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7
§ 206화
나는 워프를 통해 나타난 아이리스를 향해 양손을 올려 보였다.
“저기요.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 빛은 뭡니까?”
내 전신에서 비치는 붉은 빛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제로 마력의 돌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이상도 없었으니까.
신의 계약이 뒤틀렸다지만 그것은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우선 시치미를 떼보려 했지만 나는 이내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씨알도 안 먹히네.’
내 의아한 반응에도 아이리스의 차디찬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
문답무용으로 손을 그어버리는 아이리스.
순간, 그 손길을 따라 물의 칼날이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쇄도해 들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력과 파괴력을 동반한 칼날.
위기를 직감한 나는 급히 신체가속을 발동했다. 세상이 느려지며 물의 칼날이 시야에 잡혀 든다.
물의 칼날은 여전히 빨랐으나,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가까스로 몸을 숙여 피해냈다.
콰아아앙─!
내 뒤에 있던 사원의 벽이 물의 칼날에 부딪혀 반파되었다.
마력의 돌이 있는 장소라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리란 예상과 달리 거리낌 없는 손속이었다.
하지만 나는 피한 것에 안도할 새도 없이 바로 지면을 굴러야 했다.
콰앙─!
재차 날아온 물을 지면을 굴러 피하니 머리 위로 그림자가 어렸다.
콰과과과······
도망갈 구석을 주지 않겠다는 듯 물길이 파도처럼 덮쳐들고 있었다.
‘여기가 바다냐?’
어디서 물이 자꾸 튀어나오는 거야?
상식의 궤를 무시해버리는 성력의 부조리함에 인상을 구긴 내 손이 거칠게 휘둘린다.
손길을 따라 구름처럼 일어난 푸른 불길이 덮쳐드는 파도와 부딪힌다.
콰아아앙─!
파도가 증발하며 자욱한 안개가 마력의 관을 가득 메웠다.
“······.”
아이리스는 말없이 안개의 너머를 바라보았다.
화르르르륵─
푸른 불길이 안개를 태우며 타오르고 있었다.
휘익.
그녀가 손을 젓자 거칠게 타오르던 불길이 가랑비에 젖은 모닥불처럼 꺼져버린다.
그러나 사라진 불길의 너머에는 더 이상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
아이리스의 시선이 그 너머로 이어진 사원의 회랑을 향했다.
***
······가까스로 마력의 관을 빠져나온 나는 사원의 입구로 달렸다.
─저깄다!
─쫓아!
나를 발견한 사제들이 나를 향해 뛰어온다.
내 몸에서 비치는 붉은 빛이 내가 표적임을 가리키고 있던 것이다.
사원의 광장. 사방에서 몰려드는 사제들의 몸에서 솟구치는 성력의 향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일대의 장관이었다. 문제는 그 목표가 나라는 것이었지만.
“눈 감아!”
나는 도망치면서 사제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물론 내가 눈을 감으란다고 감는 사제는 아무도 없었다.
되려 나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에 힘을 준 채 나를 똑바로 쳐다 볼 뿐.
그렇게 사원의 광장에 모인 모든 사제들의 눈이 나를 향했을 때, 내 가슴에서 불쑥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내민다.
사제들의 눈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나스타샤에게 쏠린다.
그리고.
──────!
새하얀 빛이 광장을 물들였다.
“크악!”
“윽!”
돌연 터져 나온 어마어마한 광량에 사제들이 눈을 부여잡았다.
그 바람에 그들이 모았던 성력은 모두 흩어져버렸다.
그렇게 모두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나는 사원을 빠져나와 타고 왔던 나룻배에 올랐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제들이 뛰어왔으나, 물 위를 걷는 재주는 없는지 멀어지는 나룻배를 닭 쫓던 개처럼 쳐다만 볼 뿐이었다.
다른 나룻배가 없지도 않은데,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으나, 그것도 제법 거리가 멀어지니 여유가 생겼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한숨 돌릴-
“시발.”
순간 내 인상이 구겨졌다.
언제 왔는지 호수의 위를 아이리스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출렁이기 시작하는 나룻배.
아이리스의 주변으로 호수의 물이 구체가 되어 떠오른다.
사람의 몸통만한 수십(數十)의 물덩이가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휘이이익──
불길로 태워버리기에는 구체의 숫자가 너무도 많았다. 심지어 그 구체 하나하나가 죄다 성력의 덩어리였다. 저걸 그대로 맞아버렸다간 그대로 저승행이었다.
