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7
§ 46화
도서관 귀신 출몰 에피소드.
이건 이터니티 게임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에피소드다.
마력과 사념이 결합한 ‘정신체’인 귀신은 정신력이 약한 생도가 마주하면 그대로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린다.
심지어, 정신체라서 물리공격도 안 통하고, 마력도 제대로 먹혀 들지 않는다.
잡으려면 마력을 영기로 치환해 사용하는 ‘샤먼’이 필요한데, 마이너 취급 받는 샤먼이 학생들 사이에 존재할 리 만무하다.
여기선 이형(異形)의 존재 따위 아무렇지 않게 베어버리는 검성의 자질을 가진 주인공인 천우진만이 유일하게 귀신을 벨 수 있다.
하지만 귀신은 신출귀몰한 존재이기에, 이를 붙잡아 두려면, 일레인의 ‘저주속박’마법이 필수다.
일레인이 귀신을 붙잡아 두는 사이 천우진이 귀신을 베어 버리며 끝나는 에피소드.
그렇게 호흡을 맞춘 일레인과 천우진의 우정이 싹튼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이게 타임어택 퀘스트라는 거지.”
퀘스트 해결이야 둘째 치고, 제한 시간 내에 귀신을 못 잡으면?
도서관에 있는 생도들이 전부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린다.
생명에 지장이야 없지만 ‘정신력’이 바닥이 난 생도들은 몇 날 며칠이고 후유증에 시달린다.
대체적으로 ‘현기증’ ‘빈혈’ 등의 증상들.
아카데미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 진단으로 정신력과 체력 부족을 꼽고 나온다.
마력 위주로 돌아가던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이 체력단련 위주로 돌아가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
체력 ‘4’인 내게 있어서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 끔찍한 재앙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시간이 지나서라도 동자귀를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동자귀를 못 잡고 퀘스트가 실패하면?
기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다 같이 죽는다는 전원 몰살 엔딩이다.
동자귀는 그대로 도서관을 벗어나 아카데미를 활보하게 되고.
아무튼, 퀘스트를 깬다는 전제 하에 발생하는 후폭풍을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은 바로 생도들의 ‘후유증 제거’다.
어차피 쓰러질 놈은 알아서 쓰러지게 되어 있으니 기절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기력으로 어찌 해결이 될 것 같긴 한데.”
빈혈이나 현기증같은 후유증이야 기력을 보충해주면 싹 날아가니까.
만약을 위한 보험이라 해봤자 한세울의 포션이면 충분하겠지.
물론 공짜는 아니고, 돈 받고 돌리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후유증 해소’라면 공산품 가지고는 어림도 없고, 제대로 된 포션을 돌려야 된다는 건데······‘
이게 또 돈이 장난 아니게 깨진다.
생도들에게 파는 과정에서 돈이야 걷으면 그만이라지만, 생산 과정이 문제다.
공방에 틀어박혀서 가게 운영을 개판으로 한 한세울에게 포션을 대량으로 만들 만한 자금이 있을 리는 만무했으니까.
“돈이라······”
돈 하니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금발. 메론빵. 그리고 아멜리아.
계획은 완벽했다.
***
방과후 기숙사 매점.
단과류 코너.
“···그러니까, 포션에 투자를 하라고요?”
아멜리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기가 막힌 장인을 찾았거든.”
“돈을 투자할 만큼 대단한 사람인가요? 그 연금술사가?”
“장담하는데 그거 투자하면 나중에 제약계 점유율 일할 정도는 네 거가 될걸?”
거짓말이 아니다. 내가 추천하는 연금술사는 한세울이었으니까. 아멜리아가 자금만 대준다면야 한세울의 업계 데뷔가 더 빨라질 수 있었다.
물론, 아멜리아는 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는 아니었다.
“음, 해솔이 말할 정도면 실력은 확실하겠죠.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아멜리아가 미안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만 투자를 추진하는 건···엇, 앙.”
매대에 있던 메론 빵을 뜯어 말을 하는 아멜리아의 입에 한 입 물려 넣었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앙.”
기력 차징 풀로 두 입.
“우움··· 조, 좋아요. 한 번 실력을 확인해보는 것 쯤은 괜찮겠죠. 하지만 쉽진 않을 거예요. 제 포션 고르는 입맛이 좀 까다롭거든요.”
메론빵을 물고 말하니까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만······ 아무튼.
“일단 확인만 해보면 돼.”
블랙마켓에 갔다 온 지도 4일.
전날, 한세울로부터 붉은 단약을 완성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거 살짝 뜯어서 물에 타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뭐, 거기까지는 한세울이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여명의 수호자쪽 후원자 등록을 허락하셨더라고요?”
“준다는데 받아야지.”
“···흐음, 그거야 그렇죠.”
그렇다면서 입은 왜 삐죽이는 건데.
“아무튼 좋아요, 준비되면 가보도록 하죠.”
“그래. 고맙다.”
“다시 말해두지만 제 입맛은 까다로우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않으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알았다니까.
