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
§ 31화
마인의 테러사건으로 아카데미는 발칵 뒤집어졌다.
학년대항전으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노렸다곤 하나 마인들이 아카데미 내부에 침입했다는 것 자체가 아카데미의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소리였으니까.
하물며 생도들 사이에서 중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이터니티 아카데미는 초인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생도의 안전이 위협을 받았다는 것은 아카데미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만한 대사건이었으니까.
당연히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에머슨 로마노’가 마인들의 침입을 도왔다는 충격적인 전말이 드러났다.
마인들이 본관만이 아닌 생도동까지 노렸다는 사실 또한 뒤늦게 밝혀졌으나, 이는 공표되지 않고 조용히 묻혀버렸다.
생도들 사이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니 이 이상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아카데미로서는 당연한 처사였다.
물론, 에머슨 로마노가 죽는 일이 벌어지긴 했으나, 에머슨은 어디까지나 마인들의 침입을 도운 테러 사태의 주동자였으므로 보는 시각이 좋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되려 잘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사건이 끝나고 난 뒤.
1학년 1반의 담임 하진우는 교무실에서 금발의 여인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천우진을 키워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제자로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
여인이 눈썹을 찌푸렸으나, 정해준은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눈앞의 여인이 누구이던가.
아카데미의 적폐, 아니. 최강이라는 수식어조차 부족한 인물이었다.
지금이야 아카데미의 심처에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에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검과 마법, 양측 모두를 마스터한 희대의 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괴물이 바로 그녀였다.
검의 마녀 ‘노아 맥도웰’이라 하면 지금도 초인사회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름이었으니까.
그도 그럴 게, 20세기 중엽, ‘영멸의 밤’이라 불리며 영국의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네임드급 마인을 홀로 잠재운 영웅이 바로 그녀, 노아 맥도웰이었다.
겉보기로는 10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지만, 실제로는 하진우조차 그녀가 몇 살인지 알지 못했다.
노아의 나이를 물어보는 건 아카데미의 금기였으니까.
‘100살은 넘겼겠지.’
하는 짓은 영락없는 저 나이대의 소녀였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제자는 안 받는 거 아니셨습니까?”
“내가? 언제?”
“아카데미에서 그렇게 제자를 받으라고 추천을 해드려도 아무도 받지 않으셨잖습니까.”
“눈에 차는 놈이 있어야 받지.”
“천우진은 눈에 차신다는 말입니까?”
“응, 괜찮던데? 오랜만에 아주 똘똘한 놈이 나왔어. 천가 출신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
하진우가 눈을 깜빡였다.
노아가 제자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아카데미로서는 희소식이었으나, 저 입에서 저런 칭찬이 나오는 것은 단언컨대 하진우의 인생에서 처음 듣는 소리였던 것이다.
모르긴 해도 현 초인사회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중에 노아에게 혹평을 들어보지 않은 인물이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 궁금해졌다. 차석인 천우진이 저런 평을 들을 정도라면······
“이해솔은 어떻습니까?”
“누구?”
“이번 학기의 수석입니다.”
“몰라.”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예 궁금하지도 않다는 표정이라 하진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번엔 노아쪽에서 물어왔다.
“그런데 크루트의 약점이 아랫배라는 건 어떻게 안 거지?”
이번 아카데미에 출몰한 크루트들은 노아조차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과거에 노아가 현역시절 상대해왔던 크루트는 개발 초기 단계였기에 일반 마수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이번에 나온 놈들은 정말 초인의 ‘안티태제’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마력을 흡수하고 튕겨버리는 외피에 기프트를 약화시키는 마기는 그동안 마인 놈들이 얼마나 초인에 관해 철저히 연구해 왔는지를 알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의 약점을 단숨에 공략해버리는 초인들을 보자니 노아로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진우가 볼을 긁적였다.
“···그게, 지나가던 생도가 알려줬다고 합니다.”
“지나가던 생도?”
“예, 요원이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인상착의가 흐릿해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
······테러사건 당일의 저녁.