‘하는 수 없나.’
표정을 굳힌 나는 아공의 조율자를 사용했다.
만일을 위해 아껴야 하는 힘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으니.
키이이잉─
풍경이 갈리며 시꺼멓게 아가리를 벌린 아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날아들던 물의 구체는 전부 그 아공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모든 구체가 사라지니 아공의 균열이 입을 다물어버린다.
“······.”
정적만이 가득한 호수. 물결만이 잔잔히 흐르는 공간에서, 아이리스의 푸른 동공이 흔들린다.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에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무방비한 상태는 분명 반격의 기회였다.
원래라면 또 다른 아공을 열어 잡아먹은 물의 구체들을 아이리스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게 맞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방금 아공을 열면서 모든 정신력을 다 쏟아부어 버렸으니까.
내게 더 이상 아공을 열 만한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파랑이조차도 소환하기가 힘에 부치는 상황.
지금이라면 아이리스가 구체 하나만 날려도 그것을 막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아이리스는 상당히 동요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나를 공격하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으니.
“더 안 날려?”
“!”
짐짓 내가 여유를 부리니 아이리스의 미간이 좁혀진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물의 구체를 생성해내지 않았다.
조금 전의 격돌을 통해 내게 물의 구체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 반응에 나는 내심 안도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나룻배에 드러누우며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내 머리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가려면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면의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곳에 들어올 때 사용했던 티켓의 퇴장권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퇴장권은 지금 내 주머니에 넣어져 있었다.
사전에 나 혼자 도망치기로 셀라피네와 이미 이야기를 끝낸 것이다.
다만 이런 탁 트인 호수에서 퇴장권을 사용했다간 아이리스의 저지를 받을 게 뻔했다.
‘어디 숨을 만한 곳이···’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내 눈에 마침 호수에 닿은 절벽이 들어왔다.
그 한 가운데에 마치 들어가라는 듯 뚫려 있는 자그마한 동굴.
운 좋게도 나룻배가 향하는 방향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에 나룻배의 방향을 틀었음에도 아이리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음 순간 발생했다.
휘오오······
“음?”
돌연 호수의 물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씨에 호수가 제멋대로 움직일 리는 없었다. 문득 아이리스를 돌아본 내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미친.”
아이리스를 중심으로 호수의 물결이 거대한 기둥을 형성하며 솟아오르고 있던 것이다.
저 기둥이 누구를 향할지는 안 봐도 뻔했다.
‘나겠지.’
물 덩이가 통하지 않으니, 아예 호수를 가져다가 내리꽂으려는 심산인 것이다.
나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려는 나룻배를 기력으로 억지로 움직이며 동굴로 빠르게 이동했다.
한편, 물을 최고조로 끌어모은 아이리스는 나를 향해 물을 조준했다.
휘오오···
회오리치는 물의 기둥이 쏘아져 나갈 준비를 끝마친다.
그렇게 동굴로 올라선 나를 향해 아이리스가 물을 쏘아내려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볼에 열기가 맴돌며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마력의 벼락이었다.
그렇게 아이리스를 지나친 마력의 벼락은 그녀가 노리던 동굴에 내리꽂혔다.
꽈르릉─!
지반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폭음이 울리며 동굴의 입구가 파괴되었다.
“······.”
아이리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끼어든 것은 미안하지만 내가 데려온 자가 일으킨 소동이니 해결도 내 손으로 하겠다.”
말을 한 것은 붉은 머리의 여자였다.
호수의 상공에 떠 있는 그녀는 바로 요정왕의 기사인 셀라피네였다.
“이 정도면 죽었을 거다.”
“······.”
아이리스는 말없이 절벽을 내려다보았다.
형태조차 남기지 않고 무너져내린 동굴의 입구는 과연 생명체가 살아남지 못할 듯 해보였다.
물기둥을 꽂았다면 더욱 확실했겠으나, 이미 자나간 일이었기에 셀라피네는 미련을 접었다.
그보다 지금은 마력의 돌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
“인사가 늦었군. 요정경의 기사인 셀라피네다.”
“아이리스입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기도를 하듯 손을 모아 보인 아이리스는 그 말을 끝으로 마력의 돌을 확인하기 위해 사원으로 돌아갔다.
아이리스가 사라지는 걸 바라보던 셀라피네가 무너져내린 동굴을 돌아보았다.
