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6
§ 55화
“···왜 나왔어?”
느닷없이 나타난 한세연을 보고 당황한 내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스마트폰, 놓고 왔길래 갖다주려고.”
“······.”
건네주는 스마트폰을 얼떨결에 받아들자 한세연이 불사조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데, 저 새는 뭐야? 몸에서 푸른 불을 뿜네, 신기하다.”
“···어, 불이 붙은 게 아닐까?”
“아닌 거 같은데?”
“······.”
야. 새끼야, 빨리 불 안 꺼?
콕콕! 콕콕!
적마석을 쪼아먹느라 바쁜 불사조는 이쪽을 신경도 안 썼다.
“흐음.”
눈을 빛낸 한세연이 불사조에게 다가갔다.
“야, 위험······!”
나는 경고를 주려했다. 우리 불사조는 성질이 아주 더러워서 밥 먹을 때 누가 건드리면 바로 불을 내뿜는다고. 그런데.
“······어?”
“찌르르르!”
한세연이 다가가자 적마석을 쪼아먹다 말고, 바로 한세연의 어깨 위로 폴짝 뛰어올라 머리를 비비는 불사조.
······뭐지?
그 무지 친한 척을 해대는 광경에 내가 눈을 깜빡였다. 한세연도 놀랐는지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싱긋 웃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네.”
그런 놈 아닌데··· 지나가던 개만 보여도 머리를 쪼아버리는 성질 더러운 앤데······
“찌르르!”
그런데, 찌르르? 쟤가 저런 소리도 낼 줄 알았나?
하도 까악까악거려서 실은 불사조가 아니라 까마귀 새끼가 아닌가 의심까지 하고 있었는데······
“허.”
새 새끼가 내숭을 떨어대는 광경에 나는 하도 기가 차서 입을 벌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한세연이 모르도를 소환하는 게 아닌 이상 불사조하고 상성을 타지 않는다는 거다. 한세연 자체는 조금 특별하다 뿐이지 순수한 인간이었으니까.
한세연도 저놈이 불사조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고.
그도 그럴게, 대중매체에 나오는 불사조는 언제나 크고 웅장하고, 근엄한데, 우리 불사조는 근엄과는 거리가 먼 먹보인데다 아직 새끼라서 매칭하기가 어려웠다.
하물며 특징도 조금씩 달랐다.
보통 불사조는 육체 자체가 ‘불’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 불사조는 필요에 따라 몸에서 불을 일으킨다뿐, 상시 불을 두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한세연이 눈치 챌 가능성도 있었기에 나는 재빨리 불사조를 불러들였다.
“야, 빨리 안 내려와?”
“더 있고 싶은 모양인데?”
“끼르르!”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을 안 하더니 한세연이 손등을 내밀자 깡총 뛰어서 이동하는 불사조.
주인인 나보다 한세연을 더 잘 따르는 모습에 웬지 모를 배신감이 올라왔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레벨업시켜 준 게 누구인데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넌 이제 적마석 없다.’
그때, 불사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한세연이 물어왔다.
“얘는 이름이 뭐야?”
“파랑이.”
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던졌다. 불사조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순간 불사조가 나를 째려봤다. 어쩌라고?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끼르르르!”
한세연의 칭찬에 불사조, 파랑이가 고개를 젖히고 지저귄다.
그 모습을 나는 그저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
한세연은 다행히도 끝까지 파랑이가 불사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환수계열은 그 종이 방대했기에 현대에 와서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았던 데다, 그 뒤로 파랑이도 행동에 조심했기에 들킬 염려는 없던 것이다.
그나저나, 불사조, 아니. 파랑이가 한세연을 굉장히 잘 따르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얘는 그냥 여자라면 다 좋아하고 보는 놈이었다.
일반 새처럼 기운을 지우고 데리고 나간 공원에서도, 지나가던 여생도들이 만져주니까 아주 좋아 죽으려 했으니까.
유독 한세연을 잘 따르는 걸 보면 새 주제에 취향을 타는 듯했지만.
아무튼, 불사조의 ‘진면목’을 한세연이 목격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어영부영 잘 넘어갔다.
······그렇게 아찔한 순간으로부터 일주일. 우리 반의 축제 준비는 나름 잘 흘러갔다.
학종이야, 반 아이들에게 접게 시키니 금방 쌓였고, 공연 쪽은 아멜리아, 요원 일은 한세연이 알아서 해주었기에 내가 할 일은 가끔 부족한 일손을 거드는 정도였다.
근데, 이게 말이 무대지, 마법이 가미되니까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일반 문화제가 무대의 배경을 그림이나 장식으로 꾸미는 게 다라면, 이터니티에서는 진짜 나무와 돌을 가져다가 배경으로 삼아버렸으니까.
무대가 되는 학생광장의 어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화려한 장식이 달린 거대한 나무와 그 주위로 돌들이 곳곳에 쌓였다. 저게 다 우리 1반의 작품이다.
