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7
§ 56화
내가 팀을 소수정예로, 그리고 이들 5명을 모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교내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면 동요가 일어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오직 이들 5명만이 효율적인 폭탄의 제거가 가능했던 것이다.
일레인, 아멜리아, 그리고 불사조 파랑이는 폭탄의 탐지가.
천우진, 한세연, 은가예는 폭탄의 깔끔한 처리가 가능했다.
물론 우리 6명이 나뉘어서 이 넓은 이터니티의 교내를 다 돌면서 시간 내에 폭탄을 전부 찾아 제거하기란 불가능했다.
이번 폭탄은 장소 뿐만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심어져 있었으니까. 심어진 당사자들조차도 모를 만큼 감쪽같이.
교내에 들어온 물류가 나눠지기 전 테러범들이 무작위로 폭탄을 심어 놓았기에, 이를 얻은 사람들은 모두가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북쪽 현관에서 신호가 왔어요. 사람이에요.”
“은가예, 너가 같이 가.”
“알았어.”
이윽고,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 비슷한 어플을 킨 아멜리아가 은가예와 함께 북쪽 현관으로 향했다.
“광장 쪽에도 다수 있는 것 같아.”
“우리가 가볼게.”
일레인과 한 조를 짠 천우진 또한 학생광장으로 이동했다.
이렇듯 우리는 6명에 불과했지만, 우리를 서포트하면서 폭탄을 찾아줄 1반의 학급 인원 34명이 존재했다.
물론,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폭탄을 찾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사방으로 퍼져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이 찬 학급 명패에 부착된 마도구가 폭탄의 범위를 알려올 뿐이었다.
아멜리아를 통해 별의 성좌에서 대여해온 ‘마력 탐지기’였다.
마력 탐지기란, 특정 마력을 인식시켜주면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같은 성질을 지닌 마력을 찾아 스마트폰 어플로 위치를 전송해주는 마도구였다.
다만 대략적인 범위만을 알려줄 뿐, 정확한 위치를 찾아주지는 않기에 아멜리아나 일레인같은 마력을 인지할 수 있는 생도가 직접 발로 뛰어가며 폭탄을 찾아야만 했다.
그마저도 폭탄을 매단 게 사람이라면 제거하기 어려울 듯싶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창가로 보이는 학생광장의 광경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저분이에요!
─실례하겠습니다.
─으악! 뭐, 뭐야!?
일레인이 누군가를 가리키자, 거침없이 움직이는 천우진.
노점에서 다코야키를 사 먹던 시민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둥거렸지만, 천우진의 행동에 망설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제 몸수색을 하고 폭탄으로 짐작되는 물건을 찾아 검으로 베어버린다.
하여간, 행동력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었다. 고개를 내저은 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가자.”
“응.”
공을 던지며 파랑이를 놀아 주던 한세연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
우리의 폭탄 제거방식은 단순했다. 스마트폰 어플로 폭탄의 반경을 찾으면, 그쪽으로 파랑이를 투입. 파랑이가 찾은 폭탄을 한세연이 제거한다. 모르도의 힘을 이용하면 폭탄의 제거는 별것 아니었다. 잠시 잠깐의 마기 사용이야 모르도의 마기 운용이 워낙 감쪽같았기에 들킬 염려 또한 없었다. 이를 알아차리려면 마기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마인이 축제 내내 오직 한세연만 집중적으로 감시해야지만 겨우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표적이 안 움직이네. 사물에 설치된 건가 봐.”
“파랑이 투입.”
내가 인파로 넘쳐나는 교정을 가리키자 한세연의 어깨에 앉아 있던 파랑이가 망설인다.
저렇게 많은 인파를 본 것도 처음인데, 그 사이로 들어가려니 두려운 모양이었다.
“···까악?”
그때, 망설이는 파랑이를 한세연이 아무렇지 않게 잡아 들었다.
당황했는지 본래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파랑이에게 한세연이 웃으며 말했다.
“잘 다녀와.”
그리고 손바닥에 올려진 녀석을 휙 던진다.
느닷없이 허공을 날게 된 파랑이가 날개를 파닥이며 인파 사이로 날아 들어갔다.
“······.”
귀엽다 쓰다듬을 때는 언제고 필요할 때는 가차 없네.
노점 거리는 갑작스러운 파랑이의 등장에 난리가 났다.
“와앗! 새다!”
“저거 봐, 파랑새야!”
“까악! 까악!”
잡으려고, 간식을 주려고, 사진을 찍으려고 덤벼드는 사람들의 어깨며 머리를 밟으며 깡충깡충 뛰던 녀석이 가상 사격장의 경품으로 걸린 토끼 인형을 마구 쪼아댔다.
