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0
§ 189화
한가장의 사건으로 융합력을 강화시킨 나는 한 번에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는 뜻밖의 놀라운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엇?!”
내게 검을 휘두르던 은가예가 당황한 눈초리를 한다.
분명 나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건만, 그녀의 검은 내가 아닌 내 옆의 애꿎은 땅을 내리친 것이다.
그때, 술식을 그리던 아멜리아의 앞으로 불덩이가 떠올랐다.
“이미 늦었어요.”
눈이 마주친 아멜리아가 싱긋 웃으며 소리친다. 순간 내 눈이 파랗게 빛났다.
그리고.
콰앙─!
“으앗!”
불덩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은가예가 엉덩방아를 찢었다.
불을 끈다고 바닥을 구르며 난리를 피우던 그녀가 뒤늦게 인상을 구기곤 버럭 소리쳤다.
“야! 왜 나를 공격해!”
“뭐, 뭐가 어떻게 된······”
한편, 당황스럽기는 아멜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분명 은가예가 아닌 나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그게 은가예에게 날아가버린 것이다.
아멜리아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자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은가예가 나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한 거야?”
“뭐를?”
“내 검도 빗나가고, 쟤도 엉뚱한데다 마법을 쐈잖아.”
아멜리아와 은가예, 두 사람은 나와 2대 1의 대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멜리아가 은가예를 공격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고, 본인도 당황스러워하는 걸 본 은가예로서는 자연스레 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여기서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너네가 실수했겠지.”
“···그런가? 아닌데.”
은가예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갸웃거렸다. 하지만 내가 뭔가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두 사람을 보며 내심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쓸만한데?’
기실, 두 사람의 공격이 엇나간 것은 내가 한 일이 맞았다.
아멜리아와 은가예의 시각정보에 교란을 일으켜 내 위치를 잘못 알게 만든 것이다.
이는 [천리안]과 [마력지배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한세연의 천리안에 마력을 보는 아멜리아의 기프트가 합쳐지자 상대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악할 수가 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되자 약간의 ‘간섭’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내가 두 사람에게 일으킨 ‘착시’였다.
‘잠깐 하는 게 전부지만.’
내가 파악한 것에 의하면 시각의 교란은 일시적으로밖에 일으키지 못한다.
초인의 신체는 정보의 오류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이를 수정해버리니까.
즉, 지금과 같이 약간의 교란을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조금의 실수만으로도 생사가 갈리는 실전에서는 이런 잡술도 치명적이었으니까.
하물며 천리안과 마력지배자의 효능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모든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니,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도 훤히 알 수가 있었다.
이러한 통찰은 천리안만으로도 가능한 일이었으나, 거기에 마력 지배자까지 더해지자 그 통찰이 더욱 강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가 무척이나 수월해졌다.
가히, 모든 것이 보이는 눈. 전시안(全視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반작용도 큰 모양이지만.’
나는 짐짓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에게 착시를 일으킨 탓인지 눈두덩이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착시는 가능하면 아껴써야 겠네.’
이런 걸 생각없이 써댔다간 정말로 눈알이 터져버릴지도 몰랐다.
“여기까지 하자.”
“뭐야, 이제 시작했는데?”
내 말에 은가예가 김이 팍 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전용보구 나겔링을 얻은 뒤로 실력이 일취월장한 상태였다.
그 덕에 배짱이 두둑해졌는지 최근에는 이본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만용을 부렸다가 밤새 실컷 얻어맞고 현실파악을 해버렸지만······
아무튼, 그만큼 강해진 은가예이니만큼, 내 대련상대로도 좋았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들 기다린다.”
“···아, 그러네.”
은가예가 멋쩍게 볼을 긁적인다. 아멜리아도 뒤늦게 깨달았다는 표정이다.
나와의 대련으로 잊고 있었지만, 최근 두 사람은 천우진과 일레인까지 포함해 넷이서 방과후에 마경의 마수를 사냥하고 있었다.
원래 천우진은 노아에게 1대1 레슨을 받고 있었으나, 일전에 노아가 영멸의 마인과의 일전 이후로 두문불출 잠수를 해버리는 바람에 마경으로 온 것이다.
‘노아는 잠들었겠지.’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였던 노아였으나, 그녀는 어디까지나 본체가 아닌 화신체였다.
그만한 힘을 사용했다면 기운의 회복을 위해 몇주 간의 회복기를 가져야만 했다.
본체의 기운은 균열을 막는데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마경에서의 훈련을 권유한 건 나였으나, 네 사람만 뚝 떼어 놓기에 마경은 너무도 위험했다.
고위마수가 무더기로 나타나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 바로 마경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수련 도우미 겸 감독관으로 아렌을 붙여주었다.
아렌이라면 마경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으니까.
혹시 몰라 액터까지 감시자로 보내놓았으니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저 네 사람은 수련시켜 놓으면 조만간 쓸일이 생길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련을 마치자 소피아가 내게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요.”
이마의 땀을 닦은 나는 그녀가 건네주는 물통을 받아 마셨다.
치이이······
입안에 들어간 물이 탄산처럼 톡톡 튀었다.
‘이거 은근 중독된단 말이지.’
소피아가 내게 건네준 것은 그녀의 혼마력이 가미된 혼마수였다.
탄산처럼 톡- 쏘면서도 깔끔한 게 기가 막혔다.
처음에는 그냥 괜찮다 싶은 정도였는데 마시다 보니 묘하게 좋았다.
나는 이를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았으나, 소피아는 내가 혼마수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수련이 끝나면 줄곧 혼마수를 내오고 있었다.
어째 요즘에는 물보다 혼마수를 더 많이 마시는 기분이다.
그 덕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최근에는 내가 먼저 혼마수를 찾고 있었고······. 아무튼 그건 그런데.