저 나무를 공수한다고, 학급 전체가 필드에 들어가서 나무를 찾아 들고 오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물론, 다들 그렇게 열성인 건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자칭 연출 감독겸, 팀장으로 나선 아멜리아의 제안에 진행된 작업이다.
“그런데, 저 나무는 무슨 의미가 있냐?”
“천 마리의 학이 나무의 가지마다 앉아 있다가 무대의 클라이막스에 화려한 비상을 시작하는 거예요. 앞으로 있을 생도들의 미래를 축복하는 의미를 담고 있죠.”
어때요,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아멜리아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긴, 화려하긴 하겠다.”
공감이 갔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색색의 마법등을 내건 천 마리의 학이 날아다니는 광경은 확실히 장관일 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떨어진 학 종이를 펼치면 그 안에는 한가지씩 명언과 같은 보기 좋은 글귀가 담겨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몇 개만 접어서 날리는, 무대에 곁들일 작은 파츠에 불과했던 학종이가 아멜리아가 연출을 맡으면서 무대의 대미를 장식할 소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그 바람에 저 학들을 만든다고 반의 생도들이 각자 학을 25개씩 접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야 했지만, 반대하는 생도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 합동공연에서 1위를 거두면 반 전원에게 일정량의 학비와 마도구를 준다는 보상이 내걸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 옆에서 조잘거리는 아멜리아는 귀가 뾰족한 엘프 분장을 하고 있었다.
나무를 이용하는 만큼, 테마 자체를 ‘엘프’로 꾸민 것이다.
이렇듯, 아멜리아의 연출은 하나하나가 전부 귀가 솔깃한 것들이어서 이대로만 된다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학급인원 전원참가라지만, 주역이 아니면 클라이막스 때 잠깐 무대에서 웃다 내려오는 게 전부였고.
즉, 나는 앉아서 학비도 지원받고, 마도구까지 손에 넣는 것이다.
아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었다. 어딘가의 파랑새와 다르게.
어우, 이쁜 것.
이제는 습관처럼 하나씩 사서 들고 다니는 메론빵에 기력을 넣어 들려주니 아멜리아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1000원짜리 빵 하나로 이렇게 만들 수 있다니, 얘처럼 가성비가 좋은 애는 어디 가도 없을 거다.
“우움, 그래서 말인데요······.”
메론빵을 우물거리며 아멜리아가 말을 꺼냈다.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종이학을 염동마법으로 날려야 하는데, 이게 처음에는 될 줄 알았거든요.”
아멜리아의 고민은 이러했다.
종이학의 삼분의 일가량을 일레인이 조종하기로 했었단다.
그리고 일레인은 종이학마다 저주술식을 하나씩 새겨넣고, ‘식신’처럼 조종하려 했는데, 학생광장이 너무 넓어서 생각보다 많은 마력이 들어가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저도 돕고는 싶은데, 이미 맡은 학만으로도 너무 많아서 어려워요. 그래서 생각났는데, 해솔도 염동마법을 잘 쓰잖아요?”
“염동마법?”
아, 이기어검을 말하는 건가.
“비슷한 거는 할 줄 아는데, 그래서 도와달라고?”
“네, 무리라면 안 하셔도 돼요, 다른 반에서 지원을······”
“알았어.”
나를 설득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지, 내가 순순히 승낙하자 아멜리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물론 나도 이게 귀찮거나 어려운 일이라면 당연히 고민해보았을 거다.
하지만, 학을 움직이는 거야, 남들에겐 어려워도 내게는 별거 아니었다.
Lv.6
내가 이쪽 방면은 좀 자신이 있거든.
‘학 날리는 것도 은근 재미있고.’
이런 이유들을 제하고라도, 사람이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먹기만 하려니 이것도 은근 고역이다. 학급 요원 업무를 좀 심심풀이로 해보고 싶어도 한세연이 전부 처리를 해버리기에 내가 도무지 손 델 것이 없던 것이다. 그러니, 하나쯤은 도와줘도 되겠지.
거기다 다른 반 지원을 받으면 우리 반 점수가 떨어지잖아?
그건 절대 안 될 말이다.
“혼자서 다 할 필요는 없어요. 일레인의 보조를 해준다는 느낌으로 도와주시면 돼요.”
나는 흘낏 고개를 돌렸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무대 뒤편. 어린 엘프로 분장한 일레인이 곰 인형을 움켜쥔 채 ‘식신 마법’을 펼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레인이 조종하는 학들은 잠시 잠깐의 비행을 마치곤 뚝 떨어질 뿐이었다.
저래서야, 세계수(아멜리아의 자칭이다.)에서 제대로 날아오르지도 못한다.
“어디 조금 도와줘 볼까.”
나는 떨어지는 종이학들을 향해 이기어검을 일으켰다.
“어엇···?!”
열심히 식신마법을 구사하던 일레인이 기함을 터트렸다.