“야, 이 녀석아! 쪼지 마! 쪼지 말라고!”
사격장을 관리하던 생도가 놀라서 달려가자 파랑이가 알아서 물러났다.
“저게 폭탄인가 보네.”
파랑이를 뒤따라 가상 사격장에 들어온 나는 토끼 인형의 아래 걸린 팻말을 읽어보았다.
[춤추는 토끼 인형!] [‘사격’ 클리어 시, 지급됩니다.]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한세연이 눈을 빛냈다.
“흐음, 재미있어 보이네.”
“하려고?”
“응, 폭탄 제거해야 되잖아?”
“그거야 그렇지.”
나는 힐끗, 사격 난이도표를 바라보았다.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검은 밤] [지옥]마수 막기란, 몰려오는 마수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사냥해야 하는 가상 사격게임으로,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맞춰야 하는 부위가 작아지고, 마수들의 속도 또한 빨라지기에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게임이었다.
일반인이면 보통을 깨기가 어렵고, 고인물조차 매우 어려움 수준. 이터니티의 생도라도 검은 밤이 업적 취급을 받는 게임이다.
지옥은 말 그대로 이터니티 생도 중에서도 ‘썩은 물’이나 되어야지 클리어가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한세연이 ‘지옥’에 도전한다고 하자, 사격장을 관리하는 2학년 생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쉬움’으로 감부터 잡아보는 게 어때? 검은 밤도 아니고, 지옥이라니, 저건 나도 못 깨.”
“말씀은 고맙지만 그래도 할게요.”
“마수보고 놀라서 기절해도 난 모른다.”
무시하는 듯한 말에도 일절 불편한 기색 없이 조곤조곤하게 답하는 한세연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생도가 지옥모드를 활성화했다.
한세연이 가상룸에 들어서는 걸 보며 나는 옆 노점상에서 닭꼬치를 사왔다.
“까악까악!”
“넌 이거 먹으면 동족 학살이야, 임마.”
닭꼬치를 달라며 폴짝폴짝 뛰어대는 파랑이를 팔꿈치로 밀어내며 의자에 앉아 있자니, 때 아닌 지옥모드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격의 지옥모드. 그것도 수컷 밭인 사격장에 생전 총 한 번 들어본 적 없을 것 같은 청순한 여자 생도라니. 이건 눈길을 안 끌래야 안 끌 수 없는 진귀한 조합이었으니까.
물론 다들 진지하게 보기보단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피식피식 웃고 있는 게 포인트였다.
“이거, 아가씨가 쉬움하고 지옥하고 헷갈렸나 본데?”
“아~ 내가 총 가르쳐주고 싶다. 나 진짜 잘 가르쳐 줄 자신 있는데.”
“그래도 명색이 이터니티 생도인데, 나보단 잘 쏘겠지?”
그렇게 가벼운 농담 속에 시작된 지옥모드.
타앙! 타앙!
“오, 에임 정확도는 괜찮은데? 아니, 좋은 건가?”
“속도도 좀 빠른 거 같네.”
반쯤 재미 삼아 구경하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격에 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지옥모드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서서히 커지더니, 이내 경악으로 벌어졌다.
“뭐, 뭐야, 히드라까지 잡는다고?”
“와, 호저가 싹 다 죽고 있어.”
오는 족족 몰살되어버리는 마수들을 보며 구경하던 사람들이 경악했다.
마수가 코앞에서 아가리를 들이밀어도 당황하지 않고 목구멍에 총알을 박아넣는 침착함이라니.
권총 한 자루로는 몰려오는 마수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판단한 한세연이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빈손을 내밀었다.
“총 한 자루만 더 주시겠어요?”
“어? 어··· 아, 알았다.”
멍하니 구경하던 사격장을 관리하는 생도가 얼른 뛰어가서 벽에 걸린 베레타92를 가지고 돌아와 한세연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어지는 쌍권총의 연사.
타다다다다다당!
─그어어······
─끼에······
한세연의 양손에 들린 2자루의 베레타가 불을 뿜으며 마수들이 녹아내린다.
구경하던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기 바빴다.
나는 닭꼬치를 씹으며 짤막한 감상을 내뱉었다.
“지리네.”
“까악까악.”
파랑이가 수긍하듯 부리를 까딱였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파랑이와 구경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지옥 모드를 가볍게 클리어한 한세연이 토끼 인형을 들고 돌아왔다.
“먹어라.”