문득 소피아를 보던 나는 그녀의 허리춤에 차인 검을 보곤 눈을 빛냈다.
우웅······
전시안을 터득한 내 눈에 그녀의 검이 울리고 있는 게 들어왔다.
내가 보구화시킨 대검에 어린 ‘검령’의 씨앗이 발아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던 것이다.
‘저래서야 한 세월 걸리겠네.’
흔들리는 씨앗을 보던 내가 혀를 찼다.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하건만, 저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천년만년 걸릴 듯했던 것이다.
‘직접 깨주는 수밖에 없나.’
외부에서 검령을 도와주려면 검령의 주인인 소피아가 해야 했으나, 이건 검령을 볼 수 없는 소피아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은 내가 수건을 주머니에 챙기곤 입을 열었다.
“소피아, 잠깐 따라와 봐요.”
“예?”
나는 의아해하는 소피아를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공터로 향했다.
이런 걸 할 때는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위험했으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소피아의 검에 어린 검령을 깨울 겁니다.”
“검령을 말입니까?”
“예, 지금 깨어나려 하고 있거든요.”
소피아가 놀란 눈초리로 허리춤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겉보기로는 아무런 조짐도 느낄 수가 없었다.
“깨우려면 소피아가 좀 도와줘야 합니다.”
“말씀하시면 따르겠습니다.”
“양손을 내밀어보세요.”
“이렇게 말입니까?”
의아해하며 양손을 내밀던 그녀는 돌연 숨을 집어삼켰다. 내가 느닷없이 그녀의 손을 깍지 껴 마주 잡은 것이다.
“왜 그래요?”
“아, 아닙니다.”
“불편하면 말하세요. 다른 자세로도 가능하니까.”
“···괜찮습니다.”
어째 경직된 것 같은 소피아의 분위기에 갸웃거린 나는 아무튼 해야 할 일을 말했다.
“지금부터 소피아와 제 의식을 동조할 겁니다. 그냥 마음 편히 계시면 돼요.”
“예.”
나는 맞잡은 손을 통해 소피아에게 내 기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소피아와 나 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끈이 일시적으로 강화되었다.
소피아는 나와 ‘소환계약’으로 맺어진 계약의 관계이기에, 이처럼 계약을 강화시키면 의식의 동조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었다.
예컨대, 아나스타샤나 파랑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대감을 높이는 행위였다.
“이제 검령이 보이죠?”
“예, 보입니다.”
소피아가 놀란 눈으로 제 검을 내려다보았다. 이전까지 보이지 않던 검령의 씨앗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의식의 동조를 통해 소피아가 나와 같은 시야를 공유받았기 때문이었다.
우웅······
대검에 어린 잿빛의 알맹이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인이 아닌 나는 검령의 발아에 간섭할 수 없다.
잘못 간섭을 했다가는 경계를 한 검령이 다시 잠들어버릴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이건 검령의 주인인 소피아가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건드려서 깨워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여전히 손을 마주 잡은 채로 소피아가 혼마력을 움직여 조심스럽게 검령의 씨앗을 자극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부르르- 떨리던 회색의 알맹이가 어느 순간 터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회색의 입자가 휘몰아치는 중심. 잿빛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눈을 뜨는 광경을.
나와 시선을 마주친 녀석이 방긋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빠.
···뭐?
***
‘···아빠?’
얼이 나가 굳어져 있는데, 내게 충격을 선사한 검령은 빛이 되어 대검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축하한다. 자식이 생겼군.
그람의 웃음기 어린 말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요?’
아직 혼인신고도 안해본 파릇한 청년한테 자식이라니.
그런데.
─농담한 게 아니다만?
‘예?’
─검령은 자신을 만들어 준 이를 부모로 인식한다.
그런 거였나.
‘···몰랐네.’
소피아의 혼마력은 내 기력에서 비롯되었으니 녀석에게는 내 기운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했다.
하물며 내가 탄생시킨 녀석이 맞으니, 아빠라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소피아는 못 들은 것 같지만.’
입 모양만 벙긋거린 탓에 검령의 말은 나밖에 알아듣지 못했으니까.
한편, 소피아는 어딘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저러지?
“아.”
뒤늦게 소피아의 손을 계속 맞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내가 얼른 손을 놓았다. 가볍게 숨을 내쉰 소피아가 이내 기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도 드디어 보구가 생긴 거군요.”
“예, 축하합니다, 소피아.”
나는 진심으로 소피아가 보구를 지니게 된 것을 축하해주었다.
남들이 다 대보구네, 마검이네 등 상식 밖의 무구를 쓰는 동안 소피아는 순수히 본신의 무력만으로 싸워왔으니까.
제대로 된 무구를 지니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무슨 능력인지 알겠어요?”
내가 소피아의 대검을 보며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구들은 제각기 기프트를 지니고 있었으니, 소피아의 대검 또한 한 가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터였다.
“예. 알겠습니다.”
잠시 대검을 만져보던 소피아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강사입니다.”
“왠지 검강을 마구마구 날릴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이네요.”
“맞습니다.”
“···예?”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나는 소피아가 긍정하자 갸웃거렸다.
아니, 그딴 게 있다고?
정말?
“에이, 농담이시죠?”
“아닙니다.”
“···검강을 마구 날릴 수 있다고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
그러면 마법사는 뭐 먹고 살라는 거지?
내 의문에 답을 알려주려는 듯 소피아가 대검을 들어올렸다.
다음 순간, 내 옆 머리가 광풍에 나부꼈다.
······방금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콰아아아앙──!
“······.”
귀를 먹먹케 하는 소음이 일대를 위진시켰다. 나는 차마 뒤를 돌아보기가 무서워졌다.
끼긱-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린 내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어······”
이거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