뚝 떨어지던 종이학들이 갑자기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그녀가 한계라고 생각한 4m 높이를 한참이나 넘어서 계속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한 일레인이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살피자, 이해솔이 멀리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제야 이게 누가 한 일인지를 깨달은 일레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그녀는 종이학을 조종하던 것도 잊은 채, 하늘을 이리저리 유영하는 종이학들을 멍하니 구경했다.
한데 뭉쳤다 광장 사방으로 폭죽처럼 퍼져나가는 수백 개의 종이학들.
쉬면서 떠들던 광장의 생도들이 느닷없이 펼쳐진 장관에 감탄을 터트렸다.
***
······여름이 한 발 앞으로 다가온 5월의 중순.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이터니티의 교정은 중간고사가 끝난 생도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학생광장에서는 이터니티의 개교기념일(이라 읽고 등교는 한다.)인 창설제가 한창이었다.
개방된 아카데미를 구경하기 위해 몰린 시민, 기자, 졸업생, 여러 단체의 초인 등으로 인파가 넘쳐나는 학생광장의 곳곳은 노점부터 마력체험장, 연주회 등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합동공연은 오후 3시부터 시작이니까, 다들 잊으면 안 돼요.”
오전 9시. 1학년 1반.
축제를 즐기러 떠나려는 생도들을 모아놓고, 우리반 팀장인 아멜리아가 합동공연의 시간을 주지시켰다.
“아오, 망했네. 나 검무 연습도 아직 다 못 끝냈는데.”
은가예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홀로 나서서 검무를 펼쳐야 된다는 중압감에 무척 긴장해 있었다.
내가 보기엔 뭐를 못 끝냈는지 모를 정도로 완벽하기만 하더만, 무대 울렁증이라도 있는 건가.
“그럼 다들 일주일간 무대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해산하고 3시에 모이도록 하죠.”
아멜리아의 해산선언에 소리를 지르며 교실을 뛰쳐나가는 생도들.
그렇게 모두가 빠져나간 교실에 몇몇의 생도가 남았다.
나, 아멜리아, 은가예, 한세연, 천우진, 일레인. 이렇게 6명.
같이 축제나 즐기자고 남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축제를 무사히 끝마치기 위해 모인 거지. 이 흥겨워 보이는 축제는 내버려 두면 오전도 제대로 넘겨보지 못한 채 위기를 맞이하게 되니까.
“말씀하신 광장 분수대에 가보니까, 정말 폭탄이 있었어요.”
생도들이 다 나간 걸 확인한 아멜리아가 아공간 마도구에서 검은 박스를 꺼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특징도 없어 보이는 단순한 플라스틱 박스.
하지만 저곳에 거대한 마력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을 나를 제외한 5명은 느꼈을 것이다.
“음······”
“헐, 진짜였네.”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게, 현재 아카데미에는 축제로 인해 물류의 유동이 자유로운 틈을 타 저와 같은 폭탄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마인들 짓이겠지?”
“아니.”
이건, 마인들의 테러같은 게 아니다.
아카데미의 명성에 흠집을 내려는 날파리가 꼬였을 뿐.
“반동분자들 짓이야.”
“···미쳤다고 듣기는 했는데 이건 상상 이상이네.”
내 말에 은가예가 고개를 내저었다.
‘반동분자’란, 한국 위주로 돌아가는 초인사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을 말했다.
그리고 놈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중심이 되는 이터니티 아카데미였다.
이번에 테러를 벌이려는 놈들은 그러한 아카데미를 건들임으로써, 전 세계 매스컴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암흑가에서 돈 좀 만져보겠다는 정신 나간 용병들이었다.
“교수님들한테 알려야 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바로 축제가 중단돼 버릴걸?”
일레인의 말을 내가 바로 기각했다.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축제가 중단되기에 충분한 사유였다.
그러면 애써 축제를 준비한 반 아이들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학급요원’이라는 핑계로 한세연의 곁에 붙어서 접근하는 놈을 잡아야 하는 나 또한 명분을 잃게 된다.
막지 못할 상황이라면 모를까,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정보를 지닌 마당에 그러한 리스크를 감내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끼리 막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네.”
“어, 폭탄 제거는 우리만으로도 충분해.”
천우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폭탄 박스’를 가리켰다.
“저거, 안 터지게 부술 수 있겠냐?”
“저 정도야 물론 가능하지.”
이내 검을 뽑아 든 천우진이, 교탁에 놓인 검은 박스를 반으로 갈라냈다. 나는 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 주인공.’
잘못 손대면 터지는 마력뭉치를 깔끔하게 양단해 버린다.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검성의 기프트였다.
은가예와 한세연에게도 비슷하게는 아니더라도 제거가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폭탄 제거하러 가보자고.”
“좋지.”
“공연 전까지 교내를 다 돌려면 바쁘게 움직여야겠네요.”
아멜리아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는 아멜리아의 말보다 시간이 더 촉박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이번 폭탄은 장소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심어져 있었으니까. 심어진 당사자도 모르게끔 감쪽같이.
‘그런 게 터지면 진짜 끔찍하지.’
그러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