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7
§ 36화
“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몰려있어?”
생도동 숲 앞의 들판. 나는 몰려든 인파를 보며 당황해 중얼거렸다.
교관을 비롯한 수많은 생도들이 들판을 빙 둘러싸고 있던 것이다.
모두가 나와 일레인의 마력탐지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인파였다.
“2학년 1위인 유스칼 아르세이를 잡아낸 사람이 펼치는 대결인데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요.”
아멜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사람 3위 아니었어? 1위라니?”
“1위와 2위가 둘 다 근접 계열 특기잖아요.마력을 다루는 쪽으론 당연히 유스칼 선배가 1위죠. 3학년까지 포함해도 유스칼 선배는 수위권에 들걸요?”
아, 그게 그렇게 되나?
유스칼, 당신 의외로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아멜리아의 설명에 새삼스레 유스칼의 위대함(?)을 깨달은 내가 혀를 내둘렀다.
하기야, 원작에서 천우진의 뽕을 채워주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유스칼인데, 그 스펙이 대단한 거야 당연했다.
그런 대단한 인간을 나는 그저 가만히 서서 이긴 거고.
하물며 내가 상대하는 일레인은 저주술식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디아즈가의 태생이다.
【마력천재 유스칼을 이긴 1학년 수석 VS 저주마법의 본고장 디아즈가의 생도!】
떡밥이 이러니 사람이 몰릴 수밖에. 나라도 궁금해서 보러오겠다.
아멜리아도 똑같이 마력석 24개를 먹었는데 왜 나만 가지고 이러냐고?
이게 다 빽없고 가문없어서 그런다.
이터니티는 가문이 깡패고 권력이고 개연성인 세계였으니까.
하물며, 로마노가는 일전의 마인 테러사태때의 동조자로 가문의 일원이었던 에드먼이 지목되는 바람에 심기가 많이 불편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다니는 김주혁이 아멜리아를 건드릴 리가.
결국, 1대1이라는 명목으로 나를 지목해버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아무튼.
“진짜 많이도 모였네.”
1학년 주임인 정해준부터 담임인 하진우, 체육교관 문호영, 그 외 교관들. 거기다 2학년 랭커인 유스칼, 오스틴, 은소백까지.
한가락 한다는 인간들은 거진 다 내 시합을 구경하러 온 듯했다. 우리 반 애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천우진, 한세연, 은가예, 니콜라이, 오진혁, 김하윤, 이순철 등······
다 모였네. 다 모였어.
마탐과는 따로 대기했기에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다만, 주변은 벌써부터 내가 일레인의 저주술식을 어떤 식으로 파해할 지에 대한 논쟁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저주마법이 발동하기 전에 술식에 간섭해서 해제시켜버리겠지.
어떻게?
─교관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해? 차라리 저주를 반사하는 게 현실적이야.
그건 또 어떻게 하는데요?
술식 해제니 반사니 하는 나하고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대는 마법과 학생들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자니, 아멜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어이없네요. 반사니, 해제라니.”
“그렇지?”
“네.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방법들이에요.”
얘가 웬일로 말이 통하지?
“처음부터 저주마법 자체를 쓰지 못하게 마력을 묶어버리면 그만이죠. 안 그래요?”
······그럴 리가 없지.
일레인이 지닌 마력의 제어권을 뺏어오면 되지 않느냐며 내게 동조를 구하는 아멜리아.
그 의혹이라곤 한 점 담기지 않은 눈빛을 조용히 외면하고 있자니 김주혁이 들판의 중심으로 나섰다.
표정이 밝은 게 자신이 맡은 과목에 이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다는 것에 기뻐하는 듯했다.
설마 저 인간이 소문낸 건가?
“흠흠, 그럼 마력석 탐지 대결에 앞서, 규칙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맞네.
“생도동 북쪽 숲으로 총 5개의 상급 마력석이 숨겨져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과목 홍보의 기회를 얻은 김주혁이 열성적으로 규칙을 설명했다.
“이 마력석을 3개 이상 제게 먼저 제출하는 쪽이 승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로 간의 방해는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마력탐지 심화라는 과목 자체가 어떠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마력을 탐지해낼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목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방해라는 개념에 ‘싸움’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건 아예 주제 자체가 어긋나버리니까.
