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
§ 52화
“크윽! 어떻게···?”
쓰러진 니콜라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을 텐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마인을 죽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라고.”
“윽.”
낭패 어린 표정을 짓던 니콜라이가 달려온 의무대원들과 함께 퇴장하자, 곽진호가 홀로 남은 천우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를 잡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둘 다 몸을 던졌어야지···라고 말하고 싶다만, 솔직히 조금 위험했구나.”
까딱하면 못 빠져나올 뻔했어. 곽진호가 뒷목을 긁었다. 하지만, 그 장난스러운 제스쳐에도 천우진은 굳은 표정을 풀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곽진호가 어떻게 폭격에서 몸을 빼냈는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니콜라이에게 몰리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몸을 빼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니콜라이를 상대해주고 있던 것이다.
그 자신감은 기프트나 속임수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한 기량이 압도적이기에 보일 수 있는 여유였다.
타앙! 타앙! 타앙!
순간, 곽진호를 노리고 시가지 옥상에서 마력의 탄환이 가차 없이 내리꽂혔다.
“이크.”
곽진호가 탄환을 피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으나, 빗발치는 탄환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기에 그는 결국 몸에 마력을 둘렀다.
마력이 10%로 제한당해 가용할 수 있는 마력이 적은 곽진호에게 방어로 마력을 돌린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과연, 곽진호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이거, 빨리 끝내야겠구나.”
“오시지요.”
천우진이 검을 겨누자, 탄환을 마력으로 받아내며 곽진호가 몸을 웅크렸다.
“그럼.”
이내 무릎을 펴며 곽진호가 천우진에게 돌진했다.
콰앙─!
지면이 과자처럼 부숴져 나가며 그의 몸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천우진이 마주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앙! 쾅!
주먹과 검이 부딪혀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음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그러한 격전의 와중에도 탄환의 세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느껴지지 않는 탄환은 천우진을 제물 삼아 곽진호를 사냥하려는 듯 피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빗발쳤다. 그에 동조하듯 날아드는 다량의 불덩이들.
콰앙! 콰아앙!
팀원의 의도를 알아차린 천우진이 물귀신처럼 곽진호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천우진을 매달고도 곽진호는 불덩이들을 잘만 피해냈다.
단순한 실력의 격차만이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움직임이 천우진을 자연스럽게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만든 것이다.
물론, 그러한 기가 막히는 능력조차도 광범위 공격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두 사람을 포함한 주변 일대를 날려버리려는 듯, 낙뢰처럼 내리꽂히는 푸른 탄환.
“쯧!”
혀를 찬 곽진호가 마력을 듬뿍 담아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검신으로 주먹을 막은 천우진이 뒤로 튕겨 나갔다.
콰아앙!
곽진호가 몸을 빼기 무섭게 지면을 강타하는 마력의 탄환.
포탄이 떨어진 것처럼 지면이 움푹 파여나갔다. 그 무식함에 곽진호가 혀를 내둘렀다.
“이거 참, 요즘 애들은 가차 없군.”
보호마도구를 착용하고, 시가지 밖에 의무반을 대기시켜놓는 등, 안전 대비를 철저히 했기에 문제가 없다곤 하나, 이렇게 망설임 없는 결단성이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한 것은 곽진호 그 자신이긴 했으나, 설마 이 정도로 무자비하게 나올 줄은 그조차 미처 예상치 못했다.
이렇게 못 할까 봐서 충고를 준 것인데, 충고가 무색하리만치 과감했던 것이다. 아예 동기생조차 함께 날려버릴 기세였으니까.
“무슨 원한이라도 진 것이냐?”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천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마력을 10%밖에 쓰지 않는데도······’
이런 격차란 말인가?
곽진호가 마력을 제한한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졌건만, 그건 엄청난 오산이었다.
그도 그럴 게, 곽진호의 10% 마력은 단순한 10%가 아니었다.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그 몇 배에 달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연습에서조차 시도하기 어려운 그 마력의 운용을 곽진호는 매 순간순간, 숨 쉬듯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던 것이다.
은가예가 하는 것을 보긴 했으나, 이건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곽진호의 마력은 막으면 막을수록 그 위력이 배가되었다.
‘······마력을 증폭시키는 기프트.’
들어본 적이 있었다.
곽진호의 공격은 연계에 들어가면 그 위력이 계속해서 배가된다고.
공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강해진다니, 근접전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도 사기적인 기프트였다.
한세연과 아멜리아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천우진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을 게 분명했다.
그때, 곽진호가 팔을 붕붕 휘둘렀다.
그에 따라 곽진호의 팔에 맺힌 마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총탄과 마법이 빗발쳤으나, 그 마력의 역장에 모조리 튕겨 나갔다.
“이만 먼저 퇴장해라.”
곽진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전을 멈춘 주먹이 휘둘러졌다. 백색의 마력이 천우진의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
“내 이럴 줄 알았지.”
