마력을 빼앗고 있었다.
단순 계산대로라면 한주상은 연회장에 모인 이들의 마력이 모두 동나기 전까지 마력을 무한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주상이 마력을 빼앗는 이들은 특정 집단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가장의 식솔 위주로 마력을 빼앗고 그 외에는 제압만을 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한주상이 저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제아무리 흡주력이 대단한 비전이라고 해도 마력을 빼앗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마력의 성질이 전부 다른 이상, 모든 마력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랬다가는 마력끼리 반발해 폭발을 해버리고 만다.
한주상도 그걸 알기에 최대한 자신과 비슷한 성질의 마력만을 빼앗고 있는 것이었다.
뭐, 이걸 안다고 해서 싸워서 이긴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요, 가져왔어요.”
“잘했어.”
아멜리아가 내게 주먹만한 정령석을 내밀었다. 이를 본 내가 작게 웃었다.
정령석에는 연회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마력이 한 스푼씩 담겨있었다.
아멜리아가 연회장을 돌며 모인 이들의 마력을 수거해온 것이다.
파랑이의 정령석은 반발하는 마력들을 억지로 모아놓고 있었다.
만약 이 마력을 한주상이 흡수한다면?
‘퍼엉!’
터지는 거지.
독이 든 성배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한주상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마력을 무턱대고 흡수할 리가 없었다.
결국엔 누군가 나서서 한주상에게 먹여야 한다는 이야기. 그때 아멜리아가 걱정스레 물어왔다.
“괜찮겠어요?”
“아니면 너가 할래?”
“잘하고 오세요.”
정령석을 냉큼 넘기는 아멜리아를 내가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픽 웃고 말았다.
정령석을 건네는 아멜리아의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던 것이다.
“걱정 말고, 보고나 있어.”
“누, 누가 걱정했데요? 난 그냥······”
아멜리아의 어깨를 툭 친 내가 한주상이 날뛰고 있는 연회장을 향해 걸어갔다.
저 몸뚱아리에다 놈이 좋아하는 마력을 실컷 때려 박아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