***
다음 날, 토요일 오전 11시.
블랙마켓 1층, 다운 타운의 메인홀.
“정말 이런 곳에 실력 있는 연금술사가 있다고요?”
“어, 가보면 알아.”
대낮부터 호객꾼이 판치는 1층의 혼잡함에 아멜리아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아멜리아를 데리고 1층의 워프장소인 광장을 빠져나오자, 검은 양복을 차려 입은 이들이 다가왔다.
그중 앞에 선 중년의 남성은 상당히 낯이 익었다.
“어? 그쪽은······”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모시러 왔습니다. 타시죠. 연금제약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검은 세단의 차 문을 열며 말을 하는 이는 내게 맞고 기절했던 바저드 길드의 길드장 하재명이었다.
한세울에게 오늘 간다는 연락을 넣었더니 하재명이 데리러 온 것이다.
그날 이후로 바저드길드는 한세울의 가게를 자처해 경호를 할 만큼 아주 깍듯해졌다니까.
노블레스가 블랙마켓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만큼이나 컸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제 친구요.”
“아, 친구분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하재명입니다.”
묻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하자, 하재명이 눈치껏 반응했다.
“가죠. 타.”
나는 아멜리아를 데리고 세단으로 들어갔다. 타라는데 타 줘야지.
이런 건 사양하는 거 아니다.
***
하재명의 차를 타고 도착한 연금제약 한울.
“연락 주시면 모시러 오겠습니다.”
“고마운데 안 와도 돼요. 바로 갈 거니까.”
“아, 예.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블루마블을 보여주며 말하자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 하재명과 길드원들이 차를 타고 떠났다.
“1층의 길드도 알고 있었어요?”
“어, 며칠 전에 블랙마켓 들렸다가.”
아멜리아의 물음에 답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곤 공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렇게 잠시 후, 한세울이 잔뜩 떡이 진 머리를 한 채 나타났다.
붉은 단약을 제조하라 했더니 씻지도 않고 내내 틀어박혀 있던 모양이다.
“하하, 해솔님. 오셨습니까.”
“예, 사일 만이네요.”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공방에서만 지내다 보니 날짜 감각이 없군요.”
머리를 긁적인 한세울이 내 옆을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옆에 계신 분이 로마노양이신가 보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멜리아 로마노예요.”
“한세울입니다.”
두 사람이 통성명을 나눈 뒤, 아멜리아에게 잠시 기다리라 한 나는 한세울과 함께 공방으로 들어갔다.
“붉은 단약은 어디 있죠?”
“여기 있습니다.”
“오.”
한세울이 건넨 것은 작은 나무상자였다. 그 안에 붉은 단약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붉은 단약(열화)】
-복제술사 한세울이 만든 이터니티의 붉은 단약이다. 복용 시 10분간 체력을 4 상승시켜준다.
“총 8알입니다.”
“와우, 좋네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원본인 붉은 단약보다 상승시켜주는 수치는 1이 낮은 4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수치였다.
이 세상의 비약인 포션은 아무리 좋아봤자 스텟을 1~2정도 밖에 상승을 시켜 주지 못하니까.
붉은 단약은 그야말로 존재할 수 없는 사기적인 비약인 것이다.
고작 8알에 불과했지만, 한세울이 있으니 얼마든지 계속 만들어낼 수도 있었고.
“아멜리아한테 줄 포션은 만들어 놨죠?”
“물론이지요. 당연히 준비해 놓았습니다.”
한세울이 붉은 물이 찰랑이는 기다란 유리병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전날 말해두었기에 그도 아멜리아가 투자를 결정하러 올 것을 알고 있던 것이다.
물론 한세울이 준비한 것은 붉은 단약은 아니고, 그보다 등급이 한참 떨어지는 포션이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 충분하겠지.
“잠깐 줘볼래요?”
“예.”
포션을 받아 든 나는 거기에 기력을 불어넣었다. 요즘 포션은 효능 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야 잘 팔리는 시대였으니까.
“여기요.”
내가 잠깐 들었다가 다시 넘겨주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한세울.
“가죠.”
“아, 예.”
공방을 나오자, 가게 안을 둘러보던 아멜리아가 다가왔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요. 다 공산품이에요.”
“그걸 눈으로 보면 알아?”
“예, 당연하죠. 비약 정도야 마셔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색감이나 향이 다르니까요.”
더 칭찬해 달라는 듯 아멜리아가 자랑스레 지식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아멜리아를 띄어주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놀랐다.
얼마나 많이 마셔봤으면 포션의 색감을 구분하는 거야? 내 눈에는 죄다 붉은색 물약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이건 뭔 와인 감별사도 아니고.
이게 금수저인가? 뭐, 아무튼.
“파는 거야 공산품인데, 저 사람이 만드는 건 달라.”
“해솔이 말하는 거면 그렇겠죠. 여기까지 왔으니 확인도 해봐야 하고요.”
“여기 있습니다.”