곽진호의 주먹을 막고 시가지 멀리 나가떨어져 버리는 천우진.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도망치는 듯보였지만, 이걸로 전위는 전멸했다고 봐야했다.
시험이 시작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니콜라이와 천우진, 두 사람이 무력화된 상황에 내가 투덜거렸다.
“무슨 놈의 학교가 중간고사에 전쟁영웅이 나오냐.”
이건 튜토리얼하는데 중간보스가 난입한 격이다.
곽진호의 초인랭킹은 328위라지만, 이는 초인협회에서 지정한 숫자에 불과했으니까.
당장 곽진호보다 순위가 높은 초인 중에는 마인과의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도 수두룩했던 것이다.
순간적인 상황판단이나, 전투 경험을 따지자면 곽진호의 랭킹은 328위보다도 훨씬 윗줄이었다. 초인랭킹은 싸움랭킹이 아니었으니까.
하물며 곽진호는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다.
연격에 따라 마력이 증폭하는 그의 기프트를 생각하자면 근접전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그건 10%라는 마력 패널티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니까.
그래도 발을 묶어놓고 폭격을 날리면 될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천우진이나 니콜라이는 발을 묶어놓는 것조차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두 사람이 못한 것이 아니었다. 기량의 차이가 그만큼 압도적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두 사람이 쓰러졌지만 나는 딱히 위기를 느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 시험은 곽진호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었다.
그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한 방이라도 먹이기만 하면 승리한다는 조건이다.
그렇다면 내게도 방법이 존재했다.
불사조의 열기와 내 기척 차단, 신체 가속. 그리고 이카루스의 반지의 항마력을 잘만 활용한다면 승산은 충분했다.
그걸 위해 팀원을 돕는 대신 열심히 함정을 팠으니까.
5분도 버텨주질 못해서 제대로 된 함정을 팠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시가지 구석에 그람의 단검을 내려놓고, 불사조의 불길을 꺼지지 않게 바닥에다 잘 지펴놓은 나는 아멜리아부터 찾았다.
내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무엇보다 아멜리아가 필수였으니까.
곽진호를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선 아멜리아의 마법을 이용해 함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내 작전을 들은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정말 될까요?”
“걱정 마, 되니까.”
나는 그람의 단검이 비치된 자리마다 불사조의 불길을 이용해 ‘가짜 기척’을 만들어놓았다. 이를 이용해 곽진호를 속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함정에는 마법을 이용해 흙이나 돌로 된 사람의 인형을 만들어달라고 아멜리아에게 부탁했다.
이전의 함정들과 달리 열기에 형태가 느껴지면 곽진호는 그것이 진짜라고 착각할 테니까.
아멜리아는 이 급조된 방식에 과연 곽진호가 속아줄지 반신반의했지만 내 판단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불사조의 불은 단순한 불씨가 아닌 ‘생명의 불길’이었으니까. 이는 사람의 생기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속이기에는 딱이지.’
그렇게 내 위치를 속이고, 기척차단을 이용해 매복해 있던 내가 신체 가속을 통해 곽진호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물론, 타격을 먹이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곽진호의 신체에 단 한 번만이라도 접촉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카루스의 반지의 항마력을 이용해 곽진호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봉인’해버린다면, 곽진호는 무방비 상태가 될 테니까.
그 잠깐의 빈틈을 노리면, 내 승리였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움직이자.”
“네.”
어느새 시가지 중앙을 빠져나오기 시작한 곽진호를 본 내가 아멜리아의 손을 잡았다.
Lv.2가 발동하며, 우리 둘이 자취를 감추었다.
***
“대단하군.”
곽진호는 시가지를 걸으며, 연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까부터 그를 노리고 탄환이 날아들고 있었으나, 그 탄환의 시작점을 특정짓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매복 위치를 찾았다 싶어서 달려가면 어느새 다른 곳에서 탄환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 사격의 간격이 짧다면 위치를 찾기가 쉽겠지만, 한세연은 그조차도 철저히 계산하고 최대한의 효율로 위치를 옮겨가며 사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마인과의 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공적을 올린 곽진호의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수준급이라 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
타앙! 타앙!
“머리, 신체능력, 사격솜씨, 모든 게 전부 뛰어나다.”
빗발치는 총알을 마력을 두른 팔로 쳐내며 곽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거리, 위치계산이다.
그가 지닌 10%의 마력으로는 마력을 방어하는데 돌리면 속력을 내지 못한다.
한세연은 그 속력을 감안해 몸을 뺄 수 있는 거리까지 계산하고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이다. 곽진호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판단력이었다.
“다만······”
곽진호가 바닥을 박차고 내달렸다.
몸에 둘렀던 마력이 걷히며 총알이 그의 전신을 파고든다.
곽진호는 이를 개의치 않고, 달리는데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전투 경험이 떨어져.”