어디까지나 마력석을 찾기 위한 ‘행동’을 계속해서 내보여야 하는 것이다.
“대전자 둘 모두 앞으로 나오세요.”
설명을 마친 김주혁이 나와 일레인을 불렀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아멜리아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응원했다. 뭘 기대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가자 김주혁이 감시마법이 내포된 브로치를 건넸다.
숲에서 벌어지는 대전이다 보니 마도구로 띄운 화면을 통해 중계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렇게, 브로치를 매단 나와 일레인이 마력석이 숨겨진 시합장소, 생도동 북쪽 숲으로 발을 내디뎠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력석을 찾는 것은 쉬웠다.
마력석이 숨겨져 있는 범위가 생도동 숲 전체가 아닌 북쪽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그람과의 동화를 사용했을 때의 마력에 대한 내 감응력은 그람의 ‘일부’에 준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여기서 일부에 불과한 이유는 그람이 지닌 능력이 내 동화율에 비례해 끌어내지는 것이기에 그렇다.
아무튼, 그 일부의 감응력만으로도 내 마력에 대한 능력은 1학년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다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상급마력석을 모두 찾는데 걸린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북쪽 숲을 다 도는데 걸린 시간이 10분 남짓이었으니까.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일레인의 ‘방해’였다.
그 시작은 첫 마력석을 회수하던 순간부터였다. 나무의 틈에 교묘하게 감춰져 있던 마력석을 찾아 든 내가 등을 돌리던 찰나.
“······!”
숲이 폭주했다. 교목의 가지가 채찍처럼 휘둘리고, 자라난 풀뿌리가 나를 노렸다.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 칼날 같은 나뭇잎.
이 모든 게 단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
【신체 가속】
찰나, 세상이 느려졌다.
먹먹한 바람 소리, 느릿하게 다가드는 나뭇가지, 풀, 나뭇잎, 자갈, 햇빛······
금방이라도 나를 몰아치려던 모든 것들이 물에 잠긴 것처럼 느려졌다.
사방을 둘러싼 그것들을 빠져나오는 것은 내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빠져나오기 무섭게 세상이 다시 가속되었다.
────────!
내가 있던 공간을 숲이 몰아쳤다. 풍경이 뒤엉킨다.
나뭇가지와 풀뿌리가 꼬이고, 자갈과 나뭇잎이 박혀 든다.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어버린 공간. 이를 바라보는 나는 처음처럼 멀쩡했다.
“···어우, 깜짝 놀랐네.”
한 번의 투덜거림을 내뱉곤, 태연하게 마력석을 들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 뒤로도 비슷한 상황이 몇 번이고 연달아 반복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몸이 둔해지고, 착시가 보이며,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독이 올라오는 등, 신체의 이상마저 나타났다.
디아즈가의 저주마법이었다.
천우진이라면 저주를 베어냈을 테고, 아멜리아라면 아예 저주를 쓰지도 못하게 마력의 제어권을 빼앗아 왔겠지만, 나는 그런 묘기 따위 부리지 못한다. 술식의 단계에서 해제하거나 저주를 반사하는 짓은 더더욱.
다만, 내게는 그런 복잡한 행위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왜냐고?
Lv.3 Lv.3 Lv.2
······그냥, 몸으로 때우면 된다.
착시를 보여주거나 감각에 혼란을 저주는 Lv.3이 새겨진 내 두터운 정신의 방벽에 허물어졌고.
독버섯을 먹은 것처럼 장이 요동치던 중독증상은 Lv.2로 인해 씻은 듯이 날아갔다.
그 외의 자잘한 저주들은 Lv.3을 지닌 내 근처를 얼씬도 못했다.
그조차도 뚫고 들어온 오한의 저주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내 컨디션만 올려주었고.
난 지금 신체 가속으로 몸이 달궈질 대로 달궈진 상태였으니까.
***
“······말도, 안 돼.”
숲의 포박과 저주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는 이해솔을 보며 충격에 빠진 일레인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그녀가 숲에 사용한 저주는 단순한 마법이 아니었다.
