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9
§ 198화
─저 인간 놈들을 당장 사형해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소리치는 요정왕 엘리아스.
그에따라 수많은 요정수와 요정들의 살기가 일제히 모래감옥을 향한다.
“흥! 도망칠 생각은 말아라!”
우리가 굳은 것을 본 셀라피네가 손을 움켜쥐었다.
스스스스······
모래감옥의 창살이 움직이며 우리를 우그러트릴 듯 공간을 좁혀왔다.
“어, 어떻게 해요?!”
당황한 아멜리아가 발을 동동 굴리고, 소피아가 대검을 든다. 여유롭던 한세연의 표정도 차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갇힌 우리는 모든 기운을 봉인 당한 상태였다.
마력은 물론이고, 소피아의 혼마력조차 발휘되지 않았고, 그건 내 기력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래의 감옥은 안에 존재하는 이들의 힘을 억압하는 능력을 띄고 있었으니.
스아아아······
서서히 좁혀 오는 모래감옥. 나는 움직이려는 한세연의 어깨를 붙잡았다. 나를 돌아보는 그녀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 마.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
“···응.”
나를 잠시 바라보던 한세연이 알겠다는듯 대답한다.
기실, 모르도의 힘이라면 이 모래감옥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모래감옥은 안에 있는 존재만을 규정해서 힘을 억압할 뿐, 안에 있지 않은 존재의 힘마저 억압하지는 못하니까.
모르도는 한세연과 함께 하되, 전혀 다른 차원인 아공의 어둠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곳으로부터 발원하는 힘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연이도 부담이 크겠지.’
이 요정경의 세계수는 항마력의 덩어리였다. 지금 우리를 감싼 대기에는 항마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섣불리 마기를 일으켰다가는 마기가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몸에 어마어마한 무리가 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거기에 이놈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
─크르르르······
사나운 으르렁거림을 토하는 요정수들.
당장이야 모래감옥의 ‘처형’이 속행되고 있기에 가만히 있으나 마기를 일으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요정경에서 마기를 일으킨다는 것은 그들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였으니.
물론 마기가 아니더라도 이놈들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뻔했지만······
‘이판사판이지.’
마침 요정들이라면 식겁할 아주 좋은 인질이 보여왔다.
스아아아아······
어느덧 몸을 가누기 어려우리만치 좁혀져온 모래의 창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손을 들어올리자 셀라피네가 입매를 비틀었다.
“흥, 뭐를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는 아무런······!”
비웃음을 흘리던 셀라피네의 눈이 순간 부릅 떠졌다.
화르륵······!
아무런 발화원도 없는 내 손에서 푸른 불길이 일어난 것이다.
“···뭐?!”
놀란 셀라피네가 황급히 모래감옥의 좁혀드는 속도를 높였으나 소용없었다.
불길과 맞닿은 창살이 대치라도 하듯 부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모래의 감옥이 터져 나가며, 푸른 불길이 일대를 휩쓸었다.
요정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벌리고, 뜨거운 열풍이 후욱- 대기를 뜨겁게 달구고 지나간다.
모래 감옥에서 벗어난 우리를 요정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평정을 되찾은 셀라피네가 입을 열었다.
“모래감옥에서 벗어난 것은 놀랍다만,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세계수의 가지에는 수많은 요정과 요정수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모래감옥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변한 것은 무엇 하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이래도 괜찮으면 놓아주지 말던지.”
“?”
내 대답에 의아해하는 셀리파네. 다음 순간, 내가 보인 행동에 그녀는 물론이고 모두가 경악했다.
화르륵······!
내 손에서 일어난 푸른 불길이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금방이라도 태워버릴 듯 이글거리고 있던 것이다. 놀란 셀라피네가 소리를 치며 다가왔다.
“미친! 당장 그만둬라!”
“멈춰.”
“크윽!”
내가 세계수의 가지에 불길을 더욱 가까이 가져다 대자 셀라피네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곤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세계수를 태우면 그만한 대가를 받아내겠다.”
“안 그래도 죽이려는 놈들이 대가는 무슨.”