“!”
한세연이 순식간에 나타난 곽진호를 보며 눈을 크게 뜬다.
콰아앙!
곽진호의 주먹이 한세연을 그대로 강타했다. 팔을 들어 이를 막은 한세연이 골목 너머로 튕기듯 날아갔다. 공격을 추진력 삼아 몸을 뒤로 날린 것이다. 그러곤 등을 돌려 순식간에 골목 너머로 달려 사라졌다.
“······허.”
이를 기가 막히다는 듯 멍하니 쳐다보던 곽진호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후 2시 25분]시험이 종료되는 2시 50분까지 앞으로 25분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 내에 서로가 끝나지 않으면 ‘무승부’. 다만, 곽진호는 그런 애매한 승부를 볼 생각이 없었다.
지금 한세연을 쫓아간다면 시간 내에 못 끝낼 공산이 컸다.
“우선, 잡기 쉬운 녀석들부터.”
어깨에 박힌 탄환을 빼내며, 곽진호가 시선을 돌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에서 ‘인기척’이 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곽진호는 인기척을 따라 걸었다. 순간 건물의 사이에서 날아드는 단검.
이를 쳐낸 곽진호가 단검이 날아든 자리로 달려갔다. 그러곤 눈살을 찌푸렸다.
“······가짜라고?”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푸른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인기척’이라고 느낀 것은 이 불길의 열기였던 것이다. 그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다시금 인기척이 느껴졌다.
곽진호가 인기척을 찾아 건물 사이를 벗어나자 이번에도 단검이 날아들었다.
단검을 쳐내고 달려가니 전과 같은 불길이 곽진호를 반겼다.
“······허.”
헛웃음을 흘리고 있자니 웃기게도 근처에서 또다시 인기척이 느껴졌다.
“유인하는 건가? 재미있군.”
곽진호는 그렇게 총 4번이나 가짜 인기척에 속았다.
“별 꼼수를 다 부리는구나.”
불길을 발로 눌러 끄던 곽진호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시야에 가린 건물의 담장 너머. 이전과 다른 열기가 감지되었다.
“인기척을 속이려면 형태까지 속였어야지.”
이전의 기척들과 달리, 담장 너머의 기척은 또렷한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느긋하게 걸어간 곽진호가 담장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찌푸렸다.
담장 너머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닌 불길에 휩싸인 흙무더기 인형이었다.
혀를 차던 찰나, 곽진호가 몸을 번개처럼 반전했다.
퍼억!
누군가 그의 주먹에 맞아 떨어졌다.
“후핫, 뻔하구나.”
엉덩방아를 찧은 채, 팔목을 부여잡은 생도는 이해솔이었다.
곽진호는 흙무더기를 발견하기 무섭게 이해솔이 등 뒤에서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기습이었는데, 그걸 용케도 막아낸 이해솔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뚜벅뚜벅 걸어간 곽진호가 이해솔의 앞에 섰다.
그리고.
덥썩.
“잡았다.”
그의 발목을 잡은 이해솔이 씨익 웃었다.
“!”
***
Lv.2는 상대를 공격하려는 순간, 효력이 끊긴다.
순전히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과연, 몸을 숨기고 있던 내가 공격하려는 마음을 먹기 무섭게, 기척을 알아차린 곽진호가 기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러왔다.
팔목으로 이를 막고 넘어지니 뚜벅뚜벅 다가드는 곽진호.
기력을 둘렀음에도 부어오른 팔목이 아팠지만,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곽진호가 다가오는 것만을 주시했다.
세 걸음.
딱 세 걸음만 더 앞으로 다가오길.
뚜벅.
그렇게, 곽진호가 세 번째 걸음을 때었을 때.
【신체 가속】
찰나, 망막에 맺히는 광량이 줄어들며 세상이 어두워진다.
─────.
땅에 내려지는 곽진호의 걸음이 지루할 정도로 느려진다.
그 신체의 가속이 가져온 시간의 틈새에서 내가 손을 뻗었다.
덥썩.
“잡았다.”
곽진호의 발목을 잡은 내가 씨익 웃었다.
다시금 가속되는 시간.
나는 곧장 이카루스의 반지의 항마력을 일으켰다.
의아한 표정을 짓다 항마력이 몸을 침식하는 걸 느꼈는지 흠칫 표정이 굳어지는 곽진호.
그가 항마력을 밀어내고자 했으나, 이미 늦었다.
위이이잉─
어느새 길가에 모습을 드러낸 한세연의 총구에 맺혀 드는 푸른 마력.
화르르륵─.
골목에 서 있던 아멜리아의 손 위로는 조합마법의 정수 가 피어올랐다.
뚜벅.
뒤이어 나타난 천우진.
녀석의 검이 곽진호를 겨눴다.
“···이거 참.”
삼방에서 나타난 이들을 보며 곽진호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