광란의 저주.
디아즈가가 자랑하는 38가지 저주술식.
그 38가지 저주술식 중에서도 비전이라 할 수 있는 12가지 상위 저주술식.
광란의 저주는 그 12가지 상위저주술식에 속하는 고위 마법이었다.
생명체에 상태이상 ‘광란’을 걸어 상대를 공격하게 만드는 마법.
물론, 수위를 조절했기에 살상이 아닌 ‘포박’을 목적으로 했다곤 하나, 그 포박을 빠져나간다는 건 그녀의 상식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직, 막거나 맞서서 파괴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야 했다.
사방에서 느닷없이 덮쳐드는 ‘자연’을 피한다는 건, 떨어져 내리는 빗줄기를 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즉,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해솔은 그 불가능한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네 번씩이나.
심지어, 그녀가 사용한 13가지의 저주술식조차 별다른 효력을 거두지 못했다.
분명, 이해솔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저주에 걸려드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음에도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머리로는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펼쳐지니 일레인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이해솔이 상급 마력석을 모두 회수하고 숲을 빠져나가는 광경을 일레인은 손 놓고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
이해솔의 모습에 경악을 한 것은 일레인만이 아니었다.
생도동 숲 바깥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그들의 시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된 거지? 저주마법을 막은 건가?”
“아니야. 막는 낌새는 없었어.”
“그럼 왜 멀쩡한 건데?”
“······.”
마법계열 생도들이 말을 주고받았으나, 이해솔이 왜 멀쩡한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이터니티 검성전기에만 존재하는 스킬인 ‘저주 회피’가 지닌 매커니즘은 그들이 아는 저주를 회피하는 방식과는 느낌이 달랐던 것이다.
저주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저주를 회피하는 마법을 스스로에게 걸어 놓거나, 다가오는 저주마법을 말 그대로 몸을 움직여 피해야 하는데, 이해솔은 그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저주를 받아들였는데 멀쩡하기만 하니 생도들은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반면, 전사계열 생도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은?”
“와, 저 미세한 틈을 움직여서 빠져나간다고? 무슨 종이라도 돼?”
몰아치는 나뭇가지, 나뭇잎, 자갈, 풀뿌리 사이를 기이한 움직임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이해솔의 모습에 생도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움직이는 거 자체는 형편없어 보이는데, 막상 다 피하니까 당황스럽네.”
“저건 그냥 미친 듯이 빠른 거야.”
그렇게 전사계열과 마법계열, 두 부류의 생도들이 당황해 수군거리는 와중에 교관들 또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해답을 내놓은 것은 학년주임 정해준이었다.
“마력의 벽을 상시 가용하는 건가?”
“으음, 그런 거라면 확실히 가능하겠군요.”
정해준의 말에 1반의 담임 하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의 벽은 저주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다만 마력의 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하기에, 이를 가용한 채로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려면 정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했다.
“그럼 저 포박을 피하는 움직임은······”
“무아지경에 가까운 상태였겠지.”
“으음.”
“하여간, 매번 놀라게 하는군.”
마력석을 들고 복귀하는 이해솔을 보며 정해준이 혀를 내둘렀다.
***
한편, 김주혁에게 마력석을 넘기는 것으로 대결에서 승리한 나는 뜻밖의 난관에 봉착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천우진 쟤랑 수업을 같이 들으라고요?”
나는 내 앞을 막아선 금발의 소녀, ‘검의 마녀’ 노아 맥도웰을 보며 물었다.
“응, 이거 아무한테나 하는 제안이 아니야.”
아무한테나 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노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의 가르침을 들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현직에서 일을 내려놓고 맨발로 달려올 사람만 수만 명이 넘어가는 것이다.
세계 정상급 초인의 가르침이란 그런 것이었다.
하물며 노아는 무려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그 자리를 유지해온 초인이었다.
그런 이의 가르침이란 당연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노아는 지금 그런 가르침을 내게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가 거절하리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는지 노아의 표정에는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그리고,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죄송하지만 사양할게요.”
미쳤다고 누가 노가다를 사서 자처해?
퀘스트 깨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