대련장에서 대기하라는 교관의 말을 어기고 몰래 빠져나온 탓에 나는 하루종일 조사를 받고 노을이 질 무렵에야 기숙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온몸이 뻐근했지만 상태창을 보니 지친 몸이 다 풀려왔다.
▶플레이어 이해솔 【비도술의 귀재】
[체력 : 2(+2)] [근력 : 1.2(+0.5)] [민첩 : 3(+1.3)] [지구력 : 1.1(+1)] [손재주 : 3]보유 기프트 : 이상의 투영자
보유 특성 : Lv.2 Lv.2 Lv.5
신체능력치는 여전히 눈 뜨고도 못 봐줄 수준이었으나, 특성들의 레벨이 전체적으로 올랐다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어 이기어검은 이전까지 그저 사물을 조금 움직이는 수준에 불과했다면 Lv.5에 달한 지금은 아예 염동력 수준의 묘기를 보일 수 있었다. 기척차단 또한 여러모로 쓸데가 많았다.
Lv.1의 기척차단이 나 혼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면 Lv.2의 기척차단은 나와 접촉한 타인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이었으니까.
아마 이것도 Lv.3으로 넘어가면 접촉이 아닌 범위적용으로 바뀔 듯싶었다.
아무튼, 특성의 성장도 놀라웠지만 가장 큰 성과는 역시나 SP였다.
[보유 포인트 : 11500SP]“진짜 많이도 모았네.”
이번 테러사건을 겪으면서 벌어들인 포인트만 자그마치 8000SP였다.
물론, 11500SP를 가지고 투영해낼 수 있는 기프트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조차도 쓸만한 것을 투영하려면 지금 가진 SP가지고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쓸만한 기프트는 못해도 3만SP부터 시작이었으니까.
“하여간, 비싸기는 더럽게 비싸네.”
말도 안되는 가격에 욕이 절로 나왔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아예 투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프트의 가격을 비약적으로 낮출 수 있는 꼼수가 존재했으니까.
바로 기프트에 발동 조건이라는 ‘제약’을 걸어버리면 된다.
제약이 걸린 기프트는 투영에 필요한 소모값이 낮아진다.
그건 제약의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현저하게 나타나기에 이를 잘만 이용한다면, 좋은 기프트를 싸고 쉽게 투영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나는 이를 통해 투영할 기프트 또한 생각해두었다.
‘신체 가속.’
은 단순히 신체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체감 시간 또한 느려지는 기프트였다.
내 현저히 딸리는 신체능력을 보완하기에 안성맞춤인 기프트라 할 수 있었다.
다만, 투영 조건이 까다로웠다.
이란 ‘사고’와 ‘육체’의 가속이기에, 내 육체와 정신에 대한 통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지만 투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나야, Lv.2와 기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정신과 육체 양쪽면의 통제가 가능해서, 에 필요한 조건은 모두 갖추었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이것만으로도 조건이 까다로운데, 은 사용할 때마다 몸에 부하가 걸리는 기프트이기에 투영에 필요한 SP의 소모값이 낮았다.
[기프트 : 신체 가속] [투영 조건 : 정신과 육체의 통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지만 투영할 수 있다] [비용 : 10000SP] [투영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보유 포인트가 충분하여 투영이 가능합니다. 투영하시겠습니까?]“예.”
알림창을 수락하자 순간 감각이 붕 뜨더니, 체감의 시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벽시계의 째깍 소리가 길게 늘어지고, 망막에 맺히는 빛의 감소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물에 잠긴 듯한 부유감이 몸을 지배했다.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
띠링!
[축하합니다. Lv.1의 투영에 성공하셨습니다.]······신체의 가속화였다.
***
테러의 다음날은 당연하게도 수업이 전면 취소되었다.
다만, 이대로 어영부영 넘기기에는 학교의 이미지 타격이 크다고 여겼는지 이터니티에서는 생도 챙기기에 나섰다.
마기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명목으로 이터니티의 전 생도가 수업 대신, 병동의 정밀 검진을 받았다.
“어제 말도 안 하고 어디로 사라졌던 거야?”