한세울이 건넨 포션을 흔들어본 아멜리아가 눈매를 좁혔다.
“흐음, 확실히 이건 다르네요.”
이윽고 포션의 뚜껑을 따자 그녀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어?”
“거봐, 다르지?”
역시 한세울. 포션의 마개를 따자마자 진한 비약의 향이 흘러나왔다.
“으음······”
냄새를 맡던 아멜리아가 포션을 조심스럽게 들이켰다. 그리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건···! 무조건 투자하겠어요! 아니, 유통 계약도 바로 할 수 있을까요?”
“예? 유통하기에는 아직 설비나 생산량이······”
“말씀만 해주세요, 필요한 건 모두 가져다 드릴게요. 인력이나 시약 조달도······”
어떻게든 붙잡겠다는 듯,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조건까지 내려놓는 아멜리아.
바로 본사로 전화까지 하는 게 하여간 추진력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됐네.”
거대길드, 별의 성좌의 투자.
연금제약 한울이 날아오를 시간이었다.
***
아멜리아는 그 자리에서 한세울과 투자부터 필요한 설비나 인력, 유통계약까지 전부 체결했다. 그 덕에 다행히도 귀신 소동 전까지 포션을 모으는 건 어찌 해결되었다.
이걸로 생도들이 후유증에 시달려서 ‘체력단련’이 일상이 되는 불상사는 막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퀘스트를 깰 방법이 없다는 거지.”
나는 떠오른 알림창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브퀘스트 : 이터니티 제1 도서관의 동자귀를 없애세요!]-검성의 올곧은 검은 모든 이형(異形)의 존재를 벨 수 있습니다. 동자귀를 베어내어 생도들을 위협으로부터 구하세요!
[보상 : 1000SP, 불사조의 포만감 3%]“뭐 어쩌라는 거야.”
노아랜드 들어가서 천우진 데려와?
잠깐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불 끄자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다.
들어갔다가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데, 미쳤다고 거길 왜 들어가.
문제는 주인공 전용 퀘스트이니만큼, 귀신을 잡을 수 있는 열쇠가 오직 천우진 뿐이라는 거다.
그 열쇠가 없는 이상 귀신은 때려 죽어도 못 잡는다. 변변찮은 직업군 취급조차 못 받는 샤먼이 아카데미에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문이 잠겼으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긴 했다.
좀, 많이 무식하긴 했지만.
***
귀신.
우연찮게 내뿜은 무작위 사념 중 하나가 마력과 뭉쳐 탄생하는 정신체.
따라서 그 성격이나 유형 또한 다양하지만, 이 녀석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순수하다는 것. 하지만, 순수하다고 해서 그게 사람에게까지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들은 그저 순수한 의도를 지니고 사람에게 접근하지만, 그 순수한 의도가 사람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치니까.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농밀한 마력이 뭉쳐 탄생한 정신체이니만큼, 정신력이 약한 생도는 귀신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혼절하거나 의욕의 저하가 일어나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도서관에 나타나는 귀신은 ‘악영향’을 넘어서, 재앙을 흩뿌리고 다니는 존재였다.
[추억 놀이]라는 개념을 근원으로 탄생한 어린 동자귀.어떤 미친놈이 상상한 사념이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은 그냥 재앙덩어리다.
생떼를 쓰는 걸 넘어서 생도들을 데리고 게임을 시작해버리니까.
게임에서 탈락하면?
바로 기절이다.
***
도서관 귀신 소동의 당일.
······중간고사를 4일 앞둔 제1 도서관 야자시간. 1학년 생도들이 야자를 하기 위해 모여든다. 야자의 규율을 잡는 건 우등생 니콜라이.
“저기, 니콜라이. 나 오른쪽 창가에 앉고 싶은데.”
“안 돼. 좌우 균형이 안 맞다.”
“응? 규, 균형?”
“그래. 너가 오른쪽으로 가버리면, 좌열이 35명, 우열이 37명이 되어버린다.”
“···으응.”
그게 무슨 문제지? 여자 생도는 강렬한 의문을 느끼면서도 단호한 거절에 어깨를 늘어 트리곤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니콜라이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36명, 36명 딱 맞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고 보면, 그가 이렇게 ‘균형’에 집착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 한국에 와서 처음 겪게 된 사소한 놀이가 발단이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때는 몸의 ‘균형’이 흔들려서 붙잡혔고.
숨바꼭질을 할 때는 숨어있다가 가슴이 콩닥거려서, 불규칙적인 숨소리 때문에 걸려버렸다.
얼음 땡에서는 얼음을 외치고 움직여서 술래가 된 적도 있다.
집안의 영향으로 사소한 것 하나 가볍게 못 넘어가는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닌 니콜라이에게 한국의 이러한 놀이 문화는 충격이었고, 인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시답잖은 생각에 피식 웃으며 니콜라이가 자습서를 펼쳤다.
그렇게 야자가 시작된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술래를 제외한 모두가 기절하는,
전원 사망이 예정된 야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