내가 씨알도 안 먹힌다는 듯 코웃음을 쳐보이자 셀라피네의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더 이상 내게 접근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세계수란 요정경의 근간이 되는 세계의 중추였다.
요정들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내 불길이라면 그런 세계수를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이게 만들 수 있었다.
설령 불길을 잡는다고 해도 세계수의 일부는 타버려서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릴 터였다.
다가오지 못하고 멀뚱히 지켜보기만 하는 요정들을 둘러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뭐해.”
“?”
“길 안 터?”
“······.”
“안 트면 이거 싹 다 태워버린다?”
““!””
당황한 요정들이 좌우로 비켜 서자, 손을 휘저었다.
“누가 비키래? 안 물러나?”
거리를 벌리며 뒤로 물러나는 요정들.
“더.”
물러난 만큼 더 거리를 벌리는 요정들을 보며 내가 혀를 찼다.
“진짜 세계수 타는 꼴 보고 싶나.”
그제야 요정들이 우르르- 후퇴했다. 어느새 싹 비워진 가지를 보며 내가 씨익 웃었다.
“그래, 딱 그 반경만큼 계속 유지해라.”
그리 말한 나는 놀란 일행을 데리고 걸음을 뗐다. 그렇게 가지를 벗어나려 할 때였다.
─구워어어어어어!
거대한 울음소리가 세계수를 진동했다. 앞을 보니 거대한 검은 소가 투레질을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상태창 메시지.
[세계수의 위기에 심연의 검은 소가 분노합니다.]이성을 잃은 듯 좁혀진 누런 동공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요정들은 그런 검은 소를 말리지 못하는지 거리를 저만치 벌린 채였다.
이윽고 뒷발을 구르며 돌진을 준비하는 집채만한 검은 소.
가지의 아래를 내려다보니 요정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우리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 인상을 구긴 내가 기력의 막을 겹겹이 쳤다.
대검을 든 소피아가 앞으로 나서고, 아멜리아가 마법진을 준비한다.
이윽고 한세연이 흑소의 머리를 총으로 조준하자 뿔을 세운 녀석이 우리를 향해 돌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마아아안──!”
누군가의 고성이 대기를 떨어 울렸다. 그러자 달려들던 검은 소가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들 물러나라!”
소리를 치는 요정은 바로 요정왕 엘리아스였다.
엘리아스의 외침에 가지의 아래에 진을 쳤던 요정들도, 마법을 준비하던 요정술사도, 검은 소도 모두 물러난다.
“···무슨 상황이죠?”
“글쎄.”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우리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요정들이 좌우로 물러선다.
그 사이로 요정기사들을 위시한 엘리아스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아니, 그 시선과 걸음은 정확히 나를 향해 있었다.
표정이 굳은 엘리아스가 다가오고 소피아가 경계하듯 대검을 들어 올렸을 때였다.
엘리아스가 대뜸 머리를 숙였다.
“무례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
갑작스러운 엘리아스의 사과에 나와 소피아는 물론 요정기사들마저 당황한다.
“제가 본 게 맞다면 당신은 불사조의 계약자이신 듯합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아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그 웃음은 이윽고 요정들 전체에게로 퍼져나갔다.
─와아! 불사조래!
─그럼 아까 그 불길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노려볼 때는 언제고, 호감어린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요정들.
그 갑작스러운 태도의 변화에 우리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자, 엘리아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사조는 요정의 절친한 친구입니다. 그 계약자가 요정의 환대를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요.”
“······.”
할 말을 잃은 내가 속으로 파랑이에게 물었다.
‘야, 너 왜 말 안 했냐?’
“까악?”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오! 그게 불사조인가 보군요!”
내 어깨에서 소환된 파랑이를 보며 엘리아스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요정들중에는 고개를 숙여 보이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 주위의 극진한 반응에 부리를 갸웃거리던 파랑이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든다.
잘 풀리긴 했으나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내가 떨떠름해 하자, 설명이 부족했다 여긴 것인지 엘리아스가 말을 늘어놓았다.
“요정경에는 여러 환난기가 있었습니다. 그 환난기 때마다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신수 불사조입니다.”
