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4
§ 33화
내가 특기로 , 줄여서 ‘마탐’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마탐과 담당 교수가 김주혁이고 내가 게임에서 플레이 해봤던 과목이니까.
사실 김주혁은 그리 큰 비중이 있는 빌런은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의 1막에서는 여타 비중 있는 빌런보다 중요한 존재다.
털어먹기가 니콜라이와 ‘쌍벽’을 이룰 만큼 쉬운 인간이었으니까.
니콜라이가 ‘내기’라면, 김주혁은 ‘과제 보상’이다.
특유의 패시브처럼 장착한 김주혁의 ‘드높은 허세’는 쿨타임이 한 번 돌 때마다 ‘과제보상’이란 명목으로 이것저것 쓸만한 것들을 토해내는데, 이게 은근 쏠쏠하다.
어쩌면 빌런이 아니라, ‘사실은 빌런인 척한 조력자였습니다’라는 반전이 가미된 캐릭터가 아닐까 의심마저 들 만큼.
아무튼, 김주혁의 이러한 패시브는 첫 수업인 ‘마력석 탐지’에서도 발동한다.
특히 마력석을 회수해오면 김주혁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생도가 가져온 것이니, 이건 이미 생도의 것입니다.’라며 마력석을 다시 줘버리니까.
심지어 1등만이 아니라, 3등까지 적용이다.
‘5서클 마법사’인데다 ‘마법명가’라는 배경을 가진 탓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돈이 많은 김주혁이기에 가능한 이벤트였다.
이를 통해 얻은 마력석이야, 마도구나 시약 등, 마력이 가미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들어가는 기본 재료였기에 쟁여두면 언제고 반드시 쓸 일이 생긴다.
여차하면 팔아도 이득이었고.
문제를 찾자면 내가 마력석은 커녕 마력의 기운조차 못 느끼는 기준 미달의 인간이라는 건데, 이는 간단히 해결이 되었다.
“오다가 마력석이 보여서 주워왔어요.”
볼일 좀 보고 오겠다며 사라졌던 아멜리아가 양손에 마력석 3개를 들고 나타났다.
말투만 보면 무슨 길 가다 돌멩이가 보여서 주워왔다는 식이다.
‘김주혁, 이 인간, 마력석 숨겨 놓았다는 거 다 구라였나?’
그건 아닐 거다. 내가 찾을 때는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였으니.
이 넓은 숲에 모래사장의 바늘처럼 숨겨 놓은 마력석을 대체 어디서 저리 가져오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했다.
하기야, 아멜리아가 지닌 ‘순수마력’이라면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순수마력은 조합마법뿐만 아니라, 마력의 탐지, 제어 등 마력에 한해서는 만능에 가까운 기운이었으니까.
‘저러니까 마인들이 눈깔 뒤집어져서 생도동까지 침입을 하지.’
천우진이 ‘검의 축복’을 타고났다면 아멜리아는 ‘마력의 축복’을 타고났다고 보면 되었다.
그 탓에 마인들의 표적이 되었으니 본인에게는 축복보다는 저주 같겠지만.
“시간도 많은데 좀 쉬다 찾자.”
“아직 1시간도 안 됐는데요?”
나는 별말 없이 품에서 ‘메론빵’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다리가 좀 저린 것 같기도 하네요. 쉬다 갈까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아멜리아가 내게서 메론 빵을 받아 갔다. 바로 한 입 베어 무는 표정이 아주 행복해 보였다.
얘는 이런 단빵류에 유독 약했으니까. 특히 메론빵이라 그러면 아주 껌뻑 죽는다.
본인은 이런 자신의 풀어진 모습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칙!
나무둥치에 기댄 나는 가져온 콜라 캔을 깠다. 그렇게 우리 둘이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이야, 진짜 운 지렸다. 어떻게 저기서 마력석이 나오냐.
─하하! 그러게, 이건 우리가 무조건 1등인데?
일련의 생도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하는 내용을 봐서는 어디선가 마력석을 무더기로라도 발견한 모양이었다.
메론빵을 아껴먹던 아멜리아가 흠칫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을 마주친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둘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나무 사이로 마력석을 한 아름 들고 돌아가는 두 명의 생도가 보였다.
“마력석을 벌써 저렇게나 많이······”
20개는 되어 보이는 마력석에 아멜리아가 놀라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굳은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뺏을까요?”