“이걸로 빚은 다 갚은 거겠지.”
조용히 중얼거린 그녀 또한 사원으로 돌아갔다.
티켓을 분실(?)한 이상 요정경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제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
***
······마력의 벼락이 내리꽂히며 무너져내린 동굴.
“퉷!”
나는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내며 숨을 들이마셨다.
“후아, 죽는 줄 알았네.”
아이리스의 물기둥이 동굴을 향했을 때는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아공을 소모한 내게 그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을 방도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물기둥에 한발 앞서 벼락이 먼저 동굴에 내리꽂혔다.
그것은 동굴을 주저앉게 했지만, 입구만이 사라졌을 뿐, 그 내부까지는 일절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나는 벼락을 내리꽂은 상대를 보지 못했으나, 누가 한지는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충격의 조절은 자연을 다루는 ‘요정술’의 대가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었으니.
“나이스 어씨스트, 셀라피네.”
씨익 웃은 나는 주머니에서 퇴장 티켓을 꺼내 들었다.
찌익-
종이가 찢기며 환한 빛이 나를 감싸안았다.
***
한편, 내가 마력의 사원으로 향한 사이, 마경에서는 예견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세연의 각성이 저지당하자 이를 알아차린 수호자들이 마경으로 움직인 것이다.
세 명의 수호자는 당연하게도 한세연의 신변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당하니 강압적으로 나왔다.
“넘겨주지 않겠다면 직접 데려가야겠군.”
중국계 수호자 리첸의 말에 마중을 나온 마경인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수호자를 넘기란다. 그런데, 그 찾고자 하는 상대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마을로 들어가 데리고 나오겠다고 나오니 황당할 수밖에.
“이보게, 누구를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경계를 스러 나와있던 마경의 주방장, 백건우가 나서서 들어서려는 리첸을 막아선다.
“비켜라.”
백건우가 막아선 게 기분이 나빴는지 리첸이 인상을 구긴다.
그러며 손을 휘두른다. 그 손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고, 실려 있는 마력조차 뛰어나다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백전노장인 백건우라면 충분히 막아설 수 있는 수준.
피식 웃은 백건우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어난 현상에 백건우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손에 어린 혼마력이 돌연 옅어지더니, 완전히 기세를 잃어버린 것이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나며, 백건우가 뒤로 튕겨져나갔다.
“뭐, 뭐야?”
“백아저씨가···”
느긋하게 구경하던 마경인들이 경악한다.
그런 마경인들을 보며 리첸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리첸, 대충 끝내. 수호자를 데리고 가는 게 우선이야.”
“하아암- 그래요, 저 네일하다 온 거 몰라요? 무시하고 좀 가자고요.”
동료들의 투덜거림에 리첸이 인상을 구겼다.
‘버러지같은 것들.’
우연찮게 힘을 부여받은 녀석들이 특권의식이 지나쳤다.
반면, 수호자로 각성하기 이전부터 힘을 갈고 닦아온 엘리트초인 출신인 리첸은 자신이 저런 녀석들과 동급 선상에 놓이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다.
그 불쾌함은 자연스레 자신을 막아섰던 백건우에게 향했다.
“왼손잡이인가 보군.”
쓰러진 백건우의 왼손에 박인 굳은살을 확인한 리첸이 잔인하게 웃으며 발을 들어 올렸다.
“앞으로는 오른손을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할 거다.”
그렇게 리첸이 백건우의 손목을 분질러 놓으려 할 때였다.
후아앙─!
돌연 공기를 가르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오자 리첸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가리며 날렵한 장신의 여인이 떠올라 있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의 진원지는 그녀의 손에 들린 대검이었다.
꽈앙─!
대검과 리첸의 손이 교차하며 폭음이 울렸다. 리첸의 눈이 반짝인다.
“호오, 제법······”
수호자의 권능인 세계의 억지력을 사용했건만, 마도구인 장갑의 안쪽까지 충격이 전해져온 것이다.
특히 그 상대가 자신의 취향임에 리첸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한편, 대검을 내리찍었던 여인, 소피아의 표정이 짐짓 찌푸려졌다.
혼마력이 듬뿍 담긴 그녀의 일격이 무언가에 상쇄되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는 분쇄자를 얻은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이내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그렇군. 이게 마스터가 말한 수호자의 억지력이라는 건가.”
“우리가 누군지도 알아? 이거, 갈수록 흥미가 솟는데.”
리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