······그러니까 파랑이는 본인이 아닌 전대의 불사조가 쌓아 놓은 업적으로 인해 숭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까악!
들었냐는 듯 부리를 치켜 드는 파랑이.
······이걸 한 대 쥐어 박아? 나는 무심코 올라간 손을 내려놓았다.
왠지 빡이 쳤지만 파랑이로 인해 위기를 넘긴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루시를 세뇌했다는 것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불사조는 그 무엇보다 순수한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가 선택한 계약자가 요정을 세뇌했을 리가 없지요.”
─까악!
엘리아스의 말에 맞장구를 쳐 보이는 파랑이. 작게 웃은 엘리아스가 루시를 검사했던 요정술사를 부른다.
“에피드. 자네, 최근 바깥에 갔다 온 적이 있나?”
“예, 한 달 전에-”
에피드라 불린 술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엘리아스가 그의 머리를 번개처럼 움켜쥐었다.
취이이이······
움켜쥔 머리에서 시꺼먼 잿가루가 피어올랐다. 미량이나마 그것은 분명 ‘마기’였다.
“끄어어······”
게거품을 물고 바르르 떨던 에피드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기절한 에피드를 보며 엘리아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루시를 검사한 술사가 바깥에 나갔다가 세뇌에 걸려 왔었군요.”
···그런 거였나.
루시가 아니라 술사가 세뇌에 걸렸었다는 사실에 내가 내심 혀를 차 보였다.
설마 요정술사에게마저 세뇌를 걸어 놓았을 줄이야.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
세뇌를 걸어 놓은 녀석들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요정을 세뇌할 만큼 간 큰 녀석이라곤 영멸의 밤밖에는 떠오르지 않았으니.
요정의 마력을 이용해 마기를 회복하려는 속셈이리라.
불완전하게 깨어난 녀석이 본래의 힘을 되찾는데 요정의 마력은 상당한 도움이 될 터였으니까.
─거봐요! 제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음, 미안하구나.”
버럭버럭 화를 내며 분을 표출하는 루시.
뺨을 긁적인 엘리아스가 멋쩍게 사과한다.
세계수의 자식인 요정들은 서로가 가족이기에 권위 의식이 그다지 없는 듯해 보였다. 둘의 다툼을 지켜보던 내가 파랑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주 살판났네.’
어느덧 파랑이는 요정들에게 모셔져 이것저것 음식을 얻어먹고 있었다.
일렬로 늘어선 요정들 앞에 편히 앉아 부리만 놀리는 광경이 아주 가관이다.
‘일부터 후딱 해치워야지.’
이곳에 온 목적을 상기한 내가 엘리아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엘리아스님.”
“말씀하시지요, 계약자님.”
“그 계약자라는 말은 빼주시고······ 수호자가 이곳에 있다고 들었는데 만날 수 있겠습니까?”
“음, 그게······”
“어디 나갔습니까?”
“아니요, 수호자는 이제 이곳에 더 이상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이상한 뉘앙스에 내가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게 수호자들에게 있어 요정경이란 베이스캠프와 같은 장소다.
이곳에서 수호자들은 물자와 정보 등 많은 것을 지원받으니까. 그런데 그런 수호자가 더 이상 없다니?
그때, 엘리아스가 뜻밖의 폭탄발언을 입에 담았다.
“제가 쫓아냈습니다.”
“···예?”
내가 눈을 깜빡였다.
“수호자를요?”
“예, 이번대 수호자들은 행동이 요정경에 적합하지가 않았습니다.”
엘리아스의 말에 뒤에 있던 요정기사들이 혐오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쓰레기···’라는 말까지 들린다. 대충 무슨 느낌인지는 감이 왔다. 얼떨결에 힘을 얻은 놈들이 앞뒤 분간 못하고 막 나간 거겠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수호자를 인도하는 게 요정의 임무 아닙니까?”
“다음 대 수호자부터는 그리하겠습니다.”
······가챠 돌리냐?
이거 요정왕 맞아? 어이가 없어진 내가 고개를 휘- 젓곤 물었다.
“연락은 됩니까?”
엘리아스가 옆을 돌아보자 부관이 고개를 젓는다.
“안 된다는군요.”
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