병동의 대기실. 은가예가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얘한텐 따로 이야기도 안 하고 나왔던 것 같다.
“한세연 넌 또 어디로 사라졌던 거고.”
나와 한세연을 번갈아 보는 은가예의 눈매가 곱지 않다.
하기야, 자기만 쏙 빼놓고 양옆에 앉아 있던 애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니 이게 뭔 일인가 싶을 거다.
괜한 오해를 하기 전에 어제의 일을 간략하게나마 털어놓았다. 물론 생도동에서의 일은 뺐다. 그걸 말하자면 아멜리아와 마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니까. 이내 이야기를 들은 은가예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 본관에 갔었다고? 괜찮아?”
“어, 구경만 했거든.”
정말이다. 본관에서 활약한 건 천우진이고, 나는 그람만 빌려줬으니까.
그람 빼면 시체인 내가 맨손으로 크루트를 잡을 것도 아니었고.
구경만 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푹 내쉰 은가예가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약골 주제에 위험한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네. 대체 무슨 자신감인 거야?”
“······.”
차마 반박할 수 없었던 나는 괜스레 입매만 삐뚜름하게 구겼다.
그도 그럴 게 학년대항전을 준비하면서 나와 대련을 주구장창 한 은가예는 내 체력이 조루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따로 병동에서의 용무가 있었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무슨 사고를 치러 가려고?”
“내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그래?”
“몰라서 물어?”
은가예의 진심으로 몰라서 묻냐는 눈빛에 억울해진 내가 도움을 청하는 눈으로 한세연을 바라보았으나, 돌아오는 건 어색한 웃음이었다. 인상을 구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어디 가는데?”
“3층.”
“아, 아멜리아 만나려고?”
아멜리아가 중상을 입은 것은 아카데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이터니티 병동의 3층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었으니 은가예가 저리 물어오는 것도 당연했다.
나야, 정밀검사가 끝나기 전까지 병동 바깥으로 못 나가니, 3층의 옥상에서 새로 얻은 신체 가속이나 시험하러 가는 거였지만, 겸사겸사 들리기도 할 거였기에, 반문을 하지 않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
한편, 그 시각, 아멜리아는 전날의 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운 좋게도 이해솔이 나타날 가능성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 희박했으니까.
의문이 가는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흑등고래의 팔찌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도 그렇고, 일전의 이해솔이 알려주었던 비밀.
─에머슨, 마력초 핀다더라.
사촌인 자신조차 모르는 에머슨의 비밀을 이해솔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에머슨은 정말 비밀리에 마인들과 뒷거래를 해왔던 걸로 확인되었다. 그걸 이해솔이 우연찮게 알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설령 우연이었다 한들, 희박한 우연이 두 번이나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건 불가능했다.
‘······뭐야, 날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는 건가?’
아멜리아가 그런 결론에 도달했을 때, 때마침 병실 문이 열리더니 이해솔이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이 묘해졌다.
“일어났네.”
“예.”
“몸은 좀 어떤데?”
“괜찮아요. 그런데 어떻게 한 거죠?”
“뭐를?”
“제 몸이요, 멀쩡해서요.”
아멜리아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이해솔을 바라보았다.
“아, 그거······”
한세연이 치료해주었다고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걸 말하자면 모르도에 대해서도 털어놓아야 했으니까. 사수인 나나 한세연이 치유술을 쓴다는 건 더더욱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였고. 결국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이터니티 병동이 치료를 잘하나 보지.”
“······.”
아멜리아의 표정이 더욱 알 수 없게끔 변했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몸이 병동에 오기 전에 호전되었다는 것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비록 잠결이었지만, 몸에서 독기가 씻은 듯이 날아가던 그 홀가분한 순간을 아멜리아는 기억한다.
다만, 무언가 숨기려는 것 같아 보였기에 그녀는 이를 캐 묻지 않았다. 잊기 전에 꼭 해야 할 말이 있었으니까.
“고마워요. 구해줘서.”
창가로 해가 비쳐오는 어느 봄날의 오전. 그 봄날의 햇살 속에서, 아멜리아가 맑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