말은 의문문이지만,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어떻게든 뺏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실기에선 천우진과 니콜라이한테 밀리고, 필기에서는 한세연에게 밀려서 잘 드러나지 않다 뿐이지, 아멜리아는 등수에 무척이나 민감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탓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우등생인 것이다.
그런 아멜리아였으니 특기반에서까지 밀리고 싶지 않은 건 당연했다. 이런 아멜리아의 걱정은 괜한 기우에 불과했지만.
“괜찮아, 저거 다 가짜야.”
“···예?”
내 말에 아멜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짜라고요?”
“어, 상식적으로 1시간 만에 저렇게 마력석을 많이 찾았을 리 없잖아.”
사실 이 마력석 찾기에는 함정인 ‘가짜 마력석’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가짜를 가져가면 김주혁이 ‘다시 가져오도록 하세요.’라 말하며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은 채 빠꾸시켜버리는 것이다.
내가 이걸 왜 이렇게 잘 알고 있냐면, 게임에서 저 다시 가져오란 소리를 직접 10번도 넘게 들어봐서 그랬다.
가짜면 가짜라고 말을 해줘야지, 왜 빠꾸시키는지 이유를 알려주지를 않아서, 인터넷 공략집을 뒤지게 만드는 빡이 치는 스테이지가 바로 김주혁의 ‘마력석 찾기’였던 것이다.
심지어 눈으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고, 직접 만져봐야지만 그 진위파악이 가능했다.
그조차도 보석감정 비슷한 거라 어지간해선 알아보기 어려웠고.
저기 저 두 명의 생도가 속은 것도 두 사람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다 판별이 어려워서다.
설마 1시간 만에 저 많은 마력석을 찾았을려고.
“못 믿겠으면 확인해보던지.”
반신반의하던 아멜리아는 내 말에 곧장 마법을 사용했다.
“어, 으악!”
마력석을 들고 걸어가던 생도가 돌연 나자빠졌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마력석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크으, 뭐야, 갑자기 바닥이······”
“얼른 주워! 다 굴러가잖아!”
두 생도가 혼란에 빠진 사이, 마력석 한 알이 허공을 날아 아멜리아의 손으로 쏙 들어 왔다.
워낙 은밀한 마력의 조작이었기에 두 생도는 아멜리아가 손을 썼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윽고 마력석을 확인해 본 아멜리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말 가짜네요.”
마력석에 담긴 마력은 자연적으로 쌓인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집어넣어 놓은 것이었다. 아마도 김주혁이.
참고로, 가짜 마력석은 휘발성이라 시간이 지나면 그 마력이 다 날아가 버려서 그냥 돌멩이라 보면 된다.
“알았으면 메론빵이나 마저 먹어.”
“그럴까요?”
우리는 다시금 휴식모드에 들어갔다.
***
······한편, 과제를 내준 김주혁은 의자를 가져다 앉아서 돌아오는 생도들을 무차별적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다시 가져오도록 하세요.”
“예? 이유라도 알려주시면······”
벌써 3번째 가짜 마력석을 제출한 생도가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으나 김주혁은 냉정하게 고개만 저어 보였다.
“생도가 직접 알아보고 다시 가져오도록 하세요.”
“······.”
할 수만 있다면 마력석으로 김주혁의 머리를 찍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생도였지만, 주먹만 부르르 떨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숲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성공하는 생도가 몇 안 나오겠습니다.”
돌아가는 생도를 보며 마탐과 조교수가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이건 조교수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생도들과 별개로 이터니티의 조교수나 교수에게도 성과제라는 게 존재했던 것이다.
이 성과제를 매기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생도들에게서 얼마나 학점을 잘 방어해내느냐였다.
‘학점방어’를 잘할수록 그 교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생도들의 수준 향상을 위한 목적이었으니, 변별력과 공정성이라는 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난이도 조절까지 잘 해내는 것이 능력이다.
그냥 무작정 어렵게 내면 생도 측에서 컴플레인이 쏟아져 들어와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선 타기’ 측면에서 김주혁은 도가 틀 대로 튼 교수라고 할 수 있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생도들을 뺑뺑이 돌릴 줄은 수업을 같이 준비한 조교수조차 미처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이래서야, 만점을 받는 생도가 나오기는 할지 모르겠군요.”