한세연의 몫으로 따로 사놓은 닭꼬치를 건넨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 주는 거야?”
“어, 고맙게 여겨.”
“응.”
방긋 웃으며 닭꼬치를 받아드는 한세연을 힐끗 쳐다본 나는 사격장을 나와 스마트폰을 열어보았다.
아멜리아 : 폭탄 5개 제거했어요. 사람에게서 2개, 사물 3개요.(토끼가 행복한 표정으로 줄넘기를 넘는 이모티콘)
천우진 : 6개 없앴어. 걸어 다니는 사람 3명, 장소 3곳.
“다 없앴나.”
내가 알기로 게임에서 나오는 폭탄의 개수는 총 16개다.
한세연과 내가 없앤 폭탄 5개까지 합하면 총 6개였으니 전부 없앴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게임과 다를 수도 있었기에, 그 이후로 1시간 정도를 더 돌다가 점심시간이 돼서 우리는 식사장에 모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폭탄은 다 없앤 것 같죠?”
“돌 수 있는데는 다 돌아봤는데, 이제 안 나와. 어플에도 안 뜨고.”
“우리 쪽도 더 이상 발견한 폭탄은 없어.”
아멜리아, 은가예, 천우진이 차례로 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게임과 같이 폭탄은 16개가 끝이었다.
“그럼 탐색은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하자. 그리고 일레인. 넌 밥 먹고 나 좀 따라와라. 할 게 있으니까.”
“무슨 일?”
“바닥에 저주술식을 깔아놔야 되거든.”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레인을 뒤로하고, 나는 카레를 떠먹었다. 역시 이터니티. 노점보다 식당 밥이 훨씬 맛있다.
***
학생광장은 정면의 본관, 측면의 제2 도서관, 시계탑, 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번 테러 사건의 주동자가 등장하는 것은 학생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시계탑의 지붕 위다. 스칼인가 스캇인가 하는 놈인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나오자마자 때려눕혀서 관심조차 안 뒀으니까.
뭐, 지금의 나야 그 정도의 무력을 소유하지 않았으니까 미리 준비 정도는 해둬야겠지만.
“여기다 그리면 돼?”
“어, 아예 지붕 전체 싹 다 도배해버려.”
일레인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현재 시계탑의 지붕에 올라와 있었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온 옥상에서 벽을 타야 되기에 쫄리긴 했는데, 이럴 때 기력이 기가 막혔다.
기력을 던져서 지붕 중앙에 창처럼 솟은 봉에 휘감고 타고 오르니 금방이었다.
아래에서 못 올라오는 일레인은 기력으로 휙 낚아채 끌어올렸다.
“그런데, 여기에 왜 저주술식을 깔자는 거야?”
“폭탄 설치한 놈들이 나타날 거면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나타날 거 같아서. 제2도서관이나 본관은 생도 이외에 출입 금지니까 외부인이 들어가기가 어렵고. 시계탑 높이도 적당하니까 여기가 딱이지.”
“···아, 그렇구나. 엄청 똑똑하다.”
일레인이 놀랍다는 눈으로 나를 우러러봤다.
솔직히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게임에서 놈들이 여기 나타나는 걸 봐서 아니까 이렇게 준비하는 거지, 아니었다면 이런 발상 자체를 못 했을 거다.
그나저나 역시, 일레인이다. 바닥에 저주술식을 열심히 새기고 있는데, 내 눈에는 뭐를 새기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이거, 안 보이는데 구분은 할 수 있냐?”
“응, 내 눈에는 보이거든.”
“그래.”
일레인을 도와 술식을 새기며 지붕 위를 돌아다니는 ‘제1 식신’ 곰인형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나는 경사진 타일에 걸터 앉았다.
마침 광장에서 다른 반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울려 퍼지는 음악, 날아오르는 레이저. 움직이는 거대 로봇. 축제를 구경하기엔 명당자리였다.
잠시 뒤 나타날 테러범, 스칼인지 스캇인지에게는 지옥의 묫자리가 되겠지만.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대앵-! 대앵-!
시계탑 옥상의 종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뭐야? 누가 옥상에서 종을 치고 있어.”
“이 시간에 종은 왜 치는 거야?”
“아카데미에서 이벤트라도 준비했나 보지.”
축제의 이벤트로 착각한 사람들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시계탑의 옥상으로 향했을 때.
─다들 축제는 잘 즐기고 있습니까?
누군가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시작했네.”
내가 시계탑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시계탑의 지붕 위.
검은 피부의 남성이 올라서 있었다.
테러의 주동자. 초인 사냥꾼 ‘스칼’이었다.