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6
§ 35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녘부터 이터니티 본관의 공원은 생기가 넘쳐난다.
새벽 5~7시.
이 시간대야말로 신선한 마력을 흡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황금시간대였으므로.
생도, 관리인, 교직원, 일반과 교수, 기타 교외에서 온 사람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력의 순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그들의 사이를 느긋하게 걸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들 사이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조차도 무심결에 나를 보았기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흠칫 놀랄 뿐, 직접적으로 내 존재를 알아차린 건 아니다.
지나가는 풍경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까. 요컨대, 나는 저들에게 있어 그저 지나가는 풍경같은 존재였다.
Lv.2의 효과이자, 무마력자인 내가 지니는 이점이었다.
“마력이 없다는 게 좋을 때도 다 있네.”
마력으로 기척을 판별하는 이터니티에서 마력을 지니지 않은 나는 당연히 존재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 낮은 존재감마저 기척 차단이 지워버리니 이게 사람인지 풍경인지 헷갈릴 수밖에.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기척차단에도 한계란 존재했다.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거나 달리는 등 격렬한 움직임까지 숨겨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아예 숨겨지지 않는 건 아니고, 기척이 어느 정도가 새어나가는 것이기에 쓸만하다는 것은 여전했다.
다만, 일정 경지 이상의 강자에게는 그 조금의 기척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해질 수 있었기에 상대를 가려가며 사용해야 했다.
그 일정 경지란, 3학년 중위권까지.
1학년 기숙사부터 3학년 기숙사까지 쭉 순방을 돌며 목숨을 걸고 알아낸 정보였다.
진짜 목숨을 걸었다.
새벽녘에 3학년 기숙사를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발밑에 꽂히는 검을 보고 식겁했으니까.
미리 긴장하고 도망쳤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붙잡힐 뻔했다.
‘2학년 기숙사는 무사통과였고.’
유스칼이나 오스틴 등, 2학년 최상위권 멤버들은 나를 알아차리는 눈치이긴 했으나, 그건 그들이 3학년 수준이기에 그런 거니 논외로 쳐야 했고.
다만, 1학년은 통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좀 애매했다.
얘네는 같은 1학년인 주제에 수준이 무슨 엿가락처럼 오락가락했으니까.
일단, 천우진은 당연히 기척차단이 안 통했고, 니콜라이나 은가예는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느낌이다.
아멜리아 같은 마법사 부류는 이런 감각 쪽으로는 취약한지 긴가민가하다는 느낌이었고.
‘한세연은 패스.’
얘는 천우진이랑 다른 의미로 안 통한다.
한세연 본인은 못 느끼는 모양이었지만, 모르도가 파악을 했으니까. 그냥 상시 방어마법을 두르고 있는 수준이다.
“그래도 확실히 좋긴 좋아.”
위에 말한 애들이 괴물 같을 뿐이지, 기척차단은 기프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사기적인 특성이었다. 무려 3학년 중하위권까지 통하는 능력이었으니까.
내가 마력이 없어서 그 시너지효과 때문에 이런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여차하면 신체가속도 있었고. 이쪽은 아직 익숙해지려면 멀었지만.
“적어도 한 달은 더 연습해야겠지.”
신체가속으로 인한 감각의 변화란 내 생각보다 적응이 어려웠다.
신체가 빨라지니 몸을 움직이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해야 할까?
쓰고 나면 그 반동으로 인해 몸에 근육통이 베기고, 탈진한 듯 늘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많아 봐야 4번. 그 이상 쓰면 피곤해서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체력 스텟 ‘4’의 한계다.
그리고 이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극복하고 연습을 하고자 나는 며칠 전부터 아멜리아의 회복마법으로 보조를 받고 있었다.
이른 새벽의 산책을 마친 내 몸이 자연스레 본관 뒤편의 매점으로 직행한다.
회복마법과 맞바꿀 빵.
빵은 필수였기에.
사는 김에 나 먹을 것도 하나 사고.
회복마법에 빵이라니, 이거 엄청 싸게 먹히는 거다.
그나저나.
“내일이네.”
월요일 방과 후, 오후 5시.