마력석을 10개 이상, 그것도 가짜 마력석을 배제하고 모아 와야 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는 조교수도 의문이었다.
“다시 가져오도록 하세요.”
김주혁은 무슨 녹음기라도 틀어 놓았는지 하루 종일 같은 말만 레코드처럼 반복하고 있었고······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피식피식 웃어 보이는 김주혁의 모습에 조교수가 내심 고개를 저어 보였다.
***
······숲에 들어온 지 2시간.
우리가, 아니. 아멜리아가 그동안 찾은 마력석은 무려 13개였다.
솔직히 찾은 개수로만 따지면 40개가 훌쩍 넘어갔다. 문제는 그중 대부분이 ‘가짜’라는 거지만.
“가짜 마력석이 너무 많네요.”
또 한 번 가짜 마력석에 낚인 아멜리아가 눈매를 좁혔다.
이게 겉만 봐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비유하자면 돌멩이에 마력이 담긴 게 마력석인데, 김주혁은 일반 돌멩이에다 마력을 담아서 여기저기 뿌려놓았으니까.
때문에 이게 자연적으로 생긴 마력석인지 인위적으로 마력을 담아낸 돌멩이인지를 구분하자면 일일이 만져가며 확인해보는 수 외에는 답이 없었다.
심지어 직접 만져서 확인한다 해도 마력에 대한 조예가 미숙하다면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어야 했다.
아멜리아야, 대충 만지는 것만으로도 파악이 가능한 사기캐였지만.
아무튼, 마력석은 찾아서 등급별로 분류하는 것까지가 과제였는데, 아멜리아는 별 말 없이 알아서 마력석을 척척 분류하더니 그걸 반으로 나누어 내게 건넸다.
“여기요. 상급 1개에 중급 2개, 하급 3개에요.”
“반씩이나 줄 필요는 없는데.”
너무 대놓고 날먹 하는 기분에 남은 양심을 발휘하자 아멜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저가 없어도 알아서 찾을 거였잖아요. 이 정도는 나눠야죠.”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오히려 이런 쪽은 그쪽이 더 잘할 거 같은데, 아닌가요?”
응. 아닌데?
‘마력지배자’란 프레임이 씌어버려서 그런지, 아멜리아는 날 과대평가하기 일쑤였다.
생도동 테러 이후로는 그 평가가 더욱 수직 상승해버려서 내가 실은 대마법사였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단순히 내가 더 잘할 것 같다는 이유 만으로 아멜리아가 내게 동등한 마력석을 나누어 주는 건 아니었다. 내게도 나름 역할이란 게 주어져 있었으니까.
“이 주위는 다 찾은 것 같아요. 이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여기서 10분만 올라가면 나올 것 같아.”
“신기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잘 찾는 거죠?”
아멜리아가 나를 보며 부담스럽게 눈을 반짝였다.
그도 그럴 게 마력석을 찾는 건 아멜리아가 한다지만, 그 마력석이 존재하는 범위는 내가 지정해주고 있던 것이다.
생도동의 숲은 생각보다 넓었고, 마력석은 모래사장의 바늘처럼 퍼져있어서 이를 찾자면 대략적인 범위를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 범위를 전부 꿰고 있었다.
게임에서 수차례 빠꾸 먹어가며 숲을 이 잡듯이 뒤진 전적이 있으니 그 대략적인 범위를 유추하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나머지 세세한 위치야 아멜리아를 이용해 그 범위를 한 바퀴 쭉 스캔하듯 돌게 시키면 끝이었고.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쓰레기 같네.
“좀 쉬다 갈까?”
“좋아요.”
메론빵과 보온병의 커피를 나눠 주니 쓰레기는 아닐 거다.
아마도.
세상에 이런 빵셔틀이 어디 있다고.
***
시간이 흘러 ‘마력 탐지’수업이 끝나는 저녁 무렵.
노을이 진 들판으로 생도들이 시체 같은 몰골을 한 채 모여들었다.
조교수에게 역할을 일임하고 쉬고 있던 김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판으로 걸어가니 중간에 당황한 표정의 조교수가 보였다. 김주혁이 다가가 그 손에 들린 결과지를 읽어보았다.
-마력석 탐지 합격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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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솔 【마력석 24개】
아멜리아 【마력석 24개】
일레인 【마력석 3개】
오덕성 【마력석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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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 : 마력탐지 심화
담당 교수 : 김주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