생도동 뒷 숲에서 일레인과의 마력석 탐지 승부가 있을 예정이다.
심판은 김주혁. 이 양반은 처음에는 내 편을 드는 것 같더니만, 마력석이 아까웠는지 태도가 또 돌변했다.
“뭐, 상관없겠지.”
내가 질 경우의 수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
Lv.3.
이게 말만 하급이지 3레벨이면 어지간한 저주는 다 막아주거든.
거기에 내 특성인 Lv.2와 일레인의 술식 상성을 생각해보자면?
“낙승이네.”
이번 승부는 어디까지나 ‘싸우는’게 아닌, ‘마력석 찾기’였으니까.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을 때려보며 본관 뒤편으로 향하던 내 몸이 우뚝 멈췄다.
“아, 9시부터 열지.”
매점이 열려면 아직 2시간이 남아 있었다.
***
“아암.”
메론빵을 한 입 크게 베어 문 아멜리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신기하네요, 왜 해솔이 가져오는 빵은 이렇게 맛있을까요? 제가 매점에서 사는 메론빵이랑 전혀 다른 거 같아요.”
“글쎄, 얻어먹는 거라 그런 거 아닐까?”
“음, 그런 걸까요?”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아니지.
내가 제공하는 메론 빵에는 ‘기력’이 담겨있다. 그리고 기력이란, 바꿔말하면 활력이다.
기력이란 사람이 선천으로 지니는 생명의 원천이었으니까.
간단히 말해, 싱싱한 식재료를 써야 맛이 있듯이, 활력이 담기면 그 식재료의 풍미가 살아난다는 말이다.
기력에 이런 효능이 있다는 건 나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점심에 나오는 치킨너겟에 무심코 기력을 담아서 먹어봤는데 이게 맛이 기가 막혔다.
싸우는 것보다 오히려 요리에 적합한 기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따라 들고 있을 정도이니.
하물며 아멜리아의 말을 빌리자면, 기력이 담긴 메론빵을 먹으면 뭔가 마력이 좀 더 보충되는 기분까지 든다고 한다.
아무래도 생명에 관련된 힘이다 보니 마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듯했다.
반면 아멜리아의 회복마법은 내 기력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회복마법이란 문자 그대로 피통을 충전시켜주는 능력이었으니 말이다. 기력은 생명력 즉, 피통과 밀접적인 연관이 있었고.
다시 말해 상생의 관계라고나 할까.
아무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다고, 메론빵 하나를 꿀꺽 해치운 아멜리아가 내게 회복마법을 걸었다.
화아악!
신체가속으로 늘어졌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멀쩡해졌다.
“으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회복마법이라는 거, 몸속 구석구석까지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몸이 멀쩡해도 계속 받고 싶은 안마 같다고 해야되나.
“그럼 시작할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아멜리아의 주변으로 1서클 마법, 매직 미사일이 다량으로 떠오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매직미사일들은 나를 노리고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신체 가속】
순간, 망막에 맺히는 광량이 줄어들며 시야가 어두워진다.
─────.
길게 꼬리를 늘인 매직 미사일이 지루할 정도로 느리게 날아든다.
내 신체의 ‘3배속’이 가져온 시간의 틈새였다. 그 시간의 틈새에서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나 혼자였다.
몸의 곳곳을 노리는 매직미사일 5발을 가볍게 흘리기 무섭게, 세상이 다시금 가속되었다.
퍼버버벙!
나를 지나친 매직미사일이 공원 뒤편에 내리꽂혔다.
그중 내게 닿은 것은 단 한 발도 없었다.
“정말 빠르네요.”
아멜리아가 감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신체 가속 3배속에 기력이 가미된 내 움직임은 초인을 기준으로도 놀라운 속도였으니까. 덕분에 나는 근육이 결렸지만.
그 근육의 결림에 인상이 찌푸려지다 보니, 자연스레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 블랙마켓이 떠올랐다.
없는 게 없다는, 이터니티의 모든 게 모여드는 세계 최고의 시장.
내가 그곳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사람이었다.
‘연금제약주 한세울.’
훗날 이터니티의 약재계를 삼분하게 될 3인의 초인 중 한 사람.
아직은 떠오르지 않은 그 신성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기 전에 낚아채는 것.
그를 통해 의 게임에서만 존재하는 약재들의 ‘마이너 카피’를 제작하고, 내 몸을 개선하는 것.
그게 바로 내 목적이었다.
‘언제까지 SP를 사용하면서 시약들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수지타산이 안 맞다 이거야.
퍼버벙!
날아드는 매직미사일을 가볍게 피하며 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허리 더럽게 아프네.’
***
일레인 디아즈.
그녀는 마력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과 놀라운 친화력, 그리고 명석한 두뇌를 타고났다.
유서 깊은 마법 명가, 디아즈가 출신에, 16살이 되기도 전에 디아즈가가 보유한 38개의 저주 술식 중 절반이 넘는 21개의 술식을 터득한 천재.
무엇이든 잘하고 게으름이 없으며 노력 또한 뛰어났기에 일레인 디아즈가 장차 디아즈가의 38개 저주술식을 모두 완성해 내리라는데 의심을 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런 디아즈에게 부족한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병약한 몸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체력과 작고 둔하기만 한 몸은 실습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진 이터니티에 맞지 않았다.
마물을 잡을 수 있어도 잡을 기회가 없었으며, 마력을 선보이고 싶어도 드넓기만 한 필드는 체력의 한계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결과, 실기가 포함된 모든 과목에서 일레인 디아즈가 받은 점수는 거진 ‘D’에서 ‘E’학점.
마력만을 위주로 돌아가는 수업에서 학점을 만회해보려 해보아도 그녀만큼 뛰어난 인재가 올해에는 유독 많이 몰려버렸다.
하물며 그중에서도 일레인 디아즈가 배정받은 반은 1-1반.
경쟁해야 될 상대가 너무 많았다.
이터니티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교육기관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학점을 망친 채로 이루어진 특기 수업, 마력 탐지 심화.
더 이상 뒤가 없어진 일레인 디아즈는 사력을 다해 3개의 마력석을 확보했다.
다만 운이 없으련지 여기에서조차 그녀는 점수를 내지 못했고, 낙제의 위기에 놓였다.
이터니티에서의 낙제란 곧 ‘퇴출’.
그렇기에 그녀는 김주혁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마력석 탐지 승부에서 승리를 따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대로 이터니티를 나가야 했으므로.
“준비는 완벽해.”
꿈틀거리며 뿌리를 움직이는 나무들, 뻗어나는 풀 무리.
저주를 받아 탄생한 다크우드는 마력석을 찾으려는 이해솔의 길을 막을 것이며, 길게 자라난 덩굴은 그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돌, 자갈, 바람.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저주가 되어 이해솔을 덮칠 것이다.
그뿐인가. 온갖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저주 또한 일레인의 장기였다.
이터니티에 와서 의심을 가지게 되었던 자신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일레인은 각오를 다졌다.
곁에서 이를 지켜 본 니콜라이 또한 일레인의 생각에 동의했다.
“숲에서 일레인, 네가 펼치는 저주 술식이라면 1대1의 승부로는 질 수가 없을 거다. 자신감을 가져라. 이번 내기는 싸움이 아닌 마력석 탐지니까.”
“···응. 고마워.”
싸움이라면 어렵겠으나, ‘마력석 탐지’에서라면 일레인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마력 탐지 심화’란 주어진 상황을 불문하고 마력을 탐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는 과목이기에, ‘방해’를 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주 술식을 사용하는 일레인은 이러한 방해에 있어서 타고났다고 할 수 있었다.
“날이 졌어. 그만 가자.”
니콜라이의 말에 일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터니티에서 ‘퇴출’이란 결과를 맞이할 수 없었으니까.
“···좀 더, 연습할 거야.”
어둑해진 생도동의 숲. 일레인의 마력에 숲이 물결쳤다.
검게 물든 하늘이 푸르게 개일 때까지.
···그리고, 다음날 벌어진 마력석 탐지 대결.
숲의 포박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저주를 무시하고 움직이는 이해솔의 